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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히트상품스토리] KT&G 전자담배 '릴(lil)'…고객 중심 가치로 성장해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이 지난 2017년 첫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KT&G는 2022년 1분기, 국내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로 등극한 이래 2025년 1분기까지 선두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편의점 기준으로는 전자담배 디바이스 점유율 약 68%, 스틱 점유율 약 46%에 달하는 등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KT&G는 현재 릴 에이블 2.0, 릴 하이브리드 3.0, 릴 솔리드 3.0 총 3개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각 플랫폼 별로 전용 스틱을 운영하는 등 소비자 선택폭을 확대했고, 사용자 맞춤형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고객의 편의성도 강화시켜왔다. ◆'릴 솔리드', 성장 초석 마련 첫째 역할 톡톡히 해내 KT&G는 2017년 '릴'(릴 솔리드 1.0)을 처음 시장에 선보였다. 최초의 모델이었음에도 판매량이 급증하며 품귀현상을 보였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힘입어 회사는 6개월 만에 '릴 플러스'를 다음 버전으로 내놓았다. 릴 플러스에는 더욱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듀얼 히팅과 가열청소기능 등을 적용하며 단기간에 기술적인 성장을 보였다. 2020년 9월 출시된 '릴 솔리드2.0'에는 인덕션 히팅 시스템이 적용된 첫 제품이었다. 인덕션 히팅 시스템은 끝까지 균일한 맛을 제공하는 장점으로 고객들이 원했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적용한 기술이다. KT&G는 '릴 솔리드'를 통해 초기 시장 반응을 기반으로 기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질적인 성장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흡연모드 전환 기술과 자동 예열되는 스마트온 기능 등이 장착된 3.0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다. ◆혁신의 상징 '릴 하이브리드' KT&G는 2018년 12월 '릴 하이브리드'를 론칭시키며 국내 전자담배 업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릴 하이브리드 1.0은 스틱을 외부에서 가열하는 방식으로 내부에 별도로 장착하는 액상 카트리지와 함께 작동시켜 연무량을 높였고, 가열 온도를 낮추는 등 고객 관점에서 퀄리티를 향상해 혁신적인 방식으로 구현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2월 출시된 릴 하이브리드 2.0의 경우 전면 디스플레이, 고속충전 등 편의기능들이 집약적으로 추가되었다. 최초 버전 1.0의 출시 2년여 만에 KT&G는 고객 중심의 가치를 강화하는 모습을 이어갔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보다 편리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23년에 출시한 릴 하이브리드 3.0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획기적인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됐다. 릴 하이브리드 3.0에는 타격감, 연무량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세 가지 흡연모드 전환 기능이 추가됐으며 최근 일본으로 진출하는 등 국내를 넘어 세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기술혁신 집약체 '릴 에이블' 2022년에는 액상 카트리지 사용이 필요 없는 릴 에이블 1.0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출시되었고, 2024년에는 릴 에이블 2.0으로 풀체인지 되면서 고객 중심 가치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릴 에이블 2.0에는 KT&G의 혁신기술이 집약된 브랜드로 현재 가장 많은 전용스틱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에이블 디바이스 하나로 3가지 카테고리의 전용스틱 제품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매력 포인트로 꼽고 있다. 또한 에이블 제품은 균일한 담배 맛을 느낄 수 있는 밸런스모드와 타격감을 강조한 클래식모드를 제공하며 '스마트온', '고속충전', '일시정지' 기능 이외에도 20% 단축된 예열시간과, 추가 퍼프를 제공하는 기술이 탑재돼 사용자 편의성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멀티플랫폼 전략으로 KT&G는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또한, KT&G는 올 1분기 실적발표에서 더욱 다양한 플랫폼 론칭을 겨냥한 '모던 프로덕트(Modern Products)'로의 도전 의지를 밝히는 등 새로운 시장 개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만족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본업 경쟁력을 높이고 궐련 중심 사업에서 확장한 'Modern Products'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5-05-28 16:27:15
[살맛나는 세상이야기]한화생명, 소수자 배려 상생기업

한화생명은 국내 최초의 생명보험사다. 지난 1946년 자본금 1000만원을 가진 '대한생명'으로 남대문 1가에 둥지를 틀었다. 33년이 흐른 1979년 11월에는 보유계약액 1조원을 달성했다. 1985년 5월에는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불린 63빌딩을 준공했다. 2007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품고, 2012년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생명의 슬로건은 '글로벌 리더를 향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보험사'다. 소수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후원사업을 펼치는 등 사회공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회 구성원의 더 나은 삶을 함께 꾸리겠다는 큰 그림이다. ◆ 고객센터, 지역 소통 창구로 지난해 한화생명은 대전·부평·부산 고객센터를 '복합 금융 라운지'로 전면 새단장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소통창구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금융에 관한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상생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향후 복합 금융 라운지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라운지에서는 투자와 인문학, 와인 등을 주제로 강의도 진행한다. 휴게 공간에서는 황반 변성과 노안, 혈압 등 스스로 건강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이어 화상상담창구인 '디지털 데스크'를 설치했다. 화상 상담을 활용해 금융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고령층에게는 대면 상담사가 금융 업무를 돕는다. 고령층과 청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태블릿 채팅 상담 서비스'도 도입했다. 전국 고객센터에서 태블릿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력약화 혹은 청각장애 등의 이유로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운 고객은 전자펜으로 문자를 적어 상담사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구두 상담 시 발생할 수 있는 상담 내용 및 민감 정보의 외부 노출도 방지할 수 있다. 장애인 고용 성과도 인정 받았다. '제1회 장애인 고용컨설팅 성과공유 대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인 '트루컴퍼니(True Company)'상을 수상했다. 지난 2023년 3월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률 100%를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2%다. 장애인 의무고용인원을 초과 달성한 수치다. 장애인 직원의 직무 다양성에도 집중했다. 과거 행정지원 등 단순 사무가 대부분이었지만 바리스타와 안마사 등 전문 교육이 필요한 직무까지 확대했다. 