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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11> 거리의 청결지킴이, 환경미화원 박성균 씨

[새벽을 여는 사람들] 거리의 청결지킴이, 환경미화원 박성균 씨 지난 15일 새벽 5시, 긴긴 겨울밤을 깨우는 빗자루질 소리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아직은 깨어있는 사람보다 한밤중인 이들이 많은 이 시각, 14년째 변함없이 빗자루를 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박성균씨(40)를 만났다. 박 씨는 서울 종로구 환경미화원이다. 지난 2003년 종로구청 환경미화원 공개채용에 지원해 입사한 당시 박 씨의 나이는 27세. 대학을 졸업하고 가구회사에서 일하다가 환경미화원에 도전한 데는 아버지 박병두씨(67)의 영향이 컸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아버지의 뒤를 따라 이 일을 시작했어요." 박 씨의 동생도 형보다 1년 늦은 2004년 환경미화원 배지를 달아 삼부자 모두 환경미화원이다. 박 씨의 아버지는 6년 전 정년퇴임을 끝으로 30년간 든 빗자루를 내려놓고 현재 두 아들의 삶을 응원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깨끗해진 거리 보면 피로가 풀려” 박 씨가 오늘 청소를 맡은 구역은 보신각부터 종로2가 사거리까지. 바닥 곳곳에 그를 기다리는 쓰레기는 종류를 불문한다. 담배꽁초, 전단지, 깡통, 먹다 버린 음식물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 정도는 양반인 것이 가래침이나 토사물, 심지어 대소변까지 박 씨는 안 치워본 게 없다. "간밤에 취객들이 만들어둔 구토는 흔적 없이 치우기가 쉽지 않고 악취를 동반하기 때문에 가장 곤혹스러워요.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할 만한 편입니다." 시종일관 긴장된 모습으로 바삐 작업하던 박 씨는 잠시 멈춰서 과거를 회상했다. "10년 전에는 5분만 쓸어도 리어카 한 대가 넘치도록 쓰레기가 쌓였어요. 그때보다 시민의식이 좋아져 양이 반은 줄었습니다. 매년 나아지는 거리를 보면 제가 다 뿌듯하기도 하고, 청소 후 깨끗해진 거리를 볼 때면 힘든 것도 싹 날아가죠." 종로구청에는 박 씨를 포함해 130여명의 환경미화원이 있다. 20~30명씩 팀을 이뤄 한 구역을 맡는데, 1명당 리어카 1대가 따라붙고 트럭이 이들 뒤를 받쳐준다. 쓰레받기에 담긴 쓰레기는 리어카에, 리어카에서 다시 트럭으로 모이는 식이다. 박 씨는 한데 모은 쓰레기를 리어카에 털어놓고는 다시 거리로 향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사람들의 시선” 몇 해 전 환경미화원 채용에 박사학위 소지자가 원서를 낸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정년까지 일할 수 있고 복지가 보장된다는 장점에 지난해는 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환경미화원은 인기 직업이 됐다. 그런데도 박 씨에게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의 그릇된 시선이다. 매일 이른 시각 시작되는 고된 업무도, 여름 더위나 겨울 추위가 아닌 청소 일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편견이다. "청소한다는 것에 선입견을 품은 이들이 아직도 많아요. 어떤 분은 쓰레기 더미를 발로 차면서 시비를 걸기도 하고…. 그들의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을 마주할 때가 가장 힘들어요." 박 씨도 서류와 신체검사, 체력테스트, 면접 등 어려운 입사시험을 통과했다. 박 씨는 20대에 이 일을 시작해 이젠 베테랑이 다 됐다. "함께 힘든 일을 하다 보니 동료들과 정이 두터워요. 늦게 들어와도 연세가 많으면 예우를 갖추고, 서로 '형님, 아우' 하면서 가족처럼 지내죠. 다른 회사처럼 입사 연차로 군기를 잡거나 서열을 세우는 일은 없습니다." 오후 3시, 박 씨는 퇴근 후 곧장 헬스장으로 향한다. 그의 또 다른 꿈은 실버 트레이너. "오후 시간을 활용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피곤하더라도 체력관리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 지금은 제2의 꿈이 됐습니다." 아주 잠깐 수줍은 미소를 보인 박 씨는 다시 쓰레기가 널브러진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016-01-19 07:46:34
[새벽을 여는 사람들] <10> 신선한 도시락 위해 24시간 쉬지 않죠-푸드플래닛 김한수 팀장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위치한 푸드플래닛은 편의점 CU에서 판매되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을 만드는 간편 식품 전용 공장이다. 이곳에서는 160여명의 작업자들이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일하고 있다. 편의점 음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신선도'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신선한 음식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푸드플래닛은 24시간 불 꺼질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곳의 하루 일과는 매일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편의점 간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밥을 짓기 위해서다. 밥을 짓는 것은 기계가 하지만 다 지은 밥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밥을 얼리고 보관하는 일은 작업자들이 일일이 맡아서 한다. 새벽 3시부터 시작되는 밥 짓기는 낮 12시가 돼야 마무리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낮 3시부터 또 다시 밥을 짓기 시작해 밤 12시가 될 때까지 일한다. '밥맛'이 살아있는 도시락과 삼각김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밥이 완성되면 다음은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들 차례다. 이곳에서 만드는 제품은 총 57개 카테고리나 된다. 주간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간조는 오후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한다. 채소를 손질하고 도시락에 반찬을 일일이 넣으며 삼각김밥에 들어갈 양념을 비비는 등 모든 일들이 이들 손에서 이뤄진다. 