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가라는 홍콩 집값의 콧대가 꺾였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올해만 집값이 20% 넘게 급락했다. 하락세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악이다.
20일 부동산업체 미드랜드리얼티에 따르면 홍콩의 샤틴과 췬완 지역에 위치한 일부 아파트 단지의 평균 가격이 작년 12월과 비교하면 20% 이상 하락했으며, 연말까지 하락폭은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드랜드리얼티의 새미포 홍콩·마카오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불확실한 경제전망도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실제 하락폭은 통계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고 전했다.
홍콩 집값이 연간 기준으로 하락한 해는 지난 2008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15% 급락한 바 있다. 올해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 하락폭으로 보면 금융위기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이다. 미들랜드가 조사한 지역 20곳에서 모두 올해 들어 10개월 내내 주택 가격이 하락했고, 16곳은 가격 하락폭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압류 부동산은 급증했다.
홍콩의 압류 부동산 수는 지난 반년간 꾸준히 늘면서 이달 4일 기준 226건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말 이후에는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도 보고 있다.
지난달 추가 인지세가 부과되는 주택 거래 건수는 130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추가 인지세 총액도 1억5950만 홍콩달러로 역시 최저치다.
팬데믹에 따른 통제가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경기는 침체됐고, 이민은 급증했다. 이와 함께 치솟은 금리도 집값 하락을 부추겼다.
홍콩의 중앙은행으로 볼 수 있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3.5%에서 4.25%로 인상했다. 미국과 같이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홍콩의 기준 금리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홍콩은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통화 가치가 움직이도록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센터라인 루이스찬 아시아태평양 부회장은 "홍콩 주택 시장에 경보가 울리고 있다"며 "홍콩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부동산 거래량 급감, 미분양 등을 감안하면 올해 주택 가격 하락폭은 15%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내년까지 홍콩 집값이 30% 하락할 것으로 점쳤으며, 모건스탠리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집값 하락에 베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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