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국 증시가 이번엔 대규모 펀드 환매에 시달리게 됐다. 중국 투자 붐이 일었던 2020년 중반에 3년 만기로 만들어진 펀드로 설정 규모만도 36조원에 달한다.
11일 블룸버그 등은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가 집계한 데이터를 인용해 3년간 중국 펀드에 묶여있던 2000억 위안(한화 약 35조8700억원)에 대해 환매 요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중국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상하이 반시아 IMC는 3년 만기 뮤추얼 펀드와 사모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국 증시의 하방 위험이 가중됐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설정 당시 자산운용사들은 이전 10년 간의 성과를 근거로 고수익을 장담했다. 한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3년 동안 유지할 경우 수익을 낼 확률이 77%, 평균 수익은 29%라고 광고했다.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던 때라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년을 묶어뒀지만 실제 성과는 좋지 않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0년 3년 만기로 출시된 약 38개의 주식 관련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지난 5월 말 기준 평균 -0.4%다. 2021년에 2년 만기로 설정된 13개 펀드는 평균 수익률이 -13%로 더 나쁘다.
펀드 자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갈 경우 중국 증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에센스펀드매니지먼트와 퍼스트시프론트펀드매니지먼트 등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온 펀드에서는 환매가 이미 시작됐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매도세로 전환했다. 자금 흐름으로 보면 중국 증시를 받쳐줄 요인이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기대로 올해 1월 5년래 최대 규모인 1413억 위안을 순매수했지만 4월(-46억위안)과 5월(-121억위안)에는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에 대한 투자 비중도 줄이는 추세다.
중국 당국은 일단 펀드 수수료 등을 삭감하며 투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펀드 업계의 수수료 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펀드운용사들이 비용을 합리적으로 낮추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출시되는 펀드의 경우 운용수수료는 자산의 1.2%, 보관수수료는 0.2%로 제한된다.
차이신에 따르면 차이나자산운용과 E펀드매니지먼트, GF펀드매니지먼트 등 주요 업체를 포함해 총 19개의 펀드운용사가 1570개 펀드 상품의 수수료를 인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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