수상 사례는 장애인 고용 우수사례집에 포함됐다. 정부기관 주관 기업문화 홍보활동에 활용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애인 구성원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며 함께 멀리 상생하는 기업 문화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웰컴 투 코리아" 외국인 금융서비스 한화생명은 외국인의 원활한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포석이다. 올해는 설 명절을 앞두고 중국어와 베트남어, 러시아 등을 활용해 다국어 연하장을 작성했다.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귀화인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점진적으로 언어가 다른 고객과 소통을 활성화하겠단 계획이다. 외국인을 비롯한 타 국가 출생 고객은 보험 가입 내용을 익숙한 언어로 이해할 수 있다. 올해 영업지원시스템에 다국어 변경 기능을 도입해 보험설계사(FP)의 영업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다국어 보험 안내장이 대표적이다. ▲보험금 접수 방법과 계약자 변경 방법 ▲보험계약 대출 ▲보험자산분석 ▲건강체 할인 방법 ▲증권 재발행 방법 ▲보험료 납입 방법 등으로 구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외국인 계약자 수는 7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바다 건너 사회공헌도 활발하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정부에 '찾아가는 패밀리센터'를 이양하면서다. 지난해 자카르타 여성가족부 청사에 개소한 '디지털 패밀리센터'에 이어 이동식 서비스를 추가했다. 도움이 요구되는 지역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난 2023년부터 자카르타 정부 및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협력했다. 올해 운영을 시작한 찾아가는 패밀리센터는 상담실과 수유실, 휴식 공간 등을 갖춘 차량 개조 시설이다. 지역에 따라 요일별로 차량이 방문해 심리 상담과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회공헌에서 시작한 한화생명의 금융 기법은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한 '금융사기 방지 및 금융 이해력 향상 워크샵'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방지 시스템 구축'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 환경과 취약계층 지키는 사회공헌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인재성장 과정에 함께 합니다.' 한화생명의 기업 이념 중 하나다. 소수자를 돕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4월에는 비영리 공익법인인 E-순환거버넌스와 '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 실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해 모니터 900여대와 스캐너 100여대, 프린터 200여대 등 약 11톤(t)의 폐전기·전자제품을 재활용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2087명으로 구성한 임직원 봉사단이 활동했다. 전체 임직원의 80%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봉사시간 6900시간을 달성했다. 샛강 환경정화 활동과 비건베이킹 수제간식 제작, 폐장난감 및 에코백 재활용 등 일반 봉사와 재능기부 전문 봉사단 운영을 병행했다. 암경험청년의 사회복귀와 소통망을 형성했다. 암경험청년 돌봄 캠페인인 '위 케어 리셋'은 한화생명과 대한암협회가 암경험청년 1인 이상 포함된 팀을 선발해 커뮤니티 문화 형성을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운동 극복 ▲식단 극복 ▲스펙 극복 ▲마음 극복 4개로 나눠 활동했다. 홍정표 한화생명 커뮤니케이션실 부사장은 "한화생명은 암경험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응원한다"면서 "의료진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암경험 청년들의 밝고 건강한 삶을 위한 지지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5-27 09:20:42 김정산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책에서 시작해 삶으로 이어지는 공간"…'서촌 그 책방' 하영남 대표

서울 서촌. 아담한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고즈넉한 풍경을 이루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햇살이 스며든 한옥 대문 너머로 작지만 또렷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서촌 그 책방-생각의 지평을 넓히다'. ◆ 책으로 만나, 이야기로 이어지는 공간 문턱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가지런히 놓인 책들 위에 쓰여진 '손글씨 추천 문구'가 조용히 말을 건낸다. 이곳에서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누군가의 사유가 담긴 기록이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위한 초대장이다. 이 공간을 만든 하영남 대표는 말한다. "책방은 제 부캐예요. 본캐는 독서모임을 이끄는 사람. 처음부터 책을 팔고 싶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서점이 아니라 '공간'이 필요했어요. 많은 사람이 마음을 터놓고 '나'를 말할 수 있는 공간말예요." 한 때는 기자로, 국립중앙박물관 편집자로 활약하며 늘 글을 업으로 삼아온 그에게 책은 언제나 배경처럼 있었지만, 결정적인 전환은 독서모임 강사로 활동하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독서모임을 이끌어달라고 요청해왔고 그 일을 하 대표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책을 고르는 일부터 시간표까지 하나하나 간섭받는 구조는 그에게 부담이자 피로가 됐다. 하 대표는 "'왜 이런 책을 골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게 제 선을 침범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돈보다 내 생각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어떤 일이라도, 그게 우선이란 걸 그때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계약된 독서모임 활동을 정리했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독서모임을 꾸릴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기준은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이었다. 햇살이 잘 들고 조용할 것. 월세는100만 원을 넘지 말 것. 한옥일 것. 몇 개월을 고심한 끝에 닿은 곳이 서촌이었다. 고궁박물관이 북촌에 있던 시절 일했던 익숙한 동네. 무엇보다, 하 대표가 편안하게 오래 있을 수 있는 동네로 서촌은 안성맞춤이었다. '서촌 그 책방'의 시작은 단순하지만 뚜렷했다. 누군가가 정한 기준이 아닌, 대표 스스로 고른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 '내 방식대로 꾸린 공간에서, 회원들과 삶을 나누는 시간'을 원한 것이다. 그 바람은 7년째 서촌 그 책방의 한옥 지붕 아래에서 일궈지고 있다. ◆ "책을 읽는 일은 결국, 나를 이야기하는 일" 나무 선반을 채운 책은 대다수가 한국 저자의 작품이다. 번역서 비중은 5%를 넘지 않는다. 하 대표가 이렇게까지 '한글'에 집중하게 된 배경엔 10년간의 외국 생활이 있다. 배우자의 일로 하와이에 거주하면서 그는 언어의 간극을 실감했다. 하 대표는 "외국어로 말하면 늘 어딘가 감정이 빠져 있더라고요. 뉘앙스를 다 전달하지 못하고, 문장 속에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한국에 돌아와 모국어로 말하면서 그게 얼마나 큰 '해방'인지 깨달았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와이에서 그는 현지인과의 언어적 불균형뿐 아니라, 문화적 맥락의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도 깊이 체험했다. 한 문장을 말할 때도 설명이 길어졌고, 말끝마다 스스로를 변호하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모국어가 그리웠고, 그 안에서만 느껴지는 뉘앙스와 결이 그리워졌다. 그때부터였다. 책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외국 문화를 이해하려 애쓰는 대신, 한국 작가의 문장 속에서 깊이와 공감을 찾기로 했다.