지난달 출시 2주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되며 큰 인기를 모은 백종원 도시락도 이곳에서 만든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 도시락이다. 그러나 도시락을 완성시키는 것은 이곳 푸드플래닛 작업자들의 몫이다. 맛있는 도시락 뒤에서는 새벽부터 정성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 푸드플래닛 생산본부 생산·영업팀을 이끌고 있는 김한수(39) 팀장은 "편의점 간편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도'"라고 강조했다. 물류업에 종사했던 김 팀장은 8개월 전부터 막 오픈한 푸드플래닛에서 간편 음식 제작 전반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푸드플래닛이 내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건강한 재료를 이용한 신선한 음식'이다. 최근 각 편의점 별로 다양한 도시락이 출시되며 간편 음식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간편 음식은 비위생적"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김한수 팀장도 지금의 일을 하기 전까지는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만큼 푸드플래닛에서 만든 제품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간편 음식에 방부제를 써서 유통기한이 있는 걸로 알고 계세요. 하지만 여기에서 만든 음식에는 방부제가 일절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신선도 유지를 위해 완성된 음식을 급속 냉장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생기죠. 그리고 채소 등 재료도 마트보다 더 질 좋은 재료를 쓰고 있고요. 많이 팔리는 것보다는 양질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푸드플래닛에서는 작업자는 물론 사무실 직원도 모두 헤어캡을 쓰고 일한다. 작업자와 사무실 직원 모두 한 회사 직원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하루 일과의 마지막은 청소다. 모든 조리 기계를 하루에 두 번 쉬지 않고 청소한다.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실험도 진행한다. 장기적으로는 공장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24시간 공장이 돌아가는 만큼 작업자들에게는 아침과 낮, 밤과 새벽이라는 구분도 무의미하다. 야간반 작업자들은 근무 도중 트러블이 생겨도 "아침부터 왜 그러냐"며 웃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김한수 팀장은 전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우리가 만든 음식이 맛있다는 반응을 보일 때 가장 뿌듯하다"며 "작업자들도 서로 자기가 음식을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2016-01-12 03:00:00 장병호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9> 메트로신문 독자와 약속 실천하는 최재석 센터장

[새벽을 여는 사람들] 메트로신문 독자와 약속 실천 최재석 센터장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그의 하루는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매일매일 새벽에 인쇄되는 메트로신문을 바쁜 직장인과 학생 등 모든 독자들이 제 시간에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모두 잠든 시간에 묵묵히 업무를 시작하는 불광센터장 최재석(44)씨. 그는 2002년 메트로신문이 창간된 이후 13년여 동안 변함없이 서대문구과 은평구, 종로구 일대를 책임지고 있다. 최재석 센터장은 "메트로신문이 2002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무료 신문을 창간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획기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배포 일을 시작하면서 성격에도 맡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업무는 연신내역에서 시작되며 배포 부수는 3200부다. 그는 신문을 배포 차량에 실은 뒤 1차 발송 장소인 서대문역, 광화문역, 경복궁역에, 이후 2차로 연신내역, 불광역, 홍재역, 안국역 등에 배포한다. 그 과정에서 배포 도우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해당 역에서 발생한 이슈 등을 듣기도 했다. 안국역과 불광역은 배포 도우미가 없어 최 센터장이 직접 배포대를 설치하고 신문을 채워놓는다. 또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 등 공공기관에도 신문을 배포한다. 이 같은 코스를 하루 두세번 씩 돌아야 한다. 그는 "일부 장소에서는 신문이 부족해 독자들이 신문을 기다리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며 "독자들에게 문제 없이 신문이 배포되고 있는지, 신문이 부족한 곳이 없는지 돌아보며 직접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은 길도 막히고 신문이 물에 젖지 않도록 장비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배포를 일찍 시작한다"고 귀뜸했다. 매일같이 이른 새벽 기상상황과 관계없이 약속된 시간에 신문을 배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넘어 독자와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각오를 다진다고 한다. 아울러 무료배포 신문의 특이한 구조도 그에게 색다른 동기를 제공한다. 그는 "유료신문은 배포자가 독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무료 배포신문은 독자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며 "독자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은 다르다. 일부는 공짜라며 값어치 없이 다루기도 하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신문을 보는 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월요일 아침에는 일찍부터 신문을 기다리는 독자들도 있다. 5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이 줄을서서 기다리기도 한다"며 "그분들과 정이 들면서 가족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신문을 준다는 게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메트로신문은 지난해 11월 11일 '뉴메트로 2015재도약 선포식'을 개최하고 기존 타블로이드 판형에서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꿨다. 