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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배우 김수빈의 이유 있는 도전..."연기하는 것 자체가 나의 꿈"

신아진(김수빈) 배우. /신아진

"오스카에 가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 연기를 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정도가 내가 가진 꿈. 지금도 늘 행복하고, 너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의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24살, 돌연 연기에 빠져든 김수빈 씨의 말이다. 올해 27살이 된 김 씨는 현재 한국영화배우조합에 소속돼 3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신아진이라는 두 번째 이름으로 영화와 연극 현장에서 밤낮 없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24살, 꿈을 다시 선택하다

 

김 씨는 대학교 입학 후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됐던 국립극단의 공연을 보고 연기에 매료됐다. 처음 보자마자 '내가 하면 정말 잘할 텐데'라는 생각이 스쳐갔다고 한다. 자신의 길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김 씨는 이전까지 연기와 자신을 엮어 본 적이 많이 없었다. "영미문학문화학과에 진학했다보니 어렴풋이 영어랑 관련된 일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며 "그 예상이 깨져 버리니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처음에는 외면했다가 휴학 후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했던 김 씨는 실제로 잠깐의 사회생활을 맛보기도 했다. 출판사에 근무했던 그는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마땅히 없는 출퇴근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이따금씩 피어오르는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모른 척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고향에 내려가 출근을 하는데, 뮤지컬을 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 계속 맴돌았다"며 "그래서 그냥 바로 다 관두고 극단에 들어간 것이 시작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게 24살이었다. 김 씨는 셰익스피어 학회 연극회에서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했다. 우연한 기회였지만 결국 배우의 길을 걷게 했다. 이후 라온이라는 동아리에서 '맘마미아' 뮤지컬 소피 역을 맡은 것이 그의 도전에 확신을 더했다.

 

서경대학교 '제33회 Premiere of Passion'에서 발표된 단편영화 '비비탄'의 장면. /서경대학교

◆3년 만에 '여우 주연상'으로 증명해

 

"처음에는 뚜렷한 목표점보다는 객관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그런데 그거 해 보니까 너무 어렵더라."

 

자신의 재능을 첫눈에 알아본 경우였지만 진지하게 임할수록 마음처럼 쉽지 않은 현실과 부딪혔다. 24년이라는 시간동안 입시부터 취업까지 쉼 없이 달려왔지만,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된 그다.

 

김 씨는 "지금의 목표는 최대한 정확한 연기를 하는 것"이라며 "연기자로서 가장 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관객들로 하여금 제가 하는 액션들이 모두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이 어디엔가 존재할 것처럼 인식될 정도로 생생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그는 연기를 선택한 지 3년 만에 여우 주연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주연으로 출연한 서경대학교 단편 '비비탄'이 영화제에 오르면서다. 비비탄은 서울 독립 영화제 경쟁작,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 비경쟁작, 영등포 국제 초단편 영화제 경쟁작, 레드카펫 영화제 경쟁작 등에 올랐고, 의정부 레드카펫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김 씨가 연기에 대한 진짜 확신을 얻었던 순간도 영화제다.

 

"사실 정말 많은 단편 영화들이 있지만 관객을 만날 기회를 얻는 단편 영화는 너무 적다"며 "영화제에서 관객분들이 저희 영화를 집중해서 보시는 모습이랑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져 주셨을 때, 이 길을 걷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벅찬 모습을 보였다. 영화는 관객들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하는 그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고 있는 김 씨지만 마음 속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년 만에 여우 주연상을 받게 됐을 때, 부모님께 할 수 있는 말이 생겨서 다행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한테 그래도 내가 재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줄 수 있어서 기뻤다"며 "늦게 시작했던 만큼 시간이 너무 귀하다고 생각했었고, 어떻게 해야 내가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비비탄은 사연이 많은 영화였다. 당시 김 씨는 영상도, 프로필도 없는 배우였기 때문에 오디션에 도전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그냥 내가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대본부터 디렉팅까지 도맡아서 웹 드라마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웹 드라마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만 연기 인생의 발판이 됐다. 김 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비비탄의 캐스팅 영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 만났던 감독님이 해당 웹 드라마를 무산시켜 버리셔서 약간의 상처로 남아 있었는데, 그래도 결국에는 잘 쓰여서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 같아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신아진(김수빈) 배우. /신아진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고된 일정에도 "연기를 해서 행복해"

 

24살부터 27살까지 3년. 아직까지는 연기를 해서 힘들기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 씨다. 다만 체계가 갖춰진 현장을 만나는 것은 행운일 정도로 미흡할 때가 많다. 그는 "연기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영역이라면 외부적인 상황에 대한 고충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며 "보통 배우들은 체념하고 현장에 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열악함은 감당할 준비가 됐음에도 정말 힘든 현장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녹록치 않은 현장일수록 퇴근도 늦어진다. 자정 전에 퇴근한다면 정말 좋은 현장이었다고 설명하는 김 씨다. 보통은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끝날 때가 허다하지만 그의 기상 시간은 오전 7시에서 8시로 고정이다.

 

취업 준비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일정이 엇갈릴 때마다 오는 괴리감도 있다.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김 씨는 "그래도 지금은 조금 익숙해져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더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려고 하기 때문에 더 좋은 점도 생겼다"며 "아직까지는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확신으로 꽉찬 그는 모든 무명 배우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면 그 부분에 기뻐하고, 원동력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한다"며 "행복하기 위해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성공보다는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오래오래 현장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어려운 길을 걷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열심히 한 스스로를 탓하거나 성공에 대한 압박감에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인간 김수빈, 그리고 연기를 하고 있음에 힘들어도 행복하다는 배우 신아진. 신아진으로 살아가기 위한 김 씨의 타당성 있는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경력 사항

 

(2023)

 

[알잘딱깔] 고정 주연, 수빈 역

 

(2022~)

 

[장편 독립] 조선 여공의 노래 주조연

 

[건국대 단편] 식중독 주연, 엄서지 역

 

[서경대 단편] 비비탄 주연, 다정 역

 

[단국대 단편] 사이버 불링 조연, 이슬 역

 

[괄호 안에 스튜디오] 버릇 주연, 고은 역

 

[대학로] 그날의 타이밍, 나영 역

 

[대학로] Still, 윤바람 역

 

(2021~)

 

[연세대 단편] 세탁 주연, 영유 역

 

[대학로] 칼리굴라, 레피두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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