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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강력계 26년 질수 없었다, 형사니까

김성수 서울강동경찰서 강력4팀장 범죄엔 경중 없어…모두 사라져야 안전한 사회망 속 건전한 성장 목표 액션 스릴러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업은 강력계 형사다. 밥 먹듯이 하는 잠복근무, 상당한 무술실력,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보통 이럴 것이다. 형사물의 원조격은 배우 최불암이 열연한 드라마 '수사반장'을 꼽을 수 있다. 최중락 수우회(전현직 수사·형사과장 모임) 회장을 실화화한 내용으로 1980년대 당시 최고의 인기였다. 대한민국에서 경찰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김성수 서울강동경찰서 강력4팀장. 김 팀장은 올해로 26년차 강력계 형사다. 형사에 입문한 뒤 단 한 번의 외도(?) 없이 강력계에서만 근무했다. 그는 누가봐도 형사였다. 겉으로는 부드러웠지만 눈빛만은 먹잇감을 쫓는 매의 눈처럼 날카롭고 매서웠다. ―왜 형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됐나. "어렸을 때 수사반장 많이 봤죠? 거기서 나쁜 사람들 많이 잡아가는 걸 보고 형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됐다. 그 중에서도 강력반이 제일 멋있어보였다" ―직업을 선택할 때 주변 환경의 영향이 큰 경우가 있다. 집안에 형사가 있었나. "작은 아버지가 경찰을 하셨다" ―거친 직업군이라 주변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다. "강력팀은 특히 집에 거의 들어갈 수 없고 범죄자와 늘 싸워야 했기 때문에 주변의 반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 ―강력계 형사의 자격 요건이 따로 있나. "특별한 자격 요건이라고 꼽을만한 것은 없다. 다만 체력과 무술 실력을 꾸준히 키워야한다. 무술 실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면 아무래도 형사 시험을 볼때나 범죄 현장에서나 유리하다. 우리 강력4팀 팀원 5명은 무도나 합기도, 태권도 등 무술 2단에서 4단까지 보유하고 있다" 강력계 형사들은 기본적으로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평소에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한다. 소속 경찰서 내에서는 한달에 2번씩 정기적으로 무도 훈련을 하면서 체포술을 익힌다. 이외에 개별적으로는 등산이나 배드민턴, 자전거 등 취미 활동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조직폭력배는 얼마나 달라졌나. "예전처럼 등에 문신하고 사시미칼로 불리는 회칼을 들고 다니는 강·절도 유형의 조폭은 많이 줄었다. 반면에 여성을 상대로한 데이트폭력이나 성매매 유형의 조폭이나 불법 도박이나 게임산업 등을 통한 지능형 사업을 하는 기업형 조폭이 많아졌다" ―현장에서 용의자를 검거할 때 주의하는 점은 무엇인가. "순간순간 현장 대응하는 방법이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범인 중에는 취한 사람이거나 흉기를 소지한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을 최대한 안전한 방식으로 제압하려고 한다" 범죄 현장을 진압했다고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들은 잡은 용의자를 통해 공범을 밝혀내고 여죄를 추가로 찾아내야 한다. 이후에는 체포 시간내에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현장 이외에 서류 상으로도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대중 없다. 112에서 출동 사인이 떨어지면 언제든 나가야 한다. 당직이 보통 6일에 한번 꼴로 돌아오는데 그런 날은 보통 하루에 10번은 출동 나간다" ―형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열심히 일한 것만큼 대우를 잘 받지 못할 때다. 그래서 사명감이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 ―영화를 보면 형사의 가족이 위협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건 옛날 이야기다. 그렇게 위험하면 누가 경찰을 하겠나. 요즘은 보복 범죄를 하게 되면 처벌 경중이 높아진다"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 "두 가지가 떠오른다. BMW파가 술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었고 택시 강도 사건은 현장에서 범인이 칼을 휘둘렀던 위급한 순간이었다" ―26년간 한 부서에만 있었는데, 다른 부서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 "그럴 생각은 없다. 지금 만족하고 있고 강력계에서 경찰 생활을 끝까지 하고 싶다" ―강력계 형사로 지내오면서 가지고 있던 신념은 무엇인가. "특별한 것은 없었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 못된 사람들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회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무엇인가. "범죄 없는 나라다. 모든 범죄는 경중이 없다.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형사로서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정의롭고 사회의 부조리한 면에 대해 싸울 수 있다는 게 보람을 느낀다. 이런 것들을 통해 사회의 울타리가 안전해지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일조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하다" ―경찰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국민에게 봉사하려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고 투철한 사명감이나 국가관도 있어야한다. 무엇보다도 적성에 맞아야한다"

2016-04-11 11:38:31
[살맛나는 세상이야기] GS그룹의 문화예술 공헌… 예울마루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기업이 사회 윤리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사회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허창수 GS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말이다. 허 회장의 이런 방침에 따라 GS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사회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GS칼텍스는 사업장이 있는 전남 여수에서 문화·예술 사업을 펼치고 있다. GS칼텍스재단은 2007년 10월부터 1100억원을 들여 '여수문화예술공원 GS칼텍스 예울마루' 사업에 착수했다. 약 30만 명의 인구를 보유했지만 마땅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없었기에 추진된 사업이다. GS와 여수시의 협력으로 2012년 5월 여수시 시전동 망마산과 장도 일원 70만㎡ 부지에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가 개관했다. '문화예술의 너울이 가득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예울마루는 1021석의 대극장과 302석의 소극장, 기획전시장과 상설전시장 등을 갖췄다. 지난 2월 기준으로 607회의 공연과 39건의 전시를 진행했고 43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여수시민이 30만명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여수시민 모두가 1회 이상 방문한 셈이다. 이런 인기는 시설이 큰 몫을 했다. 지방 공연장은 대부분 서울보다 규모가 작아 지방 투어 공연들은 무대를 서울 공연보다 작게 축소한다. 