또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은 경제 뉴스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밀착형 뉴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그는 "타블로이드 판보다 신문이 소진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며 "일부 독자들은 '베를리너로 바뀌고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신문업계가 힘들어 졌다는 점은 최 센터장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메트로신문 창간 이후 포커스신문, 데일리 노컷뉴스 등이 창간했지만 현재 발행을 중단한 상태다. 무료신문 시장에서는 메트로신문이 유일하다. 그는 "최근에는 독자들이 모바일쪽으로 많이 이동했지만 경쟁 신문사가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신문을 챙겨보는 독자는 정해져 있다"며 "오랫동안 독자들과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메트로신문과 함께하고 싶다는 그는 "새벽 일이 쉽지 않지만 첫차를 타고 나가는 시민을 보거나 나보다 일찍 새벽 일을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서 내 자신 스스로 더 열심히 하자고 채찍질을 한다"며 "가끔은 배포를 하면서 해가 뜨는 걸 보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받기도 한다"고 웃어 보였다.

2016-01-04 03:06:02 양성운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8>'키질'하는 국회도서관 박희양 조리장

"식자재 다루는 손길 따라 음식 맛 천차만별" "음식 기본은 정성"…내년 6월 정년 앞두고 후배들에 당부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탁탁탁." 조리복을 입은 한 남성이 멸치를 한 움큼 집어 들어 '키' 안에 담는다. 키를 잡은 양 손이 땅과 하늘을 몇 차례 오고가자 티끌과 싸라기들이 바닥에 후두두 떨어진다. 목욕 재개한 멸치들이 이내 조리를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새벽 6시 10분경. 짙은 어둠을 뒤로하고 들어선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식당에서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곡식에서 겨나 티끌들을 걸러내는 키가 국회 한 가운데서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고리버들이나 대나무 등을 잘게 쪼개 만든 키를 시골이 아닌 국회 안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멸치나 건새우를 말리는 과정에서 부스러기가 생기는데 그걸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조리할 때 찌꺼기가 타서 음식이 상해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이동할 때마다 늘 들고 다닙니다." 키의 주인인 박희양(60) 조리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1986년 우연한 기회에 국회에 입문한 그는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등을 거쳐 도서관 식당에서 근무 중인 경력 40년차 베테랑이다. 수십 년 경력은 교육자를 꿈꿨던 청년 박희양이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일찍이 상경, 주방에서 허드렛일부터 배워 일군 그의 삶 자체다. 조리장인 그를 필두로 국회 도서관 식당은 부조리장과 보조 조리사 등 14명이 정치인들과 국회 직원, 일반인 모두의 영양을 책임지고 있다. 도서관 개방은 오전 9시지만 이들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아침·점심·저녁 하루 평균 식사량만 1000여개. 외부 방문객이나 행사가 잡힐 경우 식사량은 1400여 개를 훌쩍 넘어선다. 국회에 따르면 식당 근무자들은 본청과 의원회관, 도서관 등을 2년 주기로 돌아가며 근무한다. 이렇다보니 50여명 남짓 직원들은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낸다. 박 조리장은 국회 식당 중 도서관은 좀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안 식당 중 특히 일이 더 힘들거나 더 쉬운 곳은 없지만 도서관은 국회의원과 직원, 일반인들 모두가 드나드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그의 말처럼 여의도의 지식창고인 국회 도서관에는 공부하러 오는 학생부터 중년 어르신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도서관 식당이 저렴한 가격에 맛도 있다 보니 일반 식당처럼 단골도 있다. "주로 주방에 있기 때문에 이용객들을 마주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매일 도서관에 오시는 70대 할머니 한 분은 특히 생각납니다. (로테이션 근무로) 지난해 8월 도서관 식당으로 올 때부터 뵀으니 벌서 1년이 넘었는데, 매번 괜찮다고 해도 명절 같은 날이면 늘 음료수를 보내옵니다." 요리하는 사람답게 가장 좋을 때는 "역시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때"라고 바로 대답하는 박 조리장. 그런 그에게도 몇 백명의 입맛을 맞추는 일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용객들의 건강을 위해 저염식에 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 마인드가 '음식에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조리사들한테도 '정성이 없으면 같은 음식을 해도 맛이 안 난다'고 늘 얘기합니다. 40년 전 개인 식당에서 처음 요리를 배울 때는 식자재를 함부로 던지는 사람도 봤는데 그 때 '난 저러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같은 조리법을 해도 음식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음식에 대한 그의 고집스러움은 맛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고집을 담은 40년 비법은 아무에게나 공개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 "배울 의지가 있는 후배들에게만 비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절반만 알고 대충 흉내 내서 요리를 하지만 저는 100% 자신이 없으면 잠이 안와요. 