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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8>'키질'하는 국회도서관 박희양 조리장

"식자재 다루는 손길 따라 음식 맛 천차만별" "음식 기본은 정성"…내년 6월 정년 앞두고 후배들에 당부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탁탁탁." 조리복을 입은 한 남성이 멸치를 한 움큼 집어 들어 '키' 안에 담는다. 키를 잡은 양 손이 땅과 하늘을 몇 차례 오고가자 티끌과 싸라기들이 바닥에 후두두 떨어진다. 목욕 재개한 멸치들이 이내 조리를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새벽 6시 10분경. 짙은 어둠을 뒤로하고 들어선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식당에서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곡식에서 겨나 티끌들을 걸러내는 키가 국회 한 가운데서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고리버들이나 대나무 등을 잘게 쪼개 만든 키를 시골이 아닌 국회 안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멸치나 건새우를 말리는 과정에서 부스러기가 생기는데 그걸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조리할 때 찌꺼기가 타서 음식이 상해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이동할 때마다 늘 들고 다닙니다." 키의 주인인 박희양(60) 조리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1986년 우연한 기회에 국회에 입문한 그는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등을 거쳐 도서관 식당에서 근무 중인 경력 40년차 베테랑이다. 수십 년 경력은 교육자를 꿈꿨던 청년 박희양이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일찍이 상경, 주방에서 허드렛일부터 배워 일군 그의 삶 자체다. 조리장인 그를 필두로 국회 도서관 식당은 부조리장과 보조 조리사 등 14명이 정치인들과 국회 직원, 일반인 모두의 영양을 책임지고 있다. 도서관 개방은 오전 9시지만 이들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아침·점심·저녁 하루 평균 식사량만 1000여개. 외부 방문객이나 행사가 잡힐 경우 식사량은 1400여 개를 훌쩍 넘어선다. 국회에 따르면 식당 근무자들은 본청과 의원회관, 도서관 등을 2년 주기로 돌아가며 근무한다. 이렇다보니 50여명 남짓 직원들은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낸다. 박 조리장은 국회 식당 중 도서관은 좀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안 식당 중 특히 일이 더 힘들거나 더 쉬운 곳은 없지만 도서관은 국회의원과 직원, 일반인들 모두가 드나드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그의 말처럼 여의도의 지식창고인 국회 도서관에는 공부하러 오는 학생부터 중년 어르신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도서관 식당이 저렴한 가격에 맛도 있다 보니 일반 식당처럼 단골도 있다. "주로 주방에 있기 때문에 이용객들을 마주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매일 도서관에 오시는 70대 할머니 한 분은 특히 생각납니다. (로테이션 근무로) 지난해 8월 도서관 식당으로 올 때부터 뵀으니 벌서 1년이 넘었는데, 매번 괜찮다고 해도 명절 같은 날이면 늘 음료수를 보내옵니다." 요리하는 사람답게 가장 좋을 때는 "역시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때"라고 바로 대답하는 박 조리장. 그런 그에게도 몇 백명의 입맛을 맞추는 일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용객들의 건강을 위해 저염식에 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 마인드가 '음식에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조리사들한테도 '정성이 없으면 같은 음식을 해도 맛이 안 난다'고 늘 얘기합니다. 40년 전 개인 식당에서 처음 요리를 배울 때는 식자재를 함부로 던지는 사람도 봤는데 그 때 '난 저러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같은 조리법을 해도 음식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음식에 대한 그의 고집스러움은 맛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고집을 담은 40년 비법은 아무에게나 공개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 "배울 의지가 있는 후배들에게만 비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절반만 알고 대충 흉내 내서 요리를 하지만 저는 100% 자신이 없으면 잠이 안와요. 음식은 특별하지만 까다롭게 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랑 일하면 다들 많이 힘들어 합니다.(웃음)" 누군가 일이 힘들다고 토로하면 우스갯소리로 "박 조리장님이랑 일하면 그런 말 못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새벽 출근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습관화돼서 익숙하지만 주중에는 술 약속을 못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 6월 정년을 앞둔 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제 6개월만 있으면 33년 만에 국회를 떠나게 됩니다. 