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책은 많지만, 매대에 오르는 책은 극소수다. 손글씨 추천 문구를 쓰기 전, 하 대표는 몇 번이고 책을 다시 펼쳤다. 그는 "이 책은 같이 읽고 싶다. 그런 확신이 들 때만 '손글씨'를 붙여요. 그래서 책방을 찾는 분들도 '여기서 고르면 괜찮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독서모임도 자연스럽게 덩치가 커졌다. 현재 5개월(월 5만원, 총 25만원)에 걸쳐 총 다섯권의 책과 다섯번의 모임이 14개 반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가까이는 동네 이웃부터 멀게는 경주에서까지 오는 회원이 있을 정도다. 문득 책을 사러 왔다가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고, 20대부터 60대까지 회원의 연령대까지 다양해 매 모임마다 풍성한 사유가 오간다. 서촌 그 책방의 독서모임은 기존과는 조금 다르다. 줄거리 요약도, 발표도 없다.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자신의 말로 풀어내면 그만이다. '저자와의 만남(북토크)' 자리에서도 강연은 없다. 책은 이미 다 읽은 상태이기에, 오직 독자의 질문만이 오간다. 이곳에서 언제나 중심에 선 것은 저자가 아닌 '나(독자)'다. 하 대표는 말한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를 빌려, 결국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 주는 매개체예요. 문장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 한가운데를 지나가게 되죠." 이 책방의 또 다른 특징은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나이도, 직업도, 학벌도 묻지 않는다. 이 단순한 룰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타인의 배경보다 현재의 말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 이곳에서는 누구인지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더 중요하다. ◆ 또 하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서촌 그 책방' 2개월 전엔 6평 남짓했던 공간을 36평으로 확장했다. 회원 수도 늘었고, 독서모임을 통해 연결된 인연도 깊어졌다. 하지만 하 대표의 고민은 '회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늘 이 하나다. 그 연장선에서 지금은 '책방 선정도서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과, 책방과의 연결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실험이다. 하 대표는 "이 책방에서 고른 책이라면 믿고 읽겠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 마음이 고맙고, 무겁기도 해요. 그래서 더 정성 들여 고르게 돼요"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제는 독서모임을 넘어, 책을 통해 인생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하 대표는 글쓰기 수업과 책 만들기 클래스를 통해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과정을 돕고 있다. 하 대표는 "같은 공간에서 독자로 함께했던 분이 언젠가 자기 책을 내게 되면, 그게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책이 책을 낳는다는 말이 딱 그런 거죠"라고 말했다. 좋은 책을 만나고, 좋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대화 끝에 나도 나를 새롭게 알게 되는 공간. 그가 지키고 싶은 꿈은 어쩌면 소박하면서도 원대하다. 오늘도 서촌의 조용한 한옥 안에서 그는, 책 한 권을 건네며 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다.

2025-05-25 13:12:45 허정윤 기자
[메가 히트 상품 탄생스토리] 라네즈, 피부에 닿은 물의 철학...'크림 스킨'으로 완성한 피부 보습

아모레퍼시픽이 1994년 출시한 '라네즈'는 수분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다. 라네즈는 프랑스어로 '눈(雪)'을 의미하며, 수분과 빛의 조화를 통해 완성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와 함께 한 세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 피부 속까지 수분을 꽉 채워 맑고 건강하게 빛나는 피부를 연구해 왔다. 물과 피부의 상호 작용에 집중해 피부 보습 효과에 중점을 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1990년대 초부터 '환경'에 대한 사회적 과제가 주어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은 피부 면역 기능에 적합한 수분 중심 화장품 개발에 착수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라네즈다. 당시 라네즈 캠페인은 '여자는 여자가 지킨다', '여자를 지키는 힘, 라네즈' 등의 슬로건을 선보이며 환경 오염 속에서 피부를 보호하는 화장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7년 라네즈는 제품력을 강화해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또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적 여성상을 반영한 세련된 이미지는 뷰티를 하나의 문화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1990년대 X세대는 신인류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경제 발전과 함께 다양한 소비 문화를 누린 주체들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도 증가했다 . 라네즈는 2000년 첫 해부터 '늘 새로운 얼굴'이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펼쳤다. 스킨케어를 마치 일기예보처럼 제안하는 새로운 방식의 광고를 통해 날씨, 옷차림, 화장 등 여성 일상과 발맞춰 나가는 스킨케어의 가치를 전달했다. 2014년에는 탄생 20주년을 맞아 브랜드 정체성을 '스파클링 뷰티'로 재정립했다. 라네즈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빛나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이와 함께 라네즈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제품 개발을 지속해 왔다. '크림 한 통을 통째로 녹여 토너를 만든다면?', '슬리핑 마스크와 립밤을 하나로 합친다면?', '히알루론산을 잘게 쪼개 피부 깊숙이 흡수시킨다면?'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질문과 해답을 내놓은 것이다. 실질적으로 여러 단계의 복잡한 스킨케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 스킨케어의 새 지평을 열었다. 대표적으로 라네즈의 '크림 스킨 세라펩타이드 리파이너'는 액체 제형의 스킨에 세라펩타이드 성분의 크림을 녹여 설계한 토너 제품이다. 토너 제품에 크림 한 통을 담아낸 라네즈만의 고압 블렌딩 기술이 적용됐다. 스킨케어 첫 단계에서 속건조와 보습을 채우고 피부 장벽을 개선해 준다. 세안 후 간편하면서도 확실하게 보습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라네즈는 피부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문제인 '수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피부 표면에 수분을 공급하면서 피부 속 보습까지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에 주력해 왔다. 크림 스킨은 2018년 출시된 후 2023년 한 차례 재단장을 거쳤다. 현재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 440만 개, 브랜드 내 재구매율 1위 등을 기록하며 제품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브랜드 글로벌 앰버서더로 방탄소년단 진을 발탁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키웠다. 방탄소년단 진과 크림 스킨은 각각 대중문화와 뷰티 산업에서 독보적인 상징성을 겸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올해는 7년 만에 신제품으로 '크림 스킨 징크펩 토너&젤 모이스처라이저'가 추가됐다. 라네즈 독자 성분인 징크펩 콤플렉스 성분을 새롭게 담았다. 이 성분은 징크와 이중 펩타이드 성분을 결합한 것으로 피지 관리, 피부 탄력 등을 관리해 준다. 특별한 제형 기술도 구현됐다. 고압 블렌딩 기술을 활용해 토너 속 미세하게 쪼개진 젤 크림 성분의 안정성을 높였다. 토너 제형으로 발라도 젤 크림의 유효 성분이 피부에 빠르게 전달된다. 