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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코너 > 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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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휴넷 조영탁 대표 "우리 경쟁자는 MS·구글"

"휴넷의 경쟁자는 교육기업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바로 우리의 경쟁자다." 교육기업 1세대이자 '행복전도사'로 잘 알려진 조영탁 휴넷 대표(사진)의 말이다. 휴넷이 교육(Education)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에듀테크(EDUTECH) 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당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 콘텐츠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시켜 전에 없던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럴 경우 효과는 극대화되고 대중성도 크게 확대된다. 교육의 경계가 무너져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데, 휴넷이 그 길목에 서 있는 셈이다. "에듀테크로 교육혁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휴넷의 꿈이다. 우리가 하버드MBA를 안가고도 그것보다 양질의 교육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꿈을 꿀 수 있는 것도 바로 에듀테크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전도사와 함께 이젠 'IT전도사'까지 된 조 대표의 말이다. 휴넷이 2020년까지 개발을 목표하고 있는 '아바타MBA'가 대표적이다. "아바타MBA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인사관리, 재무관리, 전략 등을 순서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가장 필요로하는 분야를 먼저 교육한다. '챗봇 코칭'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콘텐츠를 하버드MBA보다 훨씬 저렴한 몇 십만원이면 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등으로도 가능하다. 특히 수 많은 사람이 동시에 MBA를 수강할 수도 있다." 3000여 년간 이어온 인류의 오프라인 교육이 이러닝의 파괴력으로 환경이 급변했다면 에듀테크는 이러닝보다 수십배, 수백배의 파괴력으로 교육시장을 급변시킬 것으로 조 대표는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300명에 가까운 휴넷 임직원 중에서 100명 가량을 IT 전문인력으로 채웠고, 이 비중을 점점 더 올려 2020년께면 목표하는 전체 500명의 직원 중 절반 정도를 IT 전문가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킹세종프로젝트'도 에듀테크를 접목한 것이다. 그는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든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라면서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해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 활용범위는 매우 넓을 것"이라고 전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도 휴넷이 한참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휴넷은 최근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에서 퇴직한 전문인력들이 중소기업에서 다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시니어 전문가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기업에 들어가서 퇴직하기까지 축적한 그들의 지식, 경험, 노하우 등 사회적 자산을 썩히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사람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게임러닝, 플립러닝, 마이크로러닝 등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가장 교육효과가 큰 것은 교육이 아닌 업무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인 만큼, 휴넷이 만드는 다양한 플랫폼이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체 교육담당자, 전문 산업 강사, 오프라인 교육업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휴넷의 정형·비정형 온라인 과정들을 쓸 수 있도록 열어두고, 이들이 다시 오프라인 공간에서 토론, 실험 등을 통해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플립러닝'의 핵심이다. 휴넷은 현재 '와플'이라는 플립러닝 앱을 선보이고 있다.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이같은 도전을 하고 혁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999년 휴넷을 창업해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 조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는 신념에서다. 조 대표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없애고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회사에도 이익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것이 휴넷이 추구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다"고 말했다. 또 주주보단 고객 행복을, 고객보다는 가까이 있는 직원의 행복을 우선 챙기겠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초엔 조 대표를 포함한 직원 264명이 모두 중국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벌써 전직원 해외워크숍만 5년째다. "HRD(인적자원개발)는 말 그대로 기업이 사람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되고 나아가선 국가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우린 무형자산과 지식에 대해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HRD 산업을 키워나가는 것이 휴넷의 미션이자 목표다. 궁극적으론 '글로벌 1위 교육기업'이 우리의 최종 목적지다."

2018-08-13 06: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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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네트워크업계의 '이단아'로 변신한 쏠렉 조정현 대표

방문판매시장에서 20년이 훌쩍 넘는 기간 잔뼈가 굵었던 '달인'이 다단계로도 불리는 네트워크 업계의 이단아가 돼 돌아왔다. 평생을 몸 담았던 회사에선 '법인장의 무덤'으로 불리던 중국 베이징 법인장을 다년간 맡으며 보란듯이 현지 시장 공략에 성공, 본궤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에서 돌아와선 자신의 진두지휘 아래 화장품(리앤케이)을 처음으로 론칭, 시장에 안착시키기도 했다. 지도에 없는 길을 하나씩 개척한 것이다. 그러다 친정으로 여겼던 회사가 매각되면서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또다른 세계에서 도전을 시작했다. 웅진코웨이 중국법인장, 코스메틱법인장, 웅진화장품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네트워크 회사 쏠렉을 총괄하고 있는 조정현 대표이사(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상장사인 에스디생명공학이 출자한 종합 유통 플랫폼 법인 쏠렉은 현재 명품 클러치백으로 유명한 '주디스리버'의 라이센스를 활용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식음료,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주디스리버 화장품은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대전점에도 입점해 오프라인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네트워크 기업이 수수료가 비싼 일반 백화점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청정기, 청소기, 수소수기 등은 렌탈도 하고 있다. 이 역시 업계에선 첫 시도다. "네트워크 사업에 뛰어든 회원들의 소득은 일반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초기엔 더욱 그렇다. 이번 달 수당이 많았다고해서 다음달 수입이 같으리란 법도 없다. 렌탈은 이들 사업자에게 기본급을 만들어주기 위한 툴(tool)이다. 렌탈실적이 쌓이면 꾸준히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과거의 노력을 통해 미래의 수당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정현 대표의 말이다. 국내 1위의 방판기업에 들어가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뀔 만큼의 시간을 보내며 렌탈 비즈니스 노하우를 쌓아온 그의 입장에선 어쩌면 자연스러운 접근이다. 새로운 시도는 비단 이것들 뿐만 아니다. 조 대표는 "다단계에 대해 10명 중 7명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관련 비즈니스의 원조이자 글로벌 1위인 미국계 A기업이 만든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A회사는 유통소득의 68%를 상위 1%미만의 사업자에게 돌려준다. 나머지 99% 가량이 20~30%의 수입을 나눠먹는 구조다. 먼저 시작해 선점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리딩 기업이 고착화시킨 것이다"며 꼬집었다. 이렇다보니 처음 발을 들여놨다 실패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에이전트라는 이름으로 팀원과 함께 회사를 옮겨다니며 승급수당만 빼먹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팀장급인 에이전트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 대표는 "수익 배분을 좀더 공평하게하고, 질좋고 다양한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회사를 문닫지 않고 존속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렇기 위해선 회사의 브랜드파워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남는 것 없는 백화점에 화장품을 입점한 것도 이런 이유다. 쏠렉은 일정 소득 이상을 버는 사업자가 기부해 만든 재원으로 신규사업자를 돕는 제도가 있다. 주급 250만원 이상이 5%의 소득을 기부하는 식이다. 이렇게 마련된 돈은 목표소득에 미치지 못한 새 사업자를 3개월 가량 보조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사업시작시 구입해야하는 초도물량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36개월 무이자 혜택도 준다. 물론 이자비용은 회사가 고스란히 떠앉는다. 일반 네트워크 기업이 과도하게 지불하는 승급수당도 최고 3000만원까지가 한도다. 상대적으로 많이 남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만 집중하지 않고 각종 생필품을 판매하는 회원전용의 온라인몰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당을 노리고 팀원들을 이끌고 이리저리 찾아가는 에이전트는 우리회사엔 필요없다. 더 많은 수당을 받기 위해 제품 사재기를 할 이유도 없다.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네트워크 사업인데 복마전이 된 것 같아 안타까워 이런 제도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업계에 뛰어든 1년내기 신참을 '이단아'로 부르는 것도 조 대표의 이같은 새로운 도전 때문이다. 그렇다고 1년간의 성과가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4월 설립한 쏠렉은 첫 해 1만5000명의 사업자 회원을 확보했다. 기적같은 일이다. 현재까지 총 누적회원만 2만4000명에 달한다. 외형도 커졌다. 첫 해 250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올해 35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상반기에만 170억원 가량을 찍었다. "수익 배분 방식이 공평하지 못했던 기존 회사들은 리더들만 좋은 일을 시켰다. 보다 공정한 보상플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원인 동시에 소비의 주체인 사업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그 소비의 일부는 사업자들에게 보상으로 돌아간다. 세일즈에도 공식이 있다. 이를 통해 성공의 공식, 노하우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이 일을 시작한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쏠렉 회원 100만명'을 꿈꾸고 있다. 해외는 국내서 월 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뒤에나 쳐다보기로 했다.