음식은 특별하지만 까다롭게 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랑 일하면 다들 많이 힘들어 합니다.(웃음)" 누군가 일이 힘들다고 토로하면 우스갯소리로 "박 조리장님이랑 일하면 그런 말 못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새벽 출근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습관화돼서 익숙하지만 주중에는 술 약속을 못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 6월 정년을 앞둔 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제 6개월만 있으면 33년 만에 국회를 떠나게 됩니다. 주방 일이 힘들어 몸이 안 좋으신 분들도 있는데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음식을 만들면서 자긍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곳 식구들과 호흡이 잘 맞아 이용객들에게 좋은 음식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자에게 냉면 육수도 직접 만든다고 설명하며 대접할 날을 기대했다. "내년 6월이 정년인데, 여름이 일찍 찾아와 직접 숙성시킨 육수로 냉면 맛을 보여드리고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IMG::20151230000035.jpg::C::480::국회도서관 식당 박희양 조리장이 지난 24일 새벽 6시 10분경 본지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40년 조리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2015-12-31 06:00:00 연미란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또 한명의 '산타' 현대택배 티몬담당 김연국 씨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12월 25일 새벽 6시 아직 어두운 시간이지만 48세 김연국 씨는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오늘도 그의 방문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현대로지스틱스 소속 티몬 '슈퍼마트' 상품 전담 택배기사다. 8시가 못된 시간 회사에 도착한 김 씨는 서둘러 자신이 배달해야하는 택배들을 분류하기 시작한다. 뒤늦게 도착한 동료 기사들이 김 씨에게 인사를 하며 농담을 건낸다. 48세 나이에 새롭게 시작 택배 기사, 이제 4개월 남짓 됐지만 동생 또는 친구 같은 동료들은 마치 오랜 세월 같이 한 것처럼 친근하다. 8시가 되면 김 씨의 업무가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날, 현대 사람들에게 집에서 가장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산타가 아닌 택배일 것이다. 김 씨의 담당 구역은 송파구와 잠실 일대다. 티몬의 생필품 카테고리 슈퍼마트를 담당하기 때문에 같은 집을 찾아가는 일이 흔하다. "저 같이 같은 지역을 계속 도는 기사들은 매일 같은 고객을 봐요. 몇몇 고객 분과는 많이 친해져서 방문하면 음료도 준비해 주고 합니다" 배달을 시작하는 김 씨의 눈에는 피곤함보다 설렘이 맺혀있다. 컴퓨터 수리점을 10년 넘게 해온 김 씨는 갑작스런 경기 악화로 가게를 정리하게 됐다. 가족들을 두고 막막하기만 김 씨가 만난 것은 티몬 슈퍼마트 택배기사 모집 공고였다. 연령 제한, 경력 제한 등이 없었기에 김 씨에게는 희망과도 같았다. 48세 나이에 새로운 직장을 얻는 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험 많은 선배들의 교육을 거쳐 현재는 택배업무와 함께 신입기사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자신이 신입들을 교육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는 김 씨는 즐거워 보였다. 4개월 전에 느꼈던 절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희 현대택배는 분위기가 좋아요. 이쪽이 티몬 담당이라 더욱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가족같이 친하게 지내고 교육도 옆에 태워서 동승교육을 하기 때문에 하루를 같이 보내며 더욱 친해져요" 이윽고 도착한 한 집,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집이다. 벨을 누르자 튀어나오는 것은 엄마가 아닌 아이다. 이제 막 유치원에 입학한 것 같은 아이는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매년 이 맘 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선물이 온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아이에게 김 씨는 산타할아버지가 같은 존재다. 김 씨는 아이에게 귀엽다는 말과 함께 상자를 넘겨줬다. 평소 방문이 잦은 집인지 아이의 엄마는 김 씨에게 인사를 한다. 내년부터는 산타복장을 입어야겠다는 농담과 함께 다음 집으로 출발했다. "저 아이들에게 택배기사는 산타할아버지에요. 아는 거죠. 택배아저씨는 항상 무언가 선물을 가져온다. 저런 모습들을 보면 제 일에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요. 누군가 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잖아요. 물론 내가 아닌 상품이지만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뿌듯해 집니다" 하루 평균 100곳이 못되는 집을 방문하면 김 씨의 일과는 마무리된다. 일반 택배기사가 150~200곳을 방문하는 것을 감안하면 여유 있는 편이다. 시간은 오후 4시께 김 씨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회사로 돌아간다. 일과를 마친 기사들이 김 씨의 귀환을 반긴다. 서로 웃으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다보면 어느새 겨울 해가지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다. 항상 이런 식으로 담소를 나누고 헤어지냐는 질문에 김 씨는 "어차피 퇴근 사인해야 해서 회사로 들어와야 해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기 때문에 다들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가 봐요. 다들 이렇게 친해지면 동료애가 커지는 거죠"라고 답했다.

