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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청계천 헌책방거리 터줏대감, 밍키서점 채오식 씨

새벽 6시. 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청계천에서 30년 동안 헌책방을 운영해 온 밍키서점 주인 채오식(59) 씨다. 채 씨는 사람들이 그가 추천해 준 책을 읽고, 다시 책방에 찾아와 "재밌게 잘 읽었다"며 "다른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일의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6일 인생의 반을 책과 함께한 그를 만나기 위해 청계천 헌책방거리를 찾았다. ◆왜 헌책방인가?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버들다리와 오간수교 사이에 위치해 있다.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 중 '밍키'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곳이 채오식 씨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충청북도 청주 출신인 그는 30대 때 서울로 올라왔다. 청계천에 먼저 터를 잡은 건 채 씨의 동생이었다. 그는 상경 후 동생과 함께 책방을 운영해왔다. 장사 초창기였던 90년대 중반, 그는 청계천 헌책방거리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가 되면 헌책방거리는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70여 개의 책방이 있었던 청계천 헌책방거리에는 현재 10여 곳의 책방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채 씨가 운영하는 서점의 크기는 3평 남짓. 약 2만여권의 책들이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30년간 책에 파묻혀 지낸 채 씨가 말하는 헌책의 매력은 '사람'과 '이야기'. 그는 서점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무슨 책을 찾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그에게 각자의 취향을 말하거나 원하는 책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는 손님이 찾는 '바로 그 책'을 눈앞에 가져다준다. 책방을 찾은 한 손님이 "어르신들이 보기 편한 옥편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자 채 씨는 한자와 한글이 큼지막하게 쓰인 옥편 하나를 재빠르게 찾아서 그에게 건넸다. 과연 책 전문가 다운 솜씨였다. 그는 사람들의 성격, 취향, 특성에 맞게 책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채 씨는 "일에 치여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라는 뜻에서 노자의 도덕경이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권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막 책 읽기를 시작하려는 독서 초심자에게는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등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채 씨는 책을 통해 사회를 본다고 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사람들이 성공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자기계발서가 유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힐링 에세이가 인기였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등이 많이 나갔다고 했다. 그는 "요즘 책방을 많이 찾는 사람들은 은퇴한 장년층이다"면서 "특히 '나는 자연인이다'를 감명 깊게 본 50~60대들이 귀농 관련 책을 많이 찾는다"며 활짝 웃었다. 채 씨는 이들에게 약초 동의보감, 귀농 가이드북, 건강 관련 서적 등을 권한다고 했다. 인생의 반을 함께 했으면, 질릴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책이 좋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이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주인공이 난세를 끝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내용의 대하소설이다. 그는 "세 사람의 성격이 각기 다르다. 이 인물들에 빗대 많은 책들이 쓰였다"며 "삼국지보다 재밌으니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유튜브, TV에서 매일 재밌는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 씨는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가 되면서 개인주의화 됐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이 사라졌다"며 "옆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도와주려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면 관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책을 읽으면 내가 주인공이 되어 그 사람에 공감하게 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 책 읽기를 통해 사람들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2018-11-18 14:12:47
[메가 히트 상품 탄생스토리]동아오츠카 포카리스웨트

[메가 히트 상품 탄생스토리]동아오츠카 포카리스웨트 1987년 출시된 포카리스웨트는 우리나라 이온음료의 대명사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이온음료 시장에서 포카리스웨트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올해 3분기 전체 이온음료 시장에서 포카리스웨트는 약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포카리스웨트는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상의 건조함을 수분으로 채우며, 소비자에게 물보다 더 가깝고 친숙한 음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음료 포카리스웨트의 탄생 시초는 생리식염수다. 생리식염수를 물처럼 마신다면 간편하게 수분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포카리스웨트를 만들었다. 포카리스웨트는 기존 음료시장에 없던 새로운 차원의 음료였다. 체액과 가까운 농도로 조성된 전해질(나트륨·칼륨·칼슘·마그네슘 등)을 함유하고 있어 체내로 신속하게 수분과 이온을 보충해준다. 형형색색의 예쁜 색깔 없이 희뿌연 색을 유지하는 이유 역시 식염수에서 비롯된 이온음료 본연의 취지를 담아 건강을 위해 색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카리스웨트는 단순한 갈증 해소 차원을 넘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신체 수분 및 이온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다기능성 음료다. 음주 시 알코올에 의한 이뇨 작용으로 소변의 양이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칫 일시적인 탈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포카리스웨트는 체내 수분 전해질 균형을 신속하게 정상화 시켜 준다. 또한 열중증 환자에게 생기는 어지러움과 무기력증, 실신을 막을 수 있고, 운동 선수들의 운동 능력 저하를 방지해 줄 수 있다. 땀을 흘리면서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물이 아닌 나트륨과 칼륨 등 이온이 포함된 수분이다. 물만 마실 경우 우리 몸은 자발적 탈수 현상(목마름은 멈추지만 낮아진 체액의 염분 농도를 원래대로 맞추기 위해 수분이 다시 배출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몸이 원하는 이온을 공급하여 갈증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우리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포카리스웨트가 필요한 이유다. ◆생소한 맛으로 어필 포카리스웨트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기 어려웠다. 기존 청량음료와는 달리 단맛이 적어 생소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대적인 시음 행사가 기획됐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약 1만2000명에 이르는 국가대표 선수, 경찰, 운영요원을 대상으로 20일 동안 대대적인 샘플링을 실시했다. 아울러 대회 기간에도 포카리스웨트를 시음하고 평가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처음에는 입맛에 맞지 않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후 반응은 점차 달라졌다. '마실수록 몸이 원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또한, 건국 후 최대 행사인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며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는 모습이 노출되며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나타냈다. 발매 1년째가 되는 시점에서 포카리스웨트는 월 200만 캔이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이온음료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기록이었다. ◆국내 스포츠와 협업 포카리스웨트는 발매 이전부터 아시아 수영 스타 최윤희 선수를 모델로 선정해 스포츠 드링크로서의 기능을 강조했다. 