그러나 예울마루는 서울과 동일한 무대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문 인력을 상주시켜 무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2012년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은 지방 투어 중 예울마루에서만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사용했고 2014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도 지방투어용 축소 무대 대신 오리지널 무대를 사용했다. 훌륭한 시설과 많은 관객 유입이 이어지자 좋은 공연도 더 많이 유치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2014년 도이치방송교향악단 연주회가 여수에서 공연했고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루시차는 내한 당시 서울 예술의 전당과 여수 예울마루에서만 공연했다. 2015년에는 뮤지컬 '시카고'를 박칼린 음악감독이 직접 지휘해 여울마루에서 선보였고 뮤지컬 '캣츠'도 지방투어 첫 번째로 여수를 선택했다. 뮤지컬 '명성황후'도 20주년 기념 공연은 호남권에서 유일하게 예울마루에서만 진행했다. 예울마루에서 진행되는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는 지역아동센터 등록 어린이, 다문화가정 등 문화 소외계층에게도 제공된다. 공연과 전시에 소외계층을 초대하는 문화나눔 사업으로 지금까지 1만명 이상이 예울마루를 이용했다. 예술교육도 진행된다. 전문가가 재능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마스터클래스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2013년 3월 첼리스트 양성원은 여수 지역영재오케스트라 첼로 단원 20여명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고 같은 해 5월 서울시립교향악단 임가진 제2바이올린 수석도 30여명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했다. 이후로도 프랑크푸르트 음대 이상 엔더스 교수, 연세대학교 음대 교수와 학생들이 예울마루에서 여수지역 학생들을 가르쳐 예술 교육 격차 해소에 앞장섰다. 지역 예술인들도 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예울마루는 2012년부터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여수시 지역아동센터 10곳의 어린이들에게 합창과 난타, 기타, 바이올린, 판소리 등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은 배우고 연습한 실력을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열리는 '희망에너지콘서트'에서 선보인다. 예울마루는 이 콘서트에 거동이 불편한 지역 노인들을 초청한다. 문화예술 아카데미도 운영하며 예술, 인문, 실기 등 지역 내 문화센터와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에겐 극장 견학프로그램인 '백스테이지 투어'와 공연장 직업체험교육 기회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진로선택의 폭을 키웠다. GS의 어린이 예술치료 프로그램 '마음톡톡'의 캠프도 예울마루에서 열린다. 가정불화, 또래들의 따돌림 등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에게 미술과 무용, 연극 등 통합 예술 집단 치료를 지원하는 마음톡톡에는 2박3일 일정의 캠프가 포함된다. 예울마루 소극장과 세미나실 등 곳곳에서 집중치료가 이뤄지는 캠프에는 총 400여명의 아이들이 다녀갔다. 예울마루 관계자는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룹의 대표 공헌활동이자 남해안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6-04-03 17:48:05 오세성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와 함께 한 꽃시장

"싱그럽고 예쁜 꽃들을 만지는 게 일이라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직업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꽃이 신선함을 유지하려면 줄기가 항상 물 속에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로인한 고충이 많아요.(웃음) 손 관리에 소홀하면 습진은 기본이고, 베이는 일도 허다하고요. 우아하고, 사치스럽게 보일 수 있겠지만, 꽃을 만지는 플로리스트는 결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천에 거주하는 '모모플로라' 대표 플로리스트 이미옥(31) 씨는 새벽 4시 30분, 일찍이 자동차 시동을 건다. 고속터미널 꽃시장을 가기 위함이다. 해가 뜨기 전이라 고속도로는 어둠 그 자체이지만, 과감하게 속도를 냈다. "꽃집을 오픈하고, 처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꽃시장에 갔어요. 꽃과 소품들을 구입하고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탔죠.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날이 갈수록 운전을 배워야 겠구나 싶었어요. 고속도로 처음 탔을 때요? 등에 식은 땀이 났죠. 가뜩이나 미숙한 운전실력인데 어둡기까지 하니까요.(웃음)" 5시의 고속터미널 꽃 시장은 대낮처럼 환하고, 상인들과 물건을 사러온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이미옥 씨 역시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꽃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보통 2~3일 정도 사용할 꽃들을 고르기 때문에 그 양도 어마어마하다. 많이 구입해도 당일 구매 고객이 많으면 다음날 꽃시장을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일주일에 2~3번, 꽃시장에 가는 편이에요. 새벽 4시쯤에 기상하는데, 오기까지는 정말 피곤하고, 가기 싫고, 늦장부리고 해요. 그렇지만, 이곳에 도착하고나면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져요. 이렇게 이른 새벽에 많은 분이 일하고 있는 광경을 보면 저도 모르게 화이팅하게 되더라고요. '저렇게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나도 더 분발해야겠다'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죠." 플로리스트 경력 10년차인 이미옥 씨는 꽃시장 곳곳을 꿰뚫고 있다. 자주 가는 원예집 사장님과는 언니 오빠 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다. 오랜 기간 같은 업계에 종사하다보니 가끔은 동기들을 우연히 만나는 행운이 오기도 한다. "꽃시장은 자정에 개장해서 오후 1시에 폐장해요. 새벽 1~2시는 각 지방의 꽃 도매상이 트럭채로 물건을 떼가고, 저와 같은 개인 사업자는 4~7시 사이에 와요. 10~11시는 꽃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이 많이 사가고요. 그래서 비슷한 시간대에 오다보면 오랫동안 안부 모르고 지내던 반가운 얼굴들도 마주치죠. 얼마나 반갑다고요." 꽃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사람들 외에도 정체 모를 아저씨들이 많았다. 바로 용달 아저씨다. "꽃 이외에 화병, 화분, 리본 끈, 철사 등 소품까지 사다보면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는 절대 들 수 없는 양이 되거든요.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용달 아저씨에게 갖다주면 아저씨가 물건을 거둬서 주차장 차까지 배달해주세요. 용달 아저씨께는 항상 감사함을 느끼죠. 그리고 새벽 3시 쯤에 일찍 오면 냉장탑차가 주욱 대기하고 있거든요. 각 지역으로 보내는 꽃을 실어가는 차인데 용달 아저씨들이 본인 체구보다 훨씬 큰 짐을 끌고 운반하세요.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오죠." 