초기 환경 오염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라네즈는, 오늘날 기후 위기에도 적극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갖췄다. 라네즈의 친환경 경영 전략은 '플라스틱 사용량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석유 유래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스킨케어 핵심 제품의 30% 이상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계획이다. 크림 스킨 세라펩타이드 리파이너의 경우에도 긴 형태의 제품 뚜껑을 짧은 뚜껑으로 변경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제품 대비 12% 감소시켰다. 본품에 내용물을 다시 채워 넣는 리필 가능한 제품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크림 스킨의 리필은 본품 대비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자원 순환 중심의 소비 문화도 지원한다. 다 사용된 라네즈 제품은 아모레리사이클 프로그램을 통해 별도 수거하고 있다. 수거된 화장품 용기는 아모레퍼시픽 오산물류센터에서 재질, 뚜껑 등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화장품 용기로 탄생되거나 건축자재, 예술품, 공공디자인 등에 활용되고 있다. 크림 스킨 세라펩타이드 리파이너에는 쉽게 제거 가능한 이지필 라벨과 투명한 몸체가 도입돼 분리배출 단계에서 수거 및 선별이 용이하다. 이밖에 라네즈는 립 슬리핑 마스크, 립 글로이 밤 등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된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왔다. 라네즈 립 슬리핑 마스크는 입술 관리 제품으로 잠자는 사이 건강하면서도 생기 있는 입술을 완성해 준다. 현재 전 세계에서 2초마다 한 개씩 판매되는 K뷰티 대표 제품으로 미국 대형 뷰티 채널인 세포라, 아마존 등에서 뷰티 부문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립 글로이 밤은 일상용 입술 제품으로 바르는 즉시 입술 각질을 잠재워 입술에 매끈함과 촉촉함을 선사한다. 국내에서는 2020년 단종됐으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4년 만에 총 6종 구성으로 재출시됐다. 지난해 미국 최대 규모 e커머스 아마존의 프라임데이 행사에서 뷰티&퍼스널 부문 판매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처럼 라네즈는 피부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과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라네즈 측 관계자는 "아름다움의 경계를 계속해서 넓혀가는 K뷰티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2025-05-21 13:26:33 이청하 기자
[살맛나는 세상 이야기] “정보 접근은 권리입니다” 다래파크텍, 배리어프리 기술로 답하다

2025년 1월 28일. 이날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자는 '정보 접근권'이라는 원칙을 실제 공간에 구현하게 됐다.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를 설치할 때 반드시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이 조항은 50㎡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베리어프리 개념에 대한 인식 조차 일천하다. 다래파크텍은 이 같은 변화의 정중앙에 있다. 다래파크텍은 국내 최초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무인주차정산기를 개발해 인증을 마쳤으며, 현재 조달청 나라장터에도 등록했다. 그러나 사업자는 물론, 여전히 많은 지자체까지도 법 시행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산 문제를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 "우리의 서비스는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떤 장소가 어떤 미래 사회를 구상하는지, 누구를 위해 기술을 만드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이라는 답을 해야 한다. 키오스크는 이제 생활의 일부다. 병원, 지하철, 음식점, 도서관, 공공기관 등이 키오스크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키오스크는 '모두'를 위한 기기가 아니다. 많은 장애인과 고령자들은 화면 높이에 닿을 수 없고, 작은 글씨와 복잡한 UI 앞에서 절망한다. 화면의 대비가 낮고 음성안내가 없거나 부정확하며, 손 떨림이나 시력 저하 등 신체 기능 변화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한 편의 제공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 무인주차정산기처럼 자동화와 요금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합기기는 철저한 설계 전환 없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용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다래파크텍은 이 문제를 '장애인 복지'가 아닌 '기본권 보장'의 차원에서 접근했다. 이들은 단순한 음성지원이나 점자 부착에 그치지 않고, 제품 기획 단계부터 모든 기능을 사회적 약자 중심으로 재설계했다. ▲휠체어 이용자도 접근 가능한 낮은 조작부 배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음성지원 기능 탑재 ▲고령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고대비 화면 구성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알림과 보청기 호환 기능 ▲지침 기준을 만족해 조달청 우선구매 대상 제품 등록 완료 등이다. 장애인의 사용을 고려한 설계는 기술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기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누구를 중심에 둘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 결과다. 다래파크텍의 대표 제품에는 배리어프리 무인주차정산기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전제로 한, '보편적 설계' 기반의 지능정보 단말기다. 지난 1월부터 전국적으로 의무화한 장애인 접근성 기준을 선제적으로 충족하며, 실사용 중심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 제품의 특징으로는 ▲휠체어 사용자를 고려한 저위치 조작부 설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점자 표기, 고대비 화면 구성 ▲고령자의 인지 편의를 위한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보청기 호환 기능 및 촉각 신호 제공을 통해 청각장애인의 접근성 확보 ▲인증을 통해 조달청 나라장터 등록, 공공기관 우선구매 가능 등이 있다. 다래파크텍은 이 제품을 활용해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계 홍보 전략을 병행하며, 단순한 판매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다래파크텍은 모든 사용자가 스스로 조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이나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강조하며 ESG를 외친다. 그러나 ESG는 바로 이처럼 구체적이고 작지만 실질적인 '배려'에서 시작된다. 다래파크텍의 무인주차정산기는 기업이 법률의 테두리를 넘어, 어떤 사회를 함께 만들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실천이다. 다래파크텍 관계자는 "이 제품은 특별한 이들을 위한 기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표준을 제안하는 기기"라며 "정부가 법을 개정했지만, 아직도 지자체나 소규모 민간 사업장에서는 시행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각 시도와 지자체에 장애인 정보접근권 확보를 위한 무인정보단말기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법 시행 일정을 안내한 바 있다. 설명자료에는 적용 대상, 예외 사항, 검증 기준 등이 명시돼 있으며, 공공기관은 물론 관광업소와 소규모 민간 사업장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상시 근로자 100인 미만 사업장도 대상이 되며, 이미 설치된 기존 키오스크도 2026년 1월 28일부터는 법 적용 대상이 된다. 50㎡ 미만 사업장은 예외로 분류되지만, 모바일 앱을 통한 원격조작이나 상시 안내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등의 보조수단은 여전히 요구된다.

