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히트 상품 탄생스토리] 농심 신라면
[메가 히트 상품 탄생스토리] 농심 신라면 국내 라면시장은 1980년대에 '사발면(1981년)',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가 연속 히트하며 급속하게 커졌다. 농심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해마다 연속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1985년 라면업계 2위였던 농심은 1위에 올랐다. 그리고 1986년 농심 '신라면'이 탄생했다. 신라면은 1991년부터 라면시장 1위에 올라서게 되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브랜드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최근 '해외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신라면은 휴대전화, TV, 항공사 브랜드에 이어 4위에 선정됐다. 톱10 브랜드 중 유일한 식품브랜드다. 이는 신라면이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서 판매되고, 항공사 기내식으로도 외연을 넓히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은 결과다. ◆대한민국 1등 장수브랜드 신라면은 1986년 10월 '깊은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이라는 콘셉트 하에 만들어졌다. 당시 농심은 1985년 시장 1위에 올라선 다음, 확고한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라면을 개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장국의 매운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개발팀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 맛'을 실험했다. 단순히 고춧가루에서 비롯되는 매운맛에는 한계가 있었다. 매운맛을 좀 더 감칠맛 나게 만드는 다진 양념(일명 다대기)으로 실험해 보면 어떨까…. 어느 날 개발팀에서 낸 작은 아이디어였다. 개발팀은 당시 유명한 음식점들을 돌면서 확보한 다진 양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다진 양념이란 칼국수를 비롯하여 냉면, 설렁탕 등 국물 있는 음식에 가미할 수 있게 만든 우리나라 전통의 종합 양념으로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등의 재료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다. 라면의 맛이 스프에 있다면 라면의 식감은 면발이 생명이다. 면발도 테스트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실험용 면발도 200여종류나 됐다.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하루 종일 면만 실험했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은 "하루에 평균 세 봉지 정도의 라면을 먹어가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며 맛을 감별해야 했다"고 말했다.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감칠맛'을 가진 신라면은 이렇게 해서 세상으로 나왔다. 농심 측은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는 제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은 출시되자마자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기 소비자들은 '얼큰한 국물맛도 좋고 면도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1987년에는 무려 18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리며 국내 라면시장의 대표주자로 뛰어 올랐다. 신라면은 1991년 라면시장 1위에 올라선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재 신라면은 국내외 약 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식품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辛라면 네이밍 "매운 라면이니까 辛(신)라면으로 합시다." 출시 당시 신춘호 사장의 말이다. 그러나 경영진들은 반대했다. 출시 당시만 해도 제품 대부분이 회사명을 중심으로 되어 있었다. 또한 국내에서 한자를 상품명으로 쓴 전례가 없었다. 하지만 발음이 편리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도 제품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네이밍이 필요했다. '매운라면'이라는 제품 콘셉트가 명확히 드러나고 한자를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와 차별화된 느낌을 줄 수 있는 한 음절 이름의 '辛라면'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한편 辛라면의 상표등록 과정에서도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식품위생법은 '식품의 상품명 표시는 한글로 하여야 하고 외국어를 병기하고자 할 때에는 한글 표시보다 크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辛'이라는 한자가 문제였다. 이에 농심은 수천년 동안 한자 문화권에 속해 온 우리나라에서 과연 한자를 외국어로 분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그리고 즉각적인 의미 전달과 이미지 부각을 생명으로 하는 상품명에 한글보다 한자를 크게 쓸 수 없다는 규정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법규 때문에 제품명을 바꿔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식품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국 보사부(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농심의 합리적인 건의를 받아들여 1988년 10월 법 조항을 개정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지난해 6월 신라면은 '미국 월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한국 식품'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미국 전역에 있는 4692개의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월마트 전 매장에 신라면이 입점된 것은 그만큼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 켈로그, 하인즈 등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뿐이다. 신라면은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전역의 월마트를 판매 채널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 식품 브랜드로는 놀라운 일"이라며 "4692이라는 숫자가 단지 매장 수를 뜻하는 게 아니라,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자체 판매망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계를 누비는 신라면의 인기는 하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내식은 제한된 음식만 실을 수 있어, 세계인의 입에 맞는 보편적인 맛으로 인정받는 제품만 선택을 받는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국내 전 항공사 기내식 공급 체계를 갖춘 농심은 여러 외국 항공사들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농심 신라면을 기내식으로 공급하는 외국항공사 수도 20곳을 돌파했다. 지난해 멕시코 국적기 '아에로멕시코'을 통해 처음으로 남미 항공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신라면의 비행 노선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을 오가는 노선에서만 신라면을 맛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해외 노선으로 신라면의 활동 무대가 넓어지는 추세다. 현재 신라면은 업계 최초로 수출 100개국을 돌파하면서 해외시장에 한국의 매운맛을 전하고 있다. 일본, 중국에서부터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라면의 식품 외교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