2015-12-28 15:56:38 김성현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6> 지하철 천태만상 해결사 보안관 송봉용 씨

"시민 안전이 최우선…힘들다는 생각 안해요"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 구간 순방향 보안 업무를 맡는 송봉용씨(34)는 내년이면 5년차 보안관이 된다. 그의 하루는 오전 7시 총기 수령과 함께 시작된다. 총기 수령 전에 송 보안관은 취재 기자와 사진 기자에게 마스크를 건네며 질병 예방을 위해 꼭 착용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마스크를 착용한 뒤 약 10분간 총기수령과 일지를 작성한 송 보안관은 곧바로 역사로 나가 제일 먼저 플랫폼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노숙인을 깨워 쉼터가 마련돼 있는 2번 출구로 안내했다.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대부분 술에 절어 있는 노숙인들이 많다보니 한 구역마다 꽤 오랜 시간 입씨름과 기싸움이 반복됐다. 노숙인들은 보안관의 말을 듣지 않는건 기본이고 온갖 욕설로 대응했다. 기자들에게도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카메라 기자가 건장한 체구의 청년임에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말라며 다가와 위협했다. 송 보안관에 따르면 이날 취재 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당한 위협은 약과에 불과했다. 노숙인들은 평소 가위나 깨진 술병 등을 휘두르고 비오는 날에는 우산으로 보안관을 폭행하기 일쑤라고 한다. 노숙인들은 저 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었다. 왕년에 청와대 정무수석을 했다는 사람부터 알코올 질환환자 등 다양했다. 르포 당일인 지난 10일 서울역사에 노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여성 노숙인이 난동을 부리며 온갖 욕설과 고성을 질러 한동안 역사가 소란스럽기도 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노숙인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자활, 사회복귀 지원 센터인 '다시서기 종합센터'와 열방선교교회 서울센터에 보내진다. 하지만 이들은 보호센터의 보호를 거부하고 일도 하지 않는다. 센터에는 하루 3~4명꼴로 노숙인이 인도되지만 잘 버텨야 1주일이고 대개는 하루 이틀 만에 뛰쳐 나온다는 게 서울메트로의 설명이다. 르포 당일에도 역사내 한쪽 모퉁이에서 잔뜩 웅크리고 자던 여성 노숙인이 거동을 하지 않아 보안관이 다시서기 센터와 열방교회에 연락을 취했다.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관계자가 도착했지만 노숙인의 거부로 센터에 인도되지 못했다. 여성 노숙인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내 마음이 차갑게 돌아서게 된다고 송 보안관은 설명했다. 노숙자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쓰레기를 치우는 건 고스란히 보안관들의 몫이었다. 이렇게 역사 내 10구역 40~50명의 노숙자를 깨우는 데는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 보안관들은 이렇게 노숙인을 깨우며 플랫폼을 정리하는 중간중간 지하철 노선 안내와 교통카드 충전 등 서울메트로 직원으로서의 일반 업무도 했다. 이후 이들은 지하철로 이동해 보안 업무를 실시한다. 지하철에서는 칸칸마다 시민의 쾌적한 지하철 이용을 방해하는 이동 상인이나 술에 취해 불특정 다수에 폭력을 휘두르는 주폭, 성추행범 등을 잡아낸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게 되는 치한에 대처하는 방법을 자세히 물어봤다. 성추행을 당하면 당황하지 말고 주위 사람에게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만약 겁을 먹어 소리를 지를 수 없다면 '지하철 안전지킴이 앱'을 통해 신고하면 된다. 본인이 타고 있는 칸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위치 추적이 돼 보안관이 바로 달려간다. 여유가 된다면 1577-1234로 연락하면 된다. 이렇게 지하철 보안관들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9시간 근무하며 이동하는 거리는 자그마치 4만5000보(약 10km)에 달한다. 보안관 대부분은 기본 10단 이상의 유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엄청난 체력 소모에 대비하기 위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송봉용씨는 마지막으로 "보안관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의 질서를 방해하는 이동 상인이나 노숙인 등 질서 유해자를 최대한 이동시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며 "이 과정에서 단속만을 위한 단속이라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도 계시지만 그분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니 좋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MG::20151221000053.jpg::C::480::송 보안관이 어르신의 교통 충전을 돕고 있다./손진영 기자}!]