주방 일이 힘들어 몸이 안 좋으신 분들도 있는데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음식을 만들면서 자긍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곳 식구들과 호흡이 잘 맞아 이용객들에게 좋은 음식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자에게 냉면 육수도 직접 만든다고 설명하며 대접할 날을 기대했다. "내년 6월이 정년인데, 여름이 일찍 찾아와 직접 숙성시킨 육수로 냉면 맛을 보여드리고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IMG::20151230000035.jpg::C::480::국회도서관 식당 박희양 조리장이 지난 24일 새벽 6시 10분경 본지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40년 조리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2015-12-31 06:00:00
[새벽을 여는 사람들]또 한명의 '산타' 현대택배 티몬담당 김연국 씨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12월 25일 새벽 6시 아직 어두운 시간이지만 48세 김연국 씨는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오늘도 그의 방문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현대로지스틱스 소속 티몬 '슈퍼마트' 상품 전담 택배기사다. 8시가 못된 시간 회사에 도착한 김 씨는 서둘러 자신이 배달해야하는 택배들을 분류하기 시작한다. 뒤늦게 도착한 동료 기사들이 김 씨에게 인사를 하며 농담을 건낸다. 48세 나이에 새롭게 시작 택배 기사, 이제 4개월 남짓 됐지만 동생 또는 친구 같은 동료들은 마치 오랜 세월 같이 한 것처럼 친근하다. 8시가 되면 김 씨의 업무가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날, 현대 사람들에게 집에서 가장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산타가 아닌 택배일 것이다. 김 씨의 담당 구역은 송파구와 잠실 일대다. 티몬의 생필품 카테고리 슈퍼마트를 담당하기 때문에 같은 집을 찾아가는 일이 흔하다. "저 같이 같은 지역을 계속 도는 기사들은 매일 같은 고객을 봐요. 몇몇 고객 분과는 많이 친해져서 방문하면 음료도 준비해 주고 합니다" 배달을 시작하는 김 씨의 눈에는 피곤함보다 설렘이 맺혀있다. 컴퓨터 수리점을 10년 넘게 해온 김 씨는 갑작스런 경기 악화로 가게를 정리하게 됐다. 가족들을 두고 막막하기만 김 씨가 만난 것은 티몬 슈퍼마트 택배기사 모집 공고였다. 연령 제한, 경력 제한 등이 없었기에 김 씨에게는 희망과도 같았다. 48세 나이에 새로운 직장을 얻는 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선배들의 교육을 거쳐 현재는 택배업무와 함께 신입기사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자신이 신입들을 교육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는 김 씨는 즐거워 보였다. 4개월 전에 느꼈던 절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희 현대택배는 분위기가 좋아요. 이쪽이 티몬 담당이라 더욱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가족같이 친하게 지내고 교육도 옆에 태워서 동승교육을 하기 때문에 하루를 같이 보내며 더욱 친해져요" 이윽고 도착한 한 집,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집이다. 벨을 누르자 튀어나오는 것은 엄마가 아닌 아이다. 이제 막 유치원에 입학한 것 같은 아이는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매년 이 맘 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선물이 온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아이에게 김 씨는 산타할아버지가 같은 존재다. 김 씨는 아이에게 귀엽다는 말과 함께 상자를 넘겨줬다. 평소 방문이 잦은 집인지 아이의 엄마는 김 씨에게 인사를 한다. 내년부터는 산타복장을 입어야겠다는 농담과 함께 다음 집으로 출발했다. "저 아이들에게 택배기사는 산타할아버지에요. 아는 거죠. 택배아저씨는 항상 무언가 선물을 가져온다. 저런 모습들을 보면 제 일에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요. 누군가 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잖아요. 물론 내가 아닌 상품이지만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뿌듯해 집니다" 하루 평균 100곳이 못되는 집을 방문하면 김 씨의 일과는 마무리된다. 일반 택배기사가 150~200곳을 방문하는 것을 감안하면 여유 있는 편이다. 시간은 오후 4시께 김 씨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회사로 돌아간다. 일과를 마친 기사들이 김 씨의 귀환을 반긴다. 서로 웃으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다보면 어느새 겨울 해가지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다. 항상 이런 식으로 담소를 나누고 헤어지냐는 질문에 김 씨는 "어차피 퇴근 사인해야 해서 회사로 들어와야 해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기 때문에 다들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가 봐요. 다들 이렇게 친해지면 동료애가 커지는 거죠"라고 답했다.