이처럼 포카리스웨트는 특히 운동 전후에 마시면 좋은 장점이 있는 까닭에 국내 스포츠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1987년 '포카리 오픈 골프 선수권대회' 개최를 시작으로 현재 프로야구(KBO), 프로배구(KOVO), 프로농구(WKBL), 마라톤 등 다양한 스포츠의 공식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또한, 6회 연속 아시안게임의 공식 음료로 활동하며 글로벌 스포츠음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포카리스웨트 퓨처스 3X3 농구대회', '포카리스웨트 풋살히어로즈' 개최 및 유소녀 농구 캠프 및 대회 후원 등을 통해 청소년의 스포츠 기회 확대와 스포츠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블루 마케팅 전략 포카리스웨트를 대표하는 색깔은 파란색과 흰색이다. 하지만 포카리스웨트 출시 이전의 파란색은 식품업계에서는 입맛을 떨어뜨리는 색이라고 해 디자인에 사용하지 않는 색이었다. 포카리스웨트의 파란색은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오히려 청량감을 부각하면서 오늘날 스포츠음료의 대표적인 이미지 색으로 정착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93년에 '바다는 생명의 물'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포카리스웨트 TV 광고는 소비자에게 푸른 이미지의 포카리스웨트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광고는 소비자와 평가기관으로부터 꾸준한 찬사를 받으며 MCA 광고대상을 받기도 했다. 포카리스웨트만의 블루 마케팅을 만드는 데에는 포카리모델을 빼놓을 수 없다. 청순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포카리모델은 오늘날 포카리스웨트를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김혜수, 고현정, 심은하, 손예진, 한지민 등 당시 모델들이 크게 활약한 TV 광고는 포카스웨트의 CM송도 대중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됐다. 2017년에는 포카리스웨트 발매 30주년을 맞아 파격적으로 아이돌그룹 '트와이스'를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MOVE, LIVE, SWEAT'를 콘셉트로 포카리스웨트 특유의 청순함에 더해 10대를 대상으로 도전 정신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이후 2년 연속 트와이스와 함께하며 다소 취약했던 10대층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진행한 트와이스 굿즈 선물 이벤트의 포카리스웨트 구매 연령대를 보면 10대가 49%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포카리스웨트는 국내 최초, 시장 점유율 1위 이온음료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도전 중이다.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전파한 포카리스웨트 블루로드 캠페인과 업계 최초로 페트와 비닐을 쉽게 분리되게 제작한 블루라벨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8-11-15 14:23:26 박인웅 기자
[되살아난 서울] (33) 타임머신 타고 조선으로··· 종로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종로를 가득 메운 고층 빌딩 숲 지하에 600년 전 조선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공평동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 중 조선 시대 전기부터 근대 경성에 이르는 유구와 유물을 발굴해 도시 유적을 원위치에 전면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문화재청과 사업시행자와 반년이 넘는 협의를 거쳐 매장문화재를 현장 박물관으로 조성해 올해 9월 개관했다. ◆개발과 보존의 공존, '공평동 룰' 16~17세기의 조선을 만나기 위해 지난 11일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방문했다. 전시관은 종각역 앞 센트로폴리스 건물 지하 1층에 연면적 3817㎡ 규모로 조성됐다. 전시관 바닥은 투명한 유리로 이뤄졌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은 발 아래로 펼쳐진 조선 시대 건물터와 골목길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이선희(35) 씨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조선시대 때 골목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기분이다"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이 씨는 "관람데크 중 일부가 철골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전부 유리 바닥으로 바꾸면 유물이 잘 보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전문 건축사가 전시 설계에 참여했다. 유구 등 콘텐츠가 많은 부분은 바닥을 유리로 만들었고, 통로나 유구가 없는 곳은 관람 환경을 고려해 알루미늄 재질의 데크로 조성해 이용객 편의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대조동에서 온 이인욱(57) 씨는 "이런 금싸라기 땅에 600년 전 집터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참 신기하다"면서 "이것들을 다른 데로 옮기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 시민들에게 공개한 게 대견하다"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을 유도한 민관 협력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의 첫 사례다. 시는 매장문화재를 원위치에 보존하는 대신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손실을 보전해줬다. 시는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인 '공평동 룰'을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굴되는 문화재 관리 원칙으로 삼을 계획이다. 공평동 룰에 따라 건물은 기존 용적률 999%(A동 22층, B동 26층)에서 인센티브 200%를 받아 총 용적률 1199%(A동 26층, B동 26층)로 지어졌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시에 기부채납돼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으로 운영된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공평유적전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원위치에 전면 보존한다는 것이다"며 "청진구역 등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전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업시행자에게 시에서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시행자가 이에 상응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민간 건물 내의 현장 전시관은 첫 사례"라며 "공평유적전시관은 유구 원위치가 대규모로 보존돼 주목받았다. 공평동 룰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게 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종로 한복판서 조선을 체험하다 전시관의 핵심 콘텐츠는 각기 다른 형태로 복원된 가옥 3채다. 입구 앞에는 '전동 큰 집'을 1/10 크기로 축소한 전시물과 영상이 있어 당시 모습과 현재 집터를 비교해가며 볼 수 있었다. 전동 큰 집 옆, '골목길 ㅁ자 집'터에는 가상현실(VR) 영상기기가 놓여 있었다. VR 체험을 마친 시민 손수희(35) 씨는 "가옥 안으로 들어가 집 내부를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가옥을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해 집 구조를 설명해줘서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손 씨는 이어 "그런데 기기 조작법이 어려워 초반에 5분 정도 헤맸다. 설명이 나와 있긴 한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며 "교육적인 체험 프로그램이어서 어린이들도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VR 기기와 함께 사용하는 컨트롤러가 원래 2개였는데, 조작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1개로 바꿨다"며 "제작사와 협의해 설명 패널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관 가장 안쪽에는 '이문안길 작은 집'이 실제와 같은 크기로 복원되어 있었다. 온돌과 마루, 아궁이 등의 주택 바닥형식이 모두 발굴돼 조선 전기의 한옥 발전 과정을 잘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이문안길 작은 집을 둘러본 시민 백은경(31) 씨는 "집 안에 화로, 나막신 등이 있어 실제 사람이 사는 것 같다"며 "그 당시 이문안길 작은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박물관에는 2015년 발굴된 유물 1000여 점과 인근 청진동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 20점도 함께 전시됐다. 중국 명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병 조각, 청동거울, 조선 전기 무신 구수영의 패찰 등을 통해 당시 생활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전시관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한다.