2025-05-19 13:17:22 김서현 기자
[새벽을여는사람들] 채진원 경희대 교수 "586의 오염된 세계관, 인적 청산 넘어 유교적 습속에서 벗어나야"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판세에 반전이 있지 않는 한, 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은 민주 정부 3기의 출범이 가능해 보인다. 다만 혹자는 우려한다. 더불어민주당 집권 후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졌고 기회의 평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기대가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함께 무참히 짓밟힌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핵심인 586(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은 침묵했고 오히려 윤석열·검찰·반(反)민주세력 등 외부의 적을 만들어 진영대결로 판을 이어가며 '정신승리'를 시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무(無)정치'와 '조급증'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권력의 공백 상태에서 민주당 586 정치인의 유교적 세계관을 지적하고 공화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재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연구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를 지난 16일 경희대학교에서 만났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진영 대결 부추기는 유교적 세계관 채진원 교수는 지난 4월10일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푸른길)'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부제는 '유교적 습속과 행태'다. 채 교수는 대한민국 유교 습속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추적했고 유교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이 586 정치인에도 체화됐다고 주장했다. 유교가 강조하는 성리학, 이성주의는 '이성과 반(反)이성', '이성과 감정', '선과 악' 등 이분법적, 이항대립적 세계관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채 교수는 "586 정치인은 과거 독재와 싸우다 보니, 상대를 적이나 악으로 봐야 자신이 타도할 수 있었다. 과거엔 그랬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선의 선비 정신이 맞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 이후 37년이 지났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86이 민주당의 주도권을 가진 후 문재인 정권을 창출했고, 대화와 타협이 되질 않았다"며 "그 후 조국 사태가 발생했고, 지금 조국 전 대표는 감옥에 가 있다. 죄의 반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감옥 안에서도) 윤석열을 공격하고 이재명은 지지하면서 죄인이 아닌 것처럼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기의 악(惡)은 악도 아니고 상대가 더 악하기 때문에 상대를 악마화하면 자기 죄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유교적인 프레임"이라며 "(당의) 내부 비판을 하지 않고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직 보위론이 나오고, 이견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견이 나오면 역적이 되고 배신자로 몰아간다. 이게 전형적인 유교의 논리다. 민주주의는 내부 경쟁과 토론이 있어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도 타락한다. 공화주의로 조화와 균형 맞춰야 채진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게 하는 '공화주의'가 대한민국 정치에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채 교수는 데모크라시(Democracy·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번역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그 자체로 완벽한 체제, 절대선(善)의 체제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견제와 균형, 지방자치 등이 다 공화적 가치"라며 "민주화가 되고 37년간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공화주의를 지키자는 이야기, 견제와 균형을 하자는 이야기, 삼권분립을 하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주도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소 혐의를 면소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도 상정해 놓은 상태다. 채 교수는 "민주주의가 중우정(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무리에 의해 통치)나 참주정(비합법적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독재적 통치)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공화주의"라며 "왜 미국에 민주당이 있고 공화당이 있겠나. 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끌었던 정당의 과거 이름이 '전진하는 공화국(現 르네상스)'겠나"라고 반문했다. 채 교수는 국민의힘도 공화주의는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공화주의를 생각하지 않는다. 반공자유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에 민주당에 이길 수 없는 논리를 말한다"며 "민주 대(對) 반(反)민주 구도 속에 들어가면 절대 이길 수 없다. 민주 대 공화로 붙어야 서로 견제가 되는데, '반공'해버리면 민주주의에 이길 수 없다"고 표현했다. ◆측은지심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 봐야 채진원 교수는 586 정치인이 측은지심이 아닌 동료 시민이라는 관점에서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측은지심이 무엇인가. 상대를 불쌍히 보는 것이고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것"이라며 "동료 시민의 관점에선 측은지심에 기반한 행동이 기분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자제하는 리더십이 생기고 중도적인 신중한 태도가 생긴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586 정치인을 대거 영입할 때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지라고 했는데, 왜 이것이 지켜지지 않냐면 서열적인 유교적 습속, 동료 시민의 관점이 아니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우월한 선민·특권 의식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청교도 습속에서 나온 직업 의식과 동료 의식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는 능력주의와 위계서열 기반의 관료주의가 동료 의식을 깨버리고, '통치하는 성인군자와 통치받는 소인배'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고착화시킨다고도 지적했다. 채 교수는 "기독교적 세계관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하늘 아래 인간들"이라며 "이 관점에서 인간은 유한, 연약, 불완전하기 때문에 직업을 따질 이유가 적다. 반대로 우리는 고시를 봐야 하고, 스카이(SKY) 대학교 가야하고, 관료해야 한다. 다 유교적 습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능력주의를 욕히면서 자기는 그 안에 들어가고, (성인군자 반열에 오르는) 길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조국 전 대표처럼) 불공정한 게임이라면서 부모 찬스를 써가면서 자기 자식들한테는 다 한다. 그런데 남들한테는 하지 말라고 한다. 이게 불공정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시 비리를 했는데도 도덕 감정을 제쳐두고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법 감정을 이야기한다. 국민이 생각하는 도덕 감정과 법 감정이 있는데, 이것과 위반되는 본인들의 이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게 맞지 않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상대를 외부의 적으로 설정하기보다 다양한 면을 짚어주며 '의견' 정도로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동료 시민의 관점에서 보는 재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05-18 17:00:18 박태홍 기자
[메가히트상품스토리] 티아시아, 아시아 정통 커리를 집에서도…2초에 1개씩 팔리는 대세로 자리매김

강황 베이스의 '순한맛'과 '매운맛'으로 획일화되어 있던 국내 카레 시장에서 세계 인기 커리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은 브랜드가 있다. 아시아 정통의 맛을 담은 요리들을 집에서도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통 아시안 푸드 전문 브랜드 '티아시아 (T·Asia)'다. ◆색다른 맛으로 식탁을 다채롭게 커리는 태국과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서도 사랑받는 글로벌 음식이다.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는 무역과 이민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일본,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각국의 식문화에 맞게 푸팟퐁 커리(태국), 브라운 커리(일본), 커리부어스트(독일) 등으로 재해석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60년대 국내에 등장한 강황 베이스의 노란 카레는 편의성과 익숙한 맛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한국식 카레는 간편한 한끼로 자리잡았지만, 맛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다소 단조롭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해외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외식이 일상화되며 여행지나 전문 레스토랑에서 접했던 이국적인 음식을 집에서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여기에 미식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지며,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이러한 변화는 카레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정통 커리 맛을 제대로 구현한 '티아시아 커리'가 등장하면서 오랜 시간 노란 카레 일색이었던 시장에 색다른 맛의 커리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오늘은 인도, 내일은 태국 2021년 출시된 '티아시아 커리'는 인도와 태국 왕실 요리 전문 셰프와의 공동 연구로 완성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기존과 차별화된 정통의 맛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카레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특히 '티아시아'는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색다른 커리를 집에서도 간편하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치킨 마크니 ▲게살 푸팟퐁 ▲비프 키마 ▲비프 마살라 ▲스파이시 비프 마살라 ▲스파이시 치킨 빈달루 ▲팔락 파니르 등 총 7종의 전자레인지용 커리를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자기만의 스타일로 요리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분말형 커리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마크니, 푸팟퐁, 마살라, 스파이시 마살라, 키마까지 총 5종의 티아시아 분말 커리는 재료와 조리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어, 요리에 개성을 더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티아시아 커리는 2024년 하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 4000만 봉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커리와 찰떡궁합! 