2018-07-23 06: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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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3D 공간 정보의 유튜브' 꿈꾸는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

어릴때부터 컴퓨터를 갖고 놀기 좋아하던 건축학도는 결국 컴퓨터로 밥 벌어 먹는 일에 승부수를 걸었다. 자신보다 잘 하는 건축가가 많아 이것만으론 승산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유명한 건축가가 되기위해 겪어야하는 시련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건축을 아예 포기하진 않았다. 더욱 자신 있었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건축에 접목시켜 사이버상에서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기 위한 꿈을 하나씩, 하나씩 실현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유튜브는 모든 사람이 영상을 올리면 전 세계인이 이를 공유하고 활용한다. 유튜브가 그랬듯 우리는 집단지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세계 최초·최대의 '가상화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우리 플랫폼에선 건축물 등 지구상에 있는 모든 공간 정보들을 3차원(3D)으로 올릴 수 있고 또 이들 데이터를 내려받아 AR(증강현실) 또는 VR(가상현실) 등으로 마음껏 활용할 수도 있다. 공간 정보에 관한한 글로벌 최고의 가상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다." '3D 공간 정보의 유튜브'.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사진)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어반베이스의 '가상화 플랫폼'이 전 세계 공간 정보의 '보고(寶庫)'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2차원 평면이 아닌 3D 입체로 말이다. 어반베이스는 건축물의 평면도를 단 몇 초만에 3차원으로 바꿀 수 있는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이 어반베이스의 핵심이다. 하 대표는 "일반적인 도면에 그린 것을 3D로 바꾸는데는 2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전국 아파트 단지의 70%에 달하는 약 451만 가구의 평면도를 3D 데이터로 가공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나 가구전문점 일룸 등의 매장에서 어반베이스의 3D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면적과 색깔 등에 어울리는 냉장고, 세탁기, 가구 등을 3D 화면을 보면서 골라볼 수 있다. 어반베이스닷컴 홈페이지에는 전국 아파트 451만 가구의 3D 데이터가 고스란히 올라가 있어 온라인 상에서 집꾸미기를 하는 등 활용도가 다양하다. 어반베이스가 만든 알고리즘과 딥러닝을 이용한 기술은 이처럼 실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재난 등 안전분야에서도 폭넓게 쓰일 수 있다. 실제 하 대표는 2014년 봄 세월호 사고가 났을 당시 잠수부들이 구조에 애를 먹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물속에 잠긴 배의 모습을 3D로 만들어 구조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 대표가 친구와 회사를 차리기 바로 직전이었다. "인터넷 사이트들을 뒤져 세월호 도면을 구해 이를 3D 정보로 바꿨다. 과거에 발생한 대형 사고들을 상기할 때 AR 또는 VR로 공간정보를 접할 수만 있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적인 일엔 어반베이스가 갖고 있는 기술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제공할 계획이다." 어반베이스는 올 가을께는 건축가나 디자이너 등을 위한 새로운 버전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젊은 회사 어반베이스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 발짝 더 나아가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사회적인 대세라면 회사도 이를 반영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주 40시간 근무를 도입해 개인의 자율성을 높인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여기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구성원들이 이를 악용하지 않고 약속한 것을 지키면 성공한 것이다." 하 대표의 말이다. 마침 어반베이스는 11일로 꼭 창립 4주년을 맞는다. 걸음마를 한창 시작한 어반베이스는 올해 '터닝포인트'를 위해 이렇게 달릴 준비를 마쳤다.

2018-06-11 06:3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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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창업주와 공무원 출신 사장의 콜라보 '엘리사코이'

기업인과 공무원 출신의 콜라보레이션(협력)이 재미있다. 화장품 제조회사 엘리샤코이 이야기다. '엘리샤(Elisha)'는 '신, 수호자'라는 뜻이며 코이는 Creation Of Youth의 앞글자를 따서 두 단어를 조합했다. 엘리샤코이는 '젊음을 창조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젊음을 되찾는 피부의 수호신'이 엘리샤코이가 지향하는 바다. 김훈 대표가 엘리샤코이를 설립한 것은 2004년이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엘리샤코이'라는 브랜드를 본격 론칭한 것은 그로부터 3년후였다. 바로 그 해 엘리샤코이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 첫 수출을 시작, 6개월 동안 70만개 가량의 비비크림을 판매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13년의 시간이 훌쩍 흐른 지난해 엘리샤코이는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40%가 넘는 30억원은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수출은 1년전에 비해 무려 세 배가 늘었다. 엘리샤코이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나라만도 지금은 미국,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 15개국에 달한다. 화장품 하나로 글로벌 강소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다. 엘리샤코이가 성장가도를 달려가는사이 김 대표는 김종국 사장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김 사장은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과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중기청(현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 출신이다. 중기청내 과장급 이상 퇴직자 가운데 중소기업에 직접 뛰어들어 경영을 하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나이는 57년생인 김 사장이 75년생인 김 대표보다 18살 위다. 큰형 또는 삼촌뻘이 되는 셈이다.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김 사장님을 만났다. 회사가 추가로 커 나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대표의 말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기업으로 온 김 사장도 물을 만났다. 주로 책상에 앉아 중소기업 정책을 만들고 기업들에 도움을 주는 일을 했지만 치열한 현장 경험은 그도 처음이다. 김 사장은 "예전부터 마케팅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런지 적성에 딱 맞는다. 김훈 대표는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등 주로 큰 시장을 맡고 있다. 나는 동남아 등을 책임지고 있다. 김훈 대표가 어려운 곳만 나에게 시킨 것 같다"며 크게 웃었다. 김종국 사장은 얼마전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 현지 TV홈쇼핑을 통해 엘시샤코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그는 "준비했던 물량을 방송에서 모두 팔았다. (한국으로)돌아오자마자 추가 주문이 들어왔다"며 또 웃었다. 공무원 시절 누구보다도 열정을 갖고 일하기로 정평이 났던 그였던터라 회사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공무원땐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직접 발로 뛰고, 노력한 만큼 희열도 맛보니 그로선 충분히 신이 날 법도 하다. 김 사장이 이처럼 현장에 있다보니 30년 세월을 바쳐 일했던 중기청 시절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을 돕는 정부 정책이 너무 많다. 그런데 수백가지 정책 중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막상 몇개 되지 않더라. 게다가 기업은 여러가지 처방을 필요로하는데 정부 정책은 또 그렇지 못하다. (현장과)맞지 않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자기를 진단할 수 있는 능력도, 사람도 없다. (정부와 중소기업간)괴리가 너무 크다." 김 사장의 말이다. IT기업에서의 직장생활과 10년 넘게 기업을 이끌어온 40대 김 대표와 중소기업 정책에 잔뼈가 굵은 60대 김 사장은 이렇게 엘리샤코이를 함께 키워가고 있다. 마침 좋은 소식도 들린다. 이대로라면 올해 세자리수 매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훈 대표는 "지난해 미국 드러그스토어인 CVS에도 우리 제품이 입점했다. 최근엔 사드(THAAD)로 힘들었던 중국에서 큰 계약을 따냈다. 5월부터는 중국에 수분라인과 골드라인을 중심으로 추가 수출을 하게 됐다. 동남아시아도 최근 뚫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추가 공략을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엘리샤코이 제품의 차별점도 궁금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의 제품들은 보습이 좋은 대신 번들거림이 없는 게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화장품 성분에서 정제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이 정제수를 쓴다. 그러나 엘리샤코이는 정제수가 아닌 '유스워터'라고 불리는 원료를 사용한다. 유스워터는 정제수에 비해 보습, 항균, 피부개선 등의 효과가 뛰어나고, 이게 바로 우리 화장품만이 갖고 있는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2018-04-02 07: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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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듀오백'으로 신사업·해외 공략 박차, 디비케이 정관영 대표