2018-11-13 16:23:59 김현정 기자
[살맛나는세상이야기]GS리테일, 사회공헌 인프라 구축 1번지로

[살맛나는세상이야기]GS리테일, 사회공헌 인프라 구축 1번지로 GS리테일은 '이웃과 더불어 지역과 함께'라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사회 소외계층, 지역 친화활동과 재해·재난 구호지원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기반은 바로 전국에 분포한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편의점 GS25 1만3000점, GS수퍼마켓 300여점,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랄라블라(Lalavla) 180여점과 더불어 전국 물류센터, 각 지역 사무실 등이 폭넓은 인프라 시스템의 바탕이 됐다. 이를 통해 GS리테일은 사회 안전망 구축, 재해·재난 구호지원활동, 각종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들을 보다 손쉽고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사회 소외계층 지원활동 GS리테일은 지난 2006년부터 'GS나누미' 활동을 펼치고 있다. 'GS나누미' 봉사단은 전국의 52곳 점포를 기반으로 매달 보육원이나 양로원 청소, 노숙자 배식, 소년소녀가장 공부 도우미, 연탄배달, 김장하기 등 우리 사회의 가까운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임직원 가족, 고객, 가맹 경영주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GS나누미에 참여한 총 봉사활동 참여 누적인원은 4만 8378명으로 곧 5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참여 인원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봉사활동 총 참여 인원은 6200여 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11.6% 증가한 수치다. 꾸준한 봉사활동은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015년 GS리테일 건설부문 GS나누미가 서울 사회복지대회 서울시장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0월에는 GS25 중부권 경영주 협의회로 구성된 GS나누미가 전국 사회복지 나눔대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GS리테일은 봉사활동 우수자를 추천받아 지난 2016년부터 캄보디아, 베트남 등 해외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GS리테일은 동종 업계 최초로 생식품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푸드뱅크 식품 기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 GS수퍼마켓 매장에서 매일 채소, 과일, 우유 등 생식품을 각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시작된 식품 기부 활동은 취약 계층의 생존과 직결되는 식생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실효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연간 약 5억 원 수준이다. GS리테일은 식품 이외에 생활용품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며 매년 더 많은 기부활동을 진행하고자 한다. 이밖에도 2011년부터 실시한 '사랑의 북드림 캠페인'을 통해 현재까지 총 6만 여 권(약 2억 원 상당)이 지역 사회 도서관 및 해외 각국 소외 아동들에게 전달됐으며, 헌혈 캠페인과 백혈병 소아암 환아를 위한 활동도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재해재난 구호활동 GS리테일은 태풍, 홍수, 지진, 산불 등 재해재난이 발생할 시,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9월, 보다 체계적인 구호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재난 예방 및 구호물품 지원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행정안전부와 MOU를 통해 GS리테일은 연간 5000만 원 상당의 구호물품 지원, GS25 편의점 긴급 대피소 및 긴급 물품 지원 사이트로 활용, 생존배낭 기부 등 다양한 재해재난 구호 및 예방활동에 더욱 체계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행정안전부와의 MOU 이전에도 GS리테일은 재해 재난 발생 시 전국 물류센터를 통해 신속하게 구호물품을 전달해 왔다. GS리테일은 지난 5월 강릉 산불 피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에 구호물품을 전달했으며, 지난해 1월과 9월에는 폭설로 인해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과 울릉도 폭우로 인한 피해 지역에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또 2014년 진도군 상설시장 화재 피해, 2012년 태풍 볼라벤과 덴빈 피해, 2011년 춘천 폭우 피해, 2010년 연평도 포격 피해 등 재해 재난이 닥친 지역에 신속하게 구호 물품을 전달해 원활한 복구 활동을 지원해왔다. ◆자활 일자리 창출 지원활동 GS리테일은 이웃들에게 단순히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GS25 내일스토어'는 지난 해 6월 GS리테일과 보건복지부가 체결한 업무협약을 통해 저소득층 자활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확대하고 있는 사회공헌형 편의점이다. '내 일(My job)을 통해 만드는 행복한 내일(Tomorrow)'이라는 의미를 지닌 GS25 내일스토어는 GS25 본부가 점포를 개발해 제공하고, 보건복지부는 점포 운영을 지원하며,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인 지역자활센터는 점포 운영을 위탁 받아 내일스토어를 운영함으로써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과 자활 참여자의 자립을 돕는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인 지역자활센터가 GS25 내일스토어 운영을 위탁 받아 저소득층 참여자와 함께 점포를 운영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돕는 것이다. 지난 4월, 'GS25 내일스토어'에서 근무하던 자활 참여자가 최초로 GS25 점포를 오픈하는 첫 사례가 탄생하며 지역사회 저소득층의 새로운 창업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GS리테일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추천한 중증장애인을 GS25 직영점의 스토어매니저(근무자)로 채용하고,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니어인턴 제도에 참여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GS리테일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지양하고 꾸준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며 유통업계 기업 사회공헌의 선순환 모델로서 자리매김 하고자 한다.