난과 라씨까지 티아시아는 색다른 커리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데 이어, 커리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난'과 '라씨 파우더'까지 출시해 집에서도 손쉽게 '커리 풀코스 다이닝'을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티아시아 난'은 숙성 발효한 반죽으로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프라이팬에 30초 정도 구우면 화덕에서 갓 구운 듯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쉐이커에 우유 200ml와 '티아시아 라씨 파우더' 4스푼(45g)를 10초간 흔들어 주기만 하면 새콤달콤한 요거트 본연의 풍미가 살아있는 인도식 요거트 음료 '라씨'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건강 관리 트렌드에 맞춰 당 함량을 대폭 낮춘 '티아시아 요거트 라씨 파우더 라이트'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티아시아 요거트 라씨 파우더 라이트'는 국내 요거트 파우더 제품군 중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제품 대비 당 함량을 25% 줄여, 새콤달콤한 요거트 풍미를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제품이다. 한 봉지(600g)당 2000억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가 함유되어 있어 건강까지 한 번에 챙길 수 있다. 우유에 진하게 타서 얼리면 요즘 인기 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으로 즐길 수 있으며, 판젤라틴을 활용하면 고급스러운 요거트 푸딩 디저트도 만들 수 있다. 특히 고물가로 외식 부담이 커지는 요즘, 티아시아 커리와 난과 라씨는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티아시아 관계자는 "티아시아는 인도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다양하고 색다른 맛을 전하는 정통 아시안 푸드 전문 브랜드로 '2초에 하나씩' 팔리는 티아시아 커리를 비롯해 쌀국수, 팟타이, 나시고랭 등 아시아 미식을 집에서도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며 "여행지나 고급 인도식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이고 색다른 맛을 집에서도 맛보고 싶다면 티아시아 커리와 난, 라씨로 정통 메뉴들을 근사하게 즐겨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5-05-14 14:34:47 신원선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박정연 노무법인 마로 대표 "노사 갈등 해결, 약자 보호로 사회적 책임 다할 것"

대한민국 노동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동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박정연 노무법인 마로 대표는 실용적인 노동법 강의를 통해 노사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13년간 성희롱 예방 교육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 폭넓은 주제로 법률 자문과 컨설팅, 강의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직 문화 개선에 집중해 왔다. 박 대표는 "노무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립적인 시각"이라며 "노사 간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철밥통 박차고 나와 시작한 노무법인 마로 20대 후반에 노무사 자격을 취득한 박 대표는 일찍이 대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나름대로 입지를 쌓았지만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노동법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스스로 의견서를 써놓고도 이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들었다"며 그녀는 조직 경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한국전력에 입사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에서의 첫 조직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박 대표는 "요금 부서, 영업 창구, 무주 등 오지 사업소에서 근무하며 인사·노무업무가 아닌 여러가지 일들을 맡아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조직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면서도 "노무사니까 당연히 인사 부서나 노무 부서에 배치될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업무들을 맡아 회의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30대 중반, 박 대표는 안정적인 공기업을 박차고 나와 노무법인을 설립했다. 그녀는 "공기업이라는 철밥통을 발로 차고 나온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며 "처음에는 일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며 성희롱 예방 교육, 직장 내 괴롭힘 컨설팅, 기업 내 성평등 문화 조성 등으로 영업하면서 사업을 점차 넓혔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성희롱 예방 법정 교육 강의를 잘하면서 입소문이 나 그게 결국 자문이나 컨설팅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성희롱과 남녀평등 문제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조사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희롱과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보미 사업 노무 관리 체계 구축…장관상 수상 박 대표는 2022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정책 유공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녀는 여성가족부 아이돌보미 사업에서 4대 보험 처리 및 퇴직급여 적립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며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또한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의 노무 관리 매뉴얼 제작에 참여해 인사노무 체계 구축을 주도했다. 노무 자문과 센터 평가위원 활동을 통해 가족 분야 및 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정책 추진에 헌신한 공로도 인정받았다. 그녀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사들은 수업이 취소되거나 학생이 결석하면 소정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임금이 감소한다"며 "아이돌보미들의 4대 보험 신고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신고 기준이 모호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매뉴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같은 해 고용노동부 노동전환지원 유공 장관 표창도 수상했다. 그녀는 저탄소·디지털 전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연구용역에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로 참여해 노동전환 컨설팅 체계를 구축하고, 교육훈련·전직지원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서울특별시 노사민정협의회의 '기후위기와 지역 노동시장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참여해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를 분석했다. 현재 박 대표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법 기본서를 집필 중이다. 요양보호사, 장애인 이동 활동보조사, 방문교사 등 근로 시간 산정이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한 이 기본서는 현재 절반가량 완성된 상태다. 박 대표는 "기존에 이들을 위한 노동법 기본서가 전무한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체력왕 노무사…건강이 곧 자산 박 대표는 현재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이라는 직책도 맡고 있어 더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기 총회에 참석하거나 국회 토론회에 나가 발언하거나, 노무사로서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일도 박 대표의 업무 중 하나다. 그녀는 "노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부회장직을 맡고 나서였던 것 같다"며 "단순히 나의 이익이 아닌, 노무사 전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으로서 요즘 중점적으로 보는 건 고소 대리권 문제다. 현행 제도에서는 진정 사건이 고소·고발 사건이나 범죄 인지 사건으로 전환되는 순간, 노무사의 역할이 크게 제한된다. 이에 그녀는 노무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노무사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 대표는 "노무사를 찾는 이들이 대개 피해를 본 노동 약자"라며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근로자들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 때, 노무사가 고소 대리권이 없어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무사의 고소 대리권 확보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노무사의 역할뿐만 아니라, 일하는 엄마로서의 삶도 부지런히 이어가고 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가족을 최우선으로 두는 그녀는 "가족이 먼저고, 그다음이 일"이라며 "이 우선순위를 지키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법인 내에서 체력왕으로 통하는 그녀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내가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선 건강이 필수"라며 "체력 관리가 곧 자기관리라는 게 그녀의 철칙이다. 박 대표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법인 운영에서도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그녀는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경제적 안정 속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법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노무사로서의 사회적 역할도 잊지 않고, 노동법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신념을 전했다.

