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이 'K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산 뿐 아니라 소부장 등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희망 양향자 의원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는 양향자 의원실과 1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2023 반도체 정책 세미나 '반도체 판이 바뀐다, K칩 생존 조건은'을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한민국 성장 엔진'인 반도체 산업 현주소를 살펴보고, 앞으로도 반도체 강국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필요한 정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 연구원과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정홍식 울산과학기술원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 교수와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강연자들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도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반도체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반도체 수요는 더 빠르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국내 반도체 산업이 전세계 성장 수준을 따라갈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메모리에만 편중된 취약한 생태계 때문. 이승우 센터장은 애플 수익률을 소개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재주 넘는 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다른 강연자들도 뜻을 같이 했다.
강연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소부장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을 전체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교수는 HBM 성공 사례를 통해 앞으로 후공정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소부장이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반도체 업계가 양산에만 초점을 맞춘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단순 메모리가 아닌 PIM 등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 정홍식 교수는 애플이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반도체 설계 능력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최적화할 수 있는 전용 OS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트 사업을 긴밀하게 연계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정세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입장도 있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봤지만, 정홍식 교수는 미국의 규제 속에서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이어가며 추격을 이어갈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칩4'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봤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우리가 반도체 공급망 중심에 있다는 생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정홍식 교수도 미국과 일본이 대만과 한국을 제외하고 라피더스를 만들었다며 반도체 동맹은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승우 센터장은 국내 소부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동맹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교수도 미국과 일본, 대만과 한국까지 포함한 '신 에치슨 라인'을 제시하며 중국에 대응한 반도체 동맹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연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미래 반도체 기술 전망과 국내 반도체 기술력 등 다양한 질문과 논의가 이어졌다. 미래 메모리 산업과 소부장 성장 전망 등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내빈으로 참석한 강병곤 온세미컨덕터코리아 대표와 왕성호 네메시스 대표, 손창배 키스톤PE 대표와 조풍연 한국SW-ICT 총연합회장 등도 소부장 육성이 절실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냈다.
양향자 의원은 대만보다 예산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데에는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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