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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코너 > 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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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돼지는 미안하고 고마운 동물…' 돼지문화원 장성훈 대표

원주에 '돼지의 모든 것' 담은 문화원으로 고객 손짓, '돼지마을' 만드는 꿈 꿔 30년 넘게 돼지 연구하고 종돈·육가공·유통·외식·체험까지 '6차 산업' 실천 장 대표 "돼지는 쌀과 함께 주식 같은 것…최근 국경검역 실패는 아쉬운 대목" 최근엔 도내 기업 비제이푸드와 업무 제휴 맺고 '한돈의행복' 브랜드도 선봬 【원주(강원도)=김승호 기자】수도권에서 차를 이용해 경기 광주~원주간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서원주IC를 나와 5분 정도 달리다보면 돼지문화원 간판이 보인다. 돼지문화원은 오크밸리와도 아주 가까워 콘도 이용객들도 "저 건물이 뭘까"하면서 그냥 지나가기도, 몇몇은 들러서 구경을 하고 가기도 하는 공간이다.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입소문으로, 또는 인터넷 등을 통해 꽤 이름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돼지문화원. 그곳에 가면 '축산 명장'이자 '중소기업인', 그리고 자신을 '돼지아버지'로 불러달라는 장성훈 대표를 만날 수 있다. "나에게 돼지는 미안하고, 고마운 동물이다. 돼지는 나의 인생이다." 돼지가 자신에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고, 또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를 선사하기 위해 잡을 수 밖에 없는 돼지에 대한 장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이다. 돼지에 관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노력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장 대표는 2011년 이곳 원주에 돼지문화원을 만들었다. 당시는 국내 축산업계에서 6차 산업이라는 말이 전혀 유행하지 않았을 때였다. "일본의 농촌에 가서 6차 산업이 활성화돼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돼지를 공부하고, 기르면서 각종 질병 때문에 돼지를 수 없이 땅에 묻어야 하는 경험도 많이했다. 산업을 다양화시키자는 차원에서도 내 자신이 돼지를 기르는 1차 산업에만 머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장 대표는 사람들이 돼지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늘 꿈꿨다. 그래서 그는 축산업으로 번 돈을 투자해 돼지문화원을 열었다. 실제 돼지문화원 곳곳에는 돼지에 관한 각종 이야기를 담은 글과 사진, 여러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문화원 안에 있는 식당, 카페, 계단, 화장실 등 어디를 가도 '돼지'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중단됐지만 나들이를 온 가족들이 돼지와 함께 다채로운 체험도 할 수 있다. 돼지문화원을 확장하다보니 어느새 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세미나실, 육가공공장, 직영판매장 등도 갖춰놓게 됐다. 이렇게 돼지문화원을 완성해 놓은 장 대표는 마을 사람들과 합심해 '돼지마을'을 만드는 거대한 꿈을 다시 꾸고 있다. "국밥, 순대국, 스테이크 등 돼지를 원료로 한 각종 식당이 주변에 생기고, 또 마을에서 생산한 여러 농축산물을 함께 소비하고 외부에 팔고, 축산 관련 창업을 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폐교에서 축제를 열고, 우리도 일본의 마을처럼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느냐.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돼지마을을 주변 분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 지금이야 더 큰 꿈을 꾸고 있지만 장 대표는 한때 먹고 살기 위해 돼지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강원도 양구의 빈농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돼지오줌보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고기는 못먹고 내장으로 만든 순대국으로 배를 채우고, 어렵게 구한 돼지고기 몇점을 강가의 돌판에 구워먹던 것이 돼지와 함께한 추억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낙농학을 공부하게 됐고 소든, 돼지든, 닭이든, 오리든 키워서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장 대표는 "돼지는 신사적인 동물이다. 소나 닭 등은 사람이 붙어서 매일 매일 일을 해야한다. 하지만 업을 삼기엔 돼지가 가장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기르기 수월했던 돼지를 택한 그는 대학을 나와 종돈회사에서 영업을 하면서 돼지와 자신의 인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돼지농장을 차렸다. 90년대 중반 당시 100마리로 시작했던 돼지는 지금 2000마리로 불어났다. 이는 국내 6100개 돼지 농장 중 50번째 정도 되는 수준이다. 좋은 품종의 돼지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센터까지 만들고 자신이 직접 개발한 돼지 '치악산 금돈'도 세상에 내놨다. 생고기 뿐만 아니라 떡갈비, 소시지, 돈가스, 육포, 양념육 등으로 제품도 다양화했다. "우리 돼지고기는 1등급만 취급한다.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춰 전국 어느 곳으로 신선하게 배달한다. 가공식품은 첨가제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 장 대표가 돼지고기 자랑을 늘어놨다. 신지식농업인, 동탑산업훈장, 중소기업청장상 등도 장 대표의 돼지 사랑에 힘을 보탰다. 그래서 돼지에 대해선 늘 할말이 많은 그이기도 하다. "돼지고기는 전국민이 가장 많이 찾지만 한국은 일본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원가가 비싼 나라다. 경매시장에서의 왜곡현상도 심각하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경검역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다. 돼지고기는 쌀과 함께 전쟁이 나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만큼 중요한 주식이다. 정책과 관심,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장 대표의 돼지문화원은 최근 같은 강원도에 있는 육가공 회사 비제이푸드와 '한돈의행복' 브랜드를 함께 선보이고 곰탕 등 돼지로 만든 최고의 제품들을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019-11-13 06: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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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드론서치라이트'로 軍 시장 공략 나선 안혜리 태경전자 대표

PC방, 광케이블 영업, 통신공사등 업계서 '잔뼈' 창업 후 R&D 통해 '드론+고휘도 LED' 융합 성공 25분 정도 비행에 촛불 5.2만개 밝기 신제품 출시 15~20일 예정 '서울 ADEX 2019'서 기술력 선봬 드론에 서치라이트를 장착해 수색, 정찰 등이 가능한 혁신 제품으로 국방 분야를 공략하고 있는 여성벤처기업인이 있다. 경력이 군대와는 전혀 무관한데다, 사업하면서 만나는 상대방이 모두 남성이지만 집안에서 물려받은 '사업 DNA'와 통신, IT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구조를 위해 쏜 조명탄 값만 160억원이 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활용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드론에 고휘도의 LED를 장착한 제품이 당시에 있었더라면 예산도 크게 줄이고, 수색하는데도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교롭게도 안 대표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2014년 태경전자를 창업했다. 초기부터 운이 좋게도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등 방산회사로부터 특수공정 인증을 받아 군용 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기술력은 물론이고 군수품 특성상 방수, 방진 등의 특성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튼튼하게 제작을 해야 가능한 일인데 신생회사가 대기업들과 거래선을 트며 당당히 방산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군인들이 훈련이나 실전에 쓰는 골전도 헤드셋, 이어셋이 태경전자의 초기 작품이었다. 부품 국산화에 전념하던 안 대표는 드론 기술에 조명탄을 대체할 수 있는 장치를 융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후 곧바로 드론서치라이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인력을 확충하고, 연구 결과물은 바로바로 특허 출원·등록을 했다. 그렇게 출원·등록한 특허만 10여 건에 달한다. "서치라이트가 달린 드론은 외국에도 없다. 중국 DJI가 세계 드론시장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지만 우리의 기술력으로 드론서치라이트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에선 조명탄이나 야간 작업등을 대체할 수 있고, 해병대 상륙작전, 대테러, 감시·정찰 등 활용 범위가 넓다. 게다가 119 재난시나 조난 구조 등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안 대표가 연구실에서 관련 부품들을 들어보이며 설명했다. 드론에 방송장비를 장착하면 심리전이나 재난시 방송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태경전자의 드론서치라이트는 비행시간이 약 25분 전후, 그리고 LED 써치라이트는 촛불 5만2000개와 맞먹는 밝기를 자랑한다. 안 대표는 드론서치라이트를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서도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낼 예정이다. 올해 ADEX는 34개국에서 430개 업체가 참가해 각종 소재, 부품, 장비 등을 출품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군대와는 거리가 먼, 그것도 드론과 서치라이트를 융합한 제품을 탄생시킨 그의 DNA가 궁금했다. "할아버지께서 일제시대때 산판을 크게 하셨다. 당시 운전기사도 따로 둘 정도였다. 그러다 6·25 전쟁이 나면서 사업을 접으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 대표의 사업 DNA는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주부로 살던 그를 사촌동생이 다시 사회로 끌어들였다. "컴퓨터를 켜면 감전이 되는 줄만 알고 있던(웃음) 내가 사촌의 권유로 용산에서 PC방 사업을 했다. PC방이 처음 생겼을 무렵이었다. 그러다 유선통신과 광케이블이 생기면서 통신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영업을 잘 하니 통신회사에서 아예 한 지역을 떼 주더라. 휴대폰 도매상, 통신회사 기지국 공사, 구내통신 유지 보수 등 지나고보니 통신업계에서만 16년 정도 일을 한 것 같다." 회사를 세우고 처음에 통신 관련 제품을 자연스럽게 만든 것도 그의 이같은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그가 드론에 달기 시작한 서치라이트의 빛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역시 통신의 '통(通)'과 같은 맥락이다. "야간비행을 위한 드론에 값비싼 적외선 카메라를 모두 달 필요가 없다. 드론에 HD급 카메라와 서치라이트를 달면 성능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게 국내 기술의 경쟁력이다." 드론서치라이트의 장점을 한참 설명하는 그에게 여성으로서 사업하기엔 어떠냐는 우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활짝 웃으면서 "성취감이 크다. 무엇보다 사업이 재미있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2019-10-10 06: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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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韓 인공지능·스마트공장 산 증인, 지식시스템 이승도 대표

