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산업 이대로 괜찮나/1> 中企 살리는 SW진흥법, 오히려 中企에 毒
[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배경엔 2013년 초에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있다. 중소 SW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개정된 법이지만, 현재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이 법에 발목이 잡혀 있다. 대기업을 규제해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이 법안이 외국계 IT서비스 기업들에만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 IT서비스 산업의 현주소와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IT서비스 업계에선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따라 대기업의 공공부문 입찰참여를 제한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법이 IT서비스 업계의 퇴보를 불러와 입법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대기업군 IT서비스 기업들의 공공부문 참여를 사업금액에 관계없이 막았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과 신산업분야를 일부 허용해 그나마 숨통을 조금 튼 상태다. 정부와 금융권에서 발주하는 사업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비용을 집행하기 때문에 IT서비스 기업으로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떠나고 중견·중소기업은 남은 자리에서 시스템구축 품질 저하, 외국계 IT서비스 업체들의 반사이익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b]◆중기 영업익 오히려 하락, 낙수효과 기대 어려워[/b] 지난해 이호근·손재열·김승현 연세대 교수와 김성근 중앙대 교수, 김용진 서강대 교수로 이뤄진 한국경영정보학회 연구팀은 공공정보화 시장의 대기업 진입 규제 실효성에 무게를 두고 생태계 발전을 따져본 결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매출액 300억원 이상과 8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 중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22개 기업은 2013년 평균 매출액 896억원에서 이듬해 97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0.016%에서 0.001%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공공사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참여하지 않은 기업보다 영업이익과 생산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370개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에서 공공정보화 사업 비중이 10% 증가하면 영억이익률은 16% 넘게 감소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공공부문 IT서비스는 관련 노하우와 재원 부족으로 품질이 저하돼 발주자들의 불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IT서비스산업협회 함재춘 정책연구팀장은 "개정안은 진흥법이지만 규제법에 더 가깝다"면서 "중소기업이 성장시킨다는 취지는 맞는 말이지만, 대기업의 참여제한은 시장논리상 맞지 않을 뿐더러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 팀장은 이어 "공공부문은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의 노하우와 대규모 인력, 자본 등이 필요하다"며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대신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발주처인 정부 기관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함 팀장은 시스템 구축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정상적인 댓가 지불을 꼽았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다시 뜯어고치는 일이 다반사지만, 이러한 부분까지 댓가가 치러지지 않으면 중소기업으로선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IT서비스산업협회와 IT리서치 전문업체 KRG에 따르면 올해 IT 투자는 신규 프로젝트 추진보다 기존 시스템의 안정성과 운영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b]◆中企, 외국계에 종속…국내 대기업은 신성장동력에 눈길[/b] 이러한 가운데 외국계 IT서비스 기업의 반사이익도 여전히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외국계 기업에 공공시장을 내주고 중소기업이 하도급업체로 종속되는 구조를 고착화시켰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몇 해 전 한국 IBM은 국민연금공단 데이터센터 설계를 수주하고, 미국과 중국의 자본이 들어간 대우정보시스템은 한국고용정보원 차세대 시스템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당시 일본계 자금이 소유한 IT서비스 기업의 국방 IT 분야 공공사업 계약 체결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방정보 유출 우려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래부 IoT 실증단지 공모에서는 IBM 등 해외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국내 대규모 공공 IT사업에 뛰어든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몸을 사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함 팀장은 "아무래도 외국계 기업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시선은 있지만, 외국계 대기업도 단독으로 참여하면 국내 대기업과 동일하게 제한을 받는다"며 "이러한 이유로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IT서비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 기업들은 공공부문 IT시장 규제가 완화됐지만, 해외시장 진출과 차세대 프로젝트 수주, 그리고 물류와 에너지 등의 다양한 분야로의 전략적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11조6300억원 대비 2.9% 성장한 11조98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과 공공부분, SOC 부문 투자에 힘입어 시장은 소폭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