계절별로 새롭게 나오는 꽃을 보면, 예상했던 것들보다 더 많은 꽃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미옥 씨는 이날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장미와 소재(유칼리투스, 왁스플라워, 설유화, 팥꽃)를 구매했다. 체구보다 훨씬 큰 꽃더미를 이고도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플로리스트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 중 하나다. 꽃과 소품의 무게가 상당하고, 옮기는 작업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옥 씨 역시 웨딩장식을 하던 중 허리디스크가 왔고, 그때의 리스크로 웨딩 일을 포기해야했다. "좋아하던 웨딩 장식을 할 수는 없게 됐지만, 학생들을 만나서 수업을 하고, 꽃을 보면서 미소 짓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 그때 보람을 느껴요. 나에게도 꽃은 물론 예쁘지만, 학생들은 꽃으로 위안을 얻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본인이 꽃을 보려고 꽃을 사가는 분들이 있어요. 행복을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함이 엄청나죠." 플로리스트는 이전부터 항상 유망직종에 들어있던 직업이다. 이미옥 씨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꽃을 만지는 직업이 각광받기에는 먼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상이 더 각박해지고 빨라지면서, 슬로라이프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꽃을 접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새벽의 어두움이 어느덧 사라져갈 때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가서 꽃잎과 가시들도 제거하고, 물올림을 해야 싱싱함이 오래가요. 그리고 시간을 더 지체하다가는 차가 밀려서 시간 내에 도착을 못할수도 있거든요. 오늘 하루도 '꽃' 같은 하루 보내세요." [!{IMG::20160329000074.jpg::C::480::새벽 꽃시장의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메트로 손진영}!]

2016-03-30 03:00:00 신원선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참 좋더라구요” 충무로역 유실물센터 이명찬씨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하루 400만명 넘는 국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는 매일 주인 잃은 물건이 발생한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2012년 9만2227건, 2013년 10만9012건, 2014년 11만1219건 등 유실물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승객들이 두고 내린 물건을 찾아주기 위해 시청역과 충무로역, 왕십리역과 태릉입구역에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서울메트로 소속인 시청역 유실물 센터는 1호선과 2호선에서 발생한 유실물을, 충무로역 유실물센터는 3호선과 4호선에서 발생한 유실물을 보관한다. 충무로역 유실물센터는 새벽 7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직장인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물건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결과다. 유실물센터는 센터장과 오전 근무자 두 명, 오후 근무자 두 명 등 총 다섯 명이 근무하며 각 종착역에서 수시로 보내오는 유실물을 접수해 사진과 정보를 웹사이트에 올리고 유실물의 주인을 찾아준다. 지난해 충무로역 유실물센터에서는 3만1285건의 유실물을 접수해 2만7477건을 주인에게 돌려줬다. 기자가 충무로역 유실물센터를 찾은 지난 18일도 여러 종착역에서 유실물이 들어왔다. 센터에 접수된 유실물은 사진을 찍고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유실물 사이트에 등록됐다. 이후 내용물 확인 작업을 거쳐 주인의 흔적을 찾는다. 센터 근무자인 이명찬 대리는 "대부분의 물건은 주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신용카드나 신분증이 있다면 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고 명함이나 수첩, 메모 등이 있다면 그 안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한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파인서브웨이가 유실물센터 위탁운영을 맡은 2008년부터 충무로역 센터의 오후 근무자로 일하고 있다. 이날 유실물센터에 들어온 한 가방은 수첩과 사회단체 행사 유인물 등이 들어있었다. 수첩에 유인물을 만든 사회단체의 번호가 있어 연락한 결과 가방 주인에게 소식이 전해졌다. 이명찬 대리는 "주인을 찾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용물을 뒤지지만 간혹 지갑의 카드가 순서대로 꽂히지 않았거나 내용물 중 일부가 없어졌다며 항의하는 고객도 있다"며 "물건의 주인을 찾기 위해 하는 일이고, 습득한 그대로 보관하니 양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실물센터에서 가장 많이 접수되는 물품은 무엇일까. 이 대리에 따르면 가방류가 가장 많이 접수된다. 이날 유실물센터 보관함에도 가방과 캐리어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이 대리는 "짐을 선반에 올려두고는 잠에 취해 두고 내리는 고객이 많다"며 "우리 사회가 잠도 충분히 못 잘 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유실물센터에 들어온 물품은 물품 별 분류에 따라 등록과정을 거치고 센터에서 보관된다. 현금과 귀중품, 전자제품 등은 센터에서 일주일 보관 후 경찰서로 인계되며 그 외의 품목은 센터에서 9개월 보관한다. 첫 6개월은 분실자에게 소유권이 있고 이후 3개월은 습득자에게 소유권이 있다. 9개월이 지나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는 물건은 경찰의 승인을 받아 사회복지시설 에 기증한다. 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는 유실물은 가방 외에도 책, 의류, 우산, 지갑, 손수레 등 다양하다. 올해 2월까지 4445건의 유실물이 접수됐다.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크기의 자전거와 치아본도 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 대리는 "지갑은 카드가 있으면 주인을 쉽게 찾지만 소유자들이 카드만 새로 발급받고 찾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전거를 역사에 버리고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리는 타고 있던 지하철 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통카드를 이용한 경우 탑승 시간이 기록되기에 역무원을 찾으면 탑승한 열차를 알 수 있고 승강장 번호까지 안다면 자신이 탑승한 객차를 알 수 있어 해당 열차의 경로에 있는 역사 직원들이 물건을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면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유실물 사이트에서 유실물 정보를 찾으면 된다. 잃어버린 물건이 현금이나 귀금속이라면 경찰을 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대리는 "며칠 전 납품대금 500만원이 들어있는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고객이 있어 종착역에 전화해 찾은 적이 있다. 고객이 고맙다고 하는데 그 한마디가 참 좋더라"며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물건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웃어보였다.