2015-12-28 15:56:38 김성현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6> 지하철 천태만상 해결사 보안관 송봉용 씨

"시민 안전이 최우선…힘들다는 생각 안해요"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 구간 순방향 보안 업무를 맡는 송봉용씨(34)는 내년이면 5년차 보안관이 된다. 그의 하루는 오전 7시 총기 수령과 함께 시작된다. 총기 수령 전에 송 보안관은 취재 기자와 사진 기자에게 마스크를 건네며 질병 예방을 위해 꼭 착용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마스크를 착용한 뒤 약 10분간 총기수령과 일지를 작성한 송 보안관은 곧바로 역사로 나가 제일 먼저 플랫폼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노숙인을 깨워 쉼터가 마련돼 있는 2번 출구로 안내했다.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대부분 술에 절어 있는 노숙인들이 많다보니 한 구역마다 꽤 오랜 시간 입씨름과 기싸움이 반복됐다. 노숙인들은 보안관의 말을 듣지 않는건 기본이고 온갖 욕설로 대응했다. 기자들에게도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카메라 기자가 건장한 체구의 청년임에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말라며 다가와 위협했다. 송 보안관에 따르면 이날 취재 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당한 위협은 약과에 불과했다. 노숙인들은 평소 가위나 깨진 술병 등을 휘두르고 비오는 날에는 우산으로 보안관을 폭행하기 일쑤라고 한다. 노숙인들은 저 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었다. 왕년에 청와대 정무수석을 했다는 사람부터 알코올 질환환자 등 다양했다. 르포 당일인 지난 10일 서울역사에 노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여성 노숙인이 난동을 부리며 온갖 욕설과 고성을 질러 한동안 역사가 소란스럽기도 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노숙인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자활, 사회복귀 지원 센터인 '다시서기 종합센터'와 열방선교교회 서울센터에 보내진다. 하지만 이들은 보호센터의 보호를 거부하고 일도 하지 않는다. 센터에는 하루 3~4명꼴로 노숙인이 인도되지만 잘 버텨야 1주일이고 대개는 하루 이틀 만에 뛰쳐 나온다는 게 서울메트로의 설명이다. 르포 당일에도 역사내 한쪽 모퉁이에서 잔뜩 웅크리고 자던 여성 노숙인이 거동을 하지 않아 보안관이 다시서기 센터와 열방교회에 연락을 취했다.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관계자가 도착했지만 노숙인의 거부로 센터에 인도되지 못했다. 여성 노숙인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내 마음이 차갑게 돌아서게 된다고 송 보안관은 설명했다. 노숙자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쓰레기를 치우는 건 고스란히 보안관들의 몫이었다. 이렇게 역사 내 10구역 40~50명의 노숙자를 깨우는 데는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 보안관들은 이렇게 노숙인을 깨우며 플랫폼을 정리하는 중간중간 지하철 노선 안내와 교통카드 충전 등 서울메트로 직원으로서의 일반 업무도 했다. 이후 이들은 지하철로 이동해 보안 업무를 실시한다. 지하철에서는 칸칸마다 시민의 쾌적한 지하철 이용을 방해하는 이동 상인이나 술에 취해 불특정 다수에 폭력을 휘두르는 주폭, 성추행범 등을 잡아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게 되는 치한에 대처하는 방법을 자세히 물어봤다. 성추행을 당하면 당황하지 말고 주위 사람에게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만약 겁을 먹어 소리를 지를 수 없다면 '지하철 안전지킴이 앱'을 통해 신고하면 된다. 본인이 타고 있는 칸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위치 추적이 돼 보안관이 바로 달려간다. 여유가 된다면 1577-1234로 연락하면 된다. 이렇게 지하철 보안관들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9시간 근무하며 이동하는 거리는 자그마치 4만5000보(약 10km)에 달한다. 보안관 대부분은 기본 10단 이상의 유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엄청난 체력 소모에 대비하기 위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송봉용씨는 마지막으로 "보안관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의 질서를 방해하는 이동 상인이나 노숙인 등 질서 유해자를 최대한 이동시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며 "이 과정에서 단속만을 위한 단속이라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도 계시지만 그분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니 좋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MG::20151221000053.jpg::C::480::송 보안관이 어르신의 교통 충전을 돕고 있다./손진영 기자}!]

