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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송미경 큐레이터, 대전 미술사 '산증인'…"아카이브 기록1호"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20년간 대전·충남 근현대미술사료 수집 및 기록
대전시립미술관, 지역 중 미술사료 최다 보유
"내년 대전미술사료집 발간…아카이브 오픈소스 플랫폼 구축"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저는 기록하는 일이 잘 어울려요. 여러 사람의 증언을 모아 사건의 가장 적합한 미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저한테 최고의 위로이자 기쁨이에요."

 

송미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미술 사료를 아이처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는 20여 년간 대전 지역 내 근·현대미술사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왔다. 덕분에 대전시립미술관은 지역 미술관 중 가장 많은 미술사 자료를 보유한 곳이 됐다. 현재 대전시립미술관에는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전·충남 미술사료 1만여 건 넘게 보관돼 있다.

 

요즘 대전시립미술관에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이 보관했던 개인 수집품으로 최고 평가를 받는 '이건희 컬렉션'이 충청권 처음으로 대전에서 열려서다. 전시 개막 전에 9월까지 사전 예약이 마감됐고, 관람객만 6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송 학예사는 "격변기에 시대가 변하고 한국화의 전통도 변하게 된다"며 "근대성을 표현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눈여겨보고, 한국의 추상미술도 어떻게 전개됐는지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컬렉션에서조차 그녀는 미술사를 얘기하고 있었다.

 

이건희 컬렉션 한편에는 대전 미술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눈에 띈다. 한 번의 손 터치로 대전 지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연도별로 관람할 수 있다. 이 모든 사료와 작품에는 지역 근·현대미술사 기록들을 하나하나 수집해 온 송 학예사의 피와 땀이 묻어난다.

 

그녀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연구센터 운영이 추진되기 시작해 지역 작가의 자료를 기록,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생각했고, 관련 사료 수집에 박차를 가해 연도별로 기록하게 됐다"며 "미술 아카이브 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립미술관 협력망’ 사업의 일환으로 ‘아트 아키비스트’ 지원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시범 사례로 대전시립미술관이 선정됐고, 이후로 매년 전국의 공립미술관 8곳을 선정해 기록물관리자를 파견, 아카이브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0~60년대 미술 사료를 구하기 위해 지역 신문사를 가서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고, 자료를 스크랩했다"며 "고인이 된 작가의 유족들을 직접 만나 자료를 얻고, 전시를 준비하면서 대전 지역 미술사를 채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57년 12월 25일 수요일 대전일보 제1회 문화상 수상 소식, 박승무. 1회 충남도문화상수상자. 사진=대전시립미술관

그녀가 지역 미술 사료를 수집하게 된 데는 지난 2003년 열렸던 '이동훈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계기가 됐다.

 

1945년 이동훈, 박성섭 작가를 주축으로 충남미술협회가 창설됐는데 이는 대전 근현대미술의 단초가 된 역사적인 일이었다. 1962년 설립된 한국미술협회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충남미술협회를 중심으로 대전 지역 미술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송 학예사는 대전 미술의 활동 기록을 찾기 위해 대전일보사를 가 1950년 11월 1일부터 1969년 12월 31일까지 신문 기사를 죄다 찾아 기록했다. 2018년에는 도전과 실험 정신으로 대전현대미술의 전개와 발전을 주도했던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대전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송 학예사가 대전 미술의 활동을 발굴, 전시를 통해 알리면서 대전의 미술 활동 중 1975년 창립한 '19751225GROUP'과 1978년 창립한 '대전78세'는 한국 미술사의 행위예술 분야에 기록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미술 사료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는 게 송 학예사의 지적이다.

 

그녀는 "대전 미술 연구가 활성화되려면 수집된 자료들이 정리되고 기록돼 일반인이나 전문 연구자에게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데 예산, 인력 등의 부족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2017년부터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서울시립미술관도 2023년 4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를 오픈해 운영 중이고, 우리와 같은 해에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도 내년 개방을 앞두고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광주 또한 내년부터 예산을 편성해 아카이브 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향후, 미술 아카이브는 대전 미술의 역사를 대변할 것이고, 국가의 문화자산으로 가치를 발하게 될 것이란 게 송 학예사의 설명이다.

 

반면, 미술관 내 조그만 자료실 한 켠에 사료들을 보관 중이지만 기증 사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협소한 장소도 문제지만 온·습도에 예민한 낡은 자료들은 손상될 우려도 있다. 더구나, 사료를 모으고 기록하는 일은 송 학예사와 기간제 근로자 둘, 단 세 명뿐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대전 미술의 역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모아두면 후세에 누군가 연구를 하고, 또 연구하다 보면 대전 미술의 지평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9년 열린 대전사범학교미술전시회. 사진=대전시립미술관

E.H.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송 학예사는 역사를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대전 지역 미술 사료를 수집, 기록하는 일이 그녀에게는 숙명과 같은 소명이었다.

 

송 학예사는 "대전 미술사의 단초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20여년 간 대전 미술 사료를 채록해 왔고, 내년에는 대전시 지원을 받아 대전미술사료집도 발간할 예정인데 사료집이 나오면 후학들이 이 작업을 이어나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서울과 광주, 그리고 부산에 이어 네 번째로 설립됐다. 지난 1998년 4월 15일 개관해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송 학예사는 오는 2028년 대전시립미술관 30주년 대전 지역에 살아있는 원로 작가들의 미술전과 유족들이 건네준 사료들의 전시회를 열어주고 싶단다.

 

갑자기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송 학예사는 "원로 작가들이 계속 작고하고 있고, 2022년에도 신건희 사진 작가님이 작고하셨다"며 "평생 모아온 한국 사진 자료와 대전의 역사가 될 사진 자료들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아직도 들어주지 못했고, 작고하신 지역 작가 분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송미경 학예사는 1965년 대전 출신으로 1987년 배재대 미술학과, 목원대학교 대학원(미술이론)을 수료한 뒤 1996년 대전광역시 내무국(현 문화체육관광국) 학예연구사로 입사했다. 1998년 4월 대전시립미술관의 개관 멤버이기도 하다.

 

대전시립미술관. 사진=대전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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