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가 만난 기업人]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리더는 '행복'을 만들어주는 사람"
2시간여 가까운 시간 동안 리더십, 행복, 기업가정신, 혁신, 공유 등 강조 황 "99% 노력해야 1% 행복 찾아와…기업가는 편안함보다 행복 추구해야" 리더는 스스로 혁신해야, 스타트업 혁신 중요하지만 시장개척에 집중 '조언' 용인R&D센터 1층 벽엔 대형 태극기…황 회장 "나쁜 생각 안할려고 걸었다."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리더이고 리더십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말에선 늘 확고함이 묻어난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곁가지가 없다. 대화 중에 예를 들고, 말이 잠시 옆으로 빠진다고 해도 한결같이 한쪽으로 모인다. 그것이 큰 줄기를 이루고 방향은 항상 같다. 경북 고령의 빈농에서 태어나 고학을 하고, 산전수전을 겪으며 93년 창업한 주성엔지니어링을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분야의 대표적인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의 인생과 신념, 철학이 이야기 곳곳에서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새로 터를 잡은 경기 용인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를 방문해 인터뷰하는 시간에도 똑같았다. 모처럼 가진 황 회장과의 대화는 '리더십과 행복', '기업가정신과 혁신' 그리고 '공유와 공존'으로 귀결됐다. "99%를 노력해야 1%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행복은 찰라다. 그래서 난 행복할 틈이 없다.(웃음)" 누구나 선망하는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행복할 틈이 없다고 말하는 그다. 황 회장이 전하는 행복의 조건엔 경제적 여유, 시간의 여유, 그리고 환경의 자유 세가지가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기업내에서 구성원들의 경제적 여유는 CEO가 책임져야한다. 국민들의 시간(적 여유)은 국가가, 직원들의 시간(〃)은 CEO 각각 맡아야 한다. 환경의 자유는 국가의 책무다. 국민들이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지금처럼 가지 못하고, 갈 곳이 없다면 국가와 리더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 회장은 "지금은 지식, 기술, 정보, 통계 등이 모든 사람들에게 빛의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이젠 많이 알거나 힘이 쎈 것이 경쟁력이 아니라, 빨리 잘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기업이나 국가나)빨리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 잘 할 수 있는 산업군과 기업군을 명확하게 구분해 정책적으로 지원해야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빨리 잘 할 수 있는' 분업적 협력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황 회장은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출연연 등이 따로 움직이면 망한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서로 협력해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또 지속성장해 나갈 수 있다. 이는 바로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리더가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가는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리더의 한 축인 '정치, 그리고 정치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하고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표를 봐야하지만 정부는 표를 보면 안된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 모두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이 자신만 잘 살고 힘을 쓴다면 정치를 못하는 것이다. 결국 표도 못받는다. 표만 보는 찰라의 정치가 아닌 큰 정치를 하는 분이라면 국민의 행복과 풍요로움을 볼 것이다." 황 회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적지 않은 사재를 털어 한국기업가정신재단을 만드는 데 보태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슴없이 강연을 나서는 것도 30년 가까이 사업하고 있는 그가 생각하기에 기업가정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헝그리정신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또 리더의 모범이 부족해도 스스로 잘 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앞으론 더 빨리 변하고, 더 빨리 잘 해야 한다. 리스크, 속도, 시간을 극복해야 한다. 결국은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기업가정신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면서 황 회장은 시대에 맞는 기업가정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또 그의 '행복론'이 나온다. 혁신과 성공에 맞는 지도를 그리고, 성공하기 위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고, 위험을 극복하는 동시에 책임을 지고, 그리고 성공, 행복, 희망을 공유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기업가정신이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행복이 다를 순 있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한다. 이 행복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기업가고 이런 기업가를 만드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는 돈을 위해서 회사를 만드는 '창업가'와도 구별해야한다. 기업가는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다." '기업가'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도 할 말이 적지 않다. 황 회장은 "많은 젊은이들이 편안함과 행복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편안함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오래뛰면 걷고 싶고, 오래 걸으면 쉬고 싶고, 오래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오래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오래 누워 있으면 자고 싶고, 오래 자면 결국 죽음"이라며 "편안함을 추구하지 말고 행복을 추구해라. 하지만 그 행복도 99%의 노력의 결과에서 얻어지는 1%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정신에서 '혁신'도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황 회장은 "리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혁신을 잘 하라고 하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기술을 혁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개척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들은 기술에 '몰빵'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기술만 혁신하고 시장을 극복하지 못하면 나의 성공이 아닌 경쟁자, 경쟁회사, 경쟁국가가 성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꼴이다. 그래서 기업은 초기시장 진입에 목표를 둬야한다." '공유와 공존'도 황 회장이 강조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성공하는데 '혁신의 가치'보다 '좋은 관계'가, 그리고 공유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좋은 관계를 갖지 못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기술혁신이다. 기술혁신을 좋은 관계로 만드는 것이 공유다. 혁신을 공유하고, 재능을 공유하고, 경제도 공유할 수 있으면 하고…,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바로 공유다.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면 공유하면 된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또 대기업들의 혁신이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혁신을 위해선 중소기업과 분업적 협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플랫폼 사업 역시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돈을 버는데만 혈안이 돼 있으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공존'의 중요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황 회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R&D 센터 1층 벽에 걸린 대형 태극기가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나쁜 생각 안 하려고 태극기를 걸었다. (태극기를 보면)프라이드도 가질 수 있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