전산학 전공후 현대양행, 포스코 등서 IT 선진 기술 배워 50세 가까워 KSTEC 창업, 다양한 분야 스마트 솔루션 선봬 철강·반도체·디스플레이·중공업·금융 등 응용 범위 넓어 그에겐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AI)이니, 스마트공장이니 하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AI는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공장은 국내에서 거의 처음으로 산업 현장 접목을 위해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전산실장을 거쳐 차린 회사 이름을 '지식(Knowledge)'이란 단어가 들어간 지식시스템(KSTEC)으로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STEC 이승도 대표가 197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후 대학에 들어갔으니 그의 나이는 어느새 예순 중반이 훌쩍 넘었다. 선배 벤처기업인으로서 벤처기업협회나 이노비즈협회 등이 주최하는 행사마다 자리를 함께하며 후배 기업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해 술잔 기울이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다. 이 대표와 KSTEC는 4차산업혁명 바람을 타고 창업 20여년 만에 물을 만나고 있다. 로봇, 빅데이터, AI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마트솔루션 분야에서 오랜기간 노하우를 축적해온 터라 지금과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제조·통신·금융·물류 분야의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금융 사기 방지 시스템, 리스크 관리, 차량 경로 최적화 프로그램 등 KSTEC의 사업분야는 다양하다. 이를 위해 IBM, 로그웨이브(Rogue Wave), 디씨전브레인(DecisionBrain), 데이터이쿠(dataiku)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탄탄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대표는 "제조 분야의 경우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중공업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스마트공장 시범프로젝트에도 우리 회사가 참여했었다. 최근엔 뿌리산업을 위한 스마트공장 패키지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참여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KSTEC가 선보이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용 '씽크플랜 APS(SyncPlan APS)'는 과학적 수요관리, 계획수립 시간 단축, 스마트의사결정을 도와 생산, 구매, 영업, 출하, 일반관리 등으로 흩어져있는 업무를 단일계획 체계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수익을 극대화하되, 비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손정의 회장도 언급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RPA 플랫폼도 SK하이닉스, CJ제일제당, 신세계, NH투자증권 등 여러 기업에 공급했다. 이는 전표처리, 이메일에 대한 반응 등 사람이 하던 단순 반복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해주는 것으로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 이 대표가 설명한 RPA는 AI 초입 단계인 자동화 기술을 말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4차 산업분야의 다양한 기술이 KSTEC의 사업군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는 또 이 대표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국내 최초로 관련 학과가 생긴 숭실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양행에 입사했다. 현대양행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한라그룹의 전신이 현대양행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중동 건설붐이 일었다. 당시 IBM 메인프레임을 써본 사람들이 상한가였다. 건설회사의 중동 전산본부로 회사를 옮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를 했다. 그러다 건설경기가 꺾이면서 귀국했다." 그러다 이 대표는 IBM컴퓨터 전문가로 포스코 계열인 PEC(현 포스코건설)로 옮겨 이번엔 인도네시아로 파견을 갔다. 경력직 과장으로 입사하자마다 출장 명령이 떨어져 다시 짐을 싸야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제철소 시스템을 전수해주는 업무를 맡았었다. 그때 인도네시아는 우리보다 빠르게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웃음). 현지 직원들에게 인니어도 배우고, 주말이면 골프도 참 많이 치러 다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4년 가량 인도네시아 근무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2기, 3기 공장을 짓고 있었다. 광양프로젝트를 하면서 당시 포스코는 AI에도 손을 댔다. 압연제어, 설비진단, 노황진단 등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AI는 필수였다. 그후 포스코는 다양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선진국의 솔루션 등을 들여와 적용시키기 위해 계열사로 포스콘(POSCON)과 포스데이터(POSDATA)를 만들기도 했다. 이 두 회사가 합쳐져 지금의 포스코ICT가 됐다. "포스코에서 전산사업을 다각화하고, 해외의 유명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발굴하러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었다. 당시 경험과 쌓아온 노하우가 오십 가까운 나이에 회사를 설립하는 밑거름이 됐다." 국내 IT 초기 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 40년 가량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이 대표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들을 눈여겨보며 또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2019-08-05 15:23:4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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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중기청서 30년 공직 후 中企로…스마트파워 김종국 대표

'물'로 가동하는 스마트 R3 엔진 핵심 기술 친환경 보일러·에어컨 등으로 비용 확 낮춰 자회사 LED파워 '6만시간 LED'로 시장공략 공무원이 기업인으로 탈바꿈하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공직에서 퇴임한 뒤 벌써 기업만 세 군데를 거치면서 산업계 잔뼈도 굵었다. 스마트파워 대표이사 김종국(사진). 그가 건넨 명함에 새겨진 직함이다. 김종국 대표는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던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30년을 근무한 정통 관료다. 80년대 중반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중기청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금융과장, 정책총괄과장, 경기지방중기청장,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과 정책을 두루 섭렵했다. 그가 퇴직후 과감히 현장으로 달려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며 안착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기청 출신이 중소기업에 뛰어들어 역량을 펼치고 있는 이는 김 대표가 거의 유일하다. 누구나 할 법한 일이지만 쉽게 선택할 수도, 그렇다고 제대로 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중기청 출신이 기업에 나와 멋지게 증시 상장까지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지난 3년여 간 기업에서 쌓은 나의 경험을 살려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김 대표가 이달 1일부터 스마트파워 대표이사직을 시작한 이유다. 앞서 자신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화장품 회사는 시장에 매각하는데 성공했고 '수박소다', '홍삼젤리' 등으로 잘 알려진 바이오회사는 지금도 직함을 갖고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전에 몸을 담았던 두 회사에서 화장품과 소박소다 등을 팔기 위해 전 세계를 뛰어다녔다. 공직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자신이 직접 마케팅과 영업 등 현장을 뛰어다닌 것이다. 그가 세 번째로 도전을 시작한 스마트파워는 스마트 IoT 배전기기, 내진방재 태양광, 환경친화형 IoT 발전기, 복합 IoT 어스에너지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다. LED분야를 영위하고 있는 LED파워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LED파워는 2만 시간인 일반 LED보다 수명이 3배 긴 LE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빛을 안정화시키는 전해콘덴서를 없애는 대신 다른 기술력을 적용, 안정적인 불빛을 6만 시간까지 유지하면서 가격은 그대로 한 것이 LED파워의 LED 핵심 기술이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신제품(NEP) 인증'을 받아 공공조달시장 진출길을 넓혔다. 김 대표는 "제품 개발을 위해 회사가 4년간 10억원을 쏟아부었다. 중소기업이 사활을 걸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면서 "LED 관련 특허만 12개를 갖고 있는데, 127가지 LED 모델을 통해 국내 뿐만 아니라 현재 브라질, 방글라데시 등 해외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스마트파워의 핵심기술은 보일러나 에어컨 등에 쓸 수 있는 '스마트 R3 엔진'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 R3엔진은 물, 땅, 공기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열에너지, 즉 '어스에너지(Earth Energy)'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 엔진을 보일러에 적용하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은 거의 없고, 석유보일러에 비해 비용은 70%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R3엔진을 돌려 보일러의 뜨거운 공기과 에어컨의 찬 공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기 소비는 최소화하는 대신 열원으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 보일러', '물 에어컨'으로도 불린다. 실제 30평형대 단독주택의 경우 겨울철 기름보일러를 가동하면 한 달에 60만원 정도의 기름값이 드는 반면 관련 엔진을 장착한 '물 보일러'는 15만원의 전기 사용료만 내면 된다. 제품 가격(설치비 포함)은 기름보일러의 경우 약 150만원, 물 보일러는 500만원 정도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설치하는 지열보일러보다는 60% 정도 가격이 싸고, 수명은 더 길다. 김 대표는 "스마트 R3엔진이 장착된 보일러, 에어컨 등은 일반주택, 대형빌딩 등 일반 건물 뿐만 아니라 스마트팜, 양식장, 수영장 등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LED파워까지 포함해 81억원 정도였던 회사 매출이 올핸 약 320억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물 보일러'와 같은 기술이 어떻게 가능할까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R3엔진은 스마트파워의 전신인 케이디파워의 기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앞서 케이디파워가 내놨던 제품이 설치된 건물, 스마트팜 등을 통해 충분히 검증됐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1989년 창업한 케이디파워는 업계 최초로 '장영실상'을 3회 수상하고, 공공기관 납품만 4만 여건에 달하는 등 명성을 날리던 회사다. 케이디파워 창업주인 박기주 의장이 현재 스마트파워 회장을 맡으며 김 대표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파워의 기술은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의무화 정책과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 매우 적합한 기술"이라며 "스마트팜이 정착한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IMG::20190616000069.jpg::C::540::스마트파워 임직원들이 경기 김포 공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스마트파워}!]

2019-06-16 11:58:0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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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물·공기 좋은 영월서 '100% 국산 사골곰탕' 승부수, 비제이푸드 김성희 대표

