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쇼크' 수준으로 부진한 반도체 뿐만 아니라 주력 품목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작년 7.5%로 집계됐다. 2년 연속 하락하면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일본을 제치고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지만 최근 2년 연속 대만에 뒤쳐지며 2위에 머물렀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점유율 하락폭이 가팔라졌다. 최근 3년간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하락폭은 1.9%포인트(p)로 무역분쟁 중인 미국(-1.3%p)보다도 크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4.4%에 그쳤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신흥경제부장은 "지난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연평균 증가율은 6.5%로 중국의 전체 수출 증가와 동조하는 현상이 매우 뚜렷했다"며 "반면 작년은 중국의 전체 수출 증가율 7.0%를 크게 밑돌면서 중국과의 동조화 현상이 소멸될 조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수출 1위인 반도체가 플러스(+)는 유지했지만 증가율이 2021년 22.9%에서 2022년 3.7%로 크게 둔화됐다. 나머지 주력 품목 14개 가운데서도 평판 디스플레이 등 11개가 수출이 줄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시적으로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었다고 보겠지만 그보다는 중국제품의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자체 조달 등으로 한국 수입 수요를 빠르게 대체한 것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외자기업 비중은 최근 10년 연속 하락해 역대 최저치인 31.5%를 기록했다. 중국기업의 외자기업 대체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제조 2025'가 본격화된 이후인 최근 5년간 외자기업의 수출 감소가 가속화됐다.
작년 우리나라의 10대 수출 품목 중 6대 품목이 중국과 중복되고, 이들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3.2%로 높았다.
이 부장은 "향후 중국시장의 확보 여부가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서비스업 등으로 진출 분야를 확대하는 잠재력이 큰 아세안을 중심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22.8%로 집계됐다. 2021년 25.3%에서 하락폭이 커지면서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지난달에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19.8%로 20%를 밑돌았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지난달 한 달 수치지만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를 하회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라며 "대중국 혹은 대중화권 수출 비중 하락이 단순히 한 해에 그치는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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