"의자는 하루 종일 몸과 붙어 있을 정도로 우리 신체와 가장 가까운 존재다. 의자는 한 때 소비자들이 책상을 사면 따라오는 소모품 정도로 인식했었다. 하지만 의자는 건강을 위해서도 침대만큼 중요한 가구다." 웬만한 국민이면 다 아는 의자 브랜드 '듀오백'을 생산하고 있는 디비케이 정관영 대표(사진)가 말하는 '의자'다. 한국에선 유독 의자가 관심 밖에 있고, 이 때문에 제값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의자전문 회사 대표로서도 답답할 노릇이다. 정 대표는 "책상 등은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지만 의자는 한 제품을 개발하는데만 5억에서 10억원정도를 투자해야한다"는 말로 의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987년 당시 '주식회사 해정산업'으로 출발했던 디비케이는 2002년 말부터 '듀오백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후 다시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듀오백'은 국민 의자 브랜드로 생각될 정도로 인지도가 엄청났다. 물론 지금도 일반인들 사이에선 듀오백이 적지 않은 브랜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같은 이름값을 바탕으로 추가 도약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최근 설립한 자회사 '라이트오피스'와 '스페이스랩'이 대표적이다. "라이트오피스는 말 그대로 가성비가 높은 가구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해 스타트업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품질이 좋은 가구를 저렴하게 구입해 사용하고 또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생산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경쟁력도 충분하다." 라이트오피스는 의자전문회사인 디비케이가 종합사무가구회사로 탈바꿈하는데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 라이트오피스와 함께 출범한 스페이스랩은 공간컨설팅과 기업의 가구 구입 예산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의 가구를 구매대행해주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진출한 헬스케어 전문샵 '리얼컴포트'도 재정비를 통해 내년부터는 가맹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리얼컴포트는 최근 고양 스타필드에 추가 매장을 내기도 하면서 입소문이 점점 늘고 있다.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26개였던 매장을 20개 초반으로 줄였다. 내년엔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프랜차이즈 박람회 참가 등을 통해 점주를 모집, 시장을 선점해나갈 것이다." 특히 리얼컴포트는 본사가 제품의 100%를 우선 지원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다. 점주는 임대료만 내면 된다. 소비자가 리얼컴포트 매장에서 일정 가격 이상을 구입하면 무이자 할부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정 대표는 "초기부담이 없도록 매장 인테리어도 브랜드 컨셉트만 잡아주고 점주가 직접 업체를 선정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가능하면 보증금을 제외하고 1억원 미만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내에서의 B2B시장 추가 공략과 해외시장 확대도 꾀하고 있다. 그는 "수출이 늘어 전체 매출의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년엔 수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기존에 듀오백 의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미주 시장 등을 넘어 현지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수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일정 시점이 되면 해외에 생산공장을 짓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B2C 시장은 인구가 줄고 경쟁도 심화되면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공공조달시장과 다양한 신제품 등을 통해 B2B도 공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비케이는 최근 3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의자 신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하고, 신규 사업도 벌리다보니 생긴 결과다. 하지만 올해엔 3·4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했고, 연간으로도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씨를 뿌렸으니 수확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기존 '듀오백' 브랜드를 어떻게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골몰하고 있다. "브랜드력을 결집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자회사들이 독자적인 이름을 쓰기보단 하나의 통일된 브랜드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민의 성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다."

2017-12-04 07: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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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국산 커피머신으로 세계시장 노크하는 '동구' 박원찬 회장

【성남(경기)=김승호 기자】가장 한국적인 커피머신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서울 마포의 열평 남짓 사무실에서 아크릴을 직접 깎아 제품을 만들던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사위의 초라한 작업실을 쳐다보던 장인어른은 혀를 찼다. 특히 일반에게는 생소했던 커피머신을, 그것도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한국 기업이 버티면서 경쟁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28년이 훌쩍 지났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매출 300억원을 넘볼 수 있는 규모가 됐다. 열평 사무실은 경기 성남에 터를 잡고 제법 큰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자신을 포함해 두 명이던 회사 식구는 98명이 됐다. 동구 박원찬 회장(사진) 이야기다. "최근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개인과 커피전문점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젠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이탈리아 등의 유명 커피머신 브랜드와 경쟁할 차례다." 박 회장의 포부다. 일반인들에겐 동구라는 회사이름이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동구에서 만드는 커피머신은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웬만한 음식점들이 갖다 놓고 식사 손님들이 커피 한잔을 손쉽게 즐길수 있도록 고안한 커피머신 '티타임'이 대표적이다. 티타임은 200만 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커피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 알만한 에스프레소머신 '베누스타'도 동구 제품이다. "수입 에스프레소머신은 한 대에 1500만~3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동구의 제품은 500만~700만원에 팔린다. 우리 제품 값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수입회사들이 가격을 내리더라.(웃음)" 싸다고해서 품질이 그만큼 낮은 것도 아니다. 커피머신에 들어가는 570여 개 부품 중 두 세가지를 빼고는 모두 국산화에 성공하며 선진국 커피머신 기술력의 95% 가량을 따라잡았다. 박 회장은 "외국산 제품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A/S다. 부품 단가도 비쌀 뿐만 아니라 고장나면 적게는 보름에서 한 달이 걸리기 일쑤다. 하지만 동구의 제품은 하루, 또는 이튿날이면 A/S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의 서비스센터는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만 22곳, 전국적으론 70개나 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1년 6개월의 산고끝에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원두커피머신 '로제타'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매장별 통합관리가 가능한 획기적인 제품이다. 로제타엔 휴대폰인 '갤럭시3' 수준의 CPU(중앙처리장치)가 장착돼 있다는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커피머신과 IoT(사물인터넷)의 결합이다. "인도네시아 등 땅덩이가 넓은 나라에선 이 기능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많은 커피를 파는 전문매장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중앙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구는 내년 상반기에 이를 응용한 고사양의 가정용 프리미엄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박 회장은 요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꿈을 매일 꾸고 있다. 2013년에 '300만불 수출탑'을 받았고, 제품을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29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아직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 수출은 현재 동구 매출액(2016년 280억원)이 약 15% 정도다. "제조하는 사람이 국가에 기여하는 길은 '수출'이라고 생각한다. 내년부턴 무궁무진한 해외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가전전시회인 미국 CES에도 당장 내년에 제품을 들고 나가 당당히 선보일 계획이다. 커피머신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가 갖고 있는 커피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커피는 품종이 좋은 것을 써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덜 볶은 것이 좋다. 태운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 (에스프레소의 경우)그다음은 압력과 온도가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박 회장이 살짝 공개한 인스턴트 커피의 배합 공식은 일반적으로 커피:프림:설탕 비율이 2:5:5다. 자신은 초창기 이 공식을 깨 더 맛있는 커피 배합을 찾기 위해 큰 바스켓에 커피를 타 마신양만 셀수 없을 정도로 많았단다. 그래서 지금은 하루 열잔 정도만 마시고 있다.