2025-05-11 12:50:05 원관희 기자
[메가 히트 상품 탄생스토리] 46년 푸른 꿈을 담은 '오설록', 제주에서 세계로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차(茶) 브랜드다. 현대적인 맛과 감각을 선사하는 브랜드로, 차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전통 미학을 이어가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은 오설록이 오랜 시간 지켜오고 있는 '가치'를 심었고, 한국의 녹차는 다시 피어났다. 서성환 회장이 가졌던 신념은 사업의 부흥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차를 복원해 전통을 계승한 차 문화를 현대 사회에 정착시키는 일은 필생의 과업이었다. 서성환 회장은 1970년대 해외를 오가며 각국의 차를 통해 다양한 문화을 경험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산 차 대신 커피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서성환 회장은 역사적 자료를 탐색하며 차 사업을 준비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서성환 회장은 1979년 긴급 경영 회의에서 "차 사업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당분간은 적자가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업은 문화 사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46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이 가진 천혜의 자연 유산인 제주도는 세계적 수준의 차 재배지로 거듭났고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은 제주의 생명력을 담은 명차가 됐다. 현재 약 100만 평에 달하는 3개의 오설록 유기농 차밭에서 각각 지역의 기후 특성에 따라 향과 맛이 특별한 차가 생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우리 전통 차 문화를 정립하기 위한 첫 시작으로 1979년 제주도 차밭 부지에서 개간 작업에 착수했다. 차나무는 연평균 기온 14℃ 이상, 연간 강우량 1600㎜ 이상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자란다. 제주의 돌송이 차밭, 서광 차밭, 한남 차밭 등은 차나무 재배 조건을 갖췄지만 처음에는 넓은 황무지에 불과했다. 자연 환경이 척박했을 뿐 아니라, 교통, 전기, 식수 등 공사 시설도 아직 갖추지 못한 오지에서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 손으로 돌을 걷어내며 정성을 쏟았다. 개간에 이어 토양을 비옥하게 일궈내며 씨를 뿌리고 묘목을 가꿨다. 서리나 가뭄으로 인한 피해에도 직접 대비했다. 막대한 비용은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와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서성환 회장과 아모레퍼시픽은 어려운 과정도 자연의 이치로 순순히 받아들이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돌송이 차밭은 화산재가 굳어서 돌멩이 같이 잘게 부서진 화산송이가 많아 '돌송이'라고 불린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접하고 있어 한라산의 잔설을 품은 산 바람과 바닷바람이 밤낮으로 불어온다. 1980년 이곳에서 수확한 찻잎으로 아모레퍼시픽은 녹차 브랜드 설록차와 첫 번째 녹차 제품 만수, 천수, 백수를 출시했다. 1984년에는 서광 차밭을 조성했다. 서광 차밭은 산방산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한라산에 걸쳐진 대기층이 많은 구름과 안개를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차광 효과가 찻잎의 품질을 높인다. 거센 바람은 뿌리의 수분 흡수를 증가시켜 차의 향기를 짙게 만들고 찻잎의 불순물을 씻겨 준다. 온화한 기후까지 더해져 최적의 생육 조건을 제공한다. 1995년에는 한남 차밭을 마련했다. 한남 차밭은 마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드는 곳으로 사계절 내내 쏟아지는 따뜻한 빛은 차나무의 아미노산 함량을 높인다. 한남 차밭 개발부터는 과학적 기계 설비도 본격 도입했다. 특히 2023년 9월 한남 차밭에는 '한남다원 오설록 티팩토리'가 들어섰고 이어 2024년 6월 증설을 거쳤다. 또 녹차 원재료의 철저한 유기농 재배부터 가공, 제품 포장, 출하까지 일원화된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모든 시설은 서귀포 중산간의 완만한 구릉, 마을길, 제주 특유의 경사 지형 등 기존 자연에 순응하도록 배치했다. 오설록 차밭은 사람에게는 건강한 차를 전달하고 자연과는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일반 과수 작물보다 3배 이상 높은 연간 약 1만1176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단일 최대 규모의 오설록 차 연구소도 운영한다. 차 품종, 육종, 재배 기술 등을 연구해 미래 차 산업의 발전에 꾸준하게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차 대중화를 위해 깊이 있는 차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도심 속 오설록 티하우스 등도 지속 선보인다. 오설록 서광 차밭에 위치한 티뮤지엄의 경우, 국내 최초의 차 박물관이다. 2001년 개관 이후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서성환 회장의 푸른 꿈은 오설록이라는 브랜드로 결실을 맺었고, 그 열매는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오설록 대표 제품인 '일로향'은 2009년 북아메리카 티 챔피언십에서 덖음차 부문 1위에 오른다. 2015년에는 같은 대회에서 세작, 우전, 일로향이 각각 덖음차 부문 1~3위를 석권하기에 이른다. 해당 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 품평회다. 매년 세계 유명 차 전문가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밖에 세계 녹차 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녹차 콘테스트, 중국 차 박람회 등 권위 있는 경연대회에서 오설록은 이름을 알렸다. 오설록은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매년 봄, 제주의 눈과 바람을 견뎌낸 차나무의 새싹을 채엽한 해차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채엽 직후 보관기간 없이 가공해 신선하고 봄철에만 즐길 수 있어 특별하다. 블렌디드 티와 허브 티로 색다른 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최근에는 베리 바닐라 그린티와 피치 캐모마일을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녹차에 봄 과일의 새콤달콤한 맛과 산뜻한 꽃 향기가 더해졌다. 앞서 선보인 마롱 글라세 블랙티, 무화과 쇼콜라 블랙티 등도 밤과 무화과와 같은 원물을 활용해 한층 풍부해진 풍미가 특징이다. 아울러 지난해 오설록 사업 실적은 매출액 937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12%, 69%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신제품 강화, 오프라인 고객 접점 확대 등이 오설록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앞으로도 최고의 품질과 녹차 특화 메뉴에 집중하고 오설록만의 역사와 노하우를 담은 리더십을 구현해 한국 차 문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5-05-07 11:41:52 이청하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김동용 신영시장 상인회장…"상인이 뭉쳐 위기 극복해야"