2015-12-21 13:18:28 박상길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5> 20년간 전철역 빛낸 미화원 이완순씨

찬 공기가 자욱한 11월 30일 새벽 5시 25분. 서울메트로 4호선 미아역엔 벌써부터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리 중엔 20년간 전철역을 청소해온 미화원 이완순씨(60·여)가 서 있었다. 현재 맡고 있는 서울역으로 출근해 하루일과를 벌써 시작한 것. "첫차를 타도 앉아서 못가요. 그만큼 일찍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거겠죠. 이제 환갑줄에 들어섰지만 아직 젊은 축에 속한답니다." 서울역에 도착한 그녀는 미화원 휴게실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교대하는 야간조가 밤새 청소한 후지만 어느새 쓰레기며 오물이 역사 안에 쌓여 갔다. 원래 있을 자리에 당연히 돌아왔다는 듯이. "인천공항이 연결되면서 이용객이 부쩍 늘었어요. 그만큼 청소할 일도 늘어난 거죠.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게 눈에 보여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국인이 몰려다니고 시끄러워 그럴 것 같지만 아니에요. 생각보다 많이 버리지도 않고 휴지통을 제대로 이용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이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라 꺼내서 다시 해야 돼요. 특히 요즘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음료를 비우지 않고 통 안에 던져 전체가 젖어버립니다. 무겁게 뭉쳐서 여간 고역이 아니에요. 음식물이며 생활쓰레기를 가져와 화장실에 무단투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양심을 버리는 거죠." 그녀는 한국인의 시민의식이 결코 중국인을 앞서지 않는다고 체감했다. 역사를 다니는 사람이 늘고 빨라질수록 기본소양을 지키는 사람은 적어지는 느낌이다. 또 다른 난관은 노숙인 문제다. "노숙하는 분들이 야간에 역 안에서 술파티를 벌입니다. 어디서 그렇게 가져왔는지 박스는 수없이 널려있고. 그리곤 아무데나 소주병을 던지고 대소변을 봐요. 화장실 세면대에서 샤워를 하고요. 이런 것들을 매일 치워야 하죠. 역무원과 경찰이 제지해도 그때 뿐이에요. 외국인이 보기에도 안 좋고, 겨울철에 동사 같은 안전사고 문제가 클 텐데. 이런 건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합니다. 이분들이 자립해 역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현재 1~4호선의 미화원은 서울메트로의 청소업무 자회사인 메트로환경 소속이다. 120개역을 1500여명의 미화원이 관리한다. 서울역의 경우 8명(오전·오후 6명 교대, 야간 2명 고정)이 담당하고 있다. 1000여평의 역사를 2~3명이 맡는다. 급여나 복지는 2013년 재향군인회에서 메트로환경으로 넘어오면서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한다. 건의사항은 없는지 질문하자 이씨의 동료인 원청실씨(50·여)가 거들었다. "일할 때 청소차를 끌고 다니는데 역사에 유동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항상 사고위험이 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이어폰을 꽂고 하면 부딪힐 수가 있거든요. 피해주면 좋지만 우리가 피해야 돼요. 불빛이나 경고음 같은 게 청소차에 달렸으면 좋겠네요."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묻자 이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눈시울을 흐렸다. "아저씨가 안계세요. 20년간 일하면서 남매를 키우고 대학공부까지 시켜 지금은 둘 다 결혼했죠. 손주까지 봤답니다. 이제는 온몸이 여기저기 쑤셔서 침을 맞아요. 하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 65세 정년까지 일할 생각이에요. 우리가 열심히 청소하기에 사람들이 깨끗한 역에서 기분 좋게 출퇴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는 승객이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한마디 인사하면 그게 보람이죠." 그녀는 다시 청소현장으로 향했다. 뒷모습이 멀어지고 빠른 걸음을 내딛는 회사원들이 시야 앞을 대신 채웠다. 그렇게 서울역의 또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정필기자 roman@metroseoul.co.kr

