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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기습 회생신청한 MBK, 운용보수로 1조원 챙겼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ABSTB)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인정) 요구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데 활용한 펀드 운용으로 1조원 수준의 성과 보수(캐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보수는 펀드 운용사가 투자 성과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받는 일종의 추가 성과급이다. 펀드 성과가 가장 중요한 MBK 입장에서는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큰 타격이 없는 셈이다. 반면, 기습적인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돌입으로 홈플러스 임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은 혼란에 빠졌고, 사모펀드(PEF) 운용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3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인수금융(차입금)과 홈플러스의 기존 부채를 포함한 전체 인수 비용 7조2000억원 중 4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3호 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두산공작기계, 네파, 대성산업가스, 일본의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홍콩브로드밴드네트워크(HKBN) 등을 투자하는 데 사용됐다. 여러 투자처에서 선방하면서 3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8%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수익이나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투자 대상은 홈플러스와 네파로 추려지는데, 시장에서는 두 곳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3호 블라인드 펀드의 전체 IRR이 최소 1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운용과 성과보수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325억원을 챙겼다. 운용 보수는 2억5000만달러(한화 약 3630억원), 성과 보수는 5억3000만달러(7695억원) 정도다. 총합 1조1325억원 수준으로 11년간 연평균 1000억원을 넘기는 금액이다. 운용 보수는 펀드 청산이 이뤄지지 않아 정기적으로 수령한다고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전체 성과 보수의 15∼20%가량을 유보액으로 남겨두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1조원 전후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경영 실패로 인해 홈플러스의 핵심 점포들이 매각되고, 손실을 누적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MBK는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처럼 성과보수를 통해 운용사가 높은 수익을 얻는 방식은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흔한 구조이기도 하다.

 

홈플러스 사태에서는 MBK가 자구 노력 없이 기습적인 기업회생을 신청해 직·간접 고용인원 3만명과 1만여개 납품사, 외부 임대매장점주, 돈을 빌려 준 금융기관들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커진 점이 주목되고 있다. MBK가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MBK가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3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벌어들인 보수 일부를 내놓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임직원 급여로 매달 560억원, 외부 임대매장에 대한 매출 정산액으로 월 500억∼70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홈플러스의 월 2~3000억원대 매출로는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날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김병주 MBK 회장을 두고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회생 신청을 해 부채를 단번에 털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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