육가공 분야 명성 시아버지 영향받아 대량 생산공장 마련 국산 소, 돼지, 닭 등 활용한 탕류와 각종 헬스푸드도 개발 온라인·TV홈쇼핑 넘어 일본, 동남아등까지 활로개척 모색 【영월(강원)=김승호 기자】 시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한우의 고장인 강원도 영월 주천에서 한우, 한돈을 활용해 사골곰탕 등 국산 가공식품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는 엄마와 아들이 있다. 비제이푸드유한회사(비제이푸드) 김성희 대표와 아들 강동원 과장이다. 비제이푸드가 자리잡고 있는 주천면은 '다하누'로 잘 알려진 국내의 대표적인 한우 명소 중 한 곳이다. 김 대표의 시아버지이자 강 과장의 할아버지인 고 강봉조 회장은 한 때 중소기업계 육가공식품 분야에서 꽤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비제이푸드란 사명은 자연이 키워주는 양질의 국산 식자재를 활용해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의지에서 만든 '베스트 조인(Best Join)이란 영문과 선친의 이름에서 따 왔다. 김 대표가 물 좋고 공기좋은 청정지역인 이곳 주천에 자리를 잡은 것은 무엇보다 비제이푸드의 주력 제품인 사골곰탕, 꼬리곰탕, 삼계탕 등의 주재료, 부재료를 찾기가 수월해서다. 비제이푸드 공장 인근으로는 영월 동강과 만나는 주천강이 흐르고 있다. 김 대표는 "다하누가 워낙 한우로 잘 알려져 있어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가는데다 한돈은 인근 원주에 있는 돼지문화원을 통해 공급받고 있어 주변에 원재료가 풍부하다"면서 "게다가 강원도에서 많이나는 옥수수, 감자, 벌나무 등을 활용해 건강을 위한 '헬스푸드'를 개발할 기회도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주제품인 탕류 외에도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을 위해 지역에 있는 대학들과 공동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산물로 제품을 만들어 농가소득도 높이고, 또 지역의 대학과 산학연을 통해 공동활로를 개척해나가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엔 헬스푸드를 찾는 층이 넓어지고,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비제이푸드의 전공은 뭐니뭐니해도 소, 돼지, 닭 등을 활용한 탕류다. 이들 제품 생산을 위해 비제이푸드는 해썹(HACCP)이라고도 불리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과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ISO22000 인증까지 받았다. 공장은 뼈 핏물제거, 지방 추출, 전통가마솥과 같은 가압추출방식을 활용한 국물 만들기, 자동포장 등의 시스템을 완비해 하루 20톤(t)은 거뜬히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주변 지역에서 이 정도의 설비를 보유한 공장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웃음)"면서 "지난 설에는 '한우 100%' 사골곰탕 5000개 세트가 모두 팔려나가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비제이푸드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썬팜몰을 비롯해 강원도청의 온라인몰 '강원마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썬팜몰'을 찾아도 된다. 특히 썬팜몰은 지역에서 나는 농특산물도 공동 판매해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도라지생강청, 인진쑥환, 느릅나무 유근피환, 헛개나무, 야관문, 취나물, 곤드레, 메밀국수 등이 대표적이다. 7월부터는 100% 국산 재료를 쓴 삼계탕도 본격 선보인다. 김 대표는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뿐만 아니라 찹쌀(강원도 원주), 대추(경북 경산), 깐밤(충남 공주), 마늘(경북 의성), 수삼(경기 안성) 등도 전국 곳곳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팔도 삼계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개발이 끝나 생산에 막 들어간 '유황오리 백숙'도 국내산 한약재 20여 가지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재료는 수급 안정을 위해 농협을 통해 전량 공급받고 있다. 특히 삼계탕은 해외수출을 위한 인증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 대만에 삼계탕 샘플을 보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면서 "좋은 소식이 들리면 우리 기술로 만든 삼계탕이 현지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를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계탕은 오는 7월부터 홈앤쇼핑을, 유황오리백숙은 CJ오쇼핑과 공영홈쇼핑을 통해서도 고객들에게 찾아간다. "기업은 사장과 직원들의 행복도가 같아야 오래갈 수 있다. 특히 지역에 있다보니 회사가 주는 월급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족같은 회사를 만들어 함께 가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 대표가 아들 강 과장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강 과장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해 이론에선 오히려 김 대표보다 밝다. 비제이푸드는 지난 5월8일 어버이날엔 주천면에서 연 경로잔치에 사골곰탕을 기부해 지역 어르신들이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식품가공업을 시작한 것이 시아버지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는 고인의 모습이 생각나 주변의 어르신들께 작은 정성이라도 드리고 싶어서였다.

2019-06-03 11:09:1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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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모빌리티 분야의 에어비앤비' 꿈꾸는 비마이카 조영탁 대표

車 활용 온디맨드社 위한 렌터카 공유서비스 선봬 법인은 투자비용 절감 '장점','노는차' 활용 극대화 차량 구독서비스로 B2C 진출, "車, 소유 아닌 공유" '차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차량공유, 렌터카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에어비앤비를 꿈꾸는 이가 있다. 다양한 차가 필요한 렌터카회사나 보험회사, 차량 이용 서비스 회사 등이 차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 렌터카 고객들이 차를 쓰지 않는 기간 이를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플랫폼을 구축, 현실화시켜나가면서다. 개인이나 기업에게는 차량 소유에 따른 초기 비용을 줄이고, 경제적으론 '노는차'를 최대한 활용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크다. 차량이용·판매·정비서비스 전문회사로 2013년 설립한 벤처기업 비마이카와 조영탁 대표(사진)가 새로 도전장을 던진 분야다. 조 대표는 신한은행, 신한BNP파리바 등을 거친 금융전문가다. 온라인 차량예약서비스를 통해 카셰어링을 하고 광고플랫폼까지 접목시킨 뿅카, 보험사들이 활용하는 보험대차 애플리케이션 렌카(RenCar), 자동차 구입 등을 위한 금융주선과 정비주선을 해주는 '셀앤바이(Sell & Buy) 등이 비마이카의 자회사들이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제도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급변하는 동시에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1년 미만의 단기렌탈을 하는 렌터카 회사만 서울 260곳을 포함해 전국에 1000여 곳이 있다. 쏘카와 그린카 등은 초단기인 시간제 렌탈시장에 뛰어들었다.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를 비롯해 플러스(Poolus) 등은 출퇴근 카풀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타다, 카카오블랙, 우버택시와 같은 차량호출서비스도 있다. 완성차회사인 현대차는 제네시스 새 차를 바꿔탈 수 있는 구독서비스를 별도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가 곳곳에서 등장하며 철옹성처럼 시장을 지키고 있는 택시와 일부 서비스가 충돌하며 사회적 이슈로까지 불거지고 있는 모습이다. 조영탁 대표는 "국내 모빌리티시장은 개인용(11인 이하 승용차량) 80조원, 택시 8조원, 차량을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온디맨드(on-demand) 2조3000억원 등 관련 시장 규모가 약 90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이 가운데 비마이카는 렌터카 회사들을 위한 '렌터카 차량 공유플랫폼'(IMS)을 선보인데 이어 장기렌터카 소비자들의 차량을 다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독형 공유서비스'(CARO)까지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비마이카가 '공유'하는 것은 100% 렌터카이기 때문에 최근 택시업계와 일부 사업자간 충돌 문제도 전혀 없다. "중소형 렌터카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약 18만~20만대 정도인데 회전율이 6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5만대 정도는 그냥 놀고 있다고 봐야한다. 비마이카가 개발한 공유플랫폼인 IMS(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서비스)에 이런 차량을 모아줄테니 (법인)고객들은 필요할 때마다 빌려쓰기만 하면 된다." 조 대표의 설명이다. 시간제로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는 소카나 팻택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중요한 고객들을 위해 갑작스럽게 자동차를 써야하는 법인들이 굳이 차를 사지 않고도 렌터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중고차 사업자들이 서로 공유하는 카정보쉐어링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면서 "운전면허증은 경찰청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결해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 (렌터카)사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앱은 무료로 쓰고, 거래금액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서비스를 위해 비마이카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1100대의 차량을 포함해 가용가능한 차량을 이미 3만5000대 확보했다. 이를 연말까진 약 8만대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비마이카의 궁극적 목표는 렌터카 소비자들의 차량을 다시 양지로 끌어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보유)자동차의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차량 이용)관련 사업자는 투자금액이 적게 들고,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에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비마이카는 당장 이달 말 '구독형 공유서비스'를 선보이면서 B2C시장 진출 포문을 연다. 이런 차원에선 이미 제네시스 구독서비스를 내놓은 현대차와도 '맞장'을 뜨는 셈이다. 구조는 이렇다. 3년 장기 렌터카 고객들은 매달 일정액을 지불한다. 그런데 차를 4개월에 한번씩 바꿔탈 수 있다. 3년간 총 9개 모델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9대는 모두 새 외제차로 포르쉐, 벤츠, BMW 등 모델이 다르다. 조 대표는 "외제차를 정해진 기간 동안 바꿔타면서 쉐어링서비스를 통해 이용료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개인소유의 차량을 P2P 형태로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법인 소유의 렌터카는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다양한 차량에 대한 교환 구독서비스와 차량을 운행하지 않을때 공유하는 서비스를 통해 30대 고객층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05-20 06: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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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현대家 명맥 이은 '요트산업 리더' 현대요트 이철웅 대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운 경일요트산업이 모태 '소나타' 브랜드 요트 생산, ASAN42 요트도 선봬 관용선 제조, 해외 요트 판매, 차터링 서비스 '집중' 요트가 전혀 생소하던 1970년대 중반부터 국산 기술로 요트를 제조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자존심을 지켜오고 있는 현대요트. 최근엔 경기 화성, 경남 통영, 부산 수영, 제주 중문 등에서 일정 비용을 내면 요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70년대 당시 요트는 일반인에겐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요트 설계·제조부터 해외 유명 요트 브랜드 수입판매, 기업이나 일반인 등에게 제공하는 차터링 서비스 등 요트 관련 토털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요트를 이야기하려면 40여 년 전으로 훌쩍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현대요트의 '현대'란 명칭이 아무래도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70~80년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처음 생산했던 파워요트 이름이 '소나타'였다. 당시 74대를 생산해 요트 선진국인 미국, 호주, 일본 등에 수출했다. 국산 요트를 처음으로 수출한 사례다. 파워요트 소타나는 지금도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20대 가량이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요트(사진) 이철웅 대표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가 '소나타'란 이름의 중형세단을 1985년 처음 생산했으니 소나타란 이름이 붙은 요트는 차보다 대선배인 셈이다. 지금도 잊을만 하면 소나타 요트 정비 때문에 국내외에서 문의가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와 '소나타'라니 뭔가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현대요트의 뿌리는 현대그룹에서 찾아야한다. 시기는 1975년이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경일요트산업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만들었다. 해외 출장길에 본 요트가 향후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일요트산업은 이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합병된 후에도 요트사업의 명맥을 유지하다 외부에 매각되면서 현대라이프보트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현대라이프보트에서 사명이 바뀐 에이치엘비가 지금의 현대요트 관계사다. 현대요트가 서울 반포에 운영하고 있는 소형 마리나를 겸한 복합레저문화공간 '더리버' 한쪽에는 'ASAN 42'란 이름의 요트가 정박해있다. 물론 'ASAN(아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호다. '42'는 요트의 길이(피트)를 말한다. "현대정공에서 분사해 전혀 다른 회사가 된 현대라이프보트가 2008년 현대요트를 설립했고, 이듬해 건조한 요트브랜드가 아산42호였다. 당시 만든 두 대 중 2호는 국가에 팔았고, 1호가 바로 이 배다." 이 대표가 '아산42' 1호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요트 관계사인 에이치엘비는 현재 요트 제작을 하지 않고 있다. 기술력이 충분하지만 보트 선진국들과 규모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대신 어업지도선이나 해경 단정 등 관급용으로 쓰는 알루미늄선이나 FRP선 등을 주로 제작, 납품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요트가 요트 제작을 중단한 터라 국내에선 현재 실제로 요트를 만드는 회사는 없는 셈이다. 이 대표는 "요트만 놓고보면 (국가가)자국산업을 보호해 최소한의 수요 시장이 있어야 제조가 가능하다. 그래야 주요 국가들의 요트 브랜드와 경쟁을 해볼 텐데 지금은 전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산요트를 만들던 현대요트가 요트 제조를 접고 독일, 영국 등의 해외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딜러를 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도 언젠가는 국내에 요트 수요가 늘어나고, 관련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현대요트는 요트 대중화를 위해 차터링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트는 자유와 꿈, 희망 등을 상징한다. 비싼 요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요트도 많다. 요트를 갖고 있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특권층도 아니다. 마리나를 곳곳에 짓고 있는 정부도 기업 등 법인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 요트를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줘야 관련 산업이 함께 발전한다"고 전했다. 3억원 이상의 요트에 대해선 중과세를 적용, 취·등록세를 5배 물도록 하는 현행 제도가 요트 대중화와 산업화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지리적 장점에, 주5일 근무로 해양레저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에서 각종 규제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해 갖고 있던 제조 노하우도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게 이 대표를 포함한 업계의 우려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요트는 오는 5월9~12일 경기 일산 킨텍스와 김포 아라마리나 등에서 열리는 '2019 경기국제보트쇼'를 통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요트를 포함한 해양레저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물과 친해질 수 있는 교육이 병행돼야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철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것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 안전에 대한 개념이 바로서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이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관련 산업이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한다." 이 대표가 국산 기술로는 자칫 마지막 건조 역사가 될 지도 모를 'ASAN42'를 바라보며 말했다.