2018-11-13 07:00:00 김민서 기자
[새벽을여는사람들]트로트 가수 구재영

새벽 5시. 이른 아침부터 그의 하루는 분주하다. 제일 먼저 그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헬스장.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나의 고객이자 나의 관객이라는 그는, 23년차 보험 세일즈맨이자 4년차 트로트 가수 구재영이다. 어디서든 에너지가 넘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4일 그가 일하고 있는 보험회사를 찾았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시작된 가수의 꿈 "제가 보라고요?" 구재영은 지난 1996년까지 광고·판촉·인쇄업을 해오다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일 때문에 참석하게 된 회갑잔치에 사회자가 펑크를 내면서 우연치 않게 그가 MC를 보게 된 것. 이후 그는 하객들로부터 사회를 잘 본다는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행사전문 MC로 일하게 됐다. 그는 "처음 사회를 볼 적에는 걱정도 많고 긴장도 많이 했었다"면서 "그 때 직업을 바꾼 건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르게 된 무대는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왔던 가수의 꿈도 이루게 했다. 행사MC를 하며 얻은 자신감으로 지난 2014년 정식가수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 품어왔던 가수의 꿈을 이뤄 양로원이나 실버타운 등 어르신들을 찾아 노래로 봉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3년차 보험 세일즈맨이기도 하다. 행사MC와 가수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일정치 않아 보험 세일즈 활동을 하게된 셈이다. 그는 "행사MC와 가수활동 대부분이 봉사활동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행사가 없는 날에는 보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지금은 가수와 보험 일 모두 제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직업이 서로 보완 작업을 해주고 있다"며 "가수일을 하며 만난 사람이 또 다른 고객이 될 수 있고, 고객은 가수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또 다른 신뢰를 갖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S화재 2018 블루리본을 수상했다.근속연수, 계약건수, 고객관리, 모집질서 위반사실이 없어야 하는 블루리본 수상자.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긴다. ◆그의 삶. 그의 노래 특히 그는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한다. 그는 "진심이 담겨야 듣는 사람도 와 닿을 것 같아, 곡이 나오기 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많이 반영하려 한다"면서 "진심이 담긴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온 곡이 2014년 데뷔앨범 '맨발의 청춘'과 2017년 2집앨범 '덕분에'이다. '맨발의 청춘'은 서울로 상경해 무일푼으로 자리잡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덕분에'는 많은 고객·관객들 덕분에 자신이 이 자리에 와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최근 나온 '덕분에'에는 감사, 사랑, 행복 등을 담아, 각박한 사회 속에서 쉽사리 전하기 어려운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고향인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한 구민회관에서 2014년부터 3년간 열었던 경로잔치를 꼽았다. "가수가 자신의 고향에서 노래하는 것은 또 다른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며 "인원이 많이 줄어 지금은 그때처럼 진행하기 어렵지만 매년 찾아 뵙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가수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구재영.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CD와 명함을 들고 방송국에 들른다. 그는 "방송국에 들어가 PD가 계시면 CD와 명함을 드리고, 안 계시면 책상에 놓고 나온다"며 "매니저가 있었다면 홍보하는 것이 한 결 쉬웠겠지만, 혼자고 늦깎이 가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내가 있어야 노래도 잘나와요" 그런 그에게도 비밀병기는 있다. 바로 아내다. 무대에 서기 전 의상부터 메이크업, 이미지까지 꼼꼼하게 관리해주는 아내는 구재영의 보이지 않는 매니저다. 그는 "아내가 없었다면 가수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늘 응원하는 아내가 있어 맘 편히 가수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대에 서면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시작한다는 그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노래를 부르면 긴장도 사라지고 실수도 안하게 된다"며 "요즘은 무대에 오르면 먼저 아내의 얼굴을 찾는 게 일이 됐다"고 귀띔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2집앨범 '덕분에'가 많이 불려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수가 된 것은 어떤 이익보다도 봉사활동을 당당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노래로 행복을 전하는 가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가을 행사부터 송년회행사로 빡빡한 스케줄이 이어져도 '무대에서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구재영. 그는 "저의 모든 에너지는 무대에서 받아오는 것"이라며 "무대에 섰을 때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IMG::20181111000087.jpg::C::540::가수 구재영 2집 앨범 사진./가수 구재영 제공}!]