2017-11-20 07: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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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최명주 펙사(사우디 국부펀드 자회사) 대표 "韓, 사우디 원전 수주 압도적으로 유리"

-"'꿈의 도시' 네옴, 차별화 포인트 확실히 해야" 최명주 포스코 E&C 사우디아라비아(POSCO E&C Saudi Arabia·PECSA, 이하 펙사) 대표는 "앞으로 사우디가 건설할 예정인 원전 2기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이 기술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지난 27일 메트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원전 건설로 가장 중요한 효율과 안정성 측면이 입증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주 '한·사우디 비전 2030위원회'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사우디가 건설할 예정인 원전과 신도시 개발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수주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펙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이하 PIF)의 자회사다. 지난해 1월 PIF가 발주 또는 펀딩하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분율은 PIF와 포스코 건설이 6 대 4다. PIF의 지분율이 더 높지만 기술 노하우 전수를 조건으로 3년 임기의 첫 CEO 자리를 포스코건설 부사장이었던 최 대표가 맡았다. ◆ 韓, 사우디 원전 수주 유리한 위치 사우디는 국가 원자력에너지 사업으로 오는 2030년까지 2.8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2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200억 달러(한화 20조원) 안팎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우디의 장기적인 목표치가 13GW 규모임을 감안하면 100조원 이상의 원전 수출 시장이 열린 셈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6일 사우디 정부에 원전 건설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그간 탈 원전 방침에 원전 수출에도 우려가 컸지만 이번 정부의 강력한 의사 표명에 국내 기업들도 이제야 수주전에 참여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섰다는 분위기다. 경쟁자로는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기술 수준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우위에 있다. 중동지역에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같은 중동 지역인 아부다비 원전 선설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며 "이와 함게 운영과 관련한 노하우나 기술 전수 등 위닝(winning) 포인트를 잘 내세운다면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2009년 UAE에서 원전 4기를 수주했으며, 1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네옴', 차별화 포인트 확실히 해야"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발표한 신도시 '네옴' 개발 프로젝트도 한국의 '중동 특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네옴은 북서부 홍해 연안에 서울의 44배인 2만6000㎢ 규모로 지어지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5000억 달러, 한화로 약 565조가 투입될 예정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규모가 아니다. 재생에너지만 쓰며, 사람보다 로봇이 많은 최첨단 스마트 시티가 청사진이다. 기존 사우디의 신도시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야말로 '꿈의 신도시'다. 30년 전과는 달리 사우디의 기대치와 수준이 모두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한다. 최 대표는 "일각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같이 꿈을 꿀 수 있는 분야별 최고의 기업들만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하라는 것이 사우디의 입장"이라며 "한국 기업들 역시 단순히 건설 측면이 아니라 장점을 최대한 내세운 종합 솔루션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건설 환경이 30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당시 건설 인력으로 한국인 노동자를 모두 데려가면서 기술적인 수준은 물론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높아진 인건비에 1조원 규모의 사업에도 한국인 인력은 30명이 채 안된다. 이전과 같이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밀어붙이기식 공사는 사고날 확률만 높아진다. 최 대표는 "공사 비용 측면에서는 중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만큼 한국 기업들은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는지 차별화 포인트를 말해야 한다"며 "펙사 역시 건설·시공 뿐만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금융과 운영까지 종합해결책을 제시하는 비즈니즈 플랫폼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저유가로 사우디의 신도시 프로젝트가 줄줄이 보류되면서 이번 역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그는 "그간의 모든 신도시 건설 등을 모두 보류하고 긴축 재정 하에서 장기 계획을 세운 것이 네옴 프로젝트가 포함된 '비전 2030'이다. 이번엔 왕세자가 직접 핵심성과지표(KPI)를 정해놓고 계획대로 실천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대표는 대구상고 졸업과 함께 한국은행에 입사했으며, 이후 서울대 경제학 석사, 옥스퍼드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 등을 취득한 실력파로 세계은행 국제금융국 컨설턴트와 교보증권 대표이사, GK 파트너스 대표이사 등을 거친 금융시장 전문가다. 포스코기술투자 대표와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맡으며 펙사 설립의 총괄업무를 담당했다.

2017-10-30 16:59: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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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동탑산업훈장 수상 박재규 선익시스템 대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향한 '선익시스템' 박재규 대표이사의 외길인생이 결실을 맺었다. 일본 T사가 독점하던 6GH 대형 증착장비(FMM Cluster Type)의 국산화를 일궈낸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것. 기업 실적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안정성·수익성·성장성 삼박자를 고루 갖춘 기업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28일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재규 선익시스템 대표는 "2005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의 다음 단계는 OLED라는 게 정설이었지만 LCD 시장이 생각보다 길게 호황을 누렸다"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OLED 시장이 올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R&D(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자는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제8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으며 결실을 맺었다. 디스플레이의 날은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이 100억달러를 돌파한 2006년 10월을 기념해 해마다 열리고 있다. 박 대표가 훈장으로 인정받은 성과는 일본 T사가 독점하고 있던 6GH OLED 디스플레이 양산용 대형 증착장비 분야의 국산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에 대형 증착기 공급업체 중 실제 양산 경험을 보유한 회사는 전 세계에서 일본 T사와 선익시스템 단 2개사 뿐이다. 박 대표는 "실제 해당 제품에 대한 개발은 2013년에 이뤄져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다만 고객사의 OLED 투자시기가 늦춰져 양산이 늦은 것"이라며 "선익시스템은 2000년 초반부터 OLED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타사와 비교해 기술력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선익시스템의 기술력은 글로벌 톱티어(Top-tier·최정상) 디스플레이 제조 회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인정받아 굳건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선익시스템 전체 매출의 약 60%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나왔다. 내달 LG디스플레이가 구글의 픽셀폰에 공급할 OLED 패널 생산이 올해 새로 증설된 구미사업장(E5)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OLED 시장 성장세는 선익시스템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패널업체의 설비투자 계획 등이 선익시스템의 영업환경, 수익성,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2016년 국내 매출비중은 58.42%, 중화권 매출비중은 22.93%, 북미·유럽 매출 비중은 18.65%였으나, 2017년 반기에는 국내 매출비중 28.01%, 중화권 매출비중 63.41%, 북미·유럽 매출 비중 8.58%로 중화권 매출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중국 시장의 러브콜은 이어지고 있다. 선익시스템은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Yungu(Gu'an) Technology Co., Ltd)와 32억원 규모의 OLED 증착장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선익시스템의 2017년 매출액은 대폭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선익시스템이 2018년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한다면 주가는 7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선익시스템 주가는 2만원대다. 독점적인 기술력은 단가 경쟁력으로 작용해 높은 자본창출력을 기록하고 있다. 선익시스템의 지난해 자기자본수익률(ROE)은 72.5%에 달한다. 이는 국내 OLED 부품사인 T사, S사 등과 비교했을 때 약 50%포인트(p) 가량 높다. 선익시스템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97%나 증가하는 고속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됐다. 올해는 매출 안정성을 증명해 굳건한 OLED 생산 장비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추정치를 공개한 3개 증권사의 선익시스템 2017년 예상 매출액은 1705억원, 영업이익 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6%, 40.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 대표는 "OLED 장비 업체 경쟁력은 OLED 패널 제조업체가 요구하는 특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적시에 생산하는 능력"이라면서 "선익시스템은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연구소 및 연구개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제품 개발 단계에서 LG디스플레이, 중화권 업체 등의 요구사항 등에 발맞춘 연구를 통해 기술 확보 및 시장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09-28 16:25:12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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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 "경력을 개발하라. 가치를 높여라" 전용화·강정대 HR컨설팅 대표