2019-04-29 16:00:53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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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 "국내 시장 좁아 日·싱가포르서 글로벌 공략"

[b]국내 관련 시장 규모 최대 300억 고작, 일본 등에 법인 설립[/b] [b]리포팅 솔루션, 전자문서 개발 솔루션등으로 지속 성장 발판[/b] [b]박 대표, 최근 여성벤처協 회장에 선임돼 2년간 대외활동도[/b] "고객의 성공이 바로 회사의 성공이다. 회사 이름엔 이런 의미가 담겨있다." 'for client success(고객의 성공을 위해)'의 줄임말 FORCS라는 사명은 이렇게 탄생했다. 우리말로는 '포시에스'라고 읽는다. 박미경 대표(사진)는 "외국인들은 우리 회사 이름을 '포스'로 읽더라"라며 웃었다. 힘, 영향력 등의 뜻을 지닌 '포스(force)'도 나쁘진 않다. 포시에스에게는 그만큼 '보이지 않는 힘'도 느껴진다. 포시에스는 코스닥 상장사 중 남편이 끌고, 아내가 미는 대표적인 부부회사라 더욱 그럴 수도 있다. 박 대표보다 7살 연상인 남편 조종민 회장은 경영을 총괄하고, 아내 박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하고 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다. 회사를 세우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박 대표가 프로그래밍을, 조 회장이 영업을 하며 안팎에서 역할을 나눠 맡기도 했다. 박 대표와 조 회장은 함께 다니던 IT회사에서 만나 결혼하고 회사를 설립한 창업 동지다. 그 때가 1995년이다. 당시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외산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파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포시에스도 마찬가지였지만 여기에 더해 리포트를 쉽게 만들어주는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매일 밤을 새면서 작업하니 6개월 만에 제품이 만들어지더라.(웃음)이름은 오즈의 마법사처럼 리포트를 쉽게 만들어준다고해서 '오즈(OZ)'로 지었다." 박 대표의 설명이다. 리포팅·전자문서 소프트웨어 대표기업 포시에스는 이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 후 2년만에 IMF가 찾아왔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포시에스도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 있는 회사들이 빚쟁이에 시달리고, 무너지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다. 박 대표는 "다른 회사들이 문닫는 것을 보면서 사업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빚을 지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때부터 부채 없이 회사를 꾸려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회상했다. 올해로 스무살이 훌쩍 넘은 포시에스가 지금까지 '금융부채 제로(0)'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는 것은 사업 초기의 이같은 간접 경험이 큰 공부가 됐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기보단 어떤 일이 있어도 매출을 올려 임직원들을 먹여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박 대표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것이다. 사업하면서 '죽음의 계곡(데스 밸리)'을 수 차례 마주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포시에스도 마찬가지였다. "3개월 동안 월급을 주지 못한 때가 있었다. 정말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견뎌줬고, 결국 회사도 정상궤도에 올랐다. 그 후엔 단 한 차례도 월급이 밀리는 일이 없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박 대표가 힘들었던 때를 다시 추억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르네상스를 맞았다. 정부의 행정 전산망도 '전자정부'라는 이름으로 여기에 힘을 보탰다. IMF라는 큰 파도를 넘은 포시에스도 그동안 닦은 노하우로 관련 분야에 뛰어들었다. 대법원의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시스템, 국세청의 홈택스 등에도 포시에스의 노하우가 들어갔다. 지금도 전자정부 시스템의 절반 가량은 포시에스의 기술이 쓰인다. 2006년에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난립하면서 외산제품만 취급하던 회사들이 또 다시 줄줄이 무너졌다. 다행히 매출의 절반 가량을 자사 제품으로 채운 포시에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연구개발에 힘쓴 효과가 2009년부터 서서히 나타나더라. ERP(기업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제품 개발부터 영업망, 비용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도 20~30%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포시에스는 2010년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회사를 세운 후 꼭 15년 만의 일이었다. 관련 제품도 꾸준히 진화해 지금은 엔터프라이즈 리포팅 솔루션인 OZ 리포트와 전자문서 개발 솔루션 OZ e-폼,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문서 서비스 e폼사인 등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6월 결산법인인 포시에스는 2017년 당시 12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6월 기준)엔 180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반기 매출이 114억원을 찍으면서 오는 6월까지의 결산 매출이 작년 실적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한국시장에서 추가 성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내다볼 곳은 글로벌 시장이더라. 그래서 일본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현지와 주변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박 대표의 포부다. 한국에서 최대한 매출을 올려봐야 200억~300억원 시장이어서 목전에 바짝 다가선 포시에스가 앞으로 쳐다봐야할 곳은 나라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자 목표다. 포스에스가 현재까지 해외에서 거둔 실적이 미미하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하다.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내성적일 수 밖에 없는 박 대표는 최근 일을 저질렀다. 한국여성벤처협회장으로 2년간의 임기를 본격 시작한 것이다. "여성기업인들은 성장에 대한 열망이나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이는 '기업가정신'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다. 협회가 여성벤처들의 스케일업과 여성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적극 지원해 이같은 단점을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박 대표는 여벤협에서 수석부회장을 4년간 하면서도 회장직까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료 기업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회장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2019-04-01 13:18:28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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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디어크 루카트 쉥커코리아 대표 "물류 선진국 韓서 하늘·바다·철도 배송 기회 넓힐 것"

[b]독일 쉥커, 1997년 한국지사 설립 후 사업영역 넓혀[/b] [b]계약·전시물류, 항공·해상·육로 운송등 B2B에 특화 [/b] [b]2015년 취임 디어크 대표, 작년 2100억 매출 '최고'[/b] [b]한반도 변화, 남→북→중 개통시 물류사에 큰 '기회'[/b] "국가 크기로 본다면 중국과 인도겠지만 이들 나라와 달리 한국은 분명 비즈니스로서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은 하이테크, 정보통신(IT), 제약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특화돼 있어 쉥커의 고품질 운송 서비스와 잘 맞는다. 게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의 큰 흐름은 철도 운송에 많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쉥커에게는 앞으로 큰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디어크 루카트(Dirk Lukat) 쉥커코리아 대표이사(사장)가 보는 한국과 한국 시장의 미래다. IMF 직전인 1997년 국내에 사무실을 연 쉥커코리아. 쉥커코리아는 독일 쉥커(Schenker)의 한국지사로 쉥커는 독일철도주식회사(도이치 반·Deutsche Bahn) 그룹에 속해있는 글로벌 화물 운송 및 물류 서비스회사다. 쉥커는 계약 물류, 전시 물류, 항공 운송, 해상 운송, 육로 운송 등 물류 서비스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어깨를 견주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DHL, 페덱스, UPS 등과 달리 개별 가정에 전달하는 택배서비스가 사업군에 없다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디어크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쉥커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자동차 부품, 항공 부품, 전자제품, 공업재, 헬스케어, 의약품 등 모든 것들을 쉥커가 배송한다. 한국인들이 즐겨마시는 맥주도 쉥커가 들여오고 있다. 일부 자동차 브랜드가 화재사건으로 부품이 긴급하게 필요했을 때도 쉥커가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평창올림픽때 봅슬레이 장비, 방송 기자재 등도 쉥커가 날랐다." 쉥커와 쉥커코리아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부탁에 디어크 대표가 머리를 짜내며 전한 말이다. 5년째 한국생활에 접어들고 있는 디어크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이 궁금했다. "산과 강으로 둘러쌓여있는 서울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동기 부여가 잘 돼 있고 자부심이 강한 한국사람들과 보내는 것이 즐겁다.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해 물었더니 '한국 사람'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 특히 '사람'은 쉥커와 같은 물류회사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코끼리 24만 마리 무게와 맞먹는 130만 t의 화물을 비행기로 나르며 항공 운송 분야에서 '글로벌 TOP 3'을 차지하고 있는 쉥커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없다. 해상 운송 분야에서도 세계 3위지만 선박도 쉥커의 자산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을 적게가져가는 것이 본사의 전략이다. 창고와 트럭 외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행기나 배가 없는 것이 이런 이유다. (항공기 등)운송에 필요한 수단은 모두 파트너사 등을 통해 해결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은 오직 '사람'이다." 디어크 대표가 4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이처럼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 것은 30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물류 업계에 종사한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물류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등 4차 산업혁명과 융합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가운데서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직 '사람'이기 때문이다. 디어크 대표는 "쉥커는 단순히 소포를 전달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전문 인력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온도, 습도, 충격 등에 민감한 값비싼 반도체 장비를 운반할 때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일반트럭이 아닌 특수트럭에도 전문 운전수를 배치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약품을 운송할 때도 배송 물류 전문가 뿐만 아니라 통관이나 규제 등에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제약 관련 국제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쉥커는 '세계 최고 중에 최고가 되자'는 '프리무스(PRIMUS)'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이 지향하는 '성장(Growth)'과 '효율(Efficiency)'을 가능케하는 열정적 '문화(Culture)'를 만드는 것 역시 결국 사람이라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쉥커는 무인트럭을 이용한 운송 서비스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는 상용화 단계다. 디어크 대표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예정된 '북·미 2차 정상회담'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비교적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가 해제되면 한국에서 (북한을 거쳐)중국으로 육상운송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관련 업계에)큰 기회가 될 것이며 철도 운송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쉥커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개방되면 당장 철도와 도로가 깔려야할 텐데 이같은 인프라 사업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쉥커코리아는 지난해 약 2100억원으로 한국 진출 이후 최고 매출을 거뒀다. "한국의 주요 기업 대부분이 자체 물류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2018년 쉥커코리아가 거둔 성장에 대해서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은 부산항과 인천공항과 같은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통관 프로세스도 매우 발전해있는 물류 선진국이다. 게다가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도 맺고 있어 글로벌 물류 허브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해상, 항공 외에 북한을 통해 육송 기회까지 마련되면 기회는 더욱 무궁무진할 것이다. 쉥커코리아가 바라보고 있는 비전도 바로 이것이다."