2016-03-22 17:57:04 오세성 기자
[살맛나는 세상] 현대차그룹 기프트카 셰어링 캠페인…인클로버 재단과 다문화가족 추억 선사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다문화 가족 사진 촬영을 위해 여러 지역을 방문하는데 차량이 없어 늘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기프트카 신청이 당첨돼 모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다문화가족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온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재단에서 재능교육 멘토로 봉사하고 있는 이다슬 씨는 지난달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기프트카 캠페인'에 사연을 신청, 채택돼 봉사활동을 다녀온 소감을 이 같이 전했다. 인클로버재단은 전국 방방곡곡 22개 다문화 가정기관을 순회하며 다문화 가족들의 소중하고 화목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선물하는 '다문화 가족 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지역의 다문화 가족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촬영 장비와 인원이 함께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다솜 씨는 "전국 곳곳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 중 형편이 어려운 가족을 중심으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수도권 지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지방으로 이동할 경우 장비는 물론 교통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번에 (기프트카에 올린) 신청된 사연이 선정돼 경상북도 영양까지 모두 편안하게 이동해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씨는 이번 '기프트카 셰어링 캠페인'에 담첨되면서 뜻밖의 선물도 함께 받았다고 한다. 그는 "차량(스타렉스)과 주류비 5만원 지원은 물론 기프트카드(현대카드 한도 30만원)를 추가로 지원해줬다"며 "뜻밖의 선물을 받으니 하나의 이벤트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2009년 설립된 인클로버재단은 이듬해 다문화가족 무료 사진 촬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2000가구가 넘는 다문화가족의 사진을 찍어 왔다. 올해도 월 2회에 걸쳐 다문화 가족을 방문해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할 예정이다. 이 씨는 "기프트카 이벤트 기간이 연말과 연초에 진행되 아쉽다. 하지만 촬영 봉사를 위해서는 많은 인원과 무거운 촬영 장비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에 일정이 맞으면 또 신청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이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눔경영' 기프트카 셰어링 올해로 여섯 번째 시즌을 보낸 기프트카 셰어링 캠페인은 기존 창업지원용 기프트카와는 별도로 누구나 기프트카를 신청해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프트카를 경험하고 좋은 목적에 기프트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연 선정을 통해 스타렉스, 카니발, 쏠라티 등 기프트카 차량을 최대 300회 빌려주고 소정의 활동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캠페인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TV광고 외에 극장, 라디오 등은 물론 페이스북,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관련 콘텐츠와 동영상을 제작해 알려왔다. 지난 시즌에는 기프트카 셰어링 이용횟수 총 157회, TV광고 및 바이럴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가 530만회를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기프트카 셰어링 캠페인은 누구나 신청해 이용할 수 있으며 멘토·멘티, 고무신, 재능기부, 실버봉사, 좋은이웃, 집밥, 지구사랑, 청춘만세 등 8개의 셰어링 테마에 해당하는 활동 계획을 가지고 있는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기프트카 캠페인'은 차사순 할머니, 승가원 천사 등 자동차가 필요한 다양한 이들에게 차를 선물해 화제를 모은 2010년 1차 캠페인, 그리고 저소득층 이웃의 성공적 자립을 도운 2011년 2차 캠페인 등 매년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자동차 전문 그룹의 특성을 살려 자동차가 필요한 이웃과 사회를 위한 지속적 사회공헌사업으로 '기프트카 캠페인'을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6대 무브'로 다양한 영역 지원 현대차그룹은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란 사회공헌 슬로건 아래 ▲이지 무브(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세이프 무브(교통안전문화 정착) ▲그린 무브(환경보전) ▲해피 무브(자원봉사 활성화)를 사회공헌 4대 중점 체계로 삼아 관련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4대 무브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추가로 2개의 무브를 더해 총 6개의 그룹 통합 사회공헌사업을 운영한다. 새로운 사회공헌 중심분야인 '드림무브'는 청년과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창업과 자립을 돕는 사업이다. '넥스트무브'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기술·서비스·인프라를 폭넓게 활용하는 사업이다. 기아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한국사회복지관협회와 지난달 사회복지관 노후 차량 정비지원사업인 'K-모빌리티 캐어' 협약을 맺었다. 55개 사회복지관의 노후 차량에 최대 200만원까지 수리비를 지원한다. 현대차는 '천사의 날개'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버스 승·하차를 위해 차량 오른쪽에 부착하는 '어린이가 내려요. STOP'이라는 문구의 경고판 장치 1만3448개를 전달한 바 있다.