2015-11-30 17:56:03 이정필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4>'알바에서 정직원 발탁' 택배기사 김승현씨

새벽을 여는 사람들…CJ대한통운 서울 중구지점 김승현 택배기사 "고맙다는 고객들의 말에 보람 느껴" 아침 출근길의 '메트로'는 독자들과 함께 희망찬 새벽을 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무료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한눈에 볼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은 '메트로'의 보람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사회가 밝고 활기찬 아침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메트로신문 유선준 기자] "서둘러요. 빨리빨리." 지난 20일 오전 7시 30분 서울시 도화동 CJ대한통운 중구지점. 이른 아침이지만 택배기사들에게는 이미 한낮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오늘 배송할 물품의 하차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전·옥천 등 지방 물류센터에서 보내온 수많은 택배 물품들은 서울 25개 자치구에 각각 설치된 CJ대한통운 서울 지점들에서 분류작업을 거쳐 서울 내 가정집이나 쇼핑몰 등으로 보내진다. 이날 찾은 서울 중구지점은 중구·종로구 배송지에 택배 물품을 보내거나 수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지방에서 올라온 1만여개의 택배 물품들을 하차하고, 오후 1시 이후부턴 택배 물품들을 가정집으로 보내는 작업을 한다. 오후 5~8시가 되면 가정집이나 쇼핑몰에서 지방으로 배송될 택배 물품들을 수거하고, 오후 6시부턴 각 지방으로 내려갈 트럭에 택배 물품을 싣는 상차 작업을 시작한다. 중구지점이 수거하는 택배 물품은 하루 3만여개에 달한다. 이날 만난 김승현(38) 기사는 물량이 많고 인원이 적다보니 언제나 쫓기든 서두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한다. 중구지점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상차 인원 20여명, 하차 인원 10여명 총 직원이 30여명이 근무한다. 30명이 3만개의 물량을 처리한다고 보면 1인당 1000개를 매일 책임져야하는 셈이다. 김 기사는 아르바이트 경력을 포함해 올해 7년차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보다 적응했지만 일이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물품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심정을 알기에 서두르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김 기사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CJ대한통운 정직원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그만큼 성실하게 일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는 택배 물품의 파손 여부를 꼼꼼히 체크하는 한편 택배 물품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CCTV를 세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생들이 택배 물품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있었을 때 난감했어요. 꼼꼼히 CCTV를 보게 된 이유죠." 택배 물품을 도난당하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그가 고객들이 물품을 내 물건처럼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김 기사에게도 이 일을 하며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다. 최대한 빨리 택배 물품을 배송했는데도 일부 고객이 물품을 늦었다는 지적은 그에게 가장 큰 서운함이다. 김 기사는 "택배 물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면서 힘든 일도 더러 있지만 고객들의 감사 표현에 섭섭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을 위해 본분을 지키며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IMG::20151123000153.jpg::C::480::지난 20일 오전 CJ대한통운 서울 중구지점에서 직원들이 하차된 택배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사진=손진영 기자}!]