2019-02-25 05: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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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스카이로드'로 하늘길 안전 지킨다. 아이비리더스 정광천 대표

전 세계 하늘 길을 노리는 국내 혁신형 중소기업이 있다. 비행절차 및 공역설계 프로그램인 '스카이로드(SKYROAD)'를 개발해 5만개에 육박하는 공항을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아이비리더스(IB Leaders)와 정광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비행절차란 승객을 태운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이륙하고 공항을 벗어나 본궤도에 올라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풀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항공기 안전 등을 위해 일정 높이의 하늘을 특정범위로 나눈 것을 공역이라고 한다. 아이비리더스가 국책 과제를 통해 야심차게 만든 스카이로드는 이같은 공항들이 비행절차와 공역을 보다 수월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정광천 대표는 "지금까지는 비행절차 설계 등을 수작업이나 캐드(CAD) 프로그램으로 해야 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설계자가 실수할 경우 오류 가능성이 큰 등 불편함이 많았다"면서 "스카이로드는 국제 규정을 기반으로 계기비행 절차 및 공역 설계, 장애물 제한 표면 설계, 3차원 시뮬레이션 등의 통합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용자는 더욱 편리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엔 저비용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가 다양화되고, 항공레포츠 등의 수요도 확대돼 스카이로드와 같은 프로그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 대표는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갖춘 공항은 국내에 20여 곳, 해외까지 포함하면 약 5만 곳에 달할 정도로 많다"면서 "이같은 항공관제 프로그램은 건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정도여서 대기업보다는 우리와 같은 기술력 갖춘 중소기업들에게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가 2003년 당시 설립한 아이비리더스는 웹 기반의 조직 관리 솔루션이나 e-Biz 통합개발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게 본업이었다. IB PRO#, IB Sheet pro, IB sheet 7 등이 대표 제품들이다. 공공기관, 금융권, 통신사, 건설사 등 2000여 곳이 아이비리더스의 고객이다. 제품의 쓰임새를 이해하기 쉽지 않아 물었더니 정 대표는 "공공기관이나 은행의 전산개발자, 시스템통합(SI) 업무 관련자 등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다 편리하게 개발하고, 사용자환경(UI)에 최적화된 편한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신 버전인 IB Sheet 7의 경우 시스템 개발 시간을 빠르게 단축할 수 있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유지보수도 효율적이어서 비용이 절감되는 등 장점이 많다. 이처럼 주로 B2B 영역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항공 분야에서 관련 프로그램 개발 요청이 들어왔고, 신사업 차원에서 항공관제 영역까지 확장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시장은 크지 않지만 세계 시장은 무한하다. 중소기업 단독으로는 세계 시장 진출이 쉽지 않고, 국토교통부나 공항공사 등과 손잡고 나간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이다." 정 대표의 바람이다.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 에어버스 관계자가 아이비리더스 사무실에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15주년을 맞은 아이비리더스는 전 직원이 베트남 푸꾸옥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정 대표를 비롯해 60명에 가까운 임직원들이 평소에도 가족처럼 지내다보니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자유복장은 기본이고 여러 휴가제도, 생일 및 출산 선물 지급, 골프·낚시·먹방 등 각종 사내 동호회 운영 등 복지제도도 두루 갖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창립한 뒤 16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서 꾸준히 성장도 했다. 순이익이 나면 30%는 성과급으로, 30%는 연구개발에, 나머지는 미래를 위한 준비용으로 유보해 놓고 있다." 정 대표가 보여준 재무제표상 아이비리더스의 2017년 기준 부채비율은 업계 평균인 157%에 한참 못미치는 39%였다. 아이비리더스의 IB는 '이노베이션 비즈니스(Innovation business)'의 약자다. 정 대표와 50명이 훌쩍 넘는 임직원들이 또다시 어떤 '혁신(이노베이션)'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2019-02-20 06: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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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中企 경리업무 혁신 '경리나라' 출시 웹케시 윤완수 대표

"중소기업 경리 담당자 대부분은 각종 금융영수증, 세금영수증, 법인카드 영수증과 전표를 일일이 풀칠해 보관하는 등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있다. 게다가 계좌번호나 금액이 맞는지도 눈으로 꼼꼼하게 살펴봐야해 불편한 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리나라'는 이같은 업무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기업 핀테크 플랫폼 전문회사를 지향하는 웹케시의 윤완수 대표(사진)가 중소기업들을 위한 경리 업무 솔루션 '경리나라'로 시장 추가 공략에 나섰다. 25일엔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하며 숙원하던 코스닥 시장에도 입성한다. 증시 상장은 국내 핀테크 기업으론 처음이다. "경리나라는 개발 단계부터 중소기업에서 경리 업무를 하고 있는 담당자 1000명에게 설문을 조사해 고충과 개선점 등을 사용자 요구에 맞게 반영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서비스는 현재 1만개 기업이 가입했으며 올해엔 2배인 2만개 정도 기업이 회원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 윤 대표의 설명이다. 웹케시는 경리나라의 잠재적 법인 고객수를 약 80만개로 보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52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경리나라는 번거롭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경리 업무를 자동화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경리 담당자는 은행, 카드사, 국세청으로부터 카드 사용 내역이나 현금 영수증, 세금계산서와 같은 증빙 자료를 자동으로 수집해 클릭 한번만으로 매출·매입 자료를 장부에 기재하고 지출결의서를 작성할 수 있다. 또 은행 홈페이지를 매번 방문해 조회나 이체를 할 필요도 없다. 프로그램 자체 내에서 거래처 대금, 급여 지금 등 목적에 따라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 현황과 시재 보고서를 실시간 제공하는 스마트 비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리나라는 클릭 한 번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를 취합해 만들던 엑셀보다 쉽고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관련 보고서는 모바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윤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리 담당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일의 연속성을 걱정하는데 경리나라는 담당이 바뀌어도 한 시간 정도만 배우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경리나라는 가입비나 프로그램 구매 비용이 없이 수수료 방식을 적용해 매달 5만4000원이면 된다. 웹케시는 IMF 직후인 1999년에 탄생했다. 당시 동남은행에 다니던 은행원들이 IMF의 직격탄을 맞아 퇴출돼 만든 회사가 웹케시였고, 먹고 살겠다고 찾은 아이템이 주력 사업이 됐다. 윤 대표 역시 동남은행에서 경영기획을 담당했었다. 그는 "부산대의 7평 남짓한 창업지원센터를 얻어 시작한 것이 회사의 시초가 됐다"면서 "금융망이 새로 열리고, 고객들의 금융거래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면서 웹케시가 그 역할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그것을 '금산'을 봤다고 말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편의점 ATM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웹케시의 서비스 영역은 가상계좌,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기업자금관리 등 B2C와 B2B를 넘나들었다. '핀테크'라는 단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절에 이미 금융과 기술을 접목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 대표는 "경리나라 프로그램 외에 지금은 중견·대기업을 위한 금융 연동 통합 자금관리서비스인 '브랜치'와 공공기관을 위한 서비스 '인하우스뱅크'를 주력상품으로 해 관련 기업들을 회사의 고객으로 모시고 있다"면서 "1월에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해 조만간 '브랜치 베트남'을 선보일 예정이고 이보다 앞서선 일본에선 관련 서비스를 이미 시작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역을 서서히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01-24 13:30:2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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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산업용PDA로 글로벌 '승부수' 포인트모바일 강삼권 대표

"산업용 PDA 시장에서 글로벌 4위인 일본의 파나소닉을 제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5위부터는 무주공산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미국의 제브라, 포춘 100대 기업인 미국의 허니웰, 이탈리아 데이터로직 등 '넘사벽'인 글로벌 기업들이 1위,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산업용 PDA시장에서 일본 회사를 뛰어넘어 4위에 올라서는 꿈을 꾸고 있는 벤처기업인이 있다. 내년엔 기업공개(IPO)도 계획하고 있다. 포인트모바일 강삼권 대표(사진)가 주인공이다. 2006년 설립해 올해 12년째가 된 포인트모바일은 산업용 PDA에 관한한 국내 1위이자 글로벌 반열에 올라선 기업이다. 중국 선전에 생산법인, 홍콩에 물류법인, 일본에 세일즈법인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독일,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에도 판매망을 둔 포인트모바일이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만 56개국, 글로벌 파트너는 153곳에 달한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무려 85~90%수준이다. 스마트폰이 모든 IT기기를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PDA가 어디에 쓰일까 궁금했다. 강삼권 대표는 "물류센터, 택배, 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매장, 도시가스 점검, 도서관, 공항과 면세점 등 바코드나 QR코드가 있는 곳에선 모두 산업용 PDA가 활용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부품의 생산관리, 상품 관리, 재고관리 등 뿐만 아니라 병원에선 환자 이력관리 등에도 산업용 PDA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보니 영화관에서 티켓을 확인하거나 택배기사들이 가정에 택배를 배달할 때도,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손에도 모두 산업용 PDA가 쥐어져있다. 실제 포인트모바일은 한국야쿠르트에 관련 제품 1만대를 납품하기도 했다. 산업용 PDA시장은 스마트폰 출현으로 오히려 성장했다. 스마트폰이 작아지면서 PDA의 소형화를 부추겼고, 스마트폰이 디자인에 신경쓰는 동안 PDA는 더욱 튼튼하고 배터리 교환 등 산업현장에 딱 맞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바코드 등을 읽는 정교하고 빠른 스캐닝 기능까지 발달한 것은 물론이다. 특히 포인트모바일은 설립된 지 3년만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수 많은 담금질을 해 왔다.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은 매우 높았다. 입맛도 다 달랐다. 공장 실사도 자주 나왔다. 엄청나게 혼도 나고, 깨지기도 했다. 여러 회사들의 다양한 요구와 높은 품질 수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우리의 실수는 줄어들고 제품은 좋아지더라.(웃음)" 그러면서 강 대표는 그중에서도 일본 기업이 가장 깐깐하게 대하더라며 뒷얘기까지 들려줬다. 결과적으로 이는 포인트모바일이 성장하는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이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대신 포인트모바일의 브랜드로도 충분히 승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지금은 자체 브랜드가 70%, OEM이 30% 수준으로 최근 몇 년째 자체 비율이 10%씩 올라가고 있다"면서 "자체 브랜드 비중을 9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맷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회사의 보폭은 넓어지고 성장엔 가속도가 붙었다. 2015년 당시 177명 수준이던 한국 본사와 중국 공장의 인원은 올해엔 총 258명까지 늘었다. 영업,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을 주로하는 한국엔 118명, 생산법인이 있는 중국엔 140명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매출도 2015년 당시 363억원에서 지난해엔 42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550억원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코스닥 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축적된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기업용 스마트폰도 구글과 제휴해 현재 판매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재난안전망 진출도 꾀하고 있다. 회사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강 대표가 늘 염두에 두고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직원들이다. 아침엔 빵, 점심·저녁은 회사 쿠폰으로 주변 식당에서 해결, 임직원 생일에 쿠폰 제공, 크리스마스 케익 선물 등 일상적인 것부터 출퇴근 자유제, 직원들 공부를 위한 학원비와 학자금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익의 10%를 인센티브로 나눠주다가 지금은 9%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나머지 1%는 기금을 만들어 좋은 일에 쓰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강 대표와 포인트모바일은 기술도, 제품도, 마인드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돼 가고 있다.