2018-11-11 13:27:48 나유리 기자
[되살아난 서울] (32) 동면 들어가는 '뚝섬 자벌레'··· 나방으로 재탄생하나?

서울 청담대교 하부 뚝섬 한강공원에는 공상과학영화(SF)에 나올 법한 거대한 은색 건축물이 하나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둥글게 생긴 건물의 정체는 한강의 전망문화콤플렉스 '뚝섬 자벌레'다. 자나방의 애벌레를 모티브로 디자인해 '자벌레'라고 불린다. 지난 2010년 4월 개장한 뚝섬 자벌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건물 규모는 지하 1층~지상 3층, 길이 240m, 높이 5~12m, 폭 6~19m, 연면적 2476㎡이며, 벽 없이 기둥만 세운 필로티 양식으로 지어졌다. 자벌레는 알루미늄 패널을 붙여 만든 외벽, 기다란 곡선형 구조 등 독특한 형태로 개장 9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2014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장 이후 부실한 콘텐츠, 모호한 정체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복합문화시설인 자벌레를 폐장하고 '카페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방치된 자벌레··· "방만 운영 배경은?" 공간 리모델링 전 자벌레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지난달 28일 뚝섬 한강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들어서자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자벌레는 거대한 은색 구렁이처럼 보였다. 건물은 총 3층으로 구성됐다. 1층에는 전시·공연, 행사·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편의시설'이, 2층에는 작은 도서관 '책 읽는 벌레'가, 3층에는 '놀이 벌레'로 불리는 생태전시관이 위치해 있다. 가장 먼저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과 이어진 1층 문화·편의시설로 들어갔다. 원통형의 하얀 복도 양쪽에는 미술 작품 20여 점이 띄엄띄엄 걸려 있었다. 대학생 이지윤(24) 씨는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어 작가가 궁금해 주변을 살펴봤는데 설명 표지판이 없다"면서 "'눈으로만 감상하세요'라는 경고 문구 외에 다른 안내가 없어 아쉽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경기도 정왕동에서 온 심은정(66) 씨는 친구가 동네에 살아 자벌레를 자주 방문했다고 했다. 심씨는 "전에 손녀와 왔을 땐 여러 가지 불빛이 나오는 다리나 애들이 만든 미술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참 재밌게 봤는데, 오늘은 정말 볼 게 없다"면서 "계속 이런 식이면 다신 안 올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3층에서 만난 시민 김모(36) 씨는 "여기에 생태체험관이 있다고 해서 공원에 온 김에 애들을 데리고 한번 와봤다"면서 "불이 다 꺼져 있어서 어항 안에 고기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물 위에는 나방만 떠다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온 박모(42) 씨는 "자벌레가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만든 시설이어서 서울시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 때 한 거면 이렇게 방만 운영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시에 따르면, 자벌레는 2010년 조성 이후 매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30~40회의 전시가 열렸다. 또 해마다 150회의 공연, 교육,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그러나 자벌레는 다른 유사시설과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로 방문객이 꾸준히 줄었다. 자벌레의 방문객 수는 2010년 103만5000명, 2011년 95만3000명, 2012년 80만명, 2013년 74만8000명, 2014년 71만8000명, 2015년 71만3000명, 2016년 63만9000명, 2017년 49만6000명으로 개장 이후 계속 감소했다. 시설 노후화로 인해 유지관리비는 증가하는 추세다. 자벌레 유지관리비는 2014년 4억400만원, 2015년 4억2100만원, 2016년 4억5200만원, 2017년 5억800만원으로 늘어났다. 시는 이번 리모델링 비용으로 11억6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벌레 조성 당시 투입된 예산(150억원)의 8%에 달한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한 차례의 시설 누수 공사를 실시한 바 있다. 자벌레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내부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내년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썰렁한 1, 3층과 달리 도서관이 있는 2층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2층 '책 읽는 벌레'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주민과 독서를 하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성수동에 사는 홍성연(17) 씨는 "공원에 놀러 나왔는데 비도 오고 너무 추워서 친구들과 잠깐 들어왔다"면서 "조용히 쉴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광진구 자양4동에서 온 심영희(65) 씨는 "동네 주민이지만 자벌레에는 오늘 처음 와봤다"면서 "사람들이 여기에서 책 읽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심 씨는 "아늑한 공간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 홍보가 좀 부족한 것 같다"며 "막대한 돈을 들여 건물을 세워놨으면 잘 활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양서원(17) 씨는 "지나다니면서 몇 번 보긴 했지만, 안에서 뭘 하는지 몰라 와 볼 생각을 못했다"면서 "주변에 독서실이 마땅치 않아 불편했는데, 카페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 된다고 하니 이제 여기에 와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2층에만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1층과 3층은 휴식공간 및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리모델링 후에는 층별 컨셉에 맞게 공간 구성을 달리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자벌레는 오는 12월 리모델링을 위해 폐장한다. 시는 내달 공사에 착수해 2019년 4월 준공할 계획이다. 뚝섬 자벌레는 시민 누구나 제한 없이 공유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카페형 도서관으로 새로 단장해 내년 5월 1일 문을 열 예정이다.

