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백기에 中 부동산 개발사 신용등급 폭락 기록적
올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신용 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중국 경제에 대한 경착륙 우려가 커진 탓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만 무려 50건이 넘게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26일 FT중문망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신용등급을 각각 43, 54, 30번 강등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각각 6, 12, 11번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중국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규제들이 결국 업계 전반의 신용경색 위기로 번졌다. 기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은 물론 다른 개발업체들마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 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동산 개발업자의 대출를 제한하는 '3대 마지노선' 정책을 내놨다.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 순부채비율, 단기 부채 대비 현금보유비율 등 3가지 지표가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은행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하던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업체 입장에서 보면 추가 자금조달 창구가 아예 막혔다.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부채가 가장 많았던 헝다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지난 9월 말 이후 여러 차례 채권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했으며, 지난 9일 피치의 '제한적 디폴트' 강등을 계기로 공식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헝다는 현재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S&P는 헝다의 채권 등급을 B+에서 CC로 강등한 바 있으며, 지난주에는 등급을 아예 철회했다. 제2의 헝다로 불리는 자자오예 역시 이달 4억 달러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 채무 조정에 대해 채권 보유자들과 논의 중이며, 헝다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투자은행인 훌리안 로키를 컨설턴트로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연쇄 디폴트 우려는 하이일드 채권 시장 역시 혼란에 빠뜨렸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일드 정크본드의 금리는 지난달에는 30% 가까이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 따르면 현재 하이일드 정크본드 금리는 22% 안팎으로 공포심리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자금조달에 나서기엔 힘든 상황이다. 비교적 재정상황이 양호했던 시마오 그룹 역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번주 S&P가 신용등급을 B+로 강등했다. 시마오의 회사채 가격은 현재 액면가의 65% 수준에 불과하다.