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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세종시 사랑방, 황재모 샘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역동적인 소통 지원할 것"

"세종시에 새벽을 연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이제는 동이 트고 있는 것 같다"

 

황재모 샘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처음 점포 문을 열고 5년간 도전과 성과를 이렇게 정리해줬다. 한 때 코로나19 팬데믹 등 어려움으로 생존 위기도 있었지만, 인근에 최근에 인테리어와 서비스 등을 그대로 모방한 점포가 새로 문을 연 것은 사업 모델이 통했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며 웃었다.

 

샘은 세종시에 있는 만남의 공간이다. 회의실과 분리 공간들로 이뤄진 커다란 홀과 함께 대형 회의실을 따로 2개 두고 있다. 단골들에게는 '소금 커피'집으로도 유명하다. 저녁에는 조용하게 와인이나 위스키를 한 잔 하는 장소로도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주로 찾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다. 주요 정부 부처들에 둘러싸여 있어 가까운데다가,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8층에 위치해 인적도 뜸하다는 장점도 있다.

 

카페 샘 안쪽 공간. 황재모 대표는 매장을 공사할 당시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구석구석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신경을 많이 섰다. 회의실과 폰부스도 따로 마련했다.

황 대표는 창업 전까지만해도 10여년 경력의 홍보인이었다. 홍보대행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여러 브랜드를 담당했고, 완성차 업체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지금도 당시 동료들과 만남을 이어올 만큼 평판도 좋았다.

 

황 대표가 세종시와 단절을 느낀 것은 이 때부터다. 세종시가 당초 정부 기관은 물론 기업과 언론까지 모이도록 설계한 행정중심지였지만, 정치적 문제로 차질이 생기면서 정부 기관만 남게 된 탓이다. 그나마도 상권이 제대로 계획되지 않아 기업과 공무원들끼리 모일 장소마저도 부족했다. 정부를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 '퍼블릭 어페어즈(PA)'에 큰 어려움을 느꼈던 것.

 

특히 2018년 한 수입차 브랜드의 화재 이슈가 결정적으로 창업을 결정한 계기가 됐다. 당시 수입차 회사가 서울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는데, 같은 날 오후 세종에 있는 관련 당국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발표를 진행하면서 양쪽 모두 난감해하는 모습을 봤다. 서울과 세종이 분리된 탓에 보도에 혼란을 겪는 언론도 안타까웠다.

 

카페 샘 카운터 모습. 저녁에는 바로 변한다.

그래서 황 대표는 세종시에 '사랑방'을 만들기로 했다. 좋은 환경이 좋은 소통을 만든다는 생각. 세종시에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무원과 기업 담당자 등 여러 사람 생각도 확인했다. 퇴직 후 커피숍 알바를 하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와인 공부도 하며 실무 준비도 병행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집도 없어서 공사 중인 매장에 침낭을 깔고 자면서 완성했다. 매장에 작은 티끌까지도 손이 안닿은 곳이 없다고 황 대표는 말했다.

 

"역동적인 소통이 민주주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리적 거리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소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실 경제 주체인 기업이 정부에 의견을 내기 어렵고, 정부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로 거점을 만들 자본이 있는 기업은 문제가 없겠지만, 자본이 정보를 독점하는 현상은 사회적으로도 문제다. 좋은 소통을 위해서는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담없이 미팅을 하기에도 좋고, 잠시 머물다 가기도 좋은 '샘' 같은 곳이다."

 

황 대표가 기대했던 데로, 샘은 이제 여러 사람들을 모으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처음 창업했을 때만해도 홀과 회의실 하나, 독립 공간 2개 등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이제는 대형 회의실을 2개와 중소회의실 3개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샘을 둘러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단골 손님, 타지에서 온 기업 관계자들도 부담없이 찾고 있다. 독특한 맛에 더해 매장 인테리어 콘셉트까지 녹여낸 소금커피가 대표 메뉴, 좋은 와인을 추천하는 바로도 이름을 높였다.

 

더 큰 꿈도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정부 기관 인근에 있는 호텔처럼 소통 공간은 물론 숙박까지 제공하는 '원스탑' 공간이다. 회사에서는 대외 협력 임원으로 고위 임원이지만, 세종시로 출장을 나오면 거리를 떠돌아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숨기지 않았다.