2018-11-06 13:59:33 김현정 기자
[살맛나는세상이야기]소외계층의 수호천사, 동양생명

'수호천사'는 동양생명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상징하는 애칭이다. 지난 1999년 기존 설계사와 사내동아리가 자발적으로 활동하면서 만들어졌다. '수호천사 봉사단'은 전 임직원과 설계사가 참여한다. 현재 16개 팀으로 구성된 수호천사 봉사단은 독거노인 무료급식소, 미혼모 시설, 고아원 등 전국의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2분기 수호천사 봉사단으로 활동한 직원은 임직원 438명, 설계사 436명으로 총 874명에 달했다. 이들은 약 3000시간의 봉사시간을 기록했다. 수호천사 봉사단은 세이브더칠드런, NGO,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등 사회단체와 제휴해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이웃사랑'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동양생명' 동양생명은 국제구호개발 NGO인 재단법인 한코리아와 함께 저소득층 다문화 어린이에게 수호천사 역할을 하고 있다. 수호천사 봉사단은 지난해 임직원 및 설계사들이 모여 '수호천사 착한 가방 만들기'를 한데 이어 올해 8월 '수호천사 착한 인형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올해 진행된 '수호천사 착한 인형 만들기'는 임직원 및 설계사들이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동양생명 수호천사 캐릭터 펠트인형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 참여형 캠페인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완성된 400여개의 인형은 검수과정을 거쳐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임직원 및 설계사들의 사랑과 정성을 담아 만든 인형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 인식의 벽을 허무는 사랑의 캠페인 동양생명은 소아암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함께 매년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소아암 완치기원 연날리기 행사'와 '희망별빛'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 매년 5월 진행되는 '소아암 완치기원 연날리기 행사'는 소아암 치료중인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야외활동 기회를 제공해 치료의지를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됐던 이 캠페인은 올해 한강유람선 실내 레크레이션으로 진행됐다. 이날 수호천사 봉사단은 소아암 어린이와 가족이 유람선에 잘 도착할 수 있게 길을 안내하고 불편함 없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매년 가을 진행되는 '희망별빛' 캠페인은 소아암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청계천 주변에 전시된 소아암 어린이의 그림과 글을 보고 함께 걸으며 소아암 완치를 기원한다. 지난 9월에 진행된 희망별빛 캠페인에는 동양생명 임직원으로 구성된 수호천사 봉사단 50여명이 참여해 소아암 인식개선 캠페인, 물품 배부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많은 소아암 어린이와 가족들이 병이 전염된다거나 불치병이란 잘못된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다"며 "소아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소아암 완치를 응원하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해외까지 따뜻한 생명을… 이밖에도 동양생명은 지난 2013년부터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아프리카 및 아시아 저개발국가의 신생아들을 위한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이 참여한 이 캠페인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살고 있는 생후 28일 미만의 신생아들의 저체온증 방지를 위해 마련됐다. 매년 약 200여개의 털모자가 전달되고 있으며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는 임직원 숫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낸 털모자는 700개 이상이 된다"며 "임직원들이 손수 만든 털모자를 통해 개발도상국 신생아들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2018-11-05 13:24:52 나유리 기자
[인터뷰]윤세은 위비스 부장 "고품질·중저가 경량다운 출시, 원가 경쟁력이 핵심"

원자재 선구매·비수기 생산으로 가격↓ 목표 매출 100% 달성…기록적 매출도 기대 색상·디자인 차별화로 전 연령대 공략 겨울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경량 구스다운 제품. 두께는 얇지만 탁월한 보온성을 제공해 남녀노소, 연령불문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문제는 어떤 제품을 고르느냐다. 경량 구스다운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은 충전재(솜털·깃털)의 함유량과 활동성, 보온성 등이다. 여기에 가격 역시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위비스의 패션브랜드 지센은 이 모든 조건을 채운 제품으로 올 겨울, 조용한 돌풍을 몰고 있다. 위비스의 윤세은 MD팀 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량 구스다운 제품의 판매율이 지난해 27%에서 45%로 높아졌다. 전년 대비 생산 금액을 2배 가까이 늘린 것과 대비해 월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판매 호조의 비결은 바로 '가성비'다. 타사 대비, 1만 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품질은 높였다. 윤세은 부장은 "원자재 선구매와 비수기 생산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좋은 품질 대비 저렴한 원가로 생산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소재 R&D실을 신설하면서 소재 선구매와 통합구매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이를 통해 원자재 비수기 생산이 가능해져,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타사 대비 우수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처도 비수기 선 생산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현재, 지센의 온라인몰에서 판매 되고 있는 '여성 라운드넥 경량 구스다운 패커블 베스트'의 가격은 3만9900원이다. 5만 원대를 웃도는 타사 제품들과 비교해 저렴하다. 충전재는 솜털 80%, 깃털 20%로 이상적인 함유 비율을 유지했다. 타사 제품들과 비교해 다양한 색상(8종), 스타일을 구성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힌 것도 판매 전략 중 하나다. 윤세은 부장은 "경량 아이템이 남녀노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 만으로는 고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에 색상과 디자인을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색상은 캐주얼이 아닌 여성라인 색상을 사용해 차별화를 뒀습니다. 또 기본 베스트부터 롱기장의 심리스 경량까지, 경량으로 제안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타일로 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경량 구스다운 제품은 지센이 최종 목적지라는 인식을 심고자 했습니다." 지센의 이 같은 노력은 '다운에이징'(Down-aging) 전략과도 맞물린다. 