2018-10-25 13:40:25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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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라쉬반 백경수 대표 "라쉬반을 빼면 다 팬티다"

남성용 속옷을 친환경 건강 아이템으로 승화시키면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이 있다. 남성 언더웨어 회사 라쉬반의 백경수 대표(사진)가 주인공이다. '경상도 사나이'인 백 대표는 팬티를 서슴없이 '가리개'라고 부른다. 그는 이 가리개에 건강을 접목해 라쉬반으로 탄생시켰다. 백 대표는 "라쉬반을 빼면 나머지는 다 팬티(웃음)"라면서 "팬티가 가리개 역할만 해선 않된다는 생각에 우린 라쉬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라쉬반엔 어떤 자신감이 숨어있을까.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팬티는 폴리에스테르 등 화학섬유를 쓴다. 라쉬반은 다르다. "항균, 항취, 세균 방지 효과가 있는 유칼립투스에서 추출한 '텐셀'이란 천연소재가 라쉬반 팬티의 주원료다. 텐셀로 만든 팬티는 쿨링 효과가 우수하고 수분조절 기능도 뛰어나 입으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백 대표가 말하는 라쉬반의 장점이다. 물론 화학섬유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축성 때문에 94%의 텐셀을 제외한 나머지 6%는 화학섬유의 힘을 빌었다. "팬티는 '제 2의 피부'로도 불리는데, 만드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이나 그동안 팬티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다. 특히 남성용은 더욱 그랬다. 직장인의 경우 의자에 2시간만 앉아있어도 2도의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는 정자수 감소 등 남성에게는 치명적이다. 이것은 인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팬티이야기를 하면서 인류를 논할 정도로 백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백 대표는 원래 증권맨이었다. 증시가 잘 나가던 1990년대부터 벤처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증권사 영업으로 경력을 다졌다. 그러다 한 기능성팬티 회사의 비전을 보고 직접 투자에 나섰다. 당시 그 회사 이름이 '쉬반'이었다. 그는 증권사를 그만두고 아예 쉬반으로 직장을 옮겼다. 하지만 회사가 결국 문을 닫았고 먹고 살기 위해 증권사에 다시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백 대표는 '팬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나 싶어 문 닫은 회사의 브랜드도 계속 갖고 있었다. 결국 그는 제대로 된 팬티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 증권사를 떠나 아예 회사를 차렸다. 물론 1인 기업이었다. 그 때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때까지 기존 팬티는 디자인에만 집중했었다. 연구개발(R&D)을 하면서 당시 본사와 가까운 부산의 한 대학 체육학과 학생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하기도 했다. 의학계에서도 팬티를 연구한 사례가 없어 답을 찾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13조각으로 이뤄진 팬티 한장을 만들기 위한 세계 최초의 3D 특허를 비롯해 4건의 국내 특허, 2건의 실용신안, 해외 16개국(EU 포함)에서의 특허는 이같은 집념이 만들어낸 성과다. 브랜드도 기존 '쉬반'에 영어의 'The'와 같은 의미의 불어 'La'를 붙여 '라쉬반'으로 재탄생시켰다. 2009년 당시 1인 기업에서 시작해 2013년에서야 제대로 된 법인 형태를 갖춘 라쉬반은 지난해에만 1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경쟁사들로부터 견제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백 대표는 "경쟁회사인 '좋은 사람들'이 최근 우리 특허를 도용하는 일이 발생했다. 변호사와 함께 특허침해 심판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내나 해외나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결국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분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을 추가 공략하면서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에선 초반 공략이 쉽지 않아 아예 현지의 대형 유통사와 손잡고 브랜드·기술 로열티만 받고 브랜드를 알리고, 차근차근 시장을 넓혀가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은 중국, 일본 등에서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의류시험연구원을 통해 시험한 결과, 라쉬반은 1장당 70회 정도 세탁을 하면 팬티로서의 제기능을 다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라쉬반 팬티 4장이면 1년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팬티 회사 사장인 그가 말하는 팬티 사용팁이다. "라쉬반엔 남성의 건강뿐 아니라 인류의 건강까지 지킬 수 있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자신하는 백 대표. 혼자 만든 회사가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어느새 훌쩍 성장해 올해 210억원, 내년 280억원, 2020년 370억원 등을 바라볼 정도의 규모가 됐다.

2018-10-19 05: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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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3일4석610'의 비전 실천하는 대호테크 정영화 대표

'3일4석610, 181530….' 광학제조장비, 전자제품 생산용 정보통신(IT) 장비, 산업용 로봇 장비 등을 제조·판매하는 대호테크의 정영화 대표(사진)는 회사 비전을 이렇게 숫자로 설명하길 좋아한다. '3일4석610'은 '고졸실습 사원이 서른 살에 1억원을 벌고, 마흔 살까지는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예순 살에는 현금 10억원을 모아 기술 유목민이 되게하자'는 정 대표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구미전자공고 출신인 정 대표는 고 3때 실습 나웠던 회사에 취업해 17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외국계였던 회사는 노사 분규 때문에 결국 한국에서 철수했고 졸지에 실업자가 돼야 했다. 당시 친구와 500만원씩을 모아 주택가 지하에서 창업한 것이 사업가로서 그의 첫 발걸음이었다. 실업계 출신이었고, 배고픈 시절을 수 없이 겪은 자신이었기에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하며 회사 임직원들을 위한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정 대표 자신의 처지였던 것처럼 흙수저인 직원들을 금수저로 만드는 것을 그의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같아선 대학 졸업 후 서른 전에 취업이라도 하면 훌륭한 출발이다. 또 월급쟁이가 자식들 교육시키다보면 저축은 커녕 빚만 안지면 다행이다. 서른에 현금 1억, 예순에 10억을 모은 후 배운 기술을 갖고 전 세계로 기술 지도를 하러다니는 기술 유목민을 만든다면 그보다 더한 복지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정 대표가 말했다. 대호테크는 전문학사부터 박사까지 직원들 학비 전액을 지원해준다. 많은 직원들이 이 혜택을 톡톡히 누리면서 학사, 석사, 박사에 도전했고 또 하고 있다. 회사 수익의 10%는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수익의 1%는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원칙이다. 성과급의 경우 절반은 순수한 성과를 기준으로, 나머지 절반은 근속연수, 경력, 결혼 여부, 나이 등을 감안해 준다. 기술개발 성과가 없어도 과정이나 노력 기여 등을 참작해 소외되는 임직원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도 특징이다. 성과급과 별도로 특허 등을 내면 '직무발명보상제도'를 통해 포상한다. 2015~2016년에만 이를 통해 총 30억원의 보상금을 나눠줬다. 정 대표의 명함엔 직책이 대표이사도 사장이 아닌 '運轉者(운전자) 정영화'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그는 회사 설립 초창기에도 대표나 사장이란 말이 어색해 사용하지 않고 명함에 '부장'이란 글씨를 새겨서 영업을 다니기도 했다. 정 대표는 "회사에 공원이란 직책으로 처음 입사했을 당시를 생각해보면 마치 예전에 양반, 상놈하면서 신분이 나눠진 것 처럼 '공원'과 '사원'간에도 신분차이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회사가 성장하고도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세상에 적합한 직책'으로 운전자를 생각해 이 명칭을 25년째 쓰고 있다"면서 "택시 운전자를 만나면 운전자로 친구가되고, 기계 장비 운전도 운전자, 회사를 운전하는 것 역시 운전자가 되니 딱 맞는 직함인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대호테크는 최신 스마트폰 앞뒤의 유리를 곡면으로 만들어주는 '곡면 스마트폰용 유리성형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정평이 나 있는 회사다. 2017년에는 '7천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월드클래스 300'기업에도 선정됐다. "남들이 만들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부르면 (시장)값이 된다. 이를 토대로 올해(2018년)엔 (계열사를 포함한)매출 15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에 도전하고 있다." '181530'이란 이런 대호테크의 올해 목표한 실적을 의미하는 숫자다. 실제로 한 대에 2억원 정도씩하는 곡면 스마트폰용 유리성형기는 대당 영업이익률이 30~40%에 달할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매출 가운데 90% 가량은 해외에서 거둘 정도로 이미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도 올라섰다. 정 대표는 108세까지 살다가 물구나무를 서서 죽는 것이 꿈이다. 어찌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꿈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절 보조장치'를 이용해 108배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물구나무서기로 마무리한다. "물구나무를 설 수 없으면 기업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게 내 생각이다. 건강에도 물구나무가 그리 좋을 수 없다. 매일 매일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물구나무서기는 하루 하루 전쟁을 치러야는 기업가로서 정 대표의 마음가짐이자 리더로서 자신에 대한 주문인 셈이다.