2016-03-21 04:22:00 양성운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노량진 학원가 "오늘은 새벽 열지만, 언젠가 대한민국 미래를..."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손 엄청 시렵죠. 그런데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있으면 잠이 깨질 않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어요. 잠깨려면 어쩔 수 없어요."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한 수험생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엔 너무 추운 날씨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 같이 말한 뒤 가던 발길을 재촉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있다는 노량진을 찾은 것은 지난 11일 새벽 6시. 이 시각 서울 지역의 기온은 영하 6도,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에 달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손 호호 불며…한겨울에 아이스커피 '커피가 밥값보다 비싸다'는 말이 노량진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고학생에게 커피는 사치'라는 말을 반박하듯 많은 수험생들이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손엔 수업자료 등을 들고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빠른 걸음을 내딛었다. 노량진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은 1000원. 새벽 커피는 아침잠을 완벽하게 깨우고, 새벽 내 마른 목을 적셔주며 바쁜 아침에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단돈 1000원으로 1석 3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효과 만점 아메리카노를 손에 쥔 학생들이 이날 새벽의 문을 힘차게 여는 붉은 태양 속으로 하나둘 사라졌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위해 노량진 학원을 2년째 다니고 있다는 김명진(29) 씨는 "수업에 늦었다"며 5층에 멈춰 선 엘리베이터 앞에서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였다. 그가 학원에 들어선 시간은 오전 7시 10분, 수업 시작은 8시지만 김씨는 "늦게 온 편"이라며 "보통 앞자리에 앉으려고 새벽 6시부터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를 따라간 강의실은 수업이 한 시간가량 남았지만 이미 절반 가까이 채워진 상태였다. 이 건물에는 층마다 '공단기(공무원 단기학원)', '경단기(경찰공무원 단기학원)' 등 각종 시험을 위한 강의실이 즐비했다. 관리인은 "보통 오전 8시 정도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온다"며 "이 건물 7~8층에 24시간 독서실이 있어서 새벽에 들어갔다가 새벽에 나오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지치지 않으려고…" 주1회 티타임 손을 녹이기 위해 들어선 근처 맥도날드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한주 계획을 점검하거나 티타임을 가지는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경찰임용을 준비 중이라는 정유미(26) 씨는 "다음 주 토요일(3월 19일) 1차 순경 필기시험이 있는데 덤덤하다"면서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게 내 목표다. (노량진역 바로) 옆에 있는 (동작) 경찰서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곳에서 있겠지' 하면서 하루를 버틴다"고 얘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그가 지원한 순경공채는 올해 1차에서 여자 153명을 뽑지만 그가 시험을 치르는 충남에선 4명밖에 뽑지 않는다. 경쟁률만 98대 1에 달한다. 경찰 순경 공채의 경우 해마다 규모와 횟수가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2번의 채용 계획이 있다. 지난해에는 3차례 채용했다. 정씨는 "상대적으로 여경을 적게 뽑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한 해 2~3번 시험을 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15분 간의 티타임을 마치고 돌아갔다. 정씨는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3명과 함께 매주 요일을 정해 지난주를 돌아보고 다음 주 계획을 짜는 시간을 갖는다. 공부만하다가 제 풀에 제가 지치는 경우를 막자는 의도였다. 자연스럽게 사회로부터 격리됐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주변 수험생들의 공부방법도 공유하게 됐다. ◆"대한민국 미래 여는 날 오겠죠" 노량진에는 입학을 위해 수험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 재수생들이다.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보다 합격한 학생들이 입시학원을 더 많이 찾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주영씨(20) 씨는 원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대전에서 먼 발걸음을 했다. 기숙학원을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답답한 생활이 맞지 않을 것 같아 부모님을 설득해 노량진행을 택했다. 그는 "집에서는 그냥 (합격한) 대학교에 다니라고 했지만 만족이 안됐다"면서 "학교를 한 달 다니다가 그만두고 지난해 5월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결과는 좋지 않았다. 준비 기간도 반년에 불과했던 터였다. 그래서 그는 올해 '잠만 자는' 방을 싼값에 구했다. 밥값 역시 아까워서 7만5000원에 산 식권 30장을 하루에 한 장만 쓰고 나머지는 인스턴트로 해결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결과가 안 좋아서 그런지 그 뒤로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가 민망하더라"면서 "이런 기억도 추억이 되도록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그의 꿈은 외교관이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단다. 이날 기사의 타이틀이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말에 그는 "새벽에 일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 아니냐. 나도 해당되냐"면서도 "아직 멀었지만 언젠간 나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여는 사람이 되지 않겠냐"며 웃어보였다. 오전 8시 30분이 되자 보다 많은 학생들이 노량진역을 빠져나왔다. 통학 수험생들이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커피를 든 손은 여전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새벽과 달리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얼린 손을 빠르게 녹여 수업시간에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필기를 하기 위함일 것이다. 희망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오늘 새벽을 열었지만,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날이 올 것이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대한민국의 미래들'이 이내 학원이 즐비한 골목으로 자취를 감췄다.