2015-11-23 19:13:21 유선준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3> "시민 안전 위해 더 열심히 일하죠"…신림역 역무원 남기관 부역장

지난달 31일 새벽 5시, 동이 채 트기도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는 첫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밤을 지새운 청춘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생활의 터전으로 향하는 이들이 플랫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온기는 새벽의 추운 공기를 한결 따뜻하게 데운다. 이들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하철 역무원이다. 지하철 역무원의 일과는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전날 오후 6시부터 근무를 시작한 야간조가 당직실에서 일어나는 시간이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복장을 갖추는 것이다. 늘 시민을 대해야 하는 만큼 단정한 복장은 역무원의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림역의 첫차는 평일 기준으로 내선순환이 새벽 5시33분에, 외선순환이 새벽 5시39분에 출발한다. 그전까지 역무원을 역의 시설물을 점검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조명을 켜고 스크린도어를 확인하고 각종 시설물의 이상 유무를 파악한다. 역무원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근 시간이 돼 인파가 몰리면 역장과 당직 책임자, 그리고 사회복무요원이 함께 플랫폼에 내려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근무를 시작하는 주간조는 시민 민원 응대부터 수익금 관리까지 역 운영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고객 접대·열차운행 관리·민원 처리·시설물 관리 등 그야말로 지하철 업무의 '종합선물세트'다. 신림역은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지하철 1~4호선 중에서 강남역·잠실역·홍대입구역에 이어 4번째로 승하차 인원이 많은 역이다. 하루에만 14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곳에서 지하철을 이용한다.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역무원의 역할도 클 수밖에 없다. 신림역에서 부역장을 맡고 있는 남기관(55)씨는 "역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관리, 그리고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없는 고객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인 만큼 역무원은 새벽부터 늘 긴장해야 한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된 일이지만 남기관 씨는 "잠을 잘 못 자는 게 힘들어도 일은 즐겁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첫차를 타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뭉클합니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가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요." 힘든 순간마다 그에게는 긍정의 힘이 버팀목이 된다. 남기관 부역장은 "유실물을 찾아줬을 때, 혹은 계단을 올라가는 어르신을 도와드렸을 때 듣는 격려나 칭찬에서 힘을 얻는다"며 웃는다.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작은 것에서 보람을 찾으려 한다. "직원끼리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면 '우리가 열심히 해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야간근무를 마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죠. 눈에 띄지는 않아도 전직원이 근무를 하기에 시민들이 움직일 수 있는 거니까요. 사람들 때문에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잊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도 더 긍정적이 됐으니 얻은 것도 많아요." [!{IMG::20151102000142.jpg::C::480::지난달 31일 새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만난 역무원 남기관 씨. 부역장을 맡고 있는 남 씨는 역무원 업무에 대해 "잠을 잘 못 자 힘들지만 일은 즐겁다"고 말했다./손진영 기자 son@}!]