2018-10-09 11:50:0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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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한무경 여경協회장 "北 여성 창업 돕는 센터 구상 중"

"여건만 된다면 협회 차원에서 북한 여성들에게 창업교육을 할 수 있는 지원센터를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평양에 가서 보니 북한이 경제발전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북한의 경우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아이템이 많고 땅과 노동력도 풍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경영 노하우와 자본을 접목시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재가 풀리면 가장 먼저 활성화될 개성공단엔 여성기업인을 위한 전용공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은 난생 처음 평양을 다녀와서 마음이 더욱 바빠졌다. 한 회장은 지난달 18~20일 평양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위한 특별수행원에 포함됐다. 17명의 경제인 중 여성기업인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한 회장 뿐이었다. 그가 보고 온 평양과 북한은 생각했던 것 또 들었던 것과 같기도, 그리고 다르기도 했다. 듣던대로 가부장적이었던 북한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 시절처럼 여성이 애도 키워야하고 살림도 해야하고 남자들처럼 일도 해야했다. 또 오랜기간 교육과 시스템 등이 다르다보니 남과 북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차이도 크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같은 다름과 차이 때문에 한 회장 자신과 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가 남과 북의 화해무드 사이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닭았다. "여성 기업은 남성 기업보다 규모가 작고, 수출보다는 내수에 치중하는 업종이 많다. (대북제재 등이 해제되면)많은 여성기업이 북에 진출해 북한의 생필품 수준을 개선하는 등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이 달랐던 남과 북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방면의 교류가 최선이다. 이런 차원에서 여성기업인들의 역할이 상당히 기대된다." 여경협이 여성기업에 대한 창업보육, 정보 및 자료제공, 교육·연수, 수출 등을 종합적으로 돕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의 평양분소, 개성분소를 이젠 조금씩 꿈꿔볼 수 있게 된 셈이다. 한 회장이 2016년 초 협회장을 맡은 뒤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판로개척'이다 "여성기업들의 제일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바로 '판매'다. 우리나라는 뭐든지 네트워크로 이뤄져있어 여성들이 이 네트워크에서 밀리면 더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여성기업이 더 타격을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여성기업이 만든 제품을 여경협 회원사인 여성들이 직접 인증해주는 브랜드 '여움'을 만들고, 공영홈쇼핑을 통해 보다 많은 여성기업이 제품을 팔 수 있도록 발판을 다진 것도 한 회장 자신이 사업하면서 겪은 아픈 경험을 후배 기업인들이 더 이상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여성기업과 전문인력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협회가 직접 만든 '여성기업 일자리허브' 역시 매주 150~160건의 구인·구직정보가 쌓이고 사람이 모이는 등 구축 1년여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 회장은 "개인 기업에게 (정부 예산을)N분의 1씩 나눠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꾸린 여성기업 일자리허브가 미래지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한 회장은 올해를 끝으로 협회장직 바통을 넘겨줘야한다. 평양에서 가져온 생각대로 북한 여성들을 위한 창업교육지원센터를 만드는 것도 '먼 구상'으로 둘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때문이다. "(임기가)2년은 좀 짧은 것 같고 3년은 좀 긴 느낌이다. 회사를 너무 오래 비워놨다. 미련없이 떠날 것이다." 물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적지 않다. 한 회장은 소회를 묻는 말엔 "여성기업전용 인터넷은행이 생기길 바랐다. 사업하다보면 매달 월급날이 돌아오고 어떤 때는 현금 흐름이 막힐 수 밖에 없다. 이럴땐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다. 여성기업들에게 긴급한 자금을 빌려주고받는 인터넷은행이 있었으면 좋겠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계획했고 간절히 원했지만 이젠 후배 기업인들에게 숙제로 남겨줄 수 밖에 없게 됐다. 58년생인 한 회장은 한 때 교수를 꿈꿨다. 당시론 신생학문인 문헌정보학을 선택한 것도 교수가 되기 쉽다는 주변의 권유에서였다. 하지만 일을 벌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를 세상은 대학 강단보단 치열한 사업의 세계로 이끌었다. IMF 직후 남자들도 뛰어들기 쉽지 않은 자동차 부품회사를 직접 차렸다. 어느새 자신은 교수가 아닌 효림산업을 포함해 4곳의 회사와 총 1500명 가량의 임직원을 거느리는 기업인이 돼 있었다. 한 회장과 여경협은 오는 5~6일엔 동고동락했던 여성경제인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여성CEO 경영연수'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연다.

2018-10-03 09:32:2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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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세번째 책 '사랑은…' 펴낸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나와 창업한 뒤 10개월이 되고나니 세 살된 아들이 백혈병에 걸렸다. 둘째를 임신했던 아내는 그 충격으로 6개월된 아이를 유산했다. 그러다 아내는 폐결핵에 걸려 중환자실에 누웠다. 생존확률은 많아야 10%. 아내 나이 스물일곱, 그의 나이 서른살 때의 일이다. 이번엔 병마가 그를 찾아왔다. 위암이었다. 결국 위의 절반을 도려냈다. 2년 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그의 가족이 겪은 일이다. 자신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자신이 죽으면 온 가족이 죽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살아야한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어느새 30년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까마득한 시간이다. 이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완쾌된 아이는 버젓한 성년이 돼 장가를 갔다. 아내와 그 역시 병을 이겨냈다. 2년후면 벌써 대중교통을 무료로 탈 나이가 된 그는 지금도 암벽등반과 릿지등반 등을 하며 휴일을 보낸다. 대학시절 산악부 후배였던 아내와 즐겨하는 것은 등산이다. 여의시스템 대표이면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를 이끌고 있는 성명기 회장(사진)의 인생이야기다. 성 회장은 최근 산문집 '사랑은 행동이다'를 펴냈다. '도전'(2008년), '열정'(2014년)에 이어 벌써 세번째 책으로 이번엔 '사랑'이야기다. "책 제목이 당초엔 '죽음과의 입맞춤'이었다. 공학도가 어휘력과 글솜씨가 부족한데 어쩌다보니 주변의 권유에 못이겨 또다시 책을 내게 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 제목을 그리 지었다. 책 표지는 아내와 환갑기념으로 다녀온 설악산 사진으로 꾸몄다.(웃음)" 과연 책 겉면엔 웅장한 설악산의 모습을 뒤로하고 성 회장이 세상을 모두 가진 듯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성 회장이 또다시 책을 쓰게 된 것은 '헬조선'으로도 불리는 곳에 사는 청년들을 위해서다. 자신을 포함해 가족이 모두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고, 결국 모든 것을 이기고 '도전'에 성공한 이야기가 이 땅의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박한 생각 때문이다. 성 회장은 "취업포기, 주택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이 절망에 빠져있느냐"면서 "하지만 도전과 열정만 있으면 불가능은 없다.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을 내 자신의 모범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고 말했다. 수 차례 전쟁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늘 공포의 대상이 됐던 아버지, 다섯 자식을 키우면서도 거지에게 밥을 나눠줬던 마음 따뜻했던 어머니, 동생의 대학 진학 때문에 결국 학업을 포기해야했던 큰 누나, 그리고 결혼 후 자신과 가족이 겪은 고통 등 드라마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성 회장은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래서 그는 'I've never met a strong person with an easy past.(평범한 과거를 보낸 사람 중에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을 주문처럼 한다. '사랑'과 '감사'도 성 회장이 이번 책을 통해 반드시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북한산에서 등반을 하다 수직절벽에서 미끄러지고 있는 산꾼을 만났다. 그의 손을 잡으면 자칫 나도 큰 일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었다. 팔을 잡고 끌어당겼고, 미끄러졌던 그는 다행히 안전망에 걸려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고나서 그 사람에게 가장 먼저 들은 말은 '에이, ○○'이었다." 성 회장이 당시를 기억하며 기가 막힌 듯 말했다. 고맙다는 인사말은 커녕 자존심이 상한다고 '상소리'를 한 그런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 "미국의 긴급구조 TV 프로그램을 보면 구조원과 평생 친구가 되는 미담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생일이나 결혼식에 초대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감사할 줄 모르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성 회장은 어린 시절엔 시골집의 화장실을 혼자 가지 못할 정도로 겁이 많고 내성적 성격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진공관 라디오를 만들던 공대생 외삼촌을 보면서 공학도의 꿈을 꿨지만 고교 1학년땐 같은 반 60명 중 성적이 53등이었다. 뒤에 7명이 야구부 친구들이었다. 고교 3학년 시절 악착같이 공부해 연대 전자공학과에 합격했지만 1학년 때는 F학점만 6개를 받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만 나올 뿐이다. "대학 졸업후 대기업인 대우그룹에 입사했지만 내 꿈인 창업을 위해 중소기업 방위산업체 연구소로 회사를 옮겼다. 연봉보다 꿈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나서 아내의 반대를 뿌리치고 여의도의 1.5평 공간에서 창업을 했다. 1983년의 일이다." 성 회장의 회사명이 여의시스템인 이유도 첫 창업을 서울 여의도에서 했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2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여의시스템은 지난해 358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엔 지난해 올린 연간 이익을 넘어서기도 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6대 이노비즈협회장을 한 차례 맡은 뒤 우여곡절끝에 작년부터 임기 2년의 협회장직을 다시 하면서 주로 밖으로 나돌고 있지만 이같은 회사의 성장도 그에겐 마냥 감사할 따름이다. 6대 회장 시절엔 '따뜻한 이노비즈', 8대에 와선 '혁신 그리고 따뜻한 동행'을 강조하면서 협회장을 하고 있는 성 회장.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가 이끄는 이노비즈협회도, 창업한 지 올해로 꼭 35년째가 된 여의시스템도 미래를 위해 순항중이다.

