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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149) 서울 최대 공공도서관 부지에 마련된 동대문구 '지식의 꽃밭'

지난 26일 오후 한 어르신이 '지식의 꽃밭' 내 '책 마중 행복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 동대문구가 지난 9월 21일 전농동 691-3번지에 '지식의 꽃밭'이란 이름의 초화원을 개장했다. 구는 약 5100평의 드넓은 대지에 가우라, 금계국, 맨드라미, 백일홍,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을 심어 야생화 단지, 잔디 광장, 순환 산책로, 책 마중 행복정원, 생태 학습장, 이벤트 화단으로 구성된 주민 쉼터를 만들었다.

 

앞서 구는 지난 2019년 공터로 방치돼 쓰레기가 나뒹굴고 잡초가 무성한 유휴 부지에 서울시 최대 규모의 시립도서관을 유치했다. 공사가 시작되는 2025년까지 1만6899㎡ 크기의 넓은 땅을 놀리는 게 아까웠던 구는 이곳에 초화원을 조성해 올가을 개방했다.

 

◆아이들은 '생기', 어르신은 '활력' 얻는 휴식처

 

26일 '지식의 꽃밭'에서 동네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26일 '지식의 꽃밭'을 찾았다.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번 출구에서 배봉산 쪽으로 1.2km(도보 20분 소요)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초화원은 아파트 단지와 동대문중학교, 전농초등학교로 둘러싸여 있었다. 절기상 소설(小雪)이 지나고 가서 그런지 '지식의 꽃밭'이란 말이 무색하게 꽃은 잘 보이지 않았고, 잘 익은 벼처럼 누리끼리한 색의 잔디밭만이 눈에 띄었다.

 

활짝 핀 꽃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초화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르신들은 벤치 옆에 노인 보행기를 가지런히 세워 두고는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어우 기력이 좋으시네요", "우리 집 애들이 자꾸 여기 와서 걸으라고···", "그 정도면 운동 많이 하시는 거에요", "집에 있으면 뭐해. 테레비 보고 누워 있고 뭐 있어요? 애들 싹 나가는데"라는 등의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이달 26일 시민들이 '지식의 꽃밭' 내 '돔 하우스'에서 추위를 녹이고 있다./ 김현정 기자

가을과 달리 겨울이 들어서면서 지식의 꽃밭에 생긴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다면, 이글루가 새롭게 설치됐다는 것이다. 초화원엔 추위 대피소 역할을 하는 '돔 하우스' 두 동이 마련돼 있었다. 태양 반사광으로 눈부심이 심하면 하얀색 커튼을 칠 수 있고, 내부 공기가 답답하면 안에서 창문을 열 수 있게 만들어졌다. 추위를 힘들어하는 어린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돔 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글루처럼 생긴 추위 대피소를 지나 15명의 동대문구 정원사가 만든 '책 마중 행복정원'으로 향했다. 입구엔 소원을 비는 돌탑이 쌓여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전구처럼 덩굴 식물인 마삭줄이 탑에 빙 둘러졌다. 입구로 난 좁다란 사잇길 양옆엔 고산향나무(블루엔젤) 십여 그루가 식재돼 있었다. 고산향나무는 한강공원 자전거길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미루나무를 작게 축소한 모형 같아 보였다.

 

지난 26일 오후 동네 주민들이 '지식의 꽃밭' 내 '책 마중 행복정원'에서 흔들 그네를 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정원 안에서는 어르신 한 분이 경쾌하게 흔들 그네를 타고 있었다. 할머니는 유모차를 탄 꼬마가 부러운 듯 쳐다보자 "너도 탈래?"라고 물었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어르신은 "그래, 같이 타!"라며 흔쾌히 옆을 내줬다. 나이도, 사는 곳도, 관심사도 다른 생면부지의 타인이 그네 하나로 같이 노는 친구 사이가 된 것. 두 사람이 즐겁게 그네 타는 장면을 보며 집 안에서 옴짝달싹하기 싫은 추운 날, 사람들이 볼거리도 없는 초화원에 온 이유는 어쩌면 친구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6년 뒤 미래지향적 시립도서관으로 재탄생

 

26일 오후 시민들이 반려견과 '지식의 꽃밭'에서 산책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동대문구에 따르면, 지식의 꽃밭이 생기기 전인 올 6월 1~23일 주민 166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4%가 초화원 조성에 반대했다. 지식의 꽃밭은 쓰레기 투기(26%), 야간 음주 공간 이용(23%), 노숙자 발생(22%) 등의 우려가 무색하게 주민 화합 공간의 기능을 톡톡히 했다.

 

이날 '지식의 꽃밭'에선 겨울에도 활기 넘치는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패딩으로 중무장한 갈색 푸들은 스마트폰 하는 주인을 따분한 표정으로 기다렸고, 혈기왕성한 중학생들은 핫팩으로 잔디밭에서 캐치볼을 했다. 어르신들은 추위에도 꿋꿋하게 꽃을 떨구지 않고 버티는 식물들을 보며 기특해했다.

 

이달 26일 오후 '지식의 꽃밭'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지식의 꽃밭은 '서울시립도서관(동대문)' 착공 전인 2025년 6월까지만 문을 연다. 도서관은 시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중 최대 규모로 조성된다. 시는 오는 2029년까지 지식의 꽃밭에 연면적 2만5000㎡·야외정원 1만㎡의 서울시립도서관(동대문)을 짓는다는 목표다.

 

서울시의 저탄소 친환경 비전을 반영해 건축물의 주요 부분에 목구조를 적용하고 첨단기술을 활용, 미래지향적 도서관을 건립할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도서관엔 ▲갤러리·박물관 연계 문화공간 ▲'서울 엄마아빠 VIP존'을 포함한 가족공간 ▲AI 로봇 사서·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체험이 가능한 미래 기술 체험공간 ▲북 페스티벌 같은 참여형 문화행사와 축제가 개최되는 열린 광장 ▲독서정원 ▲휴식공간이 들어선다. 서울시립도서관(동대문)에서는 감정인식 도서 추천 등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스마트 도서관 서비스도 만나볼 수 있다고 시는 덧붙였다.

 

시는 서울시립도서관(동대문)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입히기 위해 두 단계에 걸쳐 설계 공모를 실시한다. 지난달 5일 심사를 통해 선발된 ▲건축사사무소엠피아트(대한민국) ▲Studio Contrapposto(콜롬비아) ▲소솔건축사사무소 콘소시엄(대한민국) ▲라온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콘소시엄(대한민국+스페인) ▲massmellow 콘소시엄(대한민국) 다섯 개 팀이 2단계 공모에 진출해 경합을 벌인다.

 

시는 2단계 심사에서 IFLA(국제도서관 연맹) 평가 기준을 준용, 기술 검토와 작품 심사를 진행한다. 도서관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거실' 역할을 하는지, 이용자에게 영감을 주는지, 재생 에너지 자원을 사용하는지 등이 평가 기준에 포함됐다. 시는 심사 후 내달 중 최종 당선작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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