가성비를 앞세운 전략은 기존 타깃층인 중장년층을 넘어, 2040세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윤세은 부장은 "가격과 품질을 높인 에이지리스(Ageless, 나이 경계가 없는)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며 "경량 다운과 바람막이 같은 카테고리 킬러(Killer) 제품들은 3040대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고객 연령층을 낮추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제품뿐만 아니라 남성 제품에서도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윤 부장은 "지센옴므의 경량 구스 점퍼도 판매 호조"라며 "여성보다 남성의 구매가 늦는 것을 감안했을 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내년 봄에는 차별화된 컬러로 리오더 형태의 물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윤세은 부장에 따르면 지센은 경량 다운 제품의 판매 호조에 힘 입어 10월부터 목표 매출을 100% 가까이 달성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지센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론칭 이후 기록적인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 지센은 파워 아이템을 통해 기존 가두상권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다운에이징' 전략을 통해 연속성이 가능한 브랜드로 변화할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또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제품들로 기본 매출을 확보해 다양한 유통망으로의 선별적 진출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8-11-05 07:00:00 김민서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희망을 선물하는 연기 기대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배우로써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보람도 없죠." 날이 밝기 전, 동쪽 하늘에 밝게 빛나는 샛별을 닮은 배우들이 있다. 독립영화 현장과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며 자신만의 무지개를 찾아 새벽을 여는 '리벤져스'의 멤버들이 그 주인공이다. 리벤저스는 연기연습과 단편영상 제작, 상업영화 오디션 준비를 함께 하는 연기모임이다. 리벤저스의 구성원인 한보리(29), 김구슬(27), 최이서(27) 배우는 매주 월, 수, 금 새벽 6시 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작은 연습실에 모여 8시까지 모임을 진행한 후 요가 강사, 학원 강사, 카페 매니저 등 각자의 생업 현장으로 향한다. 모임 결성을 주도한 한보리 배우는 모임을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배우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외로운 직업이라 함께 하며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고 정보도 교환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며 "몸은 조금 힘들어도 모임을 통해 자신감도 더 커지고 모든 일에 더욱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 배우들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마다 다르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한보리 배우는 2017년 연극 '영원한 평화'로 데뷔한 후 드라마 와 등의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독립 장편 및 단편 영화에 참여하며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 김구슬 배우는 극단 동감의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독립 단편영화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뒤늦게 배우의 길로 들어선 최이서 배우 또한 한국예술종합대학 영상원 단편영화를 비롯해 영화학과에서 제작하는 다양한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연기 모임 이후 각자의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또 자기계발을 위해 외국어 공부까지 하고 나면 세 배우들은 보통 밤 11시가 넘어 귀가한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면서도 이들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연기 모임에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한 번 접하게 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연기의 매력 때문이다. 최이서 배우는 "카메라가 놓인 완벽하게 다른 시공간 안에서 연기를 할 때 설명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낀다"며 "사회 안에서는 여러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데 연기하는 순간에는 이런 가면들을 벗어버릴 수 있는 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구슬 배우는 연기를 통해 느끼는 자유로움과 함께 무언가를 함께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연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연극의 경우 보통 2~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정도 한 작품을 위해 배우와 스텝들이 함께 노력한다. 그 기간 동안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작품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무언가가 창조될 때의 희열이 배우로서 느끼는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 "사실 무대에서 연극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면 이렇게 끝나는 건가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박수를 받기 위해 작품을 준비했던 모든 구성원들의 열정으로 한 단계 발전한 나를 발견할 때 내가 왜 배우라는 길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 활동을 하며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이들이지만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문과 방송 등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청년층의 고단한 현실을 접하게 될 때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 하지만 세 배우는 힘든 시기일수록 더욱 꿈을 잃지 않고 지금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할 때, 반드시 꿈은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며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한보리 배우는 "우리가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처럼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주변을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며 "분명 자신을 지지해주고 힘이 돼 줄 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또한 앞으로 연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률 사상 최대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은 요즘, 꿈을 잃고 방황하는 동시대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의 미소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2018-11-04 17:13:10 최신웅 기자
[인터뷰] '非여호와' 병역거부자 "내 친구 입대, 더는 손해 아니길"

