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노동절 연휴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쯔보(淄博)였다.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공업 도시로 중국인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곳에 하루 평균 1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은 것은 다름아닌 꼬치구이다. 한국돈 1만원이면 30개는 먹을 수 있는 싸고 푸짐한 꼬치구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문이 나면서 호텔 객실 점유율이 중국 전역을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동절 관광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지만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은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그간 못했던 여행을 떠나기는 하지만 쯔보와 같이 돈은 가능한 아끼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다.
9일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 내 여행자 수는 2억7400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9.1% 늘었지만 여행 매출액은 1480억위안으로 0.7% 증가에 그쳤다.
인당 소비 금액으로 보면 540위안으로 2019년 603위안을 밑돈다. 지난 3년간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는 2019년 대비 90%선이 아니라 한참 떨어진다. 교통이나 입장권 같이 비용은 고정됐으니 먹고 마시는데 쓰는 돈을 크게 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로이터는 "중국 관광객들의 귀환은 국내외적으로 안도감을 줬지만 줄어든 소비를 보면 어떤 낙관론도 시기상조가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값싼 꼬치구치가 중국 관광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에 여행 검색어로 상위에 오른 것은 '특전사여행(特種兵旅游)'과 우리말로 짠내투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가난한 여행(窮游)'이었다.
특전사여행은 짧은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관광지를 보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전엔 대학생들이나 선호했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여행 방식 중 하나가 됐다.
반면 럭셔리 리조트와 대규모 면세점이 즐비해 최고 휴양지로 유명한 하이난은 각광을 받지 못했다. 하이난 해관에 따르면 노동절 기간 하이난 면세 매출은 8억8000만위안으로 2021년보다 22% 줄었다.
폭발한 보복여행에도 중국면세그룹과 여행 플랫폼 기업인 씨트립, 통청뤼싱 등의 주가는 일제히 부진을 면치못했다.
신영증권 성연주 연구원은 "중국 경제지표가 아직 완연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이 가계 수요이고, 이에 따라 향후 여행 수요 역시 지속될 수 없다는 우려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며 "가계 소득 감소로 소비 부진이 여전해 부동산 등 경기 회복 조짐이 완연히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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