서울시 강남 한복판에 '사람 잡는 사냥꾼'이 산다. 바로 '헤드헌터'들이다. 이들은 전문 분야에서 십수년 쌓은 경력을 무기삼아 시장조사, 자체 정보망 등을 통해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해 주는 일을 한다. 헤드헌터 직업은 192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월가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던 당시 기업 회생을 위해 유능한 외부 경영자를 찾아 투입하는 시도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채용 시장과 이직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면서 헤드헌팅 시장이 확대됐다. 최근엔 금융·정보기술(IT)·제약·마케팅 기업 전 분야로 헤드헌팅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헤트헌터들이 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헤드헌터들이 일자리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간에서 잘 연결하면서 시장을 만들고 양측의 미스매칭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드헌터 대표를 만났다. 요즘은 능력만큼 인정받고 싶어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에 힘쓰는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경력관리 이직 등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 진단을 듣고 싶어서였다. 전용화(56)·강정대(49) 대표는 각자 금융과 외식업에서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정년 이후의 삶이 불확실한 기업 환경을 뛰쳐나온 두 사람은 2007년 입사한 헤드헌터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금융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사람이 많이 필요했어요. 개인적으로 사람을 소개하다 보니, 한 선배가 '아예 직업으로 삼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죠." 21일 역삼동 HR컨설팅 회의실에서 만난 전 대표는 "이 일은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스스로 만든 결과로 수수료를 받는데다, 회사와 구직자 모두에 도움 된다는 보람도 있다"며 웃었다. 강 대표는 스스로 제2의 직업을 찾다가 헤드헌터의 매력에 빠졌다. 첫 회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헤드헌터 회사를 오너와 직원 관계로 운영하는 방식을 깨고, 파트너와 사무실을 공유하며 성과를 각자 가져가게 하자'고 뜻을 모았다. 세계 경제위기로 식량을 구하기 힘들어진 2008년 12월 방배동에서 17명의 사냥꾼이 모였다. "각 분야별로 10년 넘는 경력자들이 모였죠. 당연히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었죠.업계 인맥은 물론 업(業)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어요." 강 대표의 웃음 뒤에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그의 첫 헤드헌팅 대상은 자신이 그만 둔 직장의 본인 자리였다. "헤드헌터를 시작하고 일주일 됐는데, 전 직장 후임 채용이 2차 까지 진행됐다는 겁니다. 내가 못 할 이유가 있나 싶어서, 제가 추천한 사람을 채용하게 만들었죠. 아마 대한민국에 이런 사례는 없을 겁니다(웃음)." 이같은 실력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헌터들은 삼성·LG·SK·CJ를 비롯한 14개 기업 계열사와 거대 금융기관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소비재 유통과 정보기술(IT), 외국계와 중공업 등 세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도 잔뼈가 굵은 사냥꾼들이 큐피드의 화살을 쏘고 있다. 수수료는 연봉에 따라 15%~30% 수준을 받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연봉보다 '삶의 질'이 우선 이들의 하루는 '애기살' 깎기에 가깝다. 빠르고 강한 활이지만, 덧붙인 살 때문에 상대가 쐈는지를 눈치채기 힘들다. "아침에 출근해서 고객사의 추천 후보자 이력서 정리하고, 인력 포털 확인과 사람 소개 부탁으로 하루가 다 가요." 전 대표는 연결보다 중요한 과정으로 '탐색'을 강조했다. 살을 날리기 전에는 어디서 누구를 찾을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이력서도 읽고 사람도 만나야 화살촉이 예리해진다. 구직자와 회사의 불일치를 깎아내는 과정이 길지만, 쏠 때는 순식간이다. 이때 사냥꾼은 긴장한다. 누가 쏜 화살이 먼저 박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강 대표가 상대보다 늦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큰 고객사는 대부분 저희 같은 업체 5곳 정도를 이용합니다. 단 1분만 이력서가 늦어도 검토 대상에서 멀어지기 쉽지요." 긴장의 연속이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재미도 있다. "대형 증권사가 저에게 오더를 줬습니다. 외국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분 중 훌륭한 인재를 찾아달라고." 전 대표가 잊어버린 과녁 한가운데를 떠올리듯 고개를 젖힌다. "수소문 끝에 도쿄에 계신 한국인 연락을 받았습니다. 귀국해서 자리 잡고 싶다고요." 당시 그가 일본에서 받은 연봉은 우리 돈으로 2억5000만원이었다. "한국에서 아무리 일을 잘해야 7000~8000만원 받거든요." 연봉 줄이는 헤드헌팅의 원인은 삶의 질에 있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였어요. 가족들이 한국에 오라고 난리가 난 상황이었죠." ◆"최소 3년 다니고 관심분야 공부를" 길어진 수명에 비해 짧은 정년도 헤드헌팅 수요를 늘리는 원인이다. 두 사람은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해 필요한 경력관리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전 대표는 "임원을 목표로 한다면, 회사 안에서 경력 개발을 해야 한다"면서도 "본인의 상품 가치를 높이려면 적당한 시기에 한두 번씩 이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너무 많이 움직이는 '메뚜기'가 되면 전체 경력이 망가지니, 적어도 한 회사에서 3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옮기려는 회사 입장에서 지원자의 적응력을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도 "입사 1년 안 된 분이 전화하면 '더 참으라'고 말한다"며 "기존 조직과 자신의 색깔이 달라 못살겠어도, 그것을 참아내야 내공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이직이 잦으면 시장에서 '지구력 낮은 사람'으로 평가돼, 이력서가 화려해도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실도 강조했다. 50세 이후 전직을 위한 조건은 관심 분야 공부다. 강 대표는 기업인이 교수가 된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에 계시던 분이 석박사를 마치고 명예퇴직 하셨는데, 준비가 돼 있다보니 지금 세브란스 행정부원장겸 교수입니다." ◆이직하는 이유를 확실히 따져라 전 대표는 "제 친구는 40대 중반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목수로 활동한다"며 "이처럼 회사에 있을 때 자신만의 무기 하나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우지 말고, 요리처럼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 생각하다가는 노루도 맷돼지도 떠난다. 이들은 "경력 개발 자문을 미리 구해서 지침으로 삼으라"고 입을 모았다. 헤드헌터가 분석한 가능성과 한계를 토대로 학력 보완 등을 자문받으면, 이직이나 전직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이직하려는 이유'다. 전 대표는 "내가 편하고 대우받는 것만이 이직의 조건이라면, 그런 회사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조건만 가지고 이직을 판단하지 마세요. 그 회사에 어떤 비전이 있는가, 자기 발전에 얼마나 부합되느냐가 판단 기준이어야 합니다."

