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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148) 조선 20대 왕 경종과 선의왕후 어씨 잠든 ‘의릉’

지난 12일 오후 의릉을 찾았다./ 김현정 기자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는 조선의 제20대 왕 경종과 그의 둘째 부인 선의왕후 어씨의 능인 '의릉'이 있다. 왕의 무덤은 경종이 세상을 뜬 1724년 양주 중랑포 천장산 언덕에 조성됐고, 왕비의 봉분은 선의왕후 어씨가 승하한 1730년 의릉 동강 하혈에 만들어졌다.

 

아버지 숙종과 이복동생 영조의 재위 기간이 각각 45년, 52년으로 긴 것에 비해 경종은 왕좌를 차지했던 시간이 4년으로 짧다. 임금으로 있던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이렇다 할 치적을 쌓지 못했고, 그래서 조선 왕들 중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한 편이다.

 

◆특이한 형태의 봉분, 왜?

 

12일 오후 의릉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2일 오후 의릉을 찾았다. 의릉은 성북구 화랑로 32길 146-20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8번 출구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방향으로 1km(도보 15분 소요)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1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표를 받은 뒤 의릉 안으로 입장했다.

 

왕릉에는 황금빛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정자각으로 향하는 길 좌측엔 향로(제향시 향과 축문을 들고 가는 길)가, 우측엔 어로(제향을 드리러 온 왕이 걷는 길)가 놓였다. 왕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어로를 따라 정자각으로 갔다. 정자각은 건물 정면이 아닌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게 돼 있었다. 참배자가 정자각 뒤 봉분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게 동쪽으로 진입해 서쪽으로 나오게 설계한 것인데, 왕릉의 위엄과 권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신분 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이달 12일 오후 의릉 정자각을 둘러봤다./ 김현정 기자

정자각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좌측 계단은 구름무늬와 북 모양의 둥근 돌로 꾸며졌고, 우측은 평범한 모양이다. 화려하게 치장된 왼쪽 계단은 임금의 혼령이 땅에서 구름을 딛고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날 의릉을 찾은 한 꼬마는 부모가 좌측 계단으로 가는 것을 온몸으로 저지했다. 아이는 '이 계단은 조상의 혼령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보행을 자제해 주세요'라는 안내푯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로 가면 안 돼"라고 말했고, 엄마와 아빠는 그 모습이 귀여운지 깔깔거리며 웃었다.

 

지난 12일 오후 의릉 정자각 내부를 살펴봤다./ 김현정 기자

정자각 뒤로는 경종과 계비 선의왕후의 능이 보였다. 왕과 왕비의 능을 같은 언덕에 조성할 때는 옆으로 나란히 놓는 게 일반적이지만, 의릉은 한 언덕에 위아래로 배치한 '동원상하릉' 형태로 만들어졌다. 능혈의 폭이 좁아 왕성한 생기가 흐르는 정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두 개의 능 가운데 삼면에 담장이 둘러진 위의 봉분이 경종의 것이다. 곡장이 없는 아래의 무덤엔 선의왕후가 잠들었다.

 

왕과 왕비의 봉분 모두 병풍석을 생략하고 난간석만 설치했다. 의릉에서는 장명등(어두운 사후 세계를 밝히는 석등), 혼유석(혼령이 노니는 곳), 석양(사악한 것을 물리치기 위해 봉분 주위에 두는 돌로 만든 양), 석마(문석인과 무석인의 옆이나 뒤에 서 있는 말 형상의 돌), 석호(능을 수호하고자 봉분 주변에 놓는 돌로 만든 호랑이), 문석인(관복을 입고 능 주인을 보좌하는 인물상), 무석인(갑옷을 입고 능 주인을 호위하는 인물상) 등을 볼 수 있었다.

 

문화재청은 "경종의 능침에 배치된 망주석 세호의 경우 왼쪽은 위를, 오른쪽은 아래를 향하고 있으나, 선의왕후의 능침은 반대로 조각됐다"며 "특히 경종의 능침 무석인의 뒷면에는 짐승 가죽을 나타내기 위해 꼬리가 말린 것을 조각했고, 선의왕후의 능침 석호는 꼬리가 등 뒤로 올라가게 하는 등 재미있게 표현돼 있다"고 덧붙였다.

 

◆평화로운 고요가 깃든 왕릉

 

의릉에 모셔진 경종은 '비운의 왕'으로도 불린다. 숙종의 맏아들인 경종의 어머니는 희빈 장씨다. 인현왕후를 저주한 게 발각돼 죽음으로 내몰린 장희빈, 노론과 소론의 치열한 대립 등 정치적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맘고생이 심했던 왕은 즉위 1년 만에 이복동생 연잉군(영조)을 왕세제로 책봉했다. 경종은 왕이 된 지 4년 만에 병세가 악화돼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시끄러운 삶은 죽어서도 계속됐다. 1962년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홍살문과 정자각 사이에 연못이 생기고, 돌다리가 만들어지는 등 왕릉 훼손이 심해졌다.

 

이후 중앙정보부가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뀌고 서초구 내곡동으로 터를 옮기면서, 일반의 출입이 금지됐던 의릉이 1996년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의릉은 2003~2005년 외래수종 제거, 전통수종 식재, 인공연못 성토, 금천교 복원 등 능제복원 정비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2일 오후 의릉 산책로에 향나무가 심어져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오후 의릉을 찾은 한 연인이 투닥투닥 귀여운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한 개의 단어로만 이뤄진 실용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가자", "어딜?", "집에", "벌써?", "추워!" 남자가 "아니 본 게 없는데···."라며 입을 삐쭉이자 여자는 "볼 것도 없는데 왜 자꾸 들어가!"라며 화를 버럭 냈다. 그는 "그냥 이렇게 천천히 걸어 다니는 거야"라고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작은 실랑이를 하는 커플을 뒤로 하고 숲길로 들어섰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거대한 위용을 뽐내는 향나무를 발견했다. 나무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두 갈래로 쫙 찢어져 보랏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맑고 고운 새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산책로를 한 바퀴 걸어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왔다.

 

이달 12일 오후 시민들이 의릉에서 '전국학생 성북미술대전'의 수상작을 감상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곳에는 '제7회 전국학생 성북미술대전'의 수상작이 전시돼 있었다. 의릉의 전경을 뭉크의 화풍으로 재현한 '경종의 열정', 하늘 위에서 구름을 타고 관람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경종과 선의왕후를 그린 '의릉에 온 사람', 정자각에서 신명 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이 묘사된 '친구와 함께 양을 타고 떠나요'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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