2015-11-03 14:12:37 장병호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2>"소리만 들어도 상태 알죠"

"차량 안전위해 밤낮없이 점검 즐기며 일하다보니 어느덧 30년 의지할 동료있어 힘든 줄 몰라"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 검수부 김중철씨(부검수장) 아침 출근길의 '메트로'는 독자들과 함께 희망찬 새벽을 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무료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한눈에 볼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은 '메트로'의 보람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사회가 밝고 활기찬 아침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지하철은 보통 자정이 넘으면 운행이 끝난다. 밤의 침묵과 함께 모두가 잠드는 그때, 남들보다 더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행을 끝낸 지하철 차량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지하철의 파수꾼', 바로 서울메트로 검수부 직원들이다. 지난 22일 새벽 1시 반 무렵 찾은 서울메트로의 신정차량기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마치 한낮처럼 많은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일하고 있었다.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에 위치한 신정차량기지는 2호선 차량 중 84대를 관리하고 있는 지하철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검수부는 차량에 이상이 없는지를 살피는 일을 맡고 있다. 막차가 들어오고 첫차가 나갈 때까지 지하철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 바로 검수부의 역할이다. 지하철 2호선은 순환선이라 지하철에 무리가 많이 가는 편이다. 또한 다른 노선에 비해 탑승객도 월등히 많아서 고장이 잦다. 그만큼 더 꼼꼼하고 열심히 차량을 검수해야 한다. 신정차량기지 검수부는 각각 검수1부와 검수2부로 나뉘어져 있다. 각 부는 1명의 부검수장과 8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총 4개의 조로 구성돼 근무한다. 지하철은 1년 365일을 쉬지 않고 운행한다. 차량기지 또한 쉬는 날 없이 돌아간다. 다행히 최근 주간근무 1일과 야간근무 1일을 한 뒤 2일 휴무할 수 있는 '4일' 업무 체계가 자리잡아 근무 환경이 나아졌다. 하지만 근무 일정에 따라 일해야 하는 만큼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좀처럼 쉴 수 없다는 점은 검수부 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충 아닌 고충이다. 야간근무는 오후 6시부터 시작돼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이어진다. 본격적인 근무는 차량이 기지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오후 9시부터 시작된다. 자정을 기점으로 검수부의 발길은 바빠진다. 운행을 마친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검수부는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진행하는 '도착검사', 3일에 한 번 진행하는 '일상검사', 그리고 2개월에 한 번 하는 '월상검사'로 차량의 이상 유무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검수부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벽 1~2시까지 차량 점검이 끝나면 직원들은 2시간 남짓 수면을 취한 뒤 새벽 3~4시부터 다시 근무를 시작한다. 첫차가 출발하기 전 다시 한 번 더 차량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검수를 마친 차량은 기관사에게 건네진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워 작업을 마친 뒤에야 주간 근무조와 교대를 하고 퇴근할 수 있다. 주 5일 근무에 9시 출근·6시 퇴근이 익숙한 보통의 직장인과 비교하면 힘든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중철(57·남) 부검수장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일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더 많다"며 웃었다. 그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즐겁게 일하자는 마인드로 서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1985년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올해로 30년째 근무 중인 김중철 부검수장은 "야간에 근무해야 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천직이라 생각하며 일하다 보니 30년을 맞게 됐다"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다. 보람도 크다. 그는 "어렵게 고장을 찾아서 수리를 하면 희열을 느낀다. 그럴 때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힘든 근무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동료와의 우정이다. 김 부검수장은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다른 파트보다 우정이 돈독하다"며 "어려울 때는 서로 도와주고 함께 취미도 공유하며 서로를 챙겨준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신정차량기지는 새벽에도 웃음과 활기가 끊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지하철을 타면 소리만 들어도 '이 차량은 이게 문제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동료끼리 놀 때도 지하철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하죠. '지하철의 파수꾼'이라고 할까요? (웃음) 힘들어도 열심히 사는 것, 그게 바로 즐겁게 일하는 비결입니다." [!{IMG::20151025000097.jpg::C::480::지난 22일 새벽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에서 검수부 직원이 지하철 차량의 일상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2015-10-26 06:00:00 장병호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1>18년 경력 베테랑 기관사 박형렬씨…"서울시민의 발 보람"