2016-03-15 17:06:09 연미란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어둠 뚫는 심야버스, 종착지는 '희망'

[새벽을 여는 사람들] 희망을 태우는 심야버스기사 이원우 씨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김포공항 인근의 강서공영차고지에 버스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빈 주차공간을 하나씩 차지한 버스가 종일의 노곤함을 털고 잠을 청하는 사이 N26번 버스는 불을 환하게 밝히고 나설 준비를 한다. 밤(Night)을 뜻하는 영문의 앞 글자를 붙여 이름 지어진 N26번 버스는 매일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되는 '심야버스'다. 서울시에서 지난 2013년 4월 N26번과 N37번 등 2개 노선으로 출발한 것이 현재는 8개 노선으로 늘었다. 3년 가까이 N26번 버스를 몰고 있다는 이원우 씨(55)는 오늘도 '안전운전'을 다짐하며 운전석에 앉는다. ◆버스 운전대…이제는 '인생 동무' N26번 버스는 강서구 공영차고지에서 출발해 개화역∼송정역∼합정∼홍대∼종각∼상봉역을 지나 중랑구 공영차고지까지 달린다. 다시 중랑차고지에서 강서차고지로 돌아오는 '1회 왕복'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이 씨의 임무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었어요. 생각하기를 즐기고 한 가지에 빠지면 조용히 탐구하길 좋아해서 역동적이고 변수가 많은 운전이 직업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이 시대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이 씨 또한 커가는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 버스는 어느덧 이 씨와 십 수 년을 함께한 동무가 됐다. "운전을 시작한지 벌써 14년이 지나 아들, 딸도 다 컸고…. 정년까지 3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 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때만 하더라도 운전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썩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운전을 단순직업이라 여겨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최근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버스기사를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은 직업으로 쳐주는 것 같다며 헛헛하게 웃었다. 이 씨는 모든 승객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넨다. 자신과의 약속이다. "생각보다 취객은 많지 않고 간혹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이나 전화통화로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 일행이 함께 타서 시끄럽게 하는 경우는 있어요. 조금만 옆 사람을 배려해주면 좋겠어요." ◆"시민의 발…교통문제 해결되길" 첫 정거장을 출발한 지 십분 남짓 됐을까. 버스는 어느새 만석이다. 자리가 없어 통로에 선 승객들은 손잡이에 몸을 의지한다. "버스에는 저 처럼 야간에 일하는 분들이 많이 타요. 대부분 생계와 연관돼 있는 거죠." N26번 버스 승객은 대리운전기사부터 청소부, 야간업무를 마친 회사원, 취업준비생 등 모습도 각각이다. 심야버스 배차시간은 40분 정도. 지하철 처럼 정거장을 지나는 시각이 정확하지 않아 승객들은 넉넉하게 움직여 10분에서 20분 정도 기다렸다 타기를 마다치 않는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잘 돼있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심야에는 불편을 겪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버스를 오래 몰다보니 도로 위의 교통 수급 불균형 문제가 다 보이더라고요." 그는 특히 오후 11시 30분부터 오전 1시 30분 사이 어느 지역에는 빈 택시가 줄지어있는 반면 어디엔가는 택시가 없어 교통대란을 겪는 사례를 문제로 지적했다. 한창 논란인 '심야콜버스'도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빚어낸 결과라고 했다. "운수업 종사자 간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갈 일이 아니라 반대하는 쪽은 왜 그런지, 찬성하는 쪽의 이유는 무언지를 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민을 위한 최선책을 찾아야죠." 오전 5시, 누군가의 안전귀가를 책임진 이 씨가 퇴근할 시각. 이제 6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공방에서 목공작업에 몰두한다고 한다. "수년 전부터 가구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였어요. 언젠가는 제 공방을 내는 게 소원입니다."

2016-03-08 21:37:43 김보배 기자
[살맛나는 세상 이야기] LG그룹 사회적 책임과 성장하는 ‘꿈의 이야기’

[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저희들은 전자섬유(Electronics Textile)에 활용할 수 있는 유기 나노선 대면적 제조와 패터닝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인간의 뇌를 흉내 내는 뉴로모픽(neuromorphic) 전자 소자도 연구 중입니다." 이태우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대기업의 관심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고, 유망 기술에 대해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팀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팀은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앞당길 소재로 주목 받고 있는 '그래핀 나노리본'을 단기간에, 그것도 경제적으로 제작하는 원친기술을 개발했다고 익히 알려졌다. 그래핀은 탄소들이 벌집 모양의 육각형 그물처럼 배열된 평면들이 층으로 쌓인 구조의 한 층을 말하며, 나노리본은 그래핀 폭이 나노미터인 리본 형태로 잘라낸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은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 대비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성이 빠르다. 특히 강철보다 200배 이상,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은데다, 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고, 신축성도 매우 뛰어나 초고속 반도체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만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고효율 태양전지, 웨어러블 기기 등에 사용되는 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b]◆꿈의 소재는 진화 중…LG도 동참[/b] 이 교수팀은 이와 함께 플렉서블한 유기, 유무기 반도체를 사용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조명에 활용되는 주요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준의 효율을 가지면서도 색 순도를 보다 월등히 해 천연색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다이오드를 '사이언스'지에 보고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그래핀 나노리본 연구기간은 대략 1년 정도 걸렸고, 개발 당시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다만, 현재 그래핀 나노 리본은 초보 상태라, 대면적의 대량생산 등 상업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OLED도 대략 10년 넘게 기업연구소의 기술개발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며 "당장의 상업화 기술뿐 아니라, 향후 10년 이후 상업화가 가능한 유망 기술도 학계와 기업이 동조해 개발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학계와 기업의 연구는 당연히 다르지만,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만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특히 전자소자와 관련해서는 LG 등 대기업의 관심 유무가 중요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교수팀은 지난 2014년 LG 연암문화재단이 1년간 해외연구를 지원하는 '연암해외연구교수 지원사업'에 선발돼 지원사업의 권위를 높이기도 했다. [b]◆구본무 회장 "후원은 매우 보람된 일" 사회적 책임 강조[/b] 당시 LG 연암재단은 세계 첫 고체 윤활제 일종인 '이황화몰리브덴'을 활용해 아주 얇으면서도 휘어지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이탁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등 국내외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교수들을 선발해 지원했다. 연암문화재단은 지난 1989년부터 매년 대학교수를 선발해 1년간 해외연구를 지원해왔다. 이는 구본무 LG 회장이 강조한 대학교육의 중요성과 이를 통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일맥상통한다. 구 회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대학 학문과 우수 인재를 강조해왔다. 연암재단의 교수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구 회장은 "역량이 탁월한 교수님들을 후원하는 일은 매우 보람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올 2월 국내 우수 이공계 석·박사를 초청해 R&D 중요성을 강조하며 "LG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으로 LG그룹은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 앞장선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룹은 사회적 위인 위로금 전달과 독립운동 시설과 유공자 지원사업, 청소년 교육 지원, 시각 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도서관 등을 운영 중이다. LG복지재단은 지난해 'LG 의인상'을 신설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의인상'과 위로금을 전달해왔다.