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중국인들의 보복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경기 침체에 저렴한 국내여행만 다닐 뿐 해외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기간이 시작됐지만 저가 여행에만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항공 데이터 제공업체 베리플라이트가 집계한 결과 여름 휴가가 시작된 지난주 국내선 운항이 10만3000편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다.
국내선만 놓고 보면 항공 여행객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으로 돌아갔다. 온라인 여행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공항 국내선 이용객은 900만명 안팎으로 팬데믹 이전 대비 14%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운항된 국제 항공편은 7100편으로 팬데믹 이전의 46%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올해 초 중국의 국경개방에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했던 동남아 국가들의 실망이 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대비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35.9%, 38.8%로 절반 수준도 미치지 못했고,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각각 25.2%, 13.8%에 그쳤다.
상하이재경대 허젠민 관광학 교수는 "관광에는 '립스틱 효과'가 있다"며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고가 제품에는 돈을 쓰지 않지만 여행이나 야외 활동과 같은 소액 지출을 기꺼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립스틱 효과란 경기가 불황일 때 립스틱 같이 낮은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저가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 최근 몇 달간 중국의 경제지표는 모두 악화됐다. 수출은 감소했고, 투자 위축과 부동산 침체로 내수도 살아나질 않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팬데믹 이전에는 전세계 국제 항공 승객 수요의 9%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었다. 코로나19 확산되기 전에는 중국의 여행은 건수 기준으로 연간 8~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여름 휴가를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로마와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행을 비롯해 국제선 항공편을 늘리고 있다. 다만 중국항공운송협회가 추정한 결과 내년 말까지도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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