새벽을 여는 사람들…서울 지하철 2호선 기관사 박형렬씨 아침 출근길의 '메트로'는 독자들과 함께 희망찬 새벽을 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무료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한눈에 볼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은 '메트로'의 보람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사회가 밝고 활기찬 아침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지난 17일 새벽 서울 양천구 목동로 3길 서울메트로 신정 차량사업소. 칠흑같은 어둠이 드리워진 시각에도 이곳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취재 약속 시간인 4시 30분이 되기 전까지 대기한 1층 로비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4시가 넘어서자 1층 로비에 하나둘씩 불이 켜지더니 이내 건물 안이 환해졌다. 4층 운영사업소에서는 기관사를 깨우는 기상 업무가 한창이었다. 신정과 대림, 동대문, 홍대입구역 열차의 출발과 마무리를 책임지는 지하철 차량 기지인 이곳은 새벽 근무를 하는 기관사들이 오후 6~8시 사이에 들어와 대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관사들의 야간 당직 순번은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번 꼴로 돌아오며 근무는 기관사1명과 차장1명이 1개 조로 배정된다. 차량 기지로 들어온 기관사들은 저녁 식사 후 야간에도 근무를 한 뒤 평균 4~5시간 가량의 수면을 취하고 새벽 근무에 들어간다. 새벽 1시 열차 운행이 종료된 뒤 차량 기지 검수고에서 차량 청소와 점검이 완료되지만 미숙한 부분이 발생하거나 긴급 고장이 발생할 경우 운행 차량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기관사들은 첫 차 출발 전 최소 35분 전에는 승차를 완료해야 한다. 운영사업소에서 기관사들에게 돌리는 기상 전화 시간은 5시 10분 첫 운행 1시간 5분 전인 4시 5분부터 시작돼 6시 50분까지 진행됐다. 5시 55분 외선순환 열차 운행을 맡은 18년 경력의 베테랑 기관사 박형렬씨(46·남)의 기상 시간은 4시 50분. 남들 같으면 휴일을 앞두고 단잠을 자고 있을 시간. 박 씨는 전날 오후 6시 출근해 야근까지 한 뒤 잠자리에 들었지만 눈빛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박 씨는 "피곤하다거나 휴일에 쉬지 못해 섭섭한 건 없다"며 "오늘도 승객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모시기 위한 마음으로 차를 탔다"고 말했다. 박씨는 운영사업소에서 근무 시간과 지시사항 등 간단한 일정을 확인한 후 검수고로 향했다. 검수고에서 운행 차량 번호 등을 확인 작성한 그는 열차에 올랐다. 박 씨가 이날 운행을 맡게 된 차량은 221번. 열차에 올라타 운전석에 들어서자 "보안 제동 스위치가 취급됐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해서 들렸다. 기관사들이 열차에서 가장 먼저 작업은 제동 스위치와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되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박 씨는 "전기차는 회로도가 다 구성돼 있다"며 "제동기가 오작동을 하게 되면 역을 지나치거나 큰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동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열차가 움직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제동 스위치 검사를 하면서 동시에 검수고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탑승 차량 번호와 운행 기관사, 운행구간 등에 대한 승무 일지를 기록했다. 이후에는 간단한 시운전과 열차 끄트머리에 있는 운전석 점검이 이뤄졌다.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구조에서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해 반대방향으로 운행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는 차량 외부 상태 점검 등을 완료한 뒤 검수고에서의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예정된 5시55분보다 1분 정도 연기된 시각인 5시 56분께 신정 기지를 출발해 2호선 신도림역 거쳐 사당역까지 가는 동안 첫차를 타는 손님들은 청소업체, 경비업체 등 시설근로자가 대부분이었다. 박 씨는 "청소하러 가시는 분들, 경비 교대하러 가는 분들이 아침 손님의 대부분"이라며 "그는 분들의 발이 되는 것이 첫 차 운행의 보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최대한 편안한 승차감으로 목적지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IMG::20151018000101.jpg::C::480::열차 운전칸에서 바라본 터널./손진영 기자}!]

2015-10-19 06:00:00 박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