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서울] (136) 영혼이 정화되는 공간, 성북구 '삼태기숲'
과거 서울 성북구에는 상월곡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서울역사편찬원이 펴낸 '서울지명사전'에 따르면, 마을은 다릿굴의 높은 지대에 자리해 웃다릿굴로 불렸다. 이를 한자명으로 표기한 게 상월곡(上月谷)이다. 다릿굴이라는 이름과 관련해서는 주변 산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과, 조선 후기 소 장수들이 인근 도살장에 달밤에 도착해 잔월(殘月·새벽의 희미한 달, 거의 져 가는 달) 아래 소를 파는 흥정을 해서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같은 연유로 달골·달굴로 불리던 마을명은 시간이 지나 다릿골·다릿굴로 변했다. 상월곡동에는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삼태기숲이 있다. 자연 생태 보존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해오다가 2015년부터 민간에 개방했다. ◆빌딩숲 물럿거라…진짜 숲 나가신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나무가 우거진 '자연숲' 보다는 닭장을 위로 길게 쌓아올린 것처럼 생긴 '빌딩숲'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된다. '삼태기숲'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초고층 건물들의 모습에 질린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공간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막힌 속을 뻥 뚫어준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에 자리한 '삼태기숲'을 찾았다.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 4번 출구에서 천장산 방향으로 287m(약 4분 소요)를 걸으면 왼쪽 전면이 유리로 된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북부지방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이다. 공공청사로는 드물게 먹색을 띠고 있는데 주변의 풍경과 퍽 잘 어울린다. 삼태기숲은 서울국유림관리소와 맞붙어 있다. 청사 앞에는 건물 4~5층 높이의 거대한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수형이 아름다워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숲명은 상월곡동 24번지 일대에 조성된 '삼태기 마을'에서 따왔다. 천장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 삼태기처럼 생겨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삼태기는 싸리·대오리·칡·짚 등을 엮어서 만든 농기구로, 재나 두엄을 퍼 나를 때 사용한다. 마을명에는 촘촘히 짜인 삼태기처럼 이곳에 한번 정착하면 좀처럼 떠나기 힘들 만큼 살기 좋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삼태기숲의 입구에서 사람들은 맞는 건 'ㄱ'자로 생긴 작은 연못이다. 황금색, 주황색, 은색 빛깔의 비단잉어 수십마리가 못 안을 유유히 헤엄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 1994년 조성된 삼태기숲 연못은 여름철 집중호우 때 85t의 우수를 임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연못 안에는 줄납자루, 흰줄납줄개, 각시붕어, 떡납줄갱이, 참붕어, 참마자, 왜매치, 미꾸리 등 사라져가는 토종 어류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시력이 나빠서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날 삼태기숲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화백나무',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당단풍나무', 뼈에 좋은 수액이 든 '고로쇠나무', 쌀알을 흩뿌려놓은 듯 흰 꽃이 잔뜩 달린 '이팝나무', 가로수로 흔하게 사용되는 '대왕참나무' 등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의 소리' 들리는 숲 삼태기숲에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 공간이 마련됐다. 한뼘크기의 나무 기둥으로 둥글게 둘러싸인 '모래놀이장', 웃는 입 모양의 나무데크가 설치된 '애벌레놀이장', 동화 속에 나오는 통나무집처럼 생긴 '톰소여의 집', 근력을 기를 수 있는 '외줄타기', 숲과 숲을 이어주는 '다람쥐길 다리', 발걸음을 뗄 때마다 출렁거리는 '흔들다리'가 바로 그것. 놀이시설을 지나 숲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난 8일 오후 삼태기숲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벌들이 윙윙 날아다니는 소리, 원숭이처럼 깨객 깨객 우는 파랑새 소리가 들려왔다. 청정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시민은 개방 시간(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에 맞춰 삼태기숲을 방문하면 된다. 유아숲체험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1시~3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