수감번호 1315. 푸른색 관복(죄수복)을 입은 스물세 살 청년이 3평 남짓한 방을 두리번거렸다. 뺑끼통(화장실) 옆을 가리키는 싸늘한 눈빛. '여기가 내 자리구나.' 2017년 7월 6일 박상욱(24) 씨는 훈련소 대신 의정부 교도소에 들어갔다. 입소식이 열린 2016년 12월 26일, 비 내리는 골목을 서성이다 병무청에 "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전화한 지 반년 만이었다. 병무청 직원도, 형사와 검사도 어리둥절했다.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박씨는 어째서 계급장 대신 공소장을 선택한걸까. 한국전쟁에 참전한 외할아버지와 특전사 출신 아버지를 둔 그는 2일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집총 거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단에 반대한 일부 대법관 의견에 반론도 내놨다. 박씨는 "현역병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합리적인 대체복무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력 내재된 사회 고민, 집총거부로 이어져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데, 양심적 병역거부을 어떻게 결심했나. "외할아버지께서 한국전에 참전하셨고, 아버지는 14년간 특전사를 지내셨다. 그래서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였다. 텔레비전에서 광주 이야기가 나오자, 언제나 자상하던 아버지가 '5·18은 폭동'이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어쩌면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군 생활을 하신 영향이 있지 않았나 추측했다. 초등·중학생 시절에는 내성적이고 말을 더듬어 동급생의 괴롭힘을 당했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 나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혔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불명확한 한국사회의 폭력적 구조를 알아갔다. 20대 들어 인문학 공동체에서 활동하며 차츰 병역 거부에 대한 생각이 변해갔다. 2013년 프랑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으로 인정 받은 이예다 씨 사례를 알게 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라고 느끼게 됐다. 첫 영장은 2014년, 두 번째는 2016년 5월 나왔다. 당시 '전쟁없는 세상'에서 예비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상상과 달리 다들 평범했다. 출소 이후 대학원에 다니거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자기 삶을 잘 꾸려가고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예비군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호와의 증인은 자신들만의 공간이 있어서 이 모임에 관여 안 한다."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가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입영일인 2016년 12월 26일, 병무청에 '병역을 거부한다'고 전화하니 담당자가 난감해하더라. 여호와의 증인인지 묻기에 아니라고 답했다. 사유서를 보내라고 해서 이메일로 전송했다. 이후 병무청이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해 5~6월 검경에서 한 번씩 조사 받고 6월 28일 판결이 났다. 징역 1년 6개월인데 출역(노역)하고 3개월 감형됐다." -검찰이 뭐라던가. "보통 이런 일은 서면으로 처리하거나 안 부르는데, 북부지검 검사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불렀다. 학교는 얼마나 다녔는지, 사회에 나가면 무얼 하고 살 계획인지 물었다. 직접 커피를 타 주면서 '그 안에서 잘 지내라'는 덕담도 건넸다. 자신도 기소하고 싶지 않지만 (현행법 때문에) 안타깝다고도 했다. 입대하라는 회유는 없었다. 2~3주 뒤에 공소장이 왔고 북부지법에서 선고를 받았다. 각오한 일이라 변호사는 선임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병역거부 1년 전부터 어머니를 설득했다. 병무청 통화 후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불같이 화 내셨지만, 나중에는 나의 선택을 믿어주셨다. 면회도 한 달에 세 번 오셨다." -훈련소 대신 교도소로 향한 심경은. "7월 6일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호송차에 실려 교도소 정문을 통과하니 실감이 났다. 인장을 찍어 신분 확인을 마쳤다. 항문검사와 인적사항 조사가 끝나면 모포와 칫솔을 받고 방에 들어간다. 아저씨 11명이 있었는데, 누군가의 눈짓을 따라 '뺑끼통' 옆 작은 공간에 앉았다. 현역 제대한 사람들이라 나에 대한 인식이 안좋았다. 회사는 물론 군대 경험도 없던 나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 쉴새없이 바쁘고 경직된 8일을 보냈다. 이후 출역담당 교도관을 따라 인력이 부족한 방에 들어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묵는 곳이었다. 일반 방에 비해 합리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그곳에서 소수자였다. 매일 이어지는 종교집회도 있고, 그곳만의 서열이 있다. 5달 뒤 다른 방으로 옮겨 형기를 마쳤다." ◆"현역병 처우 개선과 대체복무 조화로워야"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한 대법관 4명의 반대의견 중에는 '세계대전을 반성한 유럽과 달리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엄중한 안보상황,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등이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근대 징병제 확립 이전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의 가해 역사가 없는 점은 모순이다.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파병, 한국전쟁 당시의 내부 폭력,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이 빠져있다. 특히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남북 평화에 큰 진전이 있다." -반대의견 중에는 이번 결정으로 병력 감소가 이어져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지켜줄 국가적 토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나라들도 논란이었다. 현역 가면 손해보고, 억지로 갈 수밖에 없는 곳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과 대만 등은 현역복무 환경을 개선했다. 굳이 대체복무할 필요가 없으니 병력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 알려진 정부안인 교정시설 합숙 36개월은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현역과 기간이 비슷해야 한다는 국제 기준을 한참 벗어났다. 대체복무 범위와 기간을 다양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군 복무 유무, 입대 후 편한 곳에 가는지 여부 등으로 힘의 차이가 반영된다.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영화 '내부자들'이 왜 흥행했나. 권력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아서다. 애초에 지키고 싶은 나라, 손해 보지 않는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군대 가면 대학 등록금은 벌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수감 전 '전쟁없는 세상' 기고문에서 '총을 들 수 없는 겁쟁이로서의 내면'을 고백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종교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인정받았지만, 폭력에 대한 두려움도 사유가 될 수 있을까. "판결문에는 '우리도 처벌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반대의견에 대한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의 보충의견으로, 대체복무 입법이 마련된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 빠르게는 19살에 영장이 나오는데 그동안 살아온 모습으로 어떻게 종교에 근거한 양심을 판단하느냐는 질타도 포함됐다. 종교적 이유를 인정하지 않지만, 대체복무의 필요성은 받아들여서 일종의 배려를 한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소견서를 보면, 1000명에게 1000가지 이유가 있더라. 획일화된 틀을 세우기는 불가능하다." -군필자 친구들과 논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친구니까 목소리를 높이진 않았다. 대신 내 친구들은 군 내에서 입은 상처를 이야기했다. GOP에서 어린 선임이 옷을 다 벗게 하고 벌 세운 일, 박격포가 미끄러져 발을 다친 경험 등. 이들에게 '양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박탈감이 크더라. 그래도 나의 선택을 공감하고 차분히 대화했다." -한달 전 출소하며 든 생각과 계획은. "커다란 변화에 대한 기대는 감옥 안의 일상에서 지리멸렬했다. 크게 거듭나지는 않았다. 전역날을 맞은 또래의 기분은 모르지만, 나 역시 의무를 마치고 하나의 시기를 매듭지었다고 생각한다. 문학을 전공하다 자퇴했는데 학업을 이어갈 지 고민이다. 수감 당시의 느낌을 정리하든지,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에 연대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

2018-11-04 14:40:02 이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