"상인회장이 한가해지려면 한없이 한가할 수 있지만 일을 찾아서 하게 되면 끝이 없다. 시장에 관심을 갖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찾고 다른 시장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김동용 신영시장 상인회장(65·사진)은 시장에서 일한 지 올해로 32년째다. 과거 신영시장이 가로정비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시장 상인과 정부 간 마찰이 생겼는데 일선에서 조율을 맡은 게 시작이었다. 상인들이 힘을 합쳐 원하는 바를 끌어냈다. 그가 시장 일에 푹 빠지게 된 계기다. 신영시장은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전통시장 17곳 중 6번째로 규모가 크다. 연면적 4520㎡ 규모로 점포 101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먹거리부터 수산물, 육가공류 등 다채롭다. 대통령상을 3번이나 받았으며 최근 수상은 지난 2023년에 받은 '전통시장 활성 유공 표창'이다. ◆ 신영시장의 자랑, '쿠폰'과 '편의성' 김 회장은 신영시장의 키워드를 두고 '비교 불가'라고 했다. 신영시장만의 색깔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지털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편의성이다. 신용카드 결제도 문제없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내밀더라도 상인들이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받아준다. 앞으로는 QR코드 결제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그는 "신영시장이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다"고 했다. 동네에 시장 3곳이 밀집했으며 불과 1㎞ 거리에 대형마트도 있다. 물건의 질이 나쁘면 손님의 발길이 끊기기 딱 좋은 조건이다. 아울러 '서민밀집구역'에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해선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품질과 가격으로 대결해야 한다. 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하는 손님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 '쿠폰사업'도 신영시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대형마트에서는 물건을 사면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경쟁을 위해선 추가 혜택이 필요하다고 봤다. 쿠폰은 5000원에 한 장씩 지급한다. 16장을 모으면 1000원짜리 상품권으로 교환해 주며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쿠폰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위조도 불가능하다. 쿠폰은 신영시장 축제 때 효자 역할을 제대로 한다. 50장을 모으면 경품 추첨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경품은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2만원짜리가 70%, 1만원이 20%, 5000원이 10%다. 지난해 축제에는 시작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대기했다.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그는 시장이 생존하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선 누군가 희생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지에 있는 유명한 시장이 우선 시행한다고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목표 의식을 가지고 시장에 맞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 회장은 "남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일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성실함은 기본이고 누군가는 앞장서서 기획을 해야한다"고 했다. ◆ 내수침체 "소통으로 이겨내야" 김 회장은 올해 시장 전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걱정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오후 10시까지 가능했던 영업시간이 오후 8시로 축소됐다. 겹악재로 내수침체도 장기화 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심리가 꽁꽁 얼었다. 한파가 길어질수록 성실하게 생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부사업을 찾아서 유치해 소비자를 끌어 들여야 한다는 것. 상인회장은 물론 상인들이 쉴 틈이 없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상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다. 상인회장은 좋은 사업을 잘 고르고 상인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한때는 상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매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제는 상인들이 믿고 맡겨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그는 독단적으로 사업을 벌리기 보단 상생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상인들이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문객이 저렴하게 물건을 사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면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지난 명절에 온누리상품권 1억5000만원을 가져와 모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어르신을 위한 모바일기기 사용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로 결제하면 명절에는 15%, 평상시에는 10%를 할인한다. 80~90살 어르신도 할인해 준다고 하면 열심히 배운다. 상인회 차원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신영시장은 현금이 필요 없는 시장이다. 김 회장은 "시장이 현금만 고집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장사를 하려면 항상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상인들에게 신용카드 받아도 세금 많이 내지 않으니까 과감하게 도입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 "특성에 맞춰 성장해야" 김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의 획일적인 운영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맞춰야 한다"면서 "상인회장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선택해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상인회를 다니면서 전통시장 살리기를 주제로 강의한다. 그는 "시장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문제는 현 상인회장과 전임자의 분쟁으로 쇠퇴하는 시장에서 반드시 발생한다"면서 "상인회장은 상인들에게 충분하게 사업을 설명하고 전임자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손님이 없는 시장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면서 "시장에는 물건 구매자도 오지만 관광객, 외지인의 발길도 잦다. 젊은 사람들이 즐길 거리가 풍부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의 위생도 중요하다. 평상시 위생은 기본이고 축제 때도 청결함을 유지한다. 지난해 신영시장 축제에 1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즐겼지만, 쓰레기는 단 80ℓ만 배출했다. '쓰레기 없는 거리'를 콘셉트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상인회장의 투명한 예산 운영은 필수다. 상인들은 돈과 가까운 직업이다. 투입한 자금 대비 낮은 질의 축제가 이뤄지면 의심한다. 그는 물품 내역 대장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조언했다. 상인이 원할 때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김 회장은 "시장의 흥행은 상인회장의 고민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소통과 함께 청렴하게 운영해야 한다"면서 "전국에 있는 모든 전통시장이 발전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5-04-27 11:18:31 김정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