중국 위안화가 호주나 캐나다,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로 올라섰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위안화에는 오히려 호재가 됐고, 무역 거래에서도 위안화의 사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2일 차이신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이 실시한 세계 외환 상품시장 조사에서 중국 위안화의 거래 비중은 7%로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비중 4.3%로 8위를 기록했던 3년 전과 비교하면 3단계나 뛰었다.
BIS는 3년마다 각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외환 및 장외 파생상품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한다.
미국 달러화가 비중 90%로 절대적인 1위 지위를 공고히 했고, 유로화와 엔화 등의 비중은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3대 통화의 자리를 유지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에 시동을 건 것은 지난 2009년이다. 10여년간 지지부진하던 국제화에 힘이 실린 것은 역설적이게도 미중 무역 분쟁이었다. 미국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위안화를 배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데 힘썼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2022년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무역에서 결제된 위안화 규모는 36조6100억위안이다. 전년 대비 29%나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위안화 국제 결제액은 20조32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국제 결제액은 다시 한 번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트레이드(Allianz Trade)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무역에서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지난 2020년 초 20% 미만에서 올해 8월 기준 약 30%로 뛰었다. 여전히 40% 이상이 달러로 거래됐지만 위안화 거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호주뉴질랜드은행 레이먼드융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미래 환율 추정 등 다양한 이유로 무역 결제에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에서의 위안화 거래가 크게 늘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 진영이 달러 거래에 제한을 가하면서다.
중국과 러시아가 천연가스 판매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 결제키로 하면서 위안화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결제통화로 위안화 50%, 루블화 50%에 합의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켈빈라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시장에서 위안화의 결제가 절대적으로 분명하게 늘었다"며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상황은 물론 대만과 기술패권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고조 등 통화 다변화 요구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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