2015-12-21 13:18:28 박상길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5> 20년간 전철역 빛낸 미화원 이완순씨

찬 공기가 자욱한 11월 30일 새벽 5시 25분. 서울메트로 4호선 미아역엔 벌써부터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리 중엔 20년간 전철역을 청소해온 미화원 이완순씨(60·여)가 서 있었다. 현재 맡고 있는 서울역으로 출근해 하루일과를 벌써 시작한 것. "첫차를 타도 앉아서 못가요. 그만큼 일찍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거겠죠. 이제 환갑줄에 들어섰지만 아직 젊은 축에 속한답니다." 서울역에 도착한 그녀는 미화원 휴게실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교대하는 야간조가 밤새 청소한 후지만 어느새 쓰레기며 오물이 역사 안에 쌓여 갔다. 원래 있을 자리에 당연히 돌아왔다는 듯이. "인천공항이 연결되면서 이용객이 부쩍 늘었어요. 그만큼 청소할 일도 늘어난 거죠.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게 눈에 보여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국인이 몰려다니고 시끄러워 그럴 것 같지만 아니에요. 생각보다 많이 버리지도 않고 휴지통을 제대로 이용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이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라 꺼내서 다시 해야 돼요. 특히 요즘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음료를 비우지 않고 통 안에 던져 전체가 젖어버립니다. 무겁게 뭉쳐서 여간 고역이 아니에요. 음식물이며 생활쓰레기를 가져와 화장실에 무단투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양심을 버리는 거죠." 그녀는 한국인의 시민의식이 결코 중국인을 앞서지 않는다고 체감했다. 역사를 다니는 사람이 늘고 빨라질수록 기본소양을 지키는 사람은 적어지는 느낌이다. 또 다른 난관은 노숙인 문제다. "노숙하는 분들이 야간에 역 안에서 술파티를 벌입니다. 어디서 그렇게 가져왔는지 박스는 수없이 널려있고. 그리곤 아무데나 소주병을 던지고 대소변을 봐요. 화장실 세면대에서 샤워를 하고요. 이런 것들을 매일 치워야 하죠. 역무원과 경찰이 제지해도 그때 뿐이에요. 외국인이 보기에도 안 좋고, 겨울철에 동사 같은 안전사고 문제가 클 텐데. 이런 건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합니다. 이분들이 자립해 역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현재 1~4호선의 미화원은 서울메트로의 청소업무 자회사인 메트로환경 소속이다. 120개역을 1500여명의 미화원이 관리한다. 서울역의 경우 8명(오전·오후 6명 교대, 야간 2명 고정)이 담당하고 있다. 1000여평의 역사를 2~3명이 맡는다. 급여나 복지는 2013년 재향군인회에서 메트로환경으로 넘어오면서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한다. 건의사항은 없는지 질문하자 이씨의 동료인 원청실씨(50·여)가 거들었다. "일할 때 청소차를 끌고 다니는데 역사에 유동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항상 사고위험이 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이어폰을 꽂고 하면 부딪힐 수가 있거든요. 피해주면 좋지만 우리가 피해야 돼요. 불빛이나 경고음 같은 게 청소차에 달렸으면 좋겠네요."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묻자 이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눈시울을 흐렸다. "아저씨가 안계세요. 20년간 일하면서 남매를 키우고 대학공부까지 시켜 지금은 둘 다 결혼했죠. 손주까지 봤답니다. 이제는 온몸이 여기저기 쑤셔서 침을 맞아요. 하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 65세 정년까지 일할 생각이에요. 우리가 열심히 청소하기에 사람들이 깨끗한 역에서 기분 좋게 출퇴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는 승객이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한마디 인사하면 그게 보람이죠." 그녀는 다시 청소현장으로 향했다. 뒷모습이 멀어지고 빠른 걸음을 내딛는 회사원들이 시야 앞을 대신 채웠다. 그렇게 서울역의 또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정필기자 roman@metroseoul.co.kr

2015-11-30 17:56:03 이정필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4>'알바에서 정직원 발탁' 택배기사 김승현씨

새벽을 여는 사람들…CJ대한통운 서울 중구지점 김승현 택배기사 "고맙다는 고객들의 말에 보람 느껴" 아침 출근길의 '메트로'는 독자들과 함께 희망찬 새벽을 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무료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한눈에 볼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은 '메트로'의 보람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사회가 밝고 활기찬 아침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메트로신문 유선준 기자] "서둘러요. 빨리빨리." 지난 20일 오전 7시 30분 서울시 도화동 CJ대한통운 중구지점. 이른 아침이지만 택배기사들에게는 이미 한낮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오늘 배송할 물품의 하차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전·옥천 등 지방 물류센터에서 보내온 수많은 택배 물품들은 서울 25개 자치구에 각각 설치된 CJ대한통운 서울 지점들에서 분류작업을 거쳐 서울 내 가정집이나 쇼핑몰 등으로 보내진다. 이날 찾은 서울 중구지점은 중구·종로구 배송지에 택배 물품을 보내거나 수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지방에서 올라온 1만여개의 택배 물품들을 하차하고, 오후 1시 이후부턴 택배 물품들을 가정집으로 보내는 작업을 한다. 오후 5~8시가 되면 가정집이나 쇼핑몰에서 지방으로 배송될 택배 물품들을 수거하고, 오후 6시부턴 각 지방으로 내려갈 트럭에 택배 물품을 싣는 상차 작업을 시작한다. 중구지점이 수거하는 택배 물품은 하루 3만여개에 달한다. 이날 만난 김승현(38) 기사는 물량이 많고 인원이 적다보니 언제나 쫓기든 서두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한다. 중구지점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상차 인원 20여명, 하차 인원 10여명 총 직원이 30여명이 근무한다. 30명이 3만개의 물량을 처리한다고 보면 1인당 1000개를 매일 책임져야하는 셈이다. 