 

황재모 샘 대표가 인기 메뉴인 소금 커피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PA를 이끄는 로비스트가 유독 국내에서는 나쁘게 인식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핵심 주체다. 세종시도 국회 분원이 운영되고 자리를 잡으면 이런 활동이 훨씬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 과잉화로 정책보다 정파가 중요해진 국내 정치도 한층 발전할 수 있다. 다만 세종시 정부 기관 인근에는 모일 공간은 물론 숙박업소도 변변치 않다. 낯 시간 양복을 입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배낭을 매고 땀을 뻘뻘 흘리며 헤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샘을 워싱턴 D.C에 있는 호텔처럼 키우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다."

 

황 대표가 샘을 공간 사업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황 대표가 정의하는 샘은 'PA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카페 샘이 사랑방으로 입지를 굳힌 상황, 일단 하드웨어를 완성했다고 보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사업도 추진 중이다.

 

먼저 디지털로 세종시와 타지역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타지에서 세종시에 서류를 전달하거나 자료를 공유하기 쉽지 않은 상황, 이를 샘을 통해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미 이런 대행 업무 요청이 적지 않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가장 주목하는 것은 세종시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다. 세종시는 국내 최고 인력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일자리가 많지 않아 적지 않은 인재들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황 대표는 봤다. 가까이는 은퇴한 공직자부터 기업이나 언론 관계자, 배우자를 따라 커리어를 포기한 사람 등이다.

 

황 대표는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종시에 내려오면서 쉬고 있던 와인 전문가를 매니저로 채용했고, 은퇴한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며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황재모 대표가 카페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시니어 전문가를 활용한 플랫폼은 구체화했다. 깊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을 모아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소개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으로 주요 담론을 파악하고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일종의 시니어 연구원이다.

 

세종시가 여전히 농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는 정책적 한계에는 아쉬워했다. 세종시가 행정도시로 자리를 잡으면서 다양한 부대 사업이 태동하는 상황에서도 특별한 지원이 없는 탓에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공무원 90%가 샘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하드웨어는 완성됐다고 보고, 사회 소통을 확대하는 소프트웨어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고, 빠른 시간 내에 현실화할 예정이다. 결국 소통을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한 만큼, 시너지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재가 많은 곳에 일자리가 없다는 게 아쉽다. 전문적인 역량을 뽐낼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세종시에서도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하면 더 속도가 붙지 않을까 한다."

 

황 대표는 이런 사업을 통해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니어에 일할 기회와 경제적 보상을 줄 수 있고, 디지털을 활용하면 세종시에 있는 청년 세대에도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황 대표는 매장 한켠에 책장을 마련하고 최신 정책 자료를 업데이트해 비치하고 있다.

황 대표가 아직 10명을 넘지 않는 직원들에 육아휴직을 비롯한 복지 혜택을 아낌없이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벌써부터 사회적 책임을 하고 있는 셈. 최근 부당해고를 유도하고 합의금을 요구당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황 대표는 복지를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황 대표가 세종시를 애정하는 또다른 이유는 애향심이다. 황 대표는 세종시에서 나고 자랐을 뿐 아니라, 세종시 개발 당시 공직자로 암 투병 중에도 치열하게 정부와 논의하던 부친을 보고 자랐다. 지금 거주지는 월세, 딱히 이해 관계도 없다.

 

요즘 황 대표는 행복하다. 샘도 자리를 잡았고, 아내와 9살 딸도 함께 내려와 온 가족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일에는 매장을 살피지 않을 때에는 집안일을 돕고, 주말에는 부모님이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을 가져다 함께 먹는다.

 

황재모 샘 대표가 회의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친과 추억을 만드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부친이 최근 암 재발로 건강이 크게 악화됐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 둘만의 제주 여행도 다녀왔다. 그 덕분이었는지 기운을 차리시고 이제는 부모님 내외분이 바쁘게 여행을 다니시고 있단다.

 

"여느 아들과 같이 부친과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직도 둘이 사이좋게 찍은 사진도 없다. 그저 어릴 때 지역 사회를 위해 희생하던 부친의 모습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은 일을 해냈고, 지금은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늘 응원하고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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