2018-10-01 05: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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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표면처리 30년 외길, 항공기 부품 가공 코텍 최주원 대표

【사천(경남)=김승호 기자】 "글로벌 항공기 시장은 520조원(2014년)에서 720조원(2023년)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민수, 방산 등을 다 합쳐도 현재 고작 5조원 수준 밖에 되질 않는다. 항공산업은 임가공이 대부분이고 자동화가 불가능해 인건비가 절대적이지만 임금이 비싼 우린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항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 정책도 의문스럽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항공기 부품 표면처리회사인 코텍 최주원 대표(사진)가 안타까운 마음을 어쩌지 못해 기자에게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면서 전한 말이다. 1989년 설립해 30년간 표면처리 외길을 걸어온 코텍은 현재 사천과 경남 창원에 총 3개의 공장을 운영하며 방산, 우주항공, 자동차, IT 관련 부품의 표면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항공기 부품을 주로 가공하는 사천공장은 보잉과 에어버스 등의 일부 모델 날개에 들어가는 제품을 도금, 특수도금 등의 기술을 적용, 표면처리해 조립회사로 넘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항공기 날개와 그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다루는 공장이라 규모가 어마어마했고 누가봐도 비행기 날개인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코텍이 1개월에 처리하는 부품 갯수만 약 4만2000개"라면서 "이 정도가 항공기 날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으니 항공기 전체적으론 몇개의 제품이 들어가는지는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웃음)"이라고 귀뜸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453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의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의 항공기 완제품 제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항공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민항기, 군용기, 그리고 항공 부품 등을 포함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단가 싸움'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서다. 최 대표는 "에어버스나 보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항공기의 50% 가량을 소비하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제조에 들어갈 준비에 착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벌써부터 에어버스나 보잉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신형 비행기에 대해 제조원가를 40% 가량 낮추려하고 있고 이는 우리같은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항공기 제조 메이저 업체들은 단가 인하를 위해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에 물량을 발주하거나 아예 합작법인을 설립,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 중국,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또 기술력에 강점을 갖고 있는 나라별로 전문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다. 비행기 동체를 가볍게 만드는 특수플라스틱이나 배터리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이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세계 항공기 시장의 물량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우리에겐 배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낙수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특히 한국은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설계하면 이것을 받아 가공만하는 등 '기술'은 없고 '가공'만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상당수의 나라들이 목매고 있는 항공산업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시장이 일천하고 기업들도 작은데다 기술력을 위한 연구개발(R&D)도 쉽지 않고 정부 정책은 비전이 없어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다. 그는 이런 현실이 하도 답답해 정부 관계자에게 항공산업단지 활용도 제고, 투자자금 장기저리 대출 등의 건의를 했더니 "산업간 형평성 때문에 항공산업만 지원을 하기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줬다. 이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최 대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은 이제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글로벌 시장은 우리 직원들이 행복하게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다. 국가 정책은 희망이 없으니 우리라도 해외에서 살아 남아야한다는 절박한 심정 뿐"이라고 강조했다.

2018-09-17 14:13:05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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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유비무환'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 경한코리아 이준형 부사장

【창원(경남)=김승호 기자】'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해라.' 자동차 변속기의 핵심 부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경남 창원에 있는 경한코리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기아차 2차 협력사인 경한코리아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07년 미국 수출을 계기로 해외영업 TF팀을 꾸려 일찌감치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굴지의 국내 완성차 회사가 올해 처음으로 판매계획을 줄이는 등 시장 침체속에서도 이 회사가 2013~2017년 사이 5년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31.5%를 기록하며 급성장한 배경엔 바로 1984년 당시 회사의 전신인 경한정밀을 창업한 이상연 사장의 선견지명 때문이다. 지금은 이 대표의 아들인 이준형 부사장(사진)이 해외부문을 총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러는사이 경한코리아는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1차 협력사라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했고 독일 ZF, 미국 EATON, DANA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와도 거래선을 확보했다. 완성차회사인 FORD와 GM에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경남 창원 본사에서 만난 경한코리아 이준형 부사장은 "한국의 자동차 경기만 좋지 않은 것 같다. 해외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경한코리아는 올해 360억원 매출 가운데 55% 가량을 해외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328억원 매출 가운데 41% 가량을 수출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글로벌화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경한코리아는 스틸 원소재를 선삭해 제품을 만드는 CNC 자동선반만 305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국내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큰 규모다. 25년전에 10대로 시작했으니 강산이 두번 반 변하는 사이 제품 생산량도, 거래처도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트랜스미션이나 엔진 부품은 상당한 청정도가 요구된다. 바이어들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청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도체 회사 규모의 청정 테스트룸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이 부사장이 설명했다. 또 공장 한쪽엔 지역 스포츠센터 규모와 맞먹는 배드민턴장, 탁구장, 당구장과 심지어 스크린골프장도 마련돼 있어 직원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도 눈에 띈다. 스포츠시설은 급이 낮은 직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이 부사장은 "제품, 품질, 경영에 관한 지식 정보 DB를 구축해 회사의 비전에 맞는 계획과 고객의 요구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이를 통해 2025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IMG::20180909000096.jpg::C::540::경한코리아 이준형 부사장이 경남 창원 본사 공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김승호 기자}!]

2018-09-09 14:49:04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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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기술력 하나로 콘택트렌즈 80% 수출, 드림콘 김영규 대표

【양산(경남)=김승호 기자】아큐브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틈새를 비집고 기술력 하나로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의 강소기업이 있다. 드림콘이 주인공이다. 국내의 경우 이들 글로벌 브랜드가 콘택트렌즈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독과점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현실에서 경남 양산에 있는 드림콘은 세계 최초로 소프트 콘택트렌즈 모든 제품에 대해 2010년 당시 '유효기간 7년' 인증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같은 기술력으로 지금은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중국, 태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40여 국에 소프트 콘택트렌즈, 미용 콘택트렌즈 등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03억원의 매출 가운데 80% 가량을 해외에 수출했다. 2015년엔 '10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2007년 설립돼 이제 막 열살이 넘은 기업으로선 쉽사리 거둘 수 없는 성과다. 양산 본사에서 만난 김영규 드림콘 대표(사진)는 "밀봉포장한 뒤 공장에서 출고한 기존 소프트 콘택트렌즈는 유효기간이 통상 1~3년이 대부분이다. 이 기간동안 팔리지 않으면 제품을 회수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큰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유효기간 7년'은 이런 차원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다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드림콘은 컬러렌즈 모든 제품에 대해 특허받은 플루시어 공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 역시 남다른 기술력이다. 콘택트렌즈 제조 과정에선 요철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림콘의 플루시어 공법은 렌즈에 요철이 없이 매끄러워 착용감이 편안한 것이 장점이다. 코팅된 색소를 렌즈층 사이에 삽입하기 때문에 색소가 직접 눈에 닿지 않아 안전하다. "종교 때문에 얼굴을 가려야 하는 이슬람권 여성의 경우 눈이 유일한 미용 포인트다. 이 때문에 컬러 콘택트렌즈를 많이 찾는다. 올해 안에 자동화 생산시스템까지 갖추면 글로벌 시장을 추가 공략할 수 있는 생산능력도 갖추게 돼 글로벌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년내 '2000만불 수출탑'이 목표다." '꿈의 콘택트렌즈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드림콘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의 포부다. 회사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직원들과 전 세계 160여개에 달하는 바이어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김 대표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마음'이다. "직원들에 대한 가장 중요한 복지가 대표의 마음가짐 아니겠느냐. 난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말한다(웃음). 또, 한번 인연을 맺은 바이어들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 초청행사 등을 통해 마음과 마음으로 교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들이 드림콘의 '꿈'을 함께 이뤄나갈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IMG::20180909000065.jpg::C::540::드림콘 김영규 대표가 연구실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2018-09-09 14:46:28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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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도매꾹' 운영 지앤지커머스 모영일 대표, 블록체인서 '미래' 찾는다

온라인 도매시장 '도매꾹'을 운영하고 있는 지앤지커머스(G&G COMMERCE)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측면버튼기반광고플랫폼'을 통해서다.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대표(사진)는 "삼성전자 등이 출시한 최신 휴대폰 왼쪽엔 '빅스비'라는 버튼이 있다. 사용자가 빅스비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화면 곳곳에 사용자에 최적화된 광고가 노출된다. 회사는 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 광고를 보는 사용자는 그만큼 포인트를 쌓아 향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모은 포인트로 2년마다 휴대폰을 새로 바꿀 수도 있다"면서 "측면버튼기반광고플랫폼 구축을 위해 관련 특허도 이미 등록을 해 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플랫폼이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광고비를 내는 광고주의 돈을 광고대행사, 콘텐츠제공사, 단말기제조사, 사용자, 플랫폼운영사 등으로 원활하게 배분하기 위해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광고주들이 광고를 하고, 이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글로벌 사용자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현금보다 국경을 손쉽게 넘나들 수 있는 암호화폐가 필수다. 모 대표는 "현금을 거래소에서 CAN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로 환전한다. CAN은 포인트처럼 쓸 수 있는 내부 토큰 SEE와도 호환된다"며 "우리가 개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캔버시(CANVASEE)로 이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광고주가 중앙은행 역할을 하면서 광고비(현금)로 유동성을 공급하면 이 현금이 공신력 있는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CAN)와 내부 토큰(SEE)이 오가면서 생태계 참여자들 모두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탄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모 대표는 관련 사업 진출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싱가포르에서 상장을 통해 제도적 한계를 차근차근 극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기술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을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2001년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도매꾹이 국내 온라인 B2B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반을 다졌지만 모 대표가 이처럼 전혀 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비단 4차 산업혁명이 보여주고 있는 청사진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도매시장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도 그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모 대표는 "업계 1위라고 하는 도매꾹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지난해 약 1500억원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전체 도매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음성적인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몰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세금을 고스란히 내면서 먹고 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부가세, 소득세 등을 아끼기 위해 따로 만나 현금을 주고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도매꾹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양성화를 시키려고해도 한계가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등의 여파로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도 도매꾹과 같은 온라인 도매상의 추가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의류 등 오프라인 매장들이 특히 문을 많이 닫고 있다. 사업 초기 B2C시장을 선점한 인터넷 업체들을 피해 관련 사업에 뛰어들 당시만해도 도매시장이 굉장히 큰 줄 알았다. 하지만 직거래 때문에 양성화엔 한계가 있고,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추가 성장이 갈수록 쉽지 않은 환경이다." 회원들이 온라인 도매거래를 할 때마다 도매꾹이 받는 6%의 수수료는 뻔하다. 창업 후 해마다 20%씩 성장했던 매출도 올해엔 10% 정도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쯤에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모 대표는 "2년 정도 착실히 준비를 하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플랫폼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향후엔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구글이 우리 플랫폼의 고객이 돼 협력 상대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2018-08-27 06:00:00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