김 기사는 아르바이트 경력을 포함해 올해 7년차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보다 적응했지만 일이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물품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심정을 알기에 서두르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김 기사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CJ대한통운 정직원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그만큼 성실하게 일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는 택배 물품의 파손 여부를 꼼꼼히 체크하는 한편 택배 물품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CCTV를 세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생들이 택배 물품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있었을 때 난감했어요. 꼼꼼히 CCTV를 보게 된 이유죠." 택배 물품을 도난당하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그가 고객들이 물품을 내 물건처럼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김 기사에게도 이 일을 하며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다. 최대한 빨리 택배 물품을 배송했는데도 일부 고객이 물품을 늦었다는 지적은 그에게 가장 큰 서운함이다. 김 기사는 "택배 물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면서 힘든 일도 더러 있지만 고객들의 감사 표현에 섭섭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을 위해 본분을 지키며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IMG::20151123000153.jpg::C::480::지난 20일 오전 CJ대한통운 서울 중구지점에서 직원들이 하차된 택배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사진=손진영 기자}!]

2015-11-23 19:13:21 유선준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3> "시민 안전 위해 더 열심히 일하죠"…신림역 역무원 남기관 부역장

지난달 31일 새벽 5시, 동이 채 트기도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는 첫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밤을 지새운 청춘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생활의 터전으로 향하는 이들이 플랫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온기는 새벽의 추운 공기를 한결 따뜻하게 데운다. 이들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하철 역무원이다. 지하철 역무원의 일과는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전날 오후 6시부터 근무를 시작한 야간조가 당직실에서 일어나는 시간이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복장을 갖추는 것이다. 늘 시민을 대해야 하는 만큼 단정한 복장은 역무원의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림역의 첫차는 평일 기준으로 내선순환이 새벽 5시33분에, 외선순환이 새벽 5시39분에 출발한다. 그전까지 역무원을 역의 시설물을 점검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조명을 켜고 스크린도어를 확인하고 각종 시설물의 이상 유무를 파악한다. 역무원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근 시간이 돼 인파가 몰리면 역장과 당직 책임자, 그리고 사회복무요원이 함께 플랫폼에 내려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근무를 시작하는 주간조는 시민 민원 응대부터 수익금 관리까지 역 운영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고객 접대·열차운행 관리·민원 처리·시설물 관리 등 그야말로 지하철 업무의 '종합선물세트'다. 신림역은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지하철 1~4호선 중에서 강남역·잠실역·홍대입구역에 이어 4번째로 승하차 인원이 많은 역이다. 하루에만 14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곳에서 지하철을 이용한다.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역무원의 역할도 클 수밖에 없다. 신림역에서 부역장을 맡고 있는 남기관(55)씨는 "역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관리, 그리고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없는 고객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인 만큼 역무원은 새벽부터 늘 긴장해야 한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된 일이지만 남기관 씨는 "잠을 잘 못 자는 게 힘들어도 일은 즐겁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첫차를 타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뭉클합니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가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요." 힘든 순간마다 그에게는 긍정의 힘이 버팀목이 된다. 남기관 부역장은 "유실물을 찾아줬을 때, 혹은 계단을 올라가는 어르신을 도와드렸을 때 듣는 격려나 칭찬에서 힘을 얻는다"며 웃는다.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작은 것에서 보람을 찾으려 한다. "직원끼리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면 '우리가 열심히 해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야간근무를 마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죠. 눈에 띄지는 않아도 전직원이 근무를 하기에 시민들이 움직일 수 있는 거니까요. 사람들 때문에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잊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도 더 긍정적이 됐으니 얻은 것도 많아요." [!{IMG::20151102000142.jpg::C::480::지난달 31일 새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만난 역무원 남기관 씨. 부역장을 맡고 있는 남 씨는 역무원 업무에 대해 "잠을 잘 못 자 힘들지만 일은 즐겁다"고 말했다./손진영 기자 son@}!]