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는 구 회장의 마음이 담긴 상이다. 재단은 또, 지난 1월 대구지하철 1호선 승강장에서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의 생명을 구한 최형수 해병대 병장에게는 대학 졸업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고, 전역과 졸업 후 채용키로 했다. 그룹은 아울러,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으로 시작된 LG의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 LG의 사업역량을 활용해 관련 시설 개보수와 유공자 지원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1942년 중경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찾아온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당시 적지 않았던 1만원을 희사한 바 있다. 그룹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부친 춘강 공이 일정 구여순 선생을 통해 당시 상해 임시정부에 5000원의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한 일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현재 LG하우시스는 이를 이어 받아 지난해 중경 임시정부 청사와 서재필 기념관 등을 선정해 '독립운동 관련 유적 및 기념관 개보수' 사업에 착수해 기념관의 재개관을 끝마쳤다. 올해부터는 '독립유공자 주거환경 개선' 지원 사업도 시작했다. [b]◆지원 의지에 기술 접목하며 다양한 꿈 지원[/b] 한편, LG는 저소득가정과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20여개 사회공헌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21년째 저소득가정의 저신장 아이들이 키와 꿈을 키울 수 있는 '성장호르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은 또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LG 사랑의 다문화 학교'를 통해 이중언어와 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선발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카이스트 교수진이 지도하는 교육을 2년간 무료로 지원했다. 그룹은 일련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정신에 LG의 기술력을 접목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룹은 LG상남도서관을 통해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책 읽어주는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이 도서관은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개발해 기증하고 있는 '책 읽어주는 휴대폰'이나 PC를 통해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음성으로 제작된 도서를 무료로 다운로드받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모바일 기기로 제공되는 음성도서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만권 이상 음성도서를 보유하고 있고, 이용 건수도 100만 건을 넘어섰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국방부와 병사 수신용 공용 휴대전화 사업자 결정을 위한 입찰에서 사실상 무상지원인 '1원'을 제시해 사업자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2016-03-06 18:24:32 나원재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SBS 스포츠 조민호 캐스터 "새벽 중계, 시청자 위해 최고의 컨디션 유지하죠"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밤을 지새운 적이 있을 것이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열리는 유럽 축구를 보기 위해서다. 이들과 함께 누구보다 활기찬 목소리로 새벽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SBS 스포츠의 조민호 캐스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토트넘(잉글랜드)과 피오렌티나(이탈리아)의 32강 2차전 경기가 있었던 지난달 26일 새벽, 서울 상암동에 있는 SBS 프리즘타워는 불이 꺼지지 않은 채 빛나고 있었다. 조민호 캐스터는 전날 밤부터 여러 가지 자료를 챙기며 경기 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민호 캐스터는 1997년 SBS 스포츠의 전신인 한국스포츠TV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지금까지 스무 개가 넘는 스포츠 종목을 중계한 스포츠 전문 캐스터다. 그중에서도 메인 분야는 바로 축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매회 월드컵 중계를 해오고 있으며 K리그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리그 등의 해외 축구 중계도 해오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다른 방송과 달리 밤낮이 없다. 조민호 캐스터 또한 스포츠 캐스터를 시작한 뒤 밤을 새우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일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낮이든 밤이든 늘 "방송 컨디션을 잘 만드는 것"이다. 새벽 3시에 만났음에도 지친 기색 없이 에너지가 넘치던 그의 목소리가 이를 잘 보여줬다. "아나운서에게는 목소리 관리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목감기라도 걸릴 것 같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죠. 책상 서랍에도 항상 감기약이 준비돼 있고요. 쉴 때도 제대로 잘 쉬는 게 중요해요. 운동도 틈틈이 하고요. 물론 피곤하기는 해요. 그럼에도 시청자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컨디션을 유지에 최선을 다합니다." 조민호 캐스터는 "스포츠 캐스터는 전문적이어야 한다"며 "시청자 수준이 높아진 만큼 더욱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중계는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는 데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민호 캐스터는 경기 시작 3~4시간 전부터 자료를 찾으며 그날의 중계를 준비한다. 각 팀의 최근 성적과 선수 명단 등을 일일이 손으로 적으며 외우고 또 익힌다.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부터는 분장을 한다. 분장을 마친 뒤에는 경기 1시간 전 발표되는 공식 라인업을 확인하며 막바지 중계 준비에 들어간다. 이날 경기는 토트넘의 손흥민의 선발 출전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새벽 4시에 발표된 라인업에서 손흥민은 교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조민호 캐스터는 당황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자료를 훑어보면서 충분한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피오렌티나가 골키퍼 2명을 교체 선수 명단에 포함한 것이 눈에 띄었다. 조민호 캐스터는 이내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으며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박문성 해설위원과도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방송을 준비했다. 누구나 그렇듯 조민호 캐스터도 한때는 다양한 직업을 꿈꿨다. 스포츠 캐스터도 그중 하나였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과 교직과 아나운서 두 가지 길 중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는 생각으로 아나운서를 선택한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어느 새 4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아직도 한창 일할 때"라며 "많은 시청자에게 전문적으로 중계를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일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디딤돌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기 시작 30여분을 남겨둔 새벽 4시30분, 드디어 스튜디오에 불이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조민호 캐스터는 화면과 마이크를 체크하며 중계 준비에 나섰다. 리허설에 들어가자 박문성 해설위원과 능숙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순조로운 호흡을 보여줬다. 이곳에 새벽은 없었다. 축구를 향한 열정, 그리고 시청자에게 최선의 중계를 전달하겠다는 지치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지금까지 중계한 경기를 모두 합치면 3000경기 정도가 될 거예요. 누군가는 '최다 중계'가 아니냐고도 말해요. 물론 비공식적인 기록이지만요(웃음). 하지만 그런 커리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중계해야 할 경기가 더 많이 있다는 것이에요. 이 새벽에 함께 축구를 보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런 고마움에 더 열심히 경기를 중계하려고 준비하고 또 준비합니다." [!{IMG::20160301000071.jpg::C::480::SBS 스포츠의 조민호 캐스터./손진영 기자 son@}!]

