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아나쌤 '8기 순자' 조은지
"안녕하세요"라는 첫인사부터 "조심히 들어가세요"라는 마지막 인사까지, 모든 곳에서 '열정 열정 열정'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는 대치동 영어강사 겸 프리랜서 방송인 조은지(33)씨다. 올해 SBS프로그램 '나는 솔로(Solo)' 8기에서 순자로 출현한 그녀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인기리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신당역에서 만난 은지 씨는 "부모님 지인분들도 카카오톡의 제모습을 보고 TV에 나오지 않았냐고 알아봐 주신다"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그랬지만, 프로그램에 출현하고 나서부터는 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지나온 길 "어느 하나 도움 안 되는 것 없어" 20대 시절 아나운서, 리포터, 쇼호스트 등 여러 방송경험을 쌓던 그녀가 돌연 대치동 영어강사에 뛰어든 계기는 안정감 때문이었다. 은지 씨는 "방송인은 어느 하나에 소속되지 않는 이상 계속 지원을 하고 선택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며 "방송하면서 틈틈이 해본 영어과외를 바탕으로 좀 더 안정적이고 금전적인 면에서 충분한 보상이 따르는 영어강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영어강사 '아나쌤'으로 활동하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영어강사는 주로 영문과를 전공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은지씨는 국문과였던 것. 은지 씨는 "영어강사에게 국문과는 흠이라고 생각해 가르치는데 문제가 없음에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며 "지금보면 그런 생각은 오히려 편견일 뿐이고, 국문과를 전공해 아이들에게 더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은지 씨가 영어강사로 일하는 데에는 1년간 일했던 광고회사 경험도 한몫하고 있다. 그녀는 "당시에는 회사원 생활이 너무 맞지 않아 과감히 뛰쳐나왔는데, 지금 하고 있는 블로그운영이나 학부모설명회를 위한 프리젠테이션들을 보면 내가 광고회사에서 그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며 "힘들었던 경험 조차도 지금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은지 씨는 N잡의 시대, 다양한 직업을 갖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최대한 많은 업(業)을 경험해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왔을 때 그동안 해온 경험들이 나를 도와준다"며 "스티브 잡스가 '지금의 나는 점으로 이루어져서 선이 되었다(Connecting the dots)'란 말을 했는데, 경험을 많이 하면 지금의 나, 또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어 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강의력·책임감은 기본…마음 더해져야 '진짜 강사' 은지 씨는 강사로 일하기 위해선 ▲강의력 ▲책임감 ▲학생들에 대한 마음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대부분 주입식 교육을 받다 보니 질문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를 이유로 아이들이 다 이해했는지, 과제는 해왔는지 대충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강의 준비를 철저히 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수업을 하고, 책임감으로 아이들의 성적과 과제, 또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은지 씨는 부족한 부분을 잘 알아봐 주는 강사로 통한다. 그녀는 "매번 1등급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더라도, 자신이 틀리는 1~2문제에 대한 갈급함은 늘 있기 마련"이라며 "어떻게든 틀린 문제를 이해시키고, 실수한다면 그 실수를 하지 않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은지 씨가 가장 뿌듯할 때는 강사를 처음 시작할 때와 다름없이 학생들의 성적이 오를 때다. 그녀는 "학원을 그만두더라도, 한 번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를 공유하며 지낸다"며 "올해도 수능을 보고난 뒤 점수가 잘 나왔다고 연락을 주거나, 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잘 봤다고 연락을 주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위드아나'라는 나만의 브랜드로 경쟁 다만 이 일을 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영어강사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기 때문에 퇴직금 연차휴가 수당 등을 별도로 요구할 수 없는 것.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있지만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일한 만큼 실적에 따라 소득(수수료, 봉사료, 수당 등)을 얻으며, 근로제공 방법, 근로시간 등은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는 형태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앞서 영어강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이나 연차휴가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학원가에서 관습 처럼 내려와 일일이 요구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은지 씨는 "외부에서는 학원강사, 예술인도 퇴직금 연차휴가 수당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습 때문에 정작 누리는 사람이 없다"며 "요구했다가 평판, 이직 등에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다들 어려워 한다"고 했다. 은지 씨의 목표는 위드아나(With Anna)라는 나만의 브랜드를 갖는 것.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인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영어강사, 방송인으로 탁월한 은지씨만의 강점을 살린 브랜드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서다. 은지 씨는 "많은 경험을 통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현재 이 영역을 성장시키는 과정에 있다"며 "언젠가는 위드아나라는 나만의 브랜드로 차별화시켜 세상과 소통·경쟁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