2015-11-03 14:12:37 장병호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2>"소리만 들어도 상태 알죠"

"차량 안전위해 밤낮없이 점검 즐기며 일하다보니 어느덧 30년 의지할 동료있어 힘든 줄 몰라"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 검수부 김중철씨(부검수장) 아침 출근길의 '메트로'는 독자들과 함께 희망찬 새벽을 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무료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한눈에 볼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은 '메트로'의 보람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사회가 밝고 활기찬 아침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지하철은 보통 자정이 넘으면 운행이 끝난다. 밤의 침묵과 함께 모두가 잠드는 그때, 남들보다 더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행을 끝낸 지하철 차량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지하철의 파수꾼', 바로 서울메트로 검수부 직원들이다. 지난 22일 새벽 1시 반 무렵 찾은 서울메트로의 신정차량기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마치 한낮처럼 많은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일하고 있었다.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에 위치한 신정차량기지는 2호선 차량 중 84대를 관리하고 있는 지하철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검수부는 차량에 이상이 없는지를 살피는 일을 맡고 있다. 막차가 들어오고 첫차가 나갈 때까지 지하철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 바로 검수부의 역할이다. 지하철 2호선은 순환선이라 지하철에 무리가 많이 가는 편이다. 또한 다른 노선에 비해 탑승객도 월등히 많아서 고장이 잦다. 그만큼 더 꼼꼼하고 열심히 차량을 검수해야 한다. 신정차량기지 검수부는 각각 검수1부와 검수2부로 나뉘어져 있다. 각 부는 1명의 부검수장과 8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총 4개의 조로 구성돼 근무한다. 지하철은 1년 365일을 쉬지 않고 운행한다. 차량기지 또한 쉬는 날 없이 돌아간다. 다행히 최근 주간근무 1일과 야간근무 1일을 한 뒤 2일 휴무할 수 있는 '4일' 업무 체계가 자리잡아 근무 환경이 나아졌다. 하지만 근무 일정에 따라 일해야 하는 만큼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좀처럼 쉴 수 없다는 점은 검수부 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충 아닌 고충이다. 야간근무는 오후 6시부터 시작돼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이어진다. 본격적인 근무는 차량이 기지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오후 9시부터 시작된다. 자정을 기점으로 검수부의 발길은 바빠진다. 운행을 마친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검수부는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진행하는 '도착검사', 3일에 한 번 진행하는 '일상검사', 그리고 2개월에 한 번 하는 '월상검사'로 차량의 이상 유무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검수부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벽 1~2시까지 차량 점검이 끝나면 직원들은 2시간 남짓 수면을 취한 뒤 새벽 3~4시부터 다시 근무를 시작한다. 첫차가 출발하기 전 다시 한 번 더 차량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검수를 마친 차량은 기관사에게 건네진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워 작업을 마친 뒤에야 주간 근무조와 교대를 하고 퇴근할 수 있다. 주 5일 근무에 9시 출근·6시 퇴근이 익숙한 보통의 직장인과 비교하면 힘든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중철(57·남) 부검수장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일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더 많다"며 웃었다. 그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즐겁게 일하자는 마인드로 서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1985년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올해로 30년째 근무 중인 김중철 부검수장은 "야간에 근무해야 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천직이라 생각하며 일하다 보니 30년을 맞게 됐다"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봤다. 보람도 크다. 그는 "어렵게 고장을 찾아서 수리를 하면 희열을 느낀다. 그럴 때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힘든 근무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동료와의 우정이다. 김 부검수장은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다른 파트보다 우정이 돈독하다"며 "어려울 때는 서로 도와주고 함께 취미도 공유하며 서로를 챙겨준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신정차량기지는 새벽에도 웃음과 활기가 끊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지하철을 타면 소리만 들어도 '이 차량은 이게 문제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동료끼리 놀 때도 지하철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하죠. '지하철의 파수꾼'이라고 할까요? (웃음) 힘들어도 열심히 사는 것, 그게 바로 즐겁게 일하는 비결입니다." [!{IMG::20151025000097.jpg::C::480::지난 22일 새벽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에서 검수부 직원이 지하철 차량의 일상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2015-10-26 06:00:00 장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