2017-09-25 15:24:32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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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창립 50주년 전 '매출 천억·증시 상장' 노리는 조용준 동구바이오 대표

'그러나 된다.' 선대 회장의 가르침이다. 동구바이오제약 조용준 대표(사진)는 아버지가 전해준 '확신'을 늘 믿는다. 조 대표는 창업주 조동섭 회장이 작고한 이후 2005년 말부터 회사의 바통을 본격적으로 이어받았다. 경영학과 출신이 제약회사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청출어람'이 됐다. 아버지가 제약회사를 만들어 기초를 다졌다면 아들은 여기에 바이오, 화장품 등의 사업을 보태며 번듯한 '토털 헬스케어 회사'로 성장시켜나가고 있다. 2015년 80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7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엔 1030억원으로 '천억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오는 2020년이면 창사 50주년이 되는 동구바이오제약이 부자지간의 합작품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 시장은 국내가 20조, 세계는 1000조원 시장이다. 제약분야 경쟁력과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 화장품, 바이오 디바이스 등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시장을 창조해 세계 시장에 도전해 나갈 것이다." 하반기 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를 목표하고 있는 조 대표의 일성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1970년 창립 이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정장제 기술 등을 통해 비뇨기과 처방 10위권, 8년간 피부과 처방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제약업계에선 정평이 나 있다. 조 대표는 기능성 화장품에 의약품의 전문적인 치료개념을 접목한 '코스메슈티컬'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진단-예방-치료-관리를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피부과 1위의 기술력과 세계 최초 줄기세포 추출키트를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출시한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셀블룸'이다. 낮과 밤의 피부 바이오 리듬이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 낮에는 피부 장벽을 보호하고, 밤에는 피부 세포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3D 줄기세포 배양액과 범부채꽃 및 용과 등 천연추출물을 함유하고 있는 이 제품은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주름개선, 미백, 보습강화 등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론칭 이후 5개월만인 올해 상반기에는 제품 선정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면세점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금은 중국, 동남아 등 대형 유통 채널로의 진출도 협의하고 있다. "기업 경영은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 자전거는 그 자체로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바퀴를 돌려 속도를 내야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페달을 밟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앞서 세계 최초로 지방유래 줄기세포 추출키트인 '스마트엑스(SmartX)'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환자의 지방을 흡입하고 그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성형·미용 또는 통증·자가면역치료를 목적으로 동일 환자에게 주입하는 1회용 의료기기이다.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스마트엑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에선 의료기기 3등급 인증, 중국·일본 특허를 비롯 미국 FDA, 유럽 CE(IIa) 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4년간 최소 100억원 규모의 중국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목표를 향한 그의 발길은 현재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향해 있다. 국내 피부과 처방 1위뿐만 아니라 세계 피부과 1위 달성을 위해서다. 조 대표는 "동구는 1984년 당시 대만 수출을 처음 시작한 이후 미국,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아세안(ASEAN )시장에 집중해 매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후엔 수출 국가별 법인화 설립, 라이선싱 전략으로 제약 분야의 신흥 국가를 공략해 수익성도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제약시장은 연간 10%씩 고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제네릭(복제약)과 비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이 88%를 차지하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올해엔 제조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로서 연질캡슐을 비롯해 다양한 제형의 제품 생산이 가능해 위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또한 비뇨기질환, 소화기질환, 순환기질환 등에 대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도 준비 중이며 곧 임상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7-05-15 15:21:45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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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즐겁고 기쁨주는 회사 만들것"…레이저 절단기 국내 1위, 계명재 HK 대표

【화성(경기)=김승호 기자】서해안고속도로 발안 IC를 빠져 향남택지지구를 지나면 닿는 경기 화성 양감면 사창리. 인근으로 KTX가 오가는 것을 빼면 전형적인 시골 동네다. 2차선 도로 옆으로 주택이나 조그만 공장 등이 가끔씩 눈에 띌 뿐, 고개를 돌리면 사방은 온통 논과 밭이다. 그런데 언덕 위에 노출콘크리트로 시공한 거대한 건물이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온다.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착각할 정도다. 가까이 가자 빨간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쓴 'HK'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레이저빔을 활용한 절단기 제조 분야에서 국내 1위인 중소기업 에이치케이(HK) 본사 사옥이다. 알고보니 이 건물은 '201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겉만 번지르르 한 회사가 아니다. "27년간 한 눈 팔지않고 한 우물만 팠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관련 분야에서)다 철수하고 우리만 남았다. 한 때는 무담보·무보증으로 기계를 팔면서 버티기도 했다. 한국을 넘어 미국 등 해외로 눈을 돌렸던 것도 그때였다." HK 계명재 대표(사진)의 설명이다. HK는 지난해 618억원의 매출 중 41% 가량을 해외에서 거뒀다. 독일, 스위스, 일본 회사들이 주름잡고 있는 시장에서 HK는 35개국에 레이저 절단기 등을 팔고 있다. 미국 시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국 상하이 등에는 지사를 두고 있다. 전 세계 딜러망도 30여 개국에 포진해 있다. 절단기 외에 쇠를 구부리는 밴딩머신, 표면을 부드럽게하는 디버깅기 등 레이저 활용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약 7조5000억원대 시장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아시아 권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절단기만해도 2조원 시장에 이른다. 아직 미미하지만 HK의 글로벌 시장 점유률은 3% 정도다. 그만큼 앞날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 장비는 자동차, 철강, 조선, 기계산업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금속과 철강이 '산업의 쌀'이라면 레이저 절단기는 쌀을 정교하게 다듬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20㎜, 최고 25㎜ 두께의 철판, 스테인리스, 황동, 알루미늄, 구리 등은 레이저로 절단해 1차 가공을 한다. 1분에 약 6만㎜(직선거리 기준)를 절단할 수 있는 기술력이 레이저의 쓰임새를 더욱 넓게 만들었다. 이들 기기는 레이저의 속도, 가공량, 가공후 품질이 좌우한다. 기술력 면에서 HK는 선진국 수준에 버금간다. 전체 임직원 150명 정도 중 70%를 차지하는 엔지니어들을 자체적으로 테스트하는 '테크니컬 마스터' 인증을 통해 꾸준히 숙련을 시키는 것도 기술력 향상에 한 몫하고 있다. 골드→다이아몬드→마스터를 거치게 되는데 현재 '마스터' 인증자는 사내에 4명 밖에 없을 정도로 깐깐하게 평가한다. 계 대표는 "절단기는 표준크기가 한 대당 6억~7억원 수준이다. 이곳에 있는 신공장(도약관)의 경우 최대 연간 400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엔 150대 정도를 만들었다. 올해는 수출을 매출의 절반 가량으로 끌어 올리고, 전체 매출도 20% 정도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K는 멋드러진 건물 속에 감춰둔 세계 최고의 기술력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에 대한 계 대표의 '배려'도 곳곳에 녹아 있다. "즐겁고, 기쁨을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런 회사를 다닌다면 나 자신도 행복할 것 같다. 직원들이 집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아주 개인적인 것이 아니면 회사는 (직원들이)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해주려고한다." 안되는 것만 빼고 모든 것이 되는 '네가티브 시스템'을 회사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보직 변경을 통한 업무 재배치, 성과보상제 운영, 골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본사엔 스크린골프장, 풋살장, 헬스장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옥상은 150명 직원이 앉아서 삼결살 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넓다. 국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HK지만 회사를 이끄는 계 대표는 긴장의 끈을 늘 놓지 않고 있다. "한 눈 팔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지금 세상이다. 늘 위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라 인재를 뽑는 일이 쉽진 않지만 뽑은 직원들의 능력을 키워주는데도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사장은 늘 외로운 법이다. 자신도 매일 매일 긴장하고 살면서, 자식(직원) 걱정이 먼저 앞서니 말이다.