2016-03-01 13:37:00 장병호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시민 건강 내손에…수서차량기지 고압살수차 운전관리자 김동수씨

열차 운행 종료된 터널 돌며 청소 구슬땀 맑은 공기 제공하는 것에 가장 보람 느껴 지난 18일 오후 11시. 지하철 3호선 수서역 4번 출구 인근 서울메트로 수서철도차량기지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온몸을 감싸돌아 다소 쌀쌀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적막감마저 드는 이곳에는 지하철 터널 곳곳을 깔끔하게 청소해 주는 고압살수차 근무자들이 있다. 주인공은 김동수씨(48세)다. 김 씨는 올해로 서울메트로에 근무한지 20년째인 베테랑 직원이다. 철로 보수 정비 업무를 7년간 하다가 고압살수차 운전관리자 업무로 넘어온 지 13년이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잦은 새벽 교대 근무로 생활 리듬이 일정치 않은 것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김 씨는 "몇 년씩 일해도 새벽 근무는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고 저 역시도 그렇다"며 "힘든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주말마다 산행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힘들어도 터널 세척을 통해 분진 등을 제거한 후 시민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고압살수차 업무가 힘든 것은 야간까지 모든 열차 운행이 끝난 뒤에 전력이 끊겨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는 5명(서울메트로 직원 1명, 외주업체 직원 4명)이 1조를 이루며 4개조가 주간과 야간, 비번, 야간 등의 순서로 근무한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40분, 야간은 다음 날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하는 방식이다. 터널 청소는 야간 근무때 새벽 1시 30분부터 4시까지 3시간 가량을 하게 된다. 주기는 4일에 한번 꼴이다. 서울메트로 직원은 운전 관리자 업무를 수행하고 나머지 4명은 외주 업체 직원으로 실무를 본다. 일찍 도착한 탓에 약 2시간가량을 직원들 휴게실에서 대기했다. 시계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전 1시 10분이 조금 넘어서자 김 씨를 비롯한 작업자들은 고압살수차가 있는 차량 기지로 이동했다. 차량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지하철 열차 1량(18m) 정도의 크기였으며 높이는 약 4m에 달했다. 이동을 위해 오른 차량 공간은 딱 사람 보폭 수준으로 좁았다. 가딱 잘못했다간 그대로 넘어질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내부는 지하철 운전석과 흡사한 모습이었지만 운전석이 2곳으로 더 넓었다. 작업자들은 업무에 앞서 안전 조끼와 안전모를 쓰고 점검에 나섰다. 차량 앞뒤로 2명의 운전자가 탑승해 간단한 정비 후 시운전에 들어갔다. 이내 차량 앞뒤로 힘찬 시동 소리가 울려퍼졌다. 시운전은 10분 가량 이어졌고 이 시간동안 작업자들은 차량 앞뒤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점검에 들어갔다. 가까이서 들을 순 없었지만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프로 정신이 느껴졌다. 이내 차량 기지 문이 열리자 차량 안에서는 막바지 차량 정비가 진행됐다. 1시 30분 가량이 돼서야 고압살수차 청소가 이뤄지는 장소로 이동했다. 차량기지를 빠져나와 거꾸로 이동하면서 바라 본 터널 안은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개방감이 들었다. 가는 동안 감독관은 주기적으로 앞뒤를 오가며 상황을 체크했다. 운전석에서는 진로 양호와 신호 확인 구호가 연신 외쳐졌다. 청소는 운전석 내부 기계 버튼을 누리면 고압의 물이 분무기처럼 뿌려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량 버튼은 도상세척(레일 바닥의 자갈 청소), 레일세척 분진제거(터널 위의 천정 먼지를 물 뿌려 제거), 벽면 세척(터널 벽면 먼지 제거) 등 청소구역별로 구분돼 있었다. 순서는 벽면 세척을 하고 분진제거 레일세척 도상 세척 순이었다. 청소 시연은 양재역을 가기 직전 넓은 터널 입구에서 실시됐다. 도상세척, 레일세척 분진제거, 벽면 세척 순으로 청소 과정이 시연됐으며 약 30분간 이뤄졌다. 도상세척은 차량을 천천히 이동하면서 레일 바닥에 물을 뿌려 먼지 등을 닦아내는 방식이었다. 분진제거는 운전석 바로 앞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마치 세차장에 들어간 느낌처럼 앞 유리창이 물로 뒤덮여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벽체 세척이 이뤄졌다. 워낙 수압이 세고 열차와 벽체가 가까워 청소가 끝날 때까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청소를 마친 뒤 지하철역을 빠져나가기 위해 교대로 이동했다. 역 안에서도 청소 도우미분들이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 역사 안팎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6-02-23 14:20:14 박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