2017-04-09 12: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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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호떡으로 지도에 없는 길 개척…年 30억 매출 '김진호호떡' 김진호 대표

【인천공항(영종도)=김승호 기자】호떡집에 불이 났다. 단순히 비유가 아니다. 불이 난 곳은 진짜 호떡집이다. 정직원만 30여 명을 거느리며 호떡으로 연 매출 30억원을 올리는 사장님. '김진호호떡'의 김진호 대표(사진·49) 이야기다. 김진호호떡은 지난해 10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도 입점을 했다. 12번 게이트 바로 옆이다. 올 연말께는 새로 짓는 제2여객터미널로 자리를 옮긴다. 출국 수속을 하고서야 닿을 수 있는 인천공항내 면세점 거리는 장사하고 싶은 사람이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공항공사측에서 김 대표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그만의 비법으로 만든 한국식 호떡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그의 꿈대로 호떡으로 '한·중·일 삼국지'를 제패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인천공항 지점의 월 매출은 8000만원 정도 될 것 같다. 하루 250만원 꼴이다. 찹쌀호떡이 한 개당 1500원(흑미호떡은 2000원)씩이니 몇개나 파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웃음)" 남들은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갖고서야 들어갈 수 있는 출국장. 검색대를 거치긴 했지만 취재 때문에 직원용 통로로 수월하게 들어간 기자를 김 대표는 웃으면서 맞이했다. 자신이 만든 호떡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줬다. "흑임자를 넣은 호떡이다. 호떡장사를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고 일본으로 건너가 장사를 하면서 찾아낸 재료가 흑임자다. 식재료가 풍부한 일본에서 사람들은 웰빙이나 건강 때문에 블랙푸드를 좋아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흑임자와 견과류 등을 넣어 호떡을 만들었다." 이 호떡으로 김 대표는 이곳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김포공항 롯데몰, 서울 여의도 IFC몰, 신촌세브란스병원, 남산서울타워, NC백화점 불광점, 과천·부산 렛츠럿파크 등 전국에서 알만한 상권 20여 곳에 호떡집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점포는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된다. 본점은 서울 남대문시장 안에 있다. 연 매출도 30억원에 이른다. 호떡업계(?)에선 지도에 없는 길을 그가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호떡이라고 우습게 봐선 안된 일이다. "호떡은 배합과 반죽, 재료가 기본이다. 찹쌀, 우유, 버터, 흑설탕, 콩가루, 견과류 등 들어가는 재료만 20여 가지에 달한다. 밀가루도 강력분만 쓴다. 신선도와 식감을 위해 반죽은 상온에서 1시간 정도만 숙성시킨 뒤 그때 그때 사용한다. 물도 매우 중요하다. 항아리용기에 물을 담아 반죽용으로 쓰는 것도 연구중이다." 호떡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호떡'은 곧 '자신의 인생'이라고 비유하는 그의 호떡 사랑은 우연이 아니었다. 전문대에서 건축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김 대표가 호떡집 주인이 된 사연은 이렇다. "매일 매일 6시에 현장에 출근해야 했다. 건설일이다보니 술도 많이 마셨다. 이렇게 살다간 안될 것 같았다. 다른 일을 찾다가 서울 강동의 한 쇼핑센터를 지나다 우연히 호떡 장사를 보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바로 이 일이다 싶었다." 그가 20년이 훌쩍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대학 나와 직장 다니던 자식이 전공을 때려치고 호떡 장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부모님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김 대표는 아버지에게 "반드시 하고 싶습니다"며 어렵게 허락을 받아냈다. 그후 스승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다니며 호떡을 배웠다. 그러다 김진호만의 호떡을 만들게 된 것이다.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2009년 당시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 호떡으로 왕중왕에 뽑힌 '달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금 호떡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대만을 그 첫 목적지로 삼고 있다. 한국의 호떡 맛을 세계에 알리기로 하면서다. 이제까진 직영으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시원한 건물에 가게가 입점해있다보니 특히 더운 여름엔 경쟁상대가 없다. 여름 매출이 더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운 여름날에도 포장마차가 아닌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호떡을 팔다보니 오히려 차별화가 된다는 것이다. 올해까지 25년째 호떡을 만들고 있는 그. 김 대표는 자신이 아직 장사꾼도 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사업가는 더더욱 멀었단다. 이런 그가 바라는 '김진호호떡'의 미래상은 '욕 안먹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맛있는 호떡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다.

2017-04-05 06:53:2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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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중졸 구두장인'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이태리 심장부 '겨누다'

【고양=김승호 기자】'세상에서 가장 편한 구두'를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42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사진)가 글로벌 패션의 심장부 이탈리아 밀라노의 명품거리에 첫 대리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날 예정이다. 바이네르는 김 대표가 1994년 창업한 '안토니오 제화'가 전신이다. 그후 '안토니'로 법인을 바꾸고 매장에선 안토니·바이네르를 같이 사용하다 2015년 9월에 아예 '바이네르'로 사명을 바꿨다. 바이네르(VAINER)는 이탈리아의 구두 장인 바이네르 드피에뜨리가 1961년 구두회사 '코디바'를 창업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명품으로 키운 브랜드다. 코디바는 1990년대 하루 수제화로만 1만2000켤레를 만들 정도로 세계에서 구두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였다. 창업주는 이탈리아 국가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구두에 관한한 바이네르 회장을 멘토로 삼아왔다. '세상을 아름답게, 사람들(인류)을 행복하게, 그 속에서 나(우리)도 행복하게'라는 지금의 사훈은 바이네르의 기업 모토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던 김 대표가 2011년 바이네르 브랜드를 아예 인수했다. 그 인수 배경 이야기가 흥미롭다. "1993년부터 이탈리아를 오고갔다. 그러면서 바이네르 회장과 긴밀한 친분 관계를 맺었다. 몇천 족으로 시작한 수입물량은 순식간에 몇만 족으로 늘었다. 내가 팔아치우는데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최고 고객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다 2002년 바이네르 회장이 타계했다. 이후 김 대표와 코디바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회계사인 바이네르 회장 아들 제노는 회사를 키울 능력이 되질 않았다. 바이네르는 또 홍콩과 유럽에 상장 준비를 하면서 신발값을 터무니 없이 올렸다. 김 대표도 더 이상 거래를 할 여건이 않됐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유럽 경제가 악화되면서 이탈리아 바이네르의 상황도 나빠졌다. "2세인 제노를 만났다. 회사를 우리 돈으로 50억원 정도에 팔아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50억원은 줄 수 있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말부터 먼저 뱉은 것이다. 물론 50억원을 끌어당길 능력도 됐었다(웃음)." '허풍'이 아니었다. 이후 홍콩에서 제노를 다시 만난 김 대표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바이네르 상표권 60%를 인수했다. 상표권만 사다보니 50억원에는 다소 못미치는 액수였다. 김 대표의 구두 인생은 10대부터 시작됐다. 충남 당진 출신인 그는 중학교 졸업후 서산에 있는 작은아버지 제화점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하며 첫 발을 내딛였다. 그러다 혈혈단신으로 서울로 상경해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또다시 구두일을 시작했다. 연탄가스를 마셔 죽을 고비도 넘겼다. 성실함과 최고가 되겠다는 그의 집념은 1984년 전국기능대회에서 제화부분 동메달까지 안겨줬다. '중졸 출신의 구두장인'이 구두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먹고 살기 위해 구두를 만들었다. 그런데 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오히려 다행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웠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또 긍정론자이기도 하다. "'불경기'란 말은 우리 회사에서 금기어다. 사람들이 모두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불경기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세상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회사의 사훈인 '나(우리)도 행복하게'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삶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직원들과 여름이면 수상스키를,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강으로, 산으로 다닌다. 심지어 이탈리아 출장길에 직원들을 대동하고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고 오기도 한다. 고양 일산에 있는 본사 안마당엔 수상스키용 보트 몇 대가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음식 솜씨도 수준급으로 알려져있다. 가끔은 작곡도 한다. 도저히 사업할 틈이 없어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대표는 또 나눌 줄 아는 CEO다.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에겐 사장으로 독립시키기 위해 대리점 운영권을 준다. 현재 전국에 18곳이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장학회를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골프 꿈나무 지원, 매년 5월이면 열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잔치, 수 많은 복지시설에 물품과 기부금 등 그의 선행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따져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쓰는 돈만 매년 수 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란 추산이다. 김 대표의 바이네르는 올해 약 800억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이달 1일에는 일산 식사동에 대형 프리미엄 아웃렛도 오픈해 백화점 등과 함께 국내 시장 공략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엔 워킹화까지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프로골퍼 김우현 선수가 그의 둘째 아들이다. 김 대표도 이븐파 정도로 수준급 골프실력을 자랑한다. "이젠 세계인이 좋아하는 구두를 만들 차례다. 고객들은 똑똑하다. 고객에게 인정받으면 분명 살아날 것이라 확신한다."

2017-04-02 12:00:0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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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60여 명이 만든 '1000억 신화', 자이글 이진희 대표

'67명 임직원이 지난해 1020억 매출, 2009년 출시 후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약 170만대 판매, 한국형 바비큐 그릴로 미국·일본·중국 찍고 유럽·동남아 공략 예정….' 주방생활가전 전문회사 자이글의 면면이다. 지난해 창업 8년만에 코스닥시장 상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이진희 자이글 대표(사진)는 요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스테디셀러 그릴 자이글을 중심으로 한 웰빙 주방 가전으로 글로벌 시장을 추가 노크하고, '혼밥·혼술' 트렌드에 어울리는 외식사업 진출, 그리고 목베개 '넥시블'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헬스케어 시장을 넘보는 게 바로 그것이다. 올 가을엔 본사와 연구개발, 물류센터, 조립라인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R&D센터를 인천 작전동에 오픈한다. 이를 위해 40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 지난해 9월6일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사실상 '상장 원년'인 올해 제 2의 도약을 위한 채비를 하나, 둘씩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부터 일본에 수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50만대 가량을 팔았다. 지난해 일본의 판매회사와 128억원 어치의 계약을 맺는 등 순항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중심으로 레시피를 만들어 제품과 함께 공급하는 등 현지화에 집중했다. 중국시장 확대를 위한 판매법인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법인 설립에 대한 한·중 양국의 법이 달라 다음달이면 국내에도 법인 설립을 공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희 대표의 자이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실제 일본 현지에서 비쿠카메라(BIC CAMERA) 같은 대형 양판점에 가면 자이글은 일본 생활가전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이글은 지난해 1020억원 매출 중 내수 비중이 약 95%에 이를 정도로 그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했다. 브랜드를 알려 국내 사업을 먼저 안착시키자는 전략에서다. TV홈쇼핑 등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며 국내 물량을 충족시키기에 빠듯했던 것도 해외에 눈을 돌리지 못한 이유였다. 이 때문에 적외선을 이용해 냄새 없이 구이나 볶음 요리 등이 가능한 '자이글'은 한국에선 이미 그릴의 대명사가 됐다. 4월부턴 국내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이글을 만날 수 있다. 이제부턴 무대를 해외로 넓혀나갈 차례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판매한 수량만 놓고보면 우리나라 가구의 7~8% 정도만이 자이글을 구입했을 뿐이다(웃음). 국내 성장성도 무궁무진하다. 세계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수출을 위한 계약도 끝내고 3월 초 첫 물량이 선적됐다. 스위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도 추가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느 생활가전회사들처럼 중국 등에 집중하지 않아 오히려 최근의 사드 보복과 같은 상황에선 초연해질 수도 있었다. 자이글은 현재 서울 강남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마련하기 위해 자리를 물색 중이다. 가시화되면 스토어엔 제품 전시판매장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을 겸한 복합공간이 꾸며진다. "혼밥·혼술이 대세다. 지금의 자이글 제품보다 크기가 작은 대신 화력이 높은 1인용 신제품을 활용해 고객이 혼자서도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가정에서만 쓰던 자이글을 앞으론 외식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인들과 한 장어집에 갔더니 가게 주인이 장어구이용으로 자이글을 꺼내놓는 것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헬스케어도 이 대표가 노리고 있는 대표적 시장이다. 자이글은 가수 김흥국 씨가 모델로 나와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목베개 '넥시블에 IoT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새 제품이 완성되면 넥시블로 체질 분석 뿐만 아니라 혈압, 맥박, 자세 등 건강 상태도 확인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사업하는 사람이 욕심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이 대표는 욕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지난해 상장 당시의 에피소드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초 자이글은 상장을 준비하면서 희망 공모가를 주당 2만~2만3000원으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실제 공모가는 수요예측 최저가인 1만2000원보다도 낮은 1만1000원으로 확정했다. 대주주이면서 경영을 책임지는 입장에선 상장을 하면서 더 많은 돈을 확보하고 싶은 욕심도 가질법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자금이 덜 들어와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낮은 가격으로 상장하면서 주주들과 소통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던 점이 더 의미가 있었다. (당시 언론에서)좋은 기사도 많이 써주면서 마케팅에도 도움이 됐다(웃음)"면서 "최근 열린 첫 주주총회에서 많은 주주들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해